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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30년이 넘어 다시 찾은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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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어 찾아온 계룡산은 남매탑도

은선폭포도 그때 그대로더라.

 

 

■ 언제 : 2013. 7. 20.(토)

■ 어디로 : 계룡산(845m)

■ 누구랑 : 우리 부부랑 성부장 동참

■ 기점 : 동학사 주차장

■ 들머리 : 백운장 식당에서 천정탐방지원센터 방향

■ 날머리 : 남매탑-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 주차장 원점회귀 코스

 

■ 산행코스

동학사 주차장 - 0.5Km - 천정탐방지원센터(백운장 식당) - 2.1Km - 문골삼거리 - 1.1Km - 큰배재 - 0.6Km - 남매탑 - 0.3Km - 삼불봉 고개 - 0.5Km - 삼불봉을 거치고 계룡(07-05지점) - 1.5Km - 관음봉 지나 관음봉 고개 - 0.8Km - 은선폭포 - 1.7Km - 동학사 지나 세진정 - 0.9Km - 계룡산 국립공원사무소 - 0.5Km - 동학사 주차장

산행거리  : 10.5Km

산행시간 : 6시간 30분(먹고 쉬고 사진 찍어가며 걸린 모든 시간 포함)

 

 

계룡산국립공원 깃대종

 호반새 사진

호반새  Halcyon coromanda  

영명 Ruddy Kingfisher

사는곳 : 계곡이 있는 숲

생김새 특징 : 몸길이 27cm로 전체적으로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부리는 붉은색으로 긴 편임.

생태적 특징 : 여름철새.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흔하지 않은 새. 계룡산국립공원에서는 1993년 자연자원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확인됨.

먹이 : 작은 물고기, 개구리류, 가재, 곤충류 등.

 이끼도롱뇽 Karsenia koreana

이끼도롱뇽 사진영명 : Korean Crevice Salamander
사는곳 : 계곡 주변 돌 밑, 낙엽 밑.
생김새 특징 : 몸 길이 5~7cm 정도로 도롱뇽 중에서 가장 작음.
생태적 특징 : 폐호흡 대신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로 2003년 4월 대전 장태산에서 처음 발견되었음. 이 후 속리산, 월악산, 가야산, 내장산국립공원 등에서도 서식이 확인되었음. 아시아에서 살갗으로 호흡하는 도롱뇽의 발견은 처음으로 생물지리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함.
먹이 : 작은 곤충
 
<펌>국립공원홈페이지

 

 

 

흔적

 

 

  계룡산!

  처음 만난 것이 35년 전이군. 계룡산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오늘 다시 찾은 세월을 꼼꼼히 되짚어보니 결혼하기 전 아내와 손 대신 손수건을 맞잡고 앞에서 끌어주던 그때가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 3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나보다. 그동안 세월이 그렇게 많이 지나갔나? 숫자로 매김해보니 실로 오랜만의 발걸음이라 더욱 실감나고 가슴 한 켠이 살짜기 저미어 온다.

 

  한창 피 끓던 젊은 청춘에 만난 계룡산은 격동의 세월을 감내해야 하는 어수선한 시국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해 허둥대던 젊은날의 초상은 컬컬한 막걸리가 있는 계룡산을 자주 찾게 만들었다. 물론 어수선한 시국을 핑계로 탁배기 잔을 기울이며 혼탁한 세월을 마시기 위함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었다 . 계룡산 상가의 막걸리 집이 주 무대였고, 계룡산은 다녀봤댔자 내가 속한 RCY 서클 회원들과 숙대 애들이랑 미팅 때 남매탑을 한번 올랐고, 지금의 아내가 철없던 시절에 어떻게 꼬드겨 볼 심산으로 은선폭포를 가다가 돌아온 기억이 전부다. 대학 4년 동안 미팅을 딱 2번 했는데 한번은 서클 회원들과 숙대 애들이랑 남매탑을 간 것이고, 나머지 한번은 14명이 기거하는 하숙 시절 해병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제대 복학생 미팅 자리에 1학년 신분을 속이고 대타로 참여한 것이다. 4학년인 제대 복학생 미팅 자리에 갑자기 결손이 생겨 부랴부랴 하숙집으로 달려온 복학생 형이 내가 제일 복학생티가 난다고 하면서 복학생인 것처럼 행동하라고 하며 반강제적으로 나를 끌고 나갔다. 지금 생각하니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다. 상대는 3학년으로 간호학과였는가 그랬는데 땜방 할려고 갔다가 에프터 신청까지 받았으니 사실대로 말도 못하고 죽을 맛이다. 족적을 남기면 안되는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라 억지춘향으로 하숙집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난 뒤 걱정이 되어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께 여학생 전화가 오면 바꾸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생각이 난다.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될까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생각하니 나도 조금 순진하기는 했었나 보다. 이 당시를 회상하면 쓸 말이 많지만 내용이 자꾸 삼천포로 빠질 것 같아 이만 각설하고자 한다.

 

  그 많은 산 중에 계룡산은 내게 특별한 기억을 남기게 한 결코 잊을 수 없는 산이다. 그것은 아내와의 연정이 처음 싹튼 곳이 바로 계룡산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3년이 넘게 토요 주말 산행을 다니면서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많은 산을 찾아 다녔지만, 우린 계룡산을 특히 많이 아껴 두었다. 우리 두 사람의 추억이 가슴 깊게 자리매김 한 곳이라 그냥 아끼고 싶었다. 손쉽게 삽작문 열고 휑하니 다녀오기란 웬지 아쉬울 것 같은 마음에 계룡산은 그저 아끼고 싶고 남겨 두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어떤 날이 좋을지 모르겠으나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날 아내랑 손잡고 계룡산을 다시 다녀오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아끼고 싶었던 계룡산과의 장대한 만남은 결국 내 마음 속에 가득찬 명분에 불과했고, 현실은 우리가 품고 있는 속 깊은 연정과는 달리 그냥 일반적으로 다른 산 다닐 때의 그 기분으로 다녀가게 되었다. 비록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까지 특별한 날짜를 맞추진 못했어도 마음 한 켠에는 아내도 나도 많은 그리움이 묻어 있는 그런 산행길이라 계룡산을 다시 찾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부여되었다고 본다.

 

  방학식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날씨가 너무 더워 일찍 집에 와 쉬고 있는데 따가운 햇살이 조금 숙진 저녁나절 성부장한테 전화가 오더니 느닷없이 곽교감 목소리가 들린다. 거두절미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동참하여 거나하게 한잔 하다 보니 갑자기 내일 산행은 성부장도 함께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부장 의사는 크게 개의치 않고 산행에 반강제적으로 동참시키는데도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성부장이 나한테는 여러가지 극진한 부분이 많았기에 우리 가는 길에 성부장한테 부담을 주지 않고 함께 데리고 가고 싶었다. 성부장은 후배지만 항상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친구다. 살아생전 성부장 할배가 하시는 말씀이 사회 친구는 10년은 맞먹어도 된다고 하셨다면서 ‘행님하고 이제 고만 맞먹어도 안되겠나 이제 고만 맞먹자’고 하면서 더러 들이대는대도 그렇게 밉상스럽지 않은 정겨운 후배다. 사려깊고 정직하며, 손주까지 봤으면서도 쉽게 생속을 드러내는 호불호가 분명한 친구다.


  동학사 대형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가를 쭉 따라 올라가니 옛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동학사 가는 물 좋은 계곡에는 더운 날씨를 피해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당초 계획은 동학사를 지나 은선폭포로 해서 관음봉을 지나 삼불봉을 거쳐 남매탑으로 돌아 나올 심산이었지만, 차량 진입이 더 이상 되지 않는 지점에 ‘백운장식당’ 계곡쪽에 마련된 등산안내도가 눈에 띄어 안내도를 보면서 산행 길을 되짚어 보고 있자니 식당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계룡산 산행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그래서 우리는 그 분이 알려주는대로 ‘백운장식당’의 계곡을 따라 천정탐방지원센터로 들머리 방향을 부지불식간에 바꾸어 버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당초 계획한 산행코스의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막상 식당 점원이 알려준 코스대로 산행을 하니 참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산행을 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어 산행 완료 후 가벼운 하산주로 막걸리와 파전으로 대신 감사함을 전했다. 이 코스로 가면 국립공원홈페이지에서 안내한 계룡산 산행 메인코스인 ‘동학사 2코스’ 그러니까 당초 우리가 산행하기로 한 길보다 훨씬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학사 입장료 2,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동학사 2코스의 역코스로 산행한 첫 번째 구간은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문골삼거리를 거쳐 큰배재를 지나 남매탑으로 가는 대략 3.8Km 구간이다. 이 구간은 폭염이 내리쬐는 날씨임에도 나무 그늘이 좋아 오히려 닭장처럼 가열된 콘크리트 숲 속에 갇혀 있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좋았다. 등로도 남매탑까지 잘 정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거의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져 그리 힘든 구간도 아니다. ‘세월아 네월아 오고가지 말아라’ 하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니 어느 틈에 남매탑에 다다른다.


  남매탑에 서린 오누이의 전설과 상원암을 탐방하고 남매탑 주변에 잘 조성된 쉼터에서 충분히 휴식을 한 후 마치 세 분이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삼불봉으로 간다. 남매탑에서 삼불봉까지는 500m에 불과하니 경사가 가파른 철제계단이 있음에도 빨리 올라 삼불봉에서 주변을 조망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 든다. 계룡산에 온 적은 많아도 고작해야 남매탑 아니면 은선폭포가 다 아니던가. 그랬던 내가 오늘 아내랑 성부장이랑 함께 삼불봉에 올랐다. 따가운 햇살도 폭포처럼 흘러넘치는 땀방울도 개의치 않은 채 다만 산정을 스치는 구름마냥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삼불봉에 올라 계룡산 봉우리 이름이 적힌 안내판을 바라보면서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맞추어 보니 봉우리 지명이 눈에 보이는 곳과 잘 맞아 떨어진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삼불봉에서 처음으로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조선시대에 크게 유행하던 진경산수화와 진배없다. 그 그림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이제 삼불봉에서 자연성능을 타고 관음봉으로 가야 한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은 대략 1.6Km 거리에 있다. 이제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운 산행이 되리라 예감하면서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막상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가자면, 철제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지만, 주변 조망이 사방으로 터져 있어 그리 힘든 줄 모르고 걸어간다. 노란 원추리도 눈에 자주 띄고, 산수국도 보이고 벼랑 끝에 자리잡고 꽃잎을 활짝 벌린 일월비비추도 만나니 힘겨운 줄 모르고 가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절로 멈추어진다. 특히 울퉁불퉁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자연성능을 걸을 때면 마음은 가고 있어도 발걸음은 제 자리 걸음을 한다. 먼저 간 아내와 성부장은 내가 워낙 시간을 지체하니 뭔 일이 있는지 걱정을 하고 있음에도 나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산에 가면 나는 내 나름대로 독불장군이다. 누가 뭐라하든 개의치 않고 오로지 내 길만 간다. 그러하니 늘 함께 나랑 장단 맞춰 다닐 산 동무는 유일하게 아내밖에 없다. 아내는 나에게 산과 같은 옆지기로 언제나 맘 편하고 든든한 존재다.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 관음봉에 도착했다. 관음봉은 천황봉, 쌀개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 주봉 중의 하나로 계룡산을 대표하는 공주십경의 하나이기도 하며 해발 816m 고지에 위치해 있다. 특히 관음정에 드러누워 한가롭게 떠다니는 구름을 보노라면 복잡다단한 우리네 인생을 새롭게 느끼게 해준다고 하여 이를 계룡8경 중 4경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관음봉 표시석 아래 있는 관음정과 그 주변은 데크로 조성되어 가져온 음식을 펼쳐 놓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먼저 도착한 많은 산우들이 여기서 진을 치고 먹자판을 벌리고 있다. 우리도 여기서 가져온 음식을 펼쳐 놓고 주린 배를 채웠다. 계룡8경도 식후경이니 허기가 오기 전에 넉넉하게 배를 채워 두는 것이 상책이다.


  관음봉에서 은선폭포로 하산하는 길은 오늘 산행한 등로 중 가장 험난한 구간이다. 관음봉 고개에서 근 40여 분이나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발 디디기 힘든 너덜길이 나타나는  흔히 깔딱고개로 칭하는 된비알이다. 은선폭포에 당도하기 전까지는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없는 그저 쉼 없이 올라가고 내려가야만 하는 구간이다. 계룡산국립공원홈페이지에서 산행코스를 탐색했을 때 이 코스를 먼저 올라가는 길로 안내하고 있었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백운장식당의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큰 고생을 할 뻔 했다. 다행히 산행 초입에서 운 좋게 안내를 받아 보다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코스로 산행하고자 한다면 백운장식당을 기점으로 천정탐방지원센터로 방향을 잡는 것이 수월하다.


  옛날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이름 지어진 은선폭포는 60°가 넘는 경사에 46m 높이에서 낙차 큰 물줄기를 내뿜는 계룡산이 자랑하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물줄기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는 계룡산 8경 중 7경으로 손꼽고 있다. 1981년 인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가씨를 이곳 은선폭포로 데리고 와 손수건을 부여잡고 앞에서 끌어주던 생각을 하니 괜히 실웃음이 난다. 그때 그 어린 아가씨가 내 마눌님이 되어 근 30년을 같은 이부자리를 쓰고 있으니 세월은 참으로 폭포에서 떨어져 흐르는 물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갔다. 은선폭포의 비경은 높은 곳에서 낙차 큰 물이 떨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폭포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쌀개봉과 폭포 주변을 병풍처럼 드리운 암벽 그리고 그 암벽에 붙어 옆으로 자란 소나무를 보면 비로소 내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선계를 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힘든 너덜길 깔딱고개를 내려와 은선폭포까지 오면 힘들게 내려 온 너덜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은선폭포다.


  동쪽 학모양의 바위에서 유래한 동학사에 들러 연꽃과 원추리를 마주하며 마지막으로 자연생태관찰로가 조성된 길을 따라 걸었다. 앞서가던 성부장이 먼저 그리로 간다. 요즘 내가 꽃 이름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아는지라 일부러 그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자연생태로는 그 기대만큼 부응을 못했다. 꽃은 계절에 따라 피고 짐은 당연하나 뭔가 주변이 어수선 한 것이 10% 부족한 느낌이다. 이름표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두고 이름이 아닌 것은 제거를 하는 수고로움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래도 ‘가는범꼬리’와 ‘왜승마’라는 이름 2개는 건졌다.


  계룡산과 동학사 그리고 남매탑과 은선폭포 또 계룡산 상가의 막걸리와 파전 모두 그리움이 잔뜩 물든 곳이다. 삼십년이 훨씬 지난 오늘 아내와 성부장과 함께 계룡산을 찾았다. 그것도 젊은 시절 슬쩍 왔다가 막걸리만 걸치고 갔던 계룡산을 한 바퀴 제대로 돌아 나왔다. 상가의 막걸리와 기껏해야 남매탑과 은선폭포까지가 한계였던 것을 남매탑을 지나 삼불봉, 관음봉, 은선폭포, 동학사로 돌아 나왔으니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든다. 산은 옛 산 그대로더만 삼십년 세월을 돌아 계룡산을 찾은 나는 이토록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계룡산을 찾았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하고 마음도 많이 늙어 왔지만, 죽치고 앉아 막걸리만 퍼 마시던 사람이 그 큰 계룡산을 돌고 돌았다. 이렇게 30년이 훌쩍 넘어 계룡산을 한 바퀴 휘둘러 내려 왔더니 묘한 여운이 감돈다.

 

산은 그때 그 산이더만, 나만 세월을 30년 먹은 것 같고

어찌보니 산도 나도 30년 세월을 함께 넘은 것 같기도 하고

다시보니 산도 나도 그때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다음에 계룡산을 찾을 땐 어떤 느낌이 들까?

언제고 계룡산을 다시 찾으면 그때 다시 느껴보자.

내가 더 변해 있을지

계룡산이 더 변해 있을지 ~~~

 

 

 

 

 

계룡산 똑딱이 사진 기행

 

 

동학사 주차장에 주차 후 백운장식당의 조오기 가게에 있는 아저씨께서 코스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바람에 보다 쉬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백운장식당 왼쪽 오르막 포장길로 진입하면 천정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남매탑-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를 경유할려면 이 코스가 좋다. 이 코스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동학사 입장료 2,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고마운 아저씨께 올라갈 때 밤 한봉다리 사 드리지 못해 내려올 때 막걸리 한 통과 파전 한 넙띠기로 대신 인사를 했다.

 

천정탐방지원센터. 백운장식당 좌측으로 따라 올라가면 된다.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십여 분 올라오니 문골삼거리가 나온다. 천지암으로 가지말고 곧바로 올라간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등로를 걷다가 고무판이 깔린 나무계단을 오른다. 가는장구채 외에는 아직 다른 종류의 야생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내 속도에 맞춰 1시간 쯤 오르니 큰배재에 도착한다. 큰배재에서 남매탑까지 0.6Km 남았으니까 이제 남매탑은 지척에 있다.

 

큰배재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남매탑 0.3km 전방에 있는 남매탑고개. 해발 590m 지점이다.

 

남매탑고개

 

가는장구채 군락은 자주 보인다.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 않아 찍지 않다가 대충 눌러나 봤는데 의외로 사진이 꽤 잘나왔다.

 

남매탑(오뉘탑)

 

마나님은 산에 가면 돈 많이 쓰네요. 근데 아깝지는 않습니다.

 

남녀로 나서 오뉘가 되어 함께 열반에 들었으니 인연의 사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꼬.

 

읽어 보시지요. 재미 있습니다.

 

 

성부장 함께해서 참으로 즐거운 산행이었오.

 

남매탑이 있는 상원암.

 

상원암 천년약수. 석간수. 능라수.

 

산행 준비하랴 산행하랴 기도드리랴 바쁘다 바쁘^^^

 

상원암에 길게 뻗어 있는 노란 원추리 물결

 

으음, '일보분리환도가'라

 

 

남매탑과 상원암을 둘러보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삼불봉으로 올라간다. 남매탑에서 삼불봉을 거쳐 관음봉까지 이제 본격적으로 난코스가 등장하겠구나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의외로 삼불봉과 삼불봉에서 자연성능을 걷는 암릉길 등반은 재미있고 그리 힘들지가 않다.

 

남매탑은 동학사 가기 전에 우측으로 꺽어 올라가는 길만 있는 줄 알았더니 천정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도 있었다. 우리는 천탐방길로 가서 여기로 왔다.

 

여기서 동학사로 너머 가는 길도 있다. 위에서 얘기한 코스대로 내려가면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남매탑에서 삼불봉 가는 길도 그리 험하지 않다. 거리가 짧아 그런지 정해진 코스가 금방 나온다.

 

곳곳에 단풍취가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꽃대가 쑥쑥 올라왔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으니 꽃 핀 모습은 아마 다른 산에서 볼 것 같다.

 

이제 저 철제  계단만 오르면 삼불봉이 나온다.

 

삼불봉에 올라서니 우리가 거쳐 지나온 학봉리와 계룡산 상가 그리고 저 멀리 유성시내가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775m 고지에 있는 삼불봉.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여 삼불봉이라 한다.

 

삼불봉에서 보면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삼불에 서서 봉우리 하나하나 눈 맟춤하면 그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삼불봉에서 바라본 천황봉과 쌀개봉

 

 

계룡저수지 방향

 

관음봉으로 갈수록 천황봉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삼불봉에서 관음봉 가는 길은 지도상엔 힘든 코스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 가보면 조망이 좋아 그리 힘든지 모르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자연성능에 이르기 까지는 이처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데크로 조성된 등로 주변엔 등골나무를 비롯하여 원추리와 일월비비추도 자주 만난다.

 

삼불봉을 지나 자연성능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먼저 온 산객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제 자연성릉을 1.3Km(50분) 따라 주변 조망을 충분히 즐기면서 가면 관음봉이 나온다.

 

지나온 봉우리를 뒤돌아 보며...

 

암릉의 형태로 소나무 줄기가 뻗어 자라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루이지애나 재선충이 이런 국보급 소나무를 모두 말살해 버렸다면 어쩔뻔 했나. 미리 방제를 잘하여 천년 만년 살아 남아 외로운 산객의 마음을 달래 주도록 해야지.

 

바위채송화와 돌양지꽃

 

얼마나 보기 좋노. 지금 도시는 불바다이거늘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든 산행길을 해도 더위에 지치는 줄 모르겠다.

 

산정에 자라는 소나무는 한 가지 얼굴만 하고 있거나 아니면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봉우리의 행렬이 자연성릉이 이어진 길이다. 밑으로 가지 않고 암릉을 타고 가는 것이 조망의 진수를 누릴 수 있다.

 

다소 위험하고 가파른 길이다. 겨울에 눈이 왔을 때는 이 코스를 배제하는 것이 현명할 터.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며 저러고 있을까?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이 높은 곳에서도 까치수염이 자라고 있다. 그것도 암릉이 산재해 있는 곳에 까치수염이 자라고 있다.

 

지금부터는 일월비비추가 자주 눈에 띈다. 높은 산 암릉이 즐비한 곳에 꽃을 피우고 있는 일월비비추를 보니 자연의 이치가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돌바닥 보다는 부엽토가 섞은 길이 좋더만 이 길엔 돌바닥을 깔아 놓았다. 아마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한다.

 

고사목과 산봉우리 그리고 푸른 창공. 참 멋지다.

 

기암괴석도 그러려니와 괴능 사이 뿌리 내린 소나무의 저 자태는 과연 뭐라 표현할 것인가.

 

또 철제 계단을 내려간다. 산길이 없는 곳을 데크로 길을 만들어 안전 산행을 하도록 잘 꾸며 놓았다. 이 길이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산이 있으면 길이 있겠지만 쉽게 문을 열어 주지 않겠지. 

 

가는 길에 데크 사이로 보이는 산수국을 외면하지 않고 만나준다. 지들도 힘들게 지들끼리 마음 맞춰 피었는데 이리 봐주는 이가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꼬...

 

삼불봉과 관음봉의 딱 중간지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연성능 길로 접어든다.

 

돌 무더기가 잘 놓여진 평탄한 길도 걷고

 

푸른 창공 아래 동학사가 있는 상가 주변을 조망한다.

 

천둥벌거숭이 암릉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초록의 싱싱한 내음 그리고 솜사탕 같은 하얀 구름을 품고 있는 푸른 창공이 구성하는 하모니는 그야말로 천혜의 비경이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가는 자연성능이 이루는 가장 멋진 구간이다. 물론 아래로 안전하게 가는 등로가 있으나 날씨가 위험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이 길을 걸어야겠지.

 

기암괴봉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는 산객과 가장 친근한 친구다.

 

풍광이 너무 멋져 보고 또 본다.

 

저멀리 동학사도 다시 한번 잡아보고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산록을 내 어두운 두 눈에 담아 넣는다.

 

바위 틈마다 자라는 바위채송화도 이 무더운 여름엔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런데 이 높은 바위 숲에 닭의장풀이 자라고 있다. 그놈 참 높은 곳에 자리 잡았네.

 

천황봉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자, 이제 마지막 난코스인 저 철제 계단을 넘어서야 된다. 저곳을 바라보니 얼마 전에 다녀온 대둔산의 삼선철계단이 생각난다. 얼마나 후들거리면서 올랐는데 여기 또 그런 곳이 있다.

 

대둔산 삼선철계단 보다는 덜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 나무는 또 뭐란 말인가? 생명을 지탱하는 의지에 넋이 나간다.

 

실제 올라보니 바라 보이는 것 만큼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눈이 오고 얼음이 어는 겨울엔 이 코스는 어렵겠다.

 

관음봉과 은선폭포를 지나면 저기 있는 동학사도 거치겠지.

 

관음봉 올라가는 경사가 급한 오름길에 원추리가 무리를 지어 이렇게 힘든 우리를 반기고 있다. 길이 험하다고 해서 어찌 힘만 들겠나. 곳곳이 이렇게 산객을 반가이 맞이 하는데...

 

자주꿩의다리도 이 쯤에서 만난다. 여름 계룡산이 특별히 보여 주는 야생화가 없어 다소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이 놈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다.

 

암릉길은 바닥이 미끄러우나 날씨가 좋을 때는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하지만 눈이라도 조금 쌓이거나 얼어있다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올라가는 내내 노란 원추리꽃과 눈맞춤을 하면서 간다.

 

관음봉 턱 밑에 있는 철제 계단이다. 저 위 하늘과 맞 닿아 있는 곳이 관음봉이다.

 

아내는 슬금슬금 내 앞에 올라가고 있고, 성부장은 안보이는 것을 보니 이미 관음봉 아래 그늘진 곳에서 쉬고 있구만.

 

관음봉 올라서기 직전에 귀한 산부추를 여기서 처음 만난다. 오늘 산행하면서 개체 수로는 별로 본 것이 없어 참으로 새로운 만남이 반갑기만 하다.

 

관음봉에서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서방.

 

그런대로 산사나이 같은가요. 그랬으면 좋겠네^^^

 

나랑 같이 산행하면서 지겨울텐데도 표시없이 잘 견뎌주는 든실한 성부장.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다.

 

관음봉에 서면 계룡산이 가진 온갖 봉우리를 다 볼 수 있다. 관음봉은 계룡 8경 중 4경이다.

 

관음봉 아래에 있는 관음정

 

 

계룡산 관음봉. 816m. 관음봉의 한운은 계룡산을 대표하는 공주십경의 하나다. 

 

관음봉 고개. 관음봉에서 10분 쯤 내려오면 관음봉 고개에 다다른다.

 

현위치에서 0.8Km 만 가면 은선폭포다.

 

관음봉 고개에서 은선폭포까지 0.8Km에 불과하나 보다싶이 내려가는 경사가 급하고 너덜길이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경사가 급한 너덜길을 은선폭포까지 쉼없이 내려가야 한다.

 

깨알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놈은 버섯 종류인 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네.

 

울 마눌이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오랜만에 성부장이랑 편하게 웃으며 한 컷 남겼네.

 

계룡 8경 중 7경인 은선폭포

 

요즘 비가 많이 내려 그런지 46m 높이에서 내뿜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평소에는 수량이 부족해 이처럼 흘러내리는 폭포수의 장관을 잘 보기 어렵다고 한다.

 

기암괴석 사이로 흘러 내리는 폭포수도 장관이지만, 폭포를 병풍처럼 드리운 기암을 타고 자라는 소나무의 모습  또한 일품이다.

 

60도 정도의 경사진 암벽 사이로 흘러 내리는 물줄기와 암벽에 붙어 자라는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은 과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길 좋은 등로로 1.6Km 가면 동학사가 나온다.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V자형 쌀개봉. 쌀개란 디딜방아를 양쪽으로 고정시키는 걸개를 말한다고 하네요.

 

동학사 계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고 있다.

 

계룡산 동학사. 여기까지는 안면이 많은 곳이다.

 

 

 

동학사 뜰에 피어 있는 이 원추리는 아마 왕원추리인가 보다.

 

 

동학사 삼층석탑. 청량사 남매탑이 있는 곳에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동학사 뜰에서

 

 

 

 

처음왔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식당 아저씨의 친절한 산행 안내가 고마워 간단하게나마 탁배기 1병과 파전 한 넙띠기를 시켜 고마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