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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덥다. 그래도 가산이라도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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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장마가 그치는가 싶더니, 태풍이 밀려오고 있단다.

그래도 오늘은 덥다. 팔공산 가산이라도 후딱 다녀와야겠다.

 

 

■ 언제 : 2016. 7. 9.(토)

■ 어디로 : 팔공산 가산산성

■ 누구랑 : 홀로

■ 산행코스 : 가산산성 주차장(윗쪽) - 길 좋은 임도따라 가다가 - 치키봉으로 - 할배.할매바위 - 동문 - 중문 - 남포루 - 성곽길 따라 원점으로

 

 

 

흔적

 

 

며칠 째 장마로 인해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폭염이다.

내일은 교직원둘레길탐방동아리 두 번째 행사가 있는 날이다.

아무래도 코스가 코스인 만큼 야생화 구경은 쉬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해서 덥지만, 오늘 내 고장 가산이라도 가 야생화랑 눈맞춤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가산은 오늘로 두 번째 방문이다.

복수초를 보기 위해 3월 27일 빈나리 님 부부랑 함께 오고 난 이후

주로 치산계곡과 하늘정원을 들락거리다가 가산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는 만큼 오늘은 물레나물을 비롯해 뭔가 잔뜩 보고올 것 같은 꽃바람이 든다.

 

오늘은 늘 그랬듯 진남문에서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 성곽길 주변에 산재한 야생화와 눈맞춤하고

길 좋은 임도를 따라 내려올 작정을 하고 갔다.

그런데 그 마음은 입구에 당도하자마자 바뀌어 버렸다.

나 같은 경우에 가산은 주차를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산행 코스가 결정된다.

성곽을 따라 남포루로 올라가자면 진남문에 주차하고

그렇지 않고 상대적으로 편안한 코스로 가고자 하면 위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나는 당초 계획이 진남문에 주차하고 땀 좀 흘리고파 성곽을 따라 남포루로 가려고 했기에

진남문으로 내려가려는 데, 마침 위쪽의 주차장이 여러 곳 비어 있는 것이 번쩍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당초 계획은 아랑곳없이 차는 위쪽 주차장으로 순식간에 달려 가버렸다.

아마, 순간적으로 내일 일정도 있고 해서 좀은 가벼운 코스로 가고 싶어 본능적으로 그리 움직였나 보다.

 

그래서 오늘은 본능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초입의 갈림길에 들어서면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가는 방향을 정하라고 세워 놓은 이정목이 있다. 

이 길로 오면 아내와 난 당연히 편하지만 먼 길 돌아가는 것 보다는

약간 힘들지만, 빠른 길로 치고 올라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이정목에 쓰인 '치키봉' 방향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한티재 방향에서 가산을 가자면 지나가야 하는 봉우리다.

그 길은 몇 번 간 적이 있기에 이 길로 들어서면 눈길조차 한 번 주지 않았던 길인 데

오늘따라 유별나게 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러면 오늘은 저 길로 가볼까? 그래. 그래봤자 진남문에서 성곽길 따라 가는 것 보다 쉬울텐데

그래 오늘 마음 먹고 가보지 않았던 길을 따라 한 번 올라 가보자.

거기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내 눈으로 확인을 해 보자.

 

그런데 그 길엔 사람도 없을 거 같고 야생화도 없을 거 같다.

사람 없는거야 오히려 반길 일이지만, 야생화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야생화는 성곽길에서 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내쳐 올라갔다.

 

올라 가는 길이지만, 가는 길은 비교적 좋았다.

하지만 요즈음 장마로 인해 내린 비 때문인지 평상 시엔 물이 없을 것 같은 얕은 계곡에도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길은 다소 눅지고 인적 없는 곳에 보이는 것은 드문드문 멧돼지의 소행으로 보이는 짓이겨진 풀밭이 다다.

약간 스산한 기운과 섬뜩함이 밀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뱀 한 마리가 인기척을 감지하고 쏜살같이 달아나고 있었다.

아랫 동네 임도에는 산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데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는 사람 하나 안 보인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꽃도 뭐도 없다.

 

비지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 할매.할배바위를 지나 동문으로 갔다.

용바위와 유선대가 있는 곳으로 가려다 그 길은 오름길도 있고해서 그냥 쉬운 동문으로 향했던 것이다.

빨리 중문으로 가 성곽길에 접어들어 가산의 7월 야생화를 접견한 후 내일 일정을 위해 쉴 참이다.

 

그런데 성곽길에 접어드니 가산바위로 가는 길과 남포루로 가는 길이 뭔가 시원스럽고 탁 트였다.

늘 숲이 우거져 길 마저 끊기어 있더니 오늘은 웬일인지 시원하게 긴 머리를 싹둑 자른 모습으로 있었다.

그러니 길이 얼마나 훤해 졌겠나?

그러나 길은 훤해졌다만, 이러면 안 되는데~

길섶에 있던 그 많은 야생화는 어쩌란 말인가?

성곽을 따라 가도 지금쯤이면 그 흔하게 보이는 등골나물과 물레나물, 가는장구채 정도는 보여야 하는데

그 애들도 종적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에 성곽길을 벗어나 숲속을 뒤지며 꽃을 찾아 헤메고 다녔다.

이상하다. 그래도 뭔가 보이는 애들이 없다.

아직 시기가 아닌가? 그럴리가 없는 데~, 한 두번 온 곳이 아닌데~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이면 가는장구채와 물레나물은 흐드러지게 있어야 한다.

반신반의하며 끝까지 내려오니 그제사 겨우 물레나물과 등골나물 그리고 가는장구채가 나타난다.

그것도 예년에 비하면 몹시 귀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성곽길 주변은 삭발로 인해 그렇다손 치더라도 숲쪽마저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이 길을 가며 야생화의 상황이 달라지는 모습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건가? 그런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다녀오고자 했던 오늘 일정이 예기치 않게 늘어지고 길어져 버렸다.

그런만큼 별 소득을 얻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주말을 놓치면 안 되니 어떤 상황이든 산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녀가야 한다.

그로 족한다. 오늘도 내일 일정이 있다고 오늘 하루 쉬자고 여겼다면

토요일 하루가 너무 아까울 뻔 했다.

 

장마라고 못 가고, 폭염주의보가 내려 못 가고, 경조사가 생겨 못 가고 하다 보면

한 달에 네 번 가기 힘들어진다.

갈 수 있을 때 가급적 빠짐없이 다녀야 한다.

내일 아내는 힘든 여정이 있어 오늘은 일부러 아내를 쉬게하고 혼자 갔다.

팔공산은 주로 혼자 가는 날이 많다.

그래도 팔공산은 언제나 그 넓은 품으로 말 없이 품어주기만 한다.

팔공산의 마음씀이 하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