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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치산계곡과 명경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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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경알 같이 맑고 고운 치산 명경지수

 

 

■ 언제 : 2017. 7.17.(일)

■ 어디로 : 팔공산 치산계곡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치산계곡은 오랜만에 아내랑 함께했다.

아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멀리 갈 형편이 아닐 때면

어김없이 나 혼자라도 배낭 메고 훌쩍 떠나는 곳이 바로 팔공산이다.

 

팔공산은 여기 저기 많이도 다녔지만, 그래도 주 무대를 말하자면,

수태골, 치산계곡, 하늘정원, 가산산성을 들 수 있다.

여기는 팔공산을 다니며 가장 많은 꽃을 보는 곳이기에 습관적으로 찿는 곳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태골을 기점으로 동봉과 서봉을 자주 드나들었지만,

군위군에 속한 하늘정원을 알고부터 주 무대가 바뀌어 버렸다.

주봉인 비로봉을 가기도 쉽거니와 꽃도 나무도 많아 너무도 매력이 넘치는 길이기에

그 길을 알고는 그 길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렸다.

 

치산계곡의 봄이 늦게 온다고 다녀가고 난 후 늘 푸념을 늘어 놓고 했는 데

오늘은 아직 여름이 무르익지 않았는지 그렇게 보고 또 봤던 산형과 식물조차 만나지 못했다.

봄꽃이 다 가고 여름꽃이 오기엔 아직 시기가 맞지 않았나 보다.

갈 때 마다 보던 녀석들을 보지 못하니 괜시리 서운하기까지 하다.

역시 하나라도 더 보자면 한 걸음 더 올라가야 한다.

오늘도 계곡을 따라 동봉까지 올라갔더라면 뭔가 다른 애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산을 다니며 느낀 게 있다면, 바로 그점이다.

특히 이름꽤나 알려진 애들은 걔네가 거주하는 산이 아니면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충 올라가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정상까지 가야 겨우 만날 수 있다.

작년 8월 20일경 방학이 끝나기 전에 솔나리를 만나고 싶어

폭염이 몸서리치는 날 혼자 그 높은 남덕유산 정상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다.

땀을 서말 닷되 흘리면서 겨우 정상까지 가서야 만났다.

꽃찾아 산찾아 가는 사람들은 예사로운 사람들이 아님을 그때서야 비로소 느끼기도 했다.

카페나 블로그에 꽃을 찾아 올리는 사람들은 하나라도 결코 쉽게 올리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 정성과 열의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저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어줍잖지만, 나도 그렇다.

나는 주로 야생화 위주로만 다룬다.

산에 갈 때마다 어느 산에 어떤 꽃이 피는지 찾아 기록 중이다.

아직 가야할 산은 많고, 여력은 미치지 않는다.

그래도 쉬엄쉬엄 갈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다녀볼 참이다.

 

오늘은 애초에 멀리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치산계곡에 들어가면 의무적으로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

정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거기까지는 가야한다.

아내와 슬렁슬렁 신녕재로 가다가 다시 내려와 동봉으로 가는 계곡으로 갈아탔다.

 

진불암으로 가는 길도 있고 계곡길을 따라 가는 길도 있다.

난, 이곳에 오면 항상 계곡길을 따라 간다.

여름이 무더운 데 물 좋고 산 좋은 길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계곡이 끝날 때 쯤이면 그늘진 평평한 너럭바위를 찾아 엉덩이를 깔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면 된다.

 

오늘은 아내까지 곁에 있으니 나 혼자 꽃찾아 다닌답시고 홀로 좌충우돌할 필요가 없다.

물 좋고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 있는 너럭바위를 찾아 가던 길 멈추고 엉덩이를 깔고 풀썩 주저 앉았다.

내친김에 양말을 벗어던지고 족탕을 즐기기까지 했다.

지금 아내와 내가 족탕을 즐기는 이곳은 나만의 아지트다.

팔공산에 오면 가는 곳마다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

어디를 가든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없다.

 

가까운 곳을 가니 역시 시간이 여유롭다.

10시쯤 도착하여 한 나절 놀았어도

심지어 2,900원짜리 넉넉한 냉국수까지 먹었어도 집에 오니 2시 밖에 되지 않았다.

샤워하고 사진 정리한 후 후기 작성을 마치니 7시가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창밖엔 햇살이 남았다.

어둠이 밀려오자면 아직 여유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좀 쉬어야겠다.

 

 

 

 

짚신나물

 

파리풀에 파리 같은 친구가 붙었네~

 

어제 온 종일 장맛비가 퍼부어 그런지 계곡엔 수량이 풍족하기 이를 데 없다.

 

계곡에 흐르는 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인다.

 

이 친구는 뭐지. 꽃진자리 같은 데~ 산골무꽃이로군.

 

공산폭포 여기를 멋드러지게 한 번 담아봐야 하는 데 잘 안되네.

 

 

중간에 노란 원추리를 겨냥해 잡았는 데 꽃을 부각시킬 수가 없네요. 내 카메라로는~

 

원추리와 폭포. 작년에도 여기 원추리가 있었는 데 멀리 가지 못했네.

 

오늘은 파리풀과 짚신나물만 많다.

 

빨간현수교 아래서 때깔 좋은 원추리를 만났다.

 

여인과 원추리

 

 

쭈욱 미끄럼 타고 내려가면 공산폭포로 떨어진다.

 

바위채송화

 

산수국도 많았는 데 이제 꽃은 지기 시작하고 씨가 맺히고 있다.

 

쪽동백나무. 빨간현수교 옆 계곡에서 자라고 있다.

 쪽동백

 

 

 쪽동백나무

쪽동백 

 

층층나무도 한 물 가고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도둑놈의갈고리. 3출엽으로 봐 '큰'은 빼는 것이 맞다네요.

 

 

 

오늘 본 애들 중 하이라이트다.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자연산 맥문동

  

 

 

 

 

 

바위 틈에 한 송이 하늘말나리가 독야청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