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하늘정원 꽃나들이
■ 언제 : 2016. 8. 27.(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누구랑 : 홀로
흔적
오늘 아내는 합창 공연이 있어 함께 산에 갈 수 없다.
혼자일 땐 늘 그렇듯 습관처럼 팔공산에 간다.
날씨가 덥고 힘든 산행길이 싫으면 하늘정원 코스가 최고다.
내 곁에 팔공산이 있고, 하늘정원이 있음은 크나 큰 홍복이다.
하늘정원을 알고부터 팔공산 주무대가 바뀌었고,
수태골과 가산산성은 자연스럽게 두번 째로 밀려났다.
정상인 비로봉까지 접근하기 쉽고 풍경이 좋은데다 무엇보다 야생화가 많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
이제는 대놓고 하늘정원을 찾으니 괜스레 수태골과 가산산성한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팔공산은 올해도 자주 갔지만, 근래 방문한 것은 7월 2일이 가장 최근이다.
거기도 물론 하늘정원이다.
장마 틈새를 이용해 다녀 간 것 같은 데, 오늘은 하늘이 무지하게 청량한 날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았다.
팔공산 하늘정원의 하늘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하늘은 파랗고 하얀 뭉게구름은 손에 닿을 듯 머리 맡에 두둥실 떠 있다.
자주 왔었지만, 팔공산 하늘이 이렇게 청량한 날을 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꽃보다 팔공산의 하늘이 더 좋다.
사진도 마음에 많이 든다.
억새의 흐느낌도 좋고
쑥부쟁이의 보랏빛 물결도 좋다.
바람을 타고 금빛 물결 일렁이는 마타리의 하늘거림은 파란 하늘빛과 어울려 환상의 극치를 자아낸다.
정영엉겅퀴와 취나물의 대왕격인 수리취가 고개 숙인 모습이 겸허해서 더 좋고
어수리가 동봉을 오르는 산객을 향해 방긋 웃어주는 모습은 외로운 산객의 발걸음을 훨씬 가볍게 한다.
비로봉엔 아직 참나리가 한창이다.
이제 졌겠지 싶었는 데 웬걸 산제비나비와 산호랑나비가 득실댈 만큼 아직도 위세가 당당하다.
얼굴에 왕창 쏟아부은 까만 주근깨만큼 나비를 불러들인다.
나비가 앉은 참나리는 비로봉 아래 파수만 보고 선 참나리와는 사뭇 다르다.
비로봉을 덮은 파란 하늘과 두둥실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 참나리와 너무 잘 어우러져
이들과 노느라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섞는 줄 모른다.
햇볕이 따가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올 여름 날씨가 마치 사람 잡아먹을 듯 그렇게도 무섭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하늘빛이 달라졌다.
여름꽃인 산수국과 기린초, 산꿩의다리가 일시에 사라졌는가 싶더니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좀조팝나무의 행렬 마저 진작 고개를 떨구고 섰다.
그렇구나. 비로봉 가는 길엔 벌써 가을이 오고 있었고, 이미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투구꽃도 그렇고 가을꽃의 대몀사인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마구 올라오고 있는 모습 또한 그러했다.
폭서의 기세가 꺽이지 않고 한 동안 지속되리라 생각했건만, 바야흐로 팔공산엔 가을이 밀려 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어김이 없다.
팔공산 하늘정원을 찾아 오늘 만큼 청명한 하늘빛을 본 적이 있었던가?
무더위가 심했던 만큼 오늘따라 청명한 가을하늘이 곱디 곱기만 하다.
까짓 무더위도 문제될 게 없다.
저무는 여름꽃이 있고, 가을꽃이 오고 있으면 그만이다.
게다가 파란하늘까지 찬조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팔공산 하늘정원은 언제 찾아도 좋다.
팔공산 하늘정원의 가을하늘 그리고 우리풀, 우리나무
시작부터 하늘빛이 너무 좋다. 혼자였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길을 거닐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하늘거리는 억새 물결 위로 청명한 가을하늘이 한 몫한다.
이런 광경을 보기 쉽지 않은 데 오늘은 원없이 본다.
개쑥부쟁이인지 가새쑥부쟁이인지 쑥부쟁이도 아직 그 이름이 만만치 않다. 가을을 알리고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이다.
마타리의 금빛물결 또한 하늘정원의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늘 찍는 장면이지만, 볼 때 마다 새롭다.
철조망 너머엔 마가목이 익어 가고, 파란 하늘은 외로운 산객의 기분을 평안하게 한다.
산오이풀이 솔숲에서 자태를 자랑하고 있네요.
철망 아래 강아지풀의 흐느낌도 오늘은 그냥 가지 못하겠네요.
심어 놓은 부처꽃이 하늘정원에서 하늘거린다.
청운대 너머 파란하늘과 하얀 뜬구름이 압권이다.
멋진 모습이다. 이걸 보려고 오늘 내가 왔던가?
강아지풀의 하늘거림도 억새의 하늘거림도 눈에 보이는 사물 모두가 오늘은 최고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하늘거림과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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