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하늘 정원을 통해 비로봉과 동봉으로
홀로 떠난 야생화 탐방길
■ 언제 : 2015. 7. 19.(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누구랑 : 홀로
■ 탐방코스 : 하늘정원 소규모 주차장 -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 - 팔공산 동봉 마애여래입상 - 동봉 - 동봉삼거리 - 서봉, 비로봉 삼거리 - 비로봉 - 하늘정원 - 주차장 (대략 5km)
흔적
아내가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 주 가리왕산 다녀온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나 보다.
나는 17일 방학하고 하루를 쉬었더니 좀이 쑤신다.
20, 21일은 모임이 있으니 오늘 하루 어디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일주일이 그냥 가버린다.
금쪽 같은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기 싫다.
해서, 오늘은 아내랑 함께 동행할 수 없으니 늘 그리하듯 팔공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난, 이럴 땐 팔공산을 찾는다. 혼자 멀리 가기도 그렇고 챙겨주는 아내가 없으니
팔공산을 가더라도 보다 손쉬운 길을 택해야겠다.
거기가 바로 지난 번 갔던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으로 가면 비로봉과 동봉에 접근하기 쉽다.
거리는 대략 왕복 5km쯤 되지만, 길은 비교적 쉬운 길이다.
팔공산 야생화는 이제 대충이나마 어디에서 뭐가 자라는지 가늠할 수 있으니
지난 번 다녀갔던 하늘공원을 다시 가더라도 비로봉을 지나 동봉이나 서봉으로 가면 분명 뭔가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확신이 섰다. 여름 한 철은 하루가 멀다하고 피고 지고 하니까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분명 뭔가 다른 애들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늘공원 초입부터 데크 구간을 따라 가는 산 능선은 온통 희고 붉고 노란 꽃들로 만발했다.
희귀종은 만나기 어려웠으나 늘상 보던 애들과 나름대로 귀하게 만나는 애들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아쉬웠다면, 산정에 잔뜩낀 구름이 홀로 유유자적하게 팔공산의 자연을 즐기는 나그네의 기분에 심통을 부린다는 점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도 구름이 산 허리를 감고 머리 위까지 온통 덮고 있더니 오늘 또 그렇다.
하지만 역시 난 지난 번처럼 이 상황을 즐긴다.
팔공산은 사계절 다니지 않은 적이 없으니 어떤 상황이 전개 되더라도 아쉬운 적이 없으며
항상 아쉬움마저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하늘공원 초입의 데크구간을 올라가는 산정부는 온통 꽃밭 천지다.
지난 번에는 미역줄나무와 좀조팝나무가 대세이더만, 오늘은 꿩의다리와 개구릿대 같아 보이는 산형나물을 비롯하여
온갖 여름 야생화가 그 넓은 풀밭 전체를 덮고 있다.
아쉬웠던 것은 데크를 넘어 가까이서 담고 싶었지만, 넘어 가기가 좀 거시기 하다.
점잖은 체면에 경계 표식인 데크를 넘어 풀밭을 짓밟으며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댈 용기는 없다.
적지 않은 나이에 흰머리 희끗희끗 날리며 사진을 찍는답시고 풀밭을 여기저기 헤메고 다니는 그 자체가 꼴불견이자 추태다.
나이들어 점잖게 늙어야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혼자 실실가니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좋고, 아내의 재촉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좋다.
옆에 없으니 옆구리가 허전하기는 해도 빨랑 안 온다고 재촉을 하지 않으니 오늘 마음 먹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더러는 혼자가는 산행길도 좋다.
그러나 오늘도 혼자인 덕분에 늦은 점심 대용으로 준비해 간 빵 2개를 먹기 전까지 등에 멘 배낭 한 번 열어보지도 않았다.
혼자가면 늘 그렇다. 배낭도 잘 안 벗는다. 어떤 때는 물도 마시지 않고, 빵도 하나 먹지 않은 채
아침 산행길에 나섰던 그대로 도로 등에 메고 온다. 어지간하다.
나는 마눌님이 옆에 없으면, 억수로 불쌍하게 살아 갈 것 같은 냄새가 풍긴다. 내한테 그런 냄새가 난다.
모닥불을 피웠을 때 연기가 내 코 앞을 지나가는 것 처럼
구름이 내가 보는 눈 앞으로 스르르 지나간다. 손으로 움켜 쥐어봤더니 구름이 잡혔다가 이내 사라지고 없다.
혼자라 자유롭다. 하늘공원에는 인적이 드문드문 있더만, 비로봉에 오니 아무도 없다.
홀로 무위자연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바로 앞에 있는 중계소 철탑도 어렴풋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구름에 가린 시야를 구름까지 넣어 잡아보려고 발버둥을 쳐도 내 능력 밖이다.
실루엣이 어슴프레 보이는가 했더니 구름은 간 곳 없다.
혼자 비로봉을 점령하고 온갖 장난을 다 해본다. 재밌다.
이제 동봉으로 갈까? 아니면 동봉갔다가 서봉으로 갈까?
그도 아니면 동봉은 많이 갔으니 아예 동봉을 포기하고 서봉만 다녀올까?
어디가 꽃이 많더라... 아무래도 동봉갔다가 동봉 아래 삼거리로 가야할 것 같았다.
동봉삼거리에서 동봉가는 길에 야생화가 제일 많이 있으니 그 길을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제일 잘 하는 것은 동봉갔다가 삼거리로 내려와 서봉으로 가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건만
혼자 그리하기에는 조금 지겨운 생각이 든다.
대신 동봉에서 시원한 여름바람을 맞고 삼거리로 내려와 서봉으로 가다가 비로봉으로 올라가면
야생화도 많이 보고 산행도 적당히 하는 셈이 되니 아무래도 오늘은 그리 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역시 야생화는 동봉에서 삼거리로 가는 곳에 밀집되어 있다.
뭐, 있다한들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본 게 다이지만, 그래도 뭐가 있을지 모르니 가고 볼 일이다.
그러나 벼루고 간 길이지만, 기대와는 달리 긴산꼬리풀, 말나리, 큰까치수염, 가는장구채
이맘 때 동봉을 오르며 늘 보던 그 애들이다. 그러나 같은 애를 보더라도 저마다 모양은 다 다르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발가락이 길고 짧듯 같은 애들이라도 더 잘 생긴 애들이 있기 마련이다.
찍고 찍었지만, 또 다른 느낌에 연신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서봉과 비로봉가는 삼거리 오르막 길은 짧지만, 빡세다.
그러나 그 길에도 야생화가 있는 꽃밭이 있다. 그런데 주로 말나리 밖에 안 보인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동봉에서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으로 해서 비로봉을 가면 훨씬 길이 수월한데
괜히 이쪽으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은 비교적 산행길이 유순했으니 막바지 약간 힘든 곳을 선택한 것도 나쁘지는 않다.
요만큼이라도 숨을 헐떡거리며 갔다와야 산행을 했다고 할 것이 아닌가?
비로봉 중계소 아래 넓은 공터가 두 군데 있다.
오늘은 올라가면서 보이는 왼쪽 공터로 가본다. 비로봉 정상석 바로 아래 공터로는 일전에 일삼아 한 바퀴 둘러 내려간 적이 있는지라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왼쪽 공터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마치 징검다리를 놓아 둔 것 같은 넓적 바위를 지나 굽어진 길에 들어서니 여태 비로봉에서 듣도 보도 못했던 밀림이 우거진 숲이 나온다.
짐작컨대 아마, 이 길을 따라가면 서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마애불상이 있는 곳으로 연결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볼까 망설이다가 혼자 들어가자니 겁이 날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다.
그러다 바로 그 옆 커다란 바위 앞에 혼자 쉴만한 평상 같은 너럭바위가 얹혀 있길래
내친김에 그 바위에 올라 그제사 배낭을 풀고 물을 꺼내 요기를 했다.
오늘 처음 물을 마시고, 배낭을 열었다.
빵 2개를 꺼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아내가 챙겨준 참외랑 오이는 뚜껑도 열지 않았다.
바람이 선선해 잠시 쉬고 있는데 잠이 올려고 한다.
5분이나 쉬었나. 더 있자니 지루하기도 하고 잠이 올 것 같아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비로봉으로 다시 올라가 이제 넉넉한 기분으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가는 길은 여유만만한 산책로다.
팔공산, 그 높은 길에 이런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다니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그동안 공군부대로 인하여 길이 제한되어 있기에 그랬고 일부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면서 데크 시설을 하고 길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팔공산 하늘정원으로 통하는 길은 팔공산 최정상을 가장 손쉽게 가는 길이다.
이 길이 앞으로 알려지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로 변모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여름이면 동산계곡을 찾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도로는 한 쪽 차선을 점령한 차들로 늘어져 왕복 2차선이 제 구실을 못하며 아예 한 쪽 차선으로만 이용하는 계곡길이 아니던가.
이 길이 앞으로는 더 많이 맥힐 것은 명약관화한 일.
마냥 반가워 할 일만도 아니다.
팔공산의 가장 큰 매력 덩어리 하늘정원, 그 길을 따라
비로봉과 동봉으로 가며 가슴에 담은 팔공산의 여름
지난 6월 21일 갔다가 두 번 째 방문한 탐방길
초입에 있는 노랗게 뭉친 솔나물
이 나물은 참 보고 또 봐도 어렵다. 갈 때 마다 볼 때 마다 찍는 데 잘 모르겠다. 지리강활이라고 하는데 난 개구릿대인 줄 알았다.
데크로 만든 계단을 올라가면서 본 물레나물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온 산을 좀조팝나무로 뒤덮였더니 이제 좀조팝은 한물 갔다. 꽃은 지고 씨앗만 가득 맺고 있다. 그림에 보이는 건 꽃창포랑 꿩의다리, 미역줄나무, 참좁쌀풀, 노루오줌 등 각종 야생화가 가득하다.
능성에 가득찬 온갖 풀과 나무들.
꽃진 좀조팝나무와 꿩의다리
이 계단을 넘어서면 온갖 야생화가 가득한데 양심상 넘어 갈 수가 없다. 꽃을 보니 욕심은 나고 들어가기는 뭣하고 먼 발치에서나마 찍어본다.
지리강활. 이제 확실하게 좀 익혀야겠다.
꽃창포도 보고
아쉬움에 풀밭 한 가득 담아본다.
하늘공원으로 비로봉을 가면 이 계단만 따라 올라가면 더 이상 힘든 길은 없다. 비로봉을 가자면 어디로 가나 발품 꽤나 팔아야 하는데 이곳으로 가면 식은 죽 먹기다.
큰까치수염이 가장 이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다.
뭔가 잔뜩 들어 앉아 있다. 당장이라도 뛰어 들고픈 심정이나 그래선 안되겠지...
노루오줌꽃의 모양이 좀 야릇하지만 맞는가보다.
지리강활에 나비가 붙어 있네요.
긴산꼬리풀도 한창이다.
물레나물과 오른쪽은 '쉽싸리'란 풀이다. 왜 조것을 따로 담지 않았는지 모르겠네.
노루오줌은 색상이 좋다. 연분홍에 진분홍이 가장 아름답다.
공군레이더기지.
솔나물도 자주 눈에 띈다.
일반 원추리가 아니다. 백운산원추리다.
구름이 잠시 걷히는가 했더니 곧 또 다시 뿌옇게 밀려온다.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바위채송화의 노란꽃도 참 이쁘고 앙증맞다. 수 없이 봤지만, 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댄다.
돌양지꽃도 이쁘기만 하지요.
군부대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있는 데 구름이 덮고 있으니 이럴 때 한 방 ~
이제부터 길섶부터 안쪽까지 기린초가 대세를 이룬다.
기린초
층층이꽃
꿩의다리도 고고하기도 하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 같기도 하다.
마타리는 곧 입을 활짝 열게 생겼다.
미역나무줄에도 씨가 맺히기 시작한다.
하늘정원에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꽃밭이다. 원예종 나리가 주를 이루는데 예쁘기는 엄청나게 예쁘다.
꽃밭을 조성해 놓은 하늘정원
비로봉 가는 길은 또 구름이 밀려와 시야를 가린다.
구름이 앞을 가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난, 상관하지 않는다. 비만 오지 않으면 된다.
산수국도 흔하디 흔하지만, 이렇게 꽃 핀 애를 보면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비로봉으로 가는 길섶은 온통 기린초로 가득찼다. 6/21일에는 좀조팝으로 가득 찼는데~ 여름 야생화는 하루가 무섭게 달라진다.
꿩의다리도 엄청나게 자주 만난다.
포장길 틈 사이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빽빽하게 자란다.
바위 위에 핀 돌양지꽃
기린초를 접사로 찍으니 그럴듯 하다.
바로 앞에 비로봉이 보인다. 역시 구름에 가려 송신탑은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인다.
또 모양 좋은 산숙국을 담고
이제 거의 사라져 버리고 가끔 보이는 좀조팝나무도 담아본다.
6/21일 왔을 때 좀조팝나무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는 중이다.
미나리아재비는 오랜동안 꽃을 피우고 있다. 최정산 갔을 때부터 본 애가 아직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세잎종덩굴도 꽃은 지고 씨방을 맺고 있다.
비로봉 턱 밑에 있는 이정목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비로봉 정상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동봉으로 간다.
그러고 보니 비로봉도 꽤나 왔다 간다. 보통 동봉이 주된 코스였는데... 지금 비로봉엔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비로봉에 왔을 때마다 거의 독무대였다.
구름을 렌즈에 담아봤다.
구름과 실루엣 놀음을 하면서 혼자서 비로봉을 독식한 채 잘 논다.
구름에 덮인 kt 중계탑도 바라보고...
동봉 아래 있는 마애석조여래입상이 있는 능선길을 따라 간다. 이 길도 산수국이 지천이다. 그러고보니 이 장면도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찍은 장면이다.
산수국, 얼마나 청초하고 이쁜가?
동봉에 있는 여로는 모두 흰여로 중심으로만 보인다.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산산성, 성곽길 따라 걷는 여름 야생화 산행 (0) | 2015.08.12 |
---|---|
팔공산 한티재에서 파개재 너머로 그리고 칠곡한티순교성지 탐방 (0) | 2015.08.09 |
팔공산 하늘정원 - 오도암 (0) | 2015.06.21 |
팔공산 동봉 - 비로봉 산행기 (0) | 2015.06.14 |
팔공산 서봉으로 야생화 찾아 나선 산행 (0) | 201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