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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장마, 그 틈새를 이용한 팔공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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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데 어쩌지.

그래도 가볼까 팔공산 하늘정원으로

 

 

 

■ 언제 : 2016. 7. 2(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 -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 동.서.비로봉 갈림길 - 비로봉 아래 - 하늘정원주차장  

■ 누구랑 : 홀로

 

 

 

  

흔적

 

오늘부터 내일까지 장맛비가 온단다.

어쩌지, 아침 일찍 눈을 뜨니 아직 비는 오지 않는 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음만 분주하다.

여름날은 걸핏하면 비가 내리니 가급적 주말엔 빠지지 않고 산을 가는 데 주력해야 된다.

한 주 빠지면 다음 산행까지 일주일이 지루하고 기다림이 길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었으나 잘 하면 비를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떠나야겠지.

간단하게 채비를 하고 10일 전에 갔던 팔공산 하늘정원으로 달려갔다.

열흘만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젯밤에 비가 많이 내렸으니 아마 팔공산을 넘나드는 구름도 장관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실었다.

 

한티재를 넘는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곳이다.

동네 골목용 자전거를 타고 한 번, MTB를 타고 또 한 번 넘어갔던 적이 있었지만,

주로 차량을 이용해서 팔공산 치산계곡과 하늘정원을 넘나든 곳이다.

그런데 오늘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 길엔 부러진 나뭇가지와 비에 쓸려 내린 흙더미가 도로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런 모습은 하늘정원으로 가는 동산계곡에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젯밤 이 지역엔 비바람이 엄청 심했었나 보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쓸려 내려온 풀을 보면서 묘한 생각을 가진다.

강하고 딱딱한 나무는 꺽인 채 제 몸둥아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풀은 다만 쓸려 내려갔을 뿐인데...

인간사도 같은 맥락으로 치부해도 되겠지.

성격이 곧고 강하면 언젠가는 저 나무처럼 부러지겠지.

난, 지금까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힘 없이 쓸려 내려간 저 가여운 풀처럼 살았을까 아니면 꺽여 버린 저 나무처럼 살았던가?

살면서 제 삶의 의미도 제대로 부여하지 못한 채 60을 바라보고 섰다.

 

하늘정원의 소규모 주차장엔 예상대로 차가 한 대도 없다.

다만 웬 기름차인지 대형 정유차 한 대만이 주차장을 압도하며 서 있다.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구름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 오늘 난 이 모습을 즐기기 위해 여길 온 것이다.

 

동산계곡에 줄지어 늘어선 좀조팝나무는 열흘만에 색이 많이 바래졌다.

그러나 데크를 따라 올라가는 길의 동산엔 아직까지 색감이 좋다.

예상컨대 좀조팝은 이제 한 물 가지 않았나 싶었는데 의외로 아직은 때깔이 좋다.

 

동산엔 온갖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과연 여름날의 천상화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참좁쌀풀도 여전하고, 일전에 봤던 키 큰 꿩의다리도 동산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아니 꿩의다리는 열흘 전 보다 더 풍성해져 있었다.

온 산이 하얀 꿩의다리가 꽉 채우고 있다.

살랑대는 바람으로 인해 꿩의다리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살짝 살짝 넘나드는 구름과 가녀린 호흡을 하며 꿩의 군단이 군무를 곧장 잘 펼친다.

 

길지 않은 데크를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유토피아로 이어진다.

군 부대의 블록담과 철조망이 눈에 거슬리긴 해도 자주 드나들다 보니 이제 그도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구름이 팔공산 산정을 무대로 대단위 쑈를 펼친다.

꽃도 좋지만, 오늘은 하늘과 산을 배경으로 구름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다.

팔공산을 감싼 구름이 변화무쌍하게 갖가지 그림을 그린다.

바람이 되었다가 금방 꽃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갑자기 파란 하늘을 열어주며 세상을 잉태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해일처럼 밀려오며 거대한 팔공을 쓸어 담고 가기도 한다.

 

팔공산의 자연은 너무나 신비롭다.

가까이 있어 자주 올 수밖에 없지만, 자주 올 수록 더 더욱 신비로움을 느낀다.  

지난번에도 구름이 마술을 부리듯 쑈를 하더니 이번엔 특별한 이벤트를 꾸민다.

꽃향기에 취하고 구름이 벌이는 특별 무대에 그저 넋을 잃고 바라만 본다.

내 사는 곳,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이순간 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이보다 더 큰 행복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일 것이다.

내가 팔공산을 안고 있으니 팔공산에 있는 모든 것은 내 것이다.

물론 가져가거나 조금이라도 떼어 갈 순 없지만, 마음 한 켠에 담아 갈 수는 있다.

팔공산이 가져다 준 많은 복 중 행복함만 한 아름 담아 가야겠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한 다발씩 나누어 주어야지.

 

 

 

 

7월 둘 째날, 팔공산 하늘정원의 장마 틈새 풍경


 

데크로 올라가는 길에 구름이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 몽환의 팔공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구름이 정원을 덮었다. 그래도 팔공의 야생화는 꺽일 줄 모르고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생존본능이 인간보다 더 강하다. 


참좁쌀풀도 아직 건재하다. 

 

좀조팝도 아직 살아있네 살아 있어.

 

꽃창포도 보이고 좀조팝과 참좁쌀풀, 노루오줌이 동산을 꽉 채웠다.

 

천상화원이 어디 따로 있던가. 여기가 곧 천상화원이지.

 

산수국의 헛꽃이 호위하듯 빙 둘러선 모습이 이채롭다. 백당나무의 형태도 이와 같았지.

 

산수국


노루오줌. 이 친구는 색감이 고운 애와 그렇지 않은 애가 있다. 때깔 좋은 놈은 귀한 야생화 못지 않다.  

 

구름이 시야를 전부 덮었다.

 

쇠물푸레나무도 어느새 꽃이 다 떨어지고 열매가 맺혀간다.

 

어젯밤 비바람이 드센 증거가 하늘정원에도 남아 있다. 

 

하늘정원에서 비로봉 가는 길이 구름에 꽉 막혔다. 저 속으로 들어간다.

 

조금 걷히는가 싶더니

 

다시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를 가려 버린다.

 

철조망을 넘어 미역줄나무가 자유롭다. 바람이 부는지 구름이 앞을 막든지 아랑 곳 하지 않고 자기 세력을 이어 간다.

 

여기는 미역줄나무의 세력 또한 대단하다.

 

꿩의다리도 이동네에선 이맘 때 쯤이면 대세를 이룬다. 온 숲을 꿩의다리가 점령하고 있다시피 한다.

 

미역줄나무의 풍성함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 이젠 좀 열렸나 보다.

 

쥐오줌풀이 비맞은 생쥐꼴이 됐다.

 

비로봉으로 가는 양쪽 길섶 모두 좀조팝나무가 마치 가로수처럼 도열해 있다. 동산계곡의 오도암 가는 길에서는 색깔이 많이 바래졌던 데 여긴 아직 쓸만하고 볼만하다.


어떻게 이렇게나 길게 자리 잡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수두룩하게 자라고 있다. 

 

꼬리말발도리가 아직 남아 있다. 열흘 전에 이 친구를 찍었는 데 또 찍는다. 

 

 

축대로  쌓아 놓은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과 나무를 보라. 강인한 생명력에 혀를 내두른다. 그 중 노루오줌이 단연 돋보인다.


국화방망이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꽃이 지고 씨를 맺고 있다. 열흘 전만 해도 한창이었는데~ 


비로봉 가는 길이 또 구름에 가려있다. 가리고 걷히고를 수없이 되풀이 한다. 


오늘따라 주봉인 비로봉이 애처로워 보인다. 내가 와 홀로 섰는 비로봉을 달래본다.


이 친구의 정체가 열흘 전에는 많이 궁금했는 데 이렇게 자라고 보니 알겠다. 역시 좀조팝나무였던 것이다. 

 

요건 뭔 나무인지 모르겠네요.

 

비로봉에서 동봉으로 내려간다. 지금까지는 비가 괜찮았는 데 아무래도 동봉을 다녀오면 비를 좀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동봉으로 간다. 거기 가면 긴산꼬리풀이 피었을지 모른다.

 

그렇다. 생각하지 않았던 여로가 피어 있다. 흰여로가 많은 지역인 데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어이쿠, 백운산원추리도 만났다. 지금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던 애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 발품 판 보람이 있다. 이맘 때 쯤이면 동봉삼거리 지점이 또한 산상화원이지~~~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동봉이 구름에 가려 있고 약사여래입상이 팔공산의 정기를 지키고 섰다.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는 이곳이 치산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미역줄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초행인 사람은 길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팔공산 동봉 약사여래입상. 대단한 규모다. 팔공산의 수호신이다.

 

 

옆모습


여로가 자주 눈에 띈다. 


여기는 산꿩의다리가 많다. 하늘정원엔 꿩의다리가 지천이더만 여긴 산꿩의다리가 주류를 이룬다. 

산꿩의다리 


흰여로 

 

그래. 조금 일찍 온 감이 있다만, 혹시 이놈들이 피었을지도 몰라 여기까지 왔다.

 

아직 풍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문 다문 모여서 자라고 있다.


긴산꼬리풀. 이놈들도 여기와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팔공산도 기슭에 따라 식생분포가 참으로 다양하다. 

 

 나비나물도 보네. 내가 여기와서 나비나물은 본 적이 있었던가? 고개를 흔든다. 아무래도 처음 본 거 같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터를 잡았다.

 

이놈도 흰여로인 데 키가 몹시 크네요.


긴산꼬리풀이 모여 있는 모습을 또 담는다. 


뭐더라? 


꼬리말발도리 같은 데 자신이 없다. 

 


가지 끝에 맺힌 저 작은 물방울 속에 팔공산이 들어 있다.

 

아직 많지는 않았지만, 백운산원추리가 가끔 눈에 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원추리도 있고~ 

 

산수국이 구름밭에서 함께 어울리고 있다.


가는잎그늘사초 사이에 흰여로가 듬성 듬성 피어나고 있다. 


산꿩의다리도 자주 본다. 

 

물참대인가 꼬리말발도리인가 뭔가 모르겠다만, 물방울이 더 이쁘게 맺혀 있다. 

 


산수국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까지 왔다. 


비로봉에서 내려와 동봉으로 갔다가 동봉삼거리에서 서봉쪽으로 와 비로봉으로 올라오면 이 길과 다시 만난다. 


비로봉 아래 참나리는 세력이 아주 좋지요.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지만, 곧 피겠죠. 

 

다시 왔던 길 돌아나가며 국화방망이가 모여 있는 방향의 청운대 아래 오도암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