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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서봉으로 야생화 찾아 나선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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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15. 5. 24.(일), 4월 초파일 하루 전

어디로 : 수태골에서 서봉으로 바로 직행, 왕복 6.6km

누구랑 : 아내랑

뭐할라꼬 : 산행 겸 야생화 탐사를 목적으로

 

 

 

흔적

 

20155월은 이래저래 연휴가 많다. 5월초 어린이날을 포함한 주와 25일 석가탄신일이 있는 날이 그랬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런 황금연휴를 놓칠 리가 없다. 각자 연휴를 즐기는 취향이야 다 다르겠지만, 내 나이에 연휴를 즐기는 방법이래야 산에 들어가 우리풀, 우리나무를 가까이 하는 것 외에 별다를 게 없다.

 

금요일, 아내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아들내미 집을 방문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살펴볼 일도 있고 해서 방문한 길이다. 가는 김에 삼성에서 정년을 한 평생지기도 불러 경리단길에서 꽤 유명한 수제맥주도 한 잔 나누었다. 우리가 들어간 가게는 새로 개업한 수제 맥주 전문집이라 그런지 가게 분위기도 신선하고, 특히 수제로 만든 맥주 맛은 기존에 마시던 맥주와 차별되어 주객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안주 또한 가격대비 저렴하면서 수제 맥주와 잘 어울려 입맛을 더욱 맛깔나게 하였다. Heaven For a "G"(헤븐포어지)라는 Craft Beer Pub으로 가게 분위기와 경리단길의 명성이 잘 어우러지는 앞으로 경리단길의 명소로 대성할 조짐이 다분한 가게였다. 분위기 좋은 수제맥주 전문집에서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낸 후 친구랑 헤어지고, 우리는 아들내미 집 가까이에서 간단하게 2차로 소주 한 잔 더 나누었다. 헤어진 친구가 오랜만에 서울 왔다고 집사람과 아들내미랑 한 잔 더 하라고 봉투를 던져 주고 갔다. 안 받으려고 애를 썼지만, 길바닥에 던져 주고 후다닥 달아나 버린다. 그 참, 내가 온 김에 같이 한 잔 하려고 했더만 지가 뭐 할라고 그리 던져 놓고 가버리나~~~ 대구 오면 내가 한 잔 사야겠다.

 

다음 날, 아들은 행사 준비로 일찍 출근을 하고, 아내와 난 홀애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들내미 집을 통째로 세탁하기 시작했다. 객지 생활하며 이것저것 일이 많아 그런지 생활 습관이 내 대학 때 하숙하고 자취하던 그 때랑 너무 닮았다. 에미가 일찍이 일어나 사부작사부작 청소를 시작하더니 내가 일어난 후엔 이미 청소를 비롯하여 환경정리가 많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을 비롯한 일정 부분은 내가 해 줄라고 했는데 부지런을 떠는 에미가 이미 화장실 청소도 끝내 놓은 후였다. 할 수 없이 나는 책장 정리며 책꽂이에 묻어 있는 먼지를 닦아내며 손쉬운 일만 하고 말았다. 요즘 몸이 신통찮아 내가 앞장 서 청소를 하려고 했더만, 아들내미 집 청소 하더니 오히려 신통찮은 몸이 더 생생해 지는 것 같았다. 그 참, 에미란 자식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 때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지는가 보다. 아들이 명약이고 보약일세.

 

청소를 마치고 나니 아내의 마음이 개운해 지는가 보다. 4시 예약을 6시로 미룬 후 우리는 고속터미널로 가기 위해 아들내미 집에서 넉넉한 시간에 길을 나섰다. 전 날 아들내미가 고속터미널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알뜰하게 가르쳐 주었지만, 우리는 지하철을 타 보기 위해 노선을 파악하였다. 2호선을 타고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데 그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지하철을 거의 타보지 않았기에 다소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고속 예약 시간이 워낙 넉넉하여 설령 잘못 되었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막상 지하철역에 다다라 노선안내도를 보면서 시키는 대로 가니 그리 큰 어려움도 없었고, 버스로 가는 것 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였다. 덕분에 고속터미널에 너무 일찍 도착해 터미널에서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연휴라 고속도로에 차가 많이 밀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고속도로는 막힘없이 잘 빠져 나갔다. 정상적인 3시간 30분 만에 서대구고속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집에 오니 10시가 되었다. 집에 도착해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내와 난 수태골로 해서 서봉을 갔다. 따라 갈까 말까 망설이던 아내도 결국 나를 따라나섰다. 몸은 무거워 했지만, 아들내미를 보고 온 후 마음이 많이 맑아졌는지라 함께 길동무가 되어 준 것이다.

 

나는 오늘 서봉을 가려고 하는 목적이 뚜렷했다. 꼭 어떤 꽃을 보리라고 겨냥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서봉을 가노라면 뭔가 보여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팔공산은 여기저기 다양한 곳으로 다녀봤기에 이제 웬만하면 언제 어디로 가면 무엇을 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선다. 그런데 오늘은 참말로 기대치 않았던 그 무엇이 내게 슬며시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무심하게 대했던 우리나무에 핀 꽃도 많이 봤다. 어제 서울 다녀온 후 피로감이 쌓여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팔공산의 여름이 오는 녹음이 짙은 산은 우리 부부의 마음까지 새파랗고 싱싱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수태골에서 동봉과 비로봉은 수월찮게 나다닌 길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엔가 동봉을 거쳐 비로봉을 가다가 뭔가 만족치 못해 서봉으로 해서 수태골로 내려온 적이 있다. 그때 서봉에서 수태골로 내려오는 이 골짝이 뭔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팔공산을 다닐 때 서봉으로 가는 길은 다소 외면했던지라 이번에는 일삼아 동봉은 가지 못하더라도 서봉은 꼭 가리라 다짐하고 간 길이다. 보통 거개의 산객들은 동봉을 주로 가지 서봉으로 가는 사람은 동봉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서봉에서 동봉으로 내려가는 산객은 눈에 띄게 적을 뿐 아니라 골짝도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사람 발걸음에 따라 자연은 이렇게 현저한 차이를 빚어낸다. ,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사람 발길 잦은 곳치고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던가? 자고로 자연을 훼손하는 주범은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

 

수태골에서부터 그저 잡목으로 봐 왔던 키 작은 나무에 가느다란 줄기가 얽히고설킨 나무에 잎 가장자리가 듬성듬성 깊게 패인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앙증맞고 풍성하게 맺혀 있는 황백색의 꽃이 유달리 이쁘게 피어 있었던 것이다. 한 두 그루에서 핀 것이 아니라 많은 개체가 무리지어 길섶을 따라 도열하여 꽃 피우고 있으니 그저 이쁘고 신기할 뿐이었다. 수도 없이 나다닌 길이지만, 이 나무를 유심히 바라본 적은 없었다. 오늘은 시기에 맞춰와 그런지 꽃이 이쁘게 피어 관심을 유도했지 그렇지 않았으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눈맞춤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의 이름이 국수나무란다. 가느다랗게 뻗어 자란 줄기가 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졌다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이름이 붙은 이유가 다소 궁색하다만, 어쨌든 국수 면발 같이 생긴 줄기에 황백색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에 가던 걸음을 잠시 놓았다.

 

그밖에 하얀 꽃이 활짝 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는 고광나무, 꽃이며 잎이며 마치 병든 닭 같아 보여 외면하다가 많이 보이지 않던 나무이기에 억지로 마음을 열고 찰칵했던 나무가 알고 보니 보리수나무였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런 경우를 미루어 보아 자연에 속한 미물 하나라도 소홀한 것이 없으니 세세하게 살펴보고 다닐 일이다. 이번 서봉 등정 길은 예상대로 이외에도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아직 꽃망울만 달고 있는 은대난초, 산괴불주머니가 지고 난 다음에 피는 염주괴불주머니, 하얀 꽃망울과 그 꽃망울이 터져 수술이 하늘을 치솟은 노린재나무, 독초로 분류하는 천남성, 꽃피고 진 자리마저 독특하고 이쁜 물참대, 잎이 큼직하니 무성한 나무에 딱 한 개만 꽃망울이 맺혀 있는 함박꽃나무, 코메디언 이영자씨가 진행하는 SBS 음식 프로그램 식사하셨어요에 나오는 유명한 방랑식객 임지호씨가 산기슭에서 쉽게 따 삶아 버무려 무친 맛나게 보이던 삿갓나물, 마치 잎이 청미래덩굴 같아 보이던 방사선형으로 꽃이 핀 선밀나물, 잎은 푸지기 수였으나 낙엽에 가리고 흙더미에 묻혀 간간히 보이던 족도리풀, 멀리서나마 어렴풋이 본 팥배나무꽃, 마찬가지로 멀찍이서 바라다본 마가목, 풀솜대, 때죽나무 등 눈이 호사한 날이다.

 

눈이 호사한 오늘 산행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팔공산에서 금강애기나리를 본 것이다.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보고자 염원했던 꽃도 아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애기나리를 보다가 곁에 있는 깨순이를 발견한 것이다. 꽃과 나무에 관한한 내가 늘 신세를 지고 있는 카페의 글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꼭 한 번은 보고야 말리라 생각했던 꽃이라 반가움이 더 컸다. 이런 금강애기나리는 한국 특산 식물로 강원도 고원지대 및 침엽수 숲속 그늘에서 자라는 다년초로 진부에서 처음 발견하였기에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한다. 깊은 산골짝이나 남부지방의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우리 특산종인 것이다. 우리나라 산야를 누비고 다니다보니 이제 서서히 우리풀, 우리나무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봐도 뭔지 몰랐고, 어쩌다 본들 대수롭잖게 여기며 지나쳤던 것들도 푸지기 수다. 그런데 이제는 여사로 보지 않는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오늘은 날씨가 유달리 맑고 청명하다. 서봉에서 바라보는 비로봉과 동봉이 참으로 살갑게 다가온다. 동봉에서 늘 보던 서봉에 서서 바라보는 조망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케이블카 정거장이 있는 신선봉도 발아래 놓여 있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직벽 아래 자리 잡은 원효대사의 발길이 머문 오도암도 정겹다. 머리 위에 머문 파란 하늘 위의 하얀 뜬구름도 산행에 지친 심신을 정제해 준다. 산은 늘 그렇다. 오욕에 찌든 인간의 허망한 욕심을 진단도 하지 않은 채 걸러주고 제어해 준다. 산은 그래서 항상 신령스러운 기를 품고 있나 보다. 오늘은 늘 자주 가던 팔공산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넘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한 곳을 아내와 난 무려 6시간을 죽이고 왔다. 왜 그렇지 않겠나? 꽃도 봐야 되고, 나무도 봐야 되고, 풍경도 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능력 밖의 행동을 하며 산을 오르는 것 같다. 과욕이려나~~~

 

 

 

 

 

처음으로 서봉부터 먼저 밟아 본다.

 

 

 

서봉 표지석을 먼저 맨 앞에 올리고

 

올라가면서 길섶에 핀 국수나무에 핀 황백색 꽃을 만난다. 이 길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도 대수롭잖게 여기며 별로 곁에 두지 않던 애다. 

 

조금만 더 가니 하얗게 핀 고광나무의 꽃도 예쁘게 피어 있다. 이런 모양으로 핀 애들이 많아 이름을 알기가 쉽지 않다. 모르는 나무와 꽃이름은 주로 카페 바람재 식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은대난초도 더러 봤는데 꽃망울이 금색이어서 금대난초가 했더니 아닌 모양이다. 은대난초가 맞나보다.

 

다음에는 이 지점에서 케이블카 방향으로 올라가 봐야겠다. 이쪽으로는 아직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수태골 폭포. 여기도 여름이 깊을 때 늘 보던 꽃이 있다. 그래서 갈 때마다 꼭 여기를 들린다.

 

물이 시원스럽게 쏟아지지는 않아도 꾸준히 내려오기는 한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 매화말발도리도 보이는데 ~

 

폭포 앞에 가로 놓인 암벽. 여기도 암벽등반을 한 흔적이 곳곳에 베어 있다.

 

노린재나무. 이름에 비하여 꽃이 너무 이쁘게 피어 있다.

 

팔공산에서 흔히 보는 천남성도 또 만나고~

 

여기서 늘 가던 동봉이 아닌 오늘은 서봉만 겨냥하여 간다. 아내가 동조해 주면 서봉에서 동봉을 돌아 이쪽으로 하산하면 되는데 아내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동봉쪽으로 가다보면 뭘 만나도 만나는데 오늘은 아내 때문에 안되겠다. 그냥 서봉갔다가 왔던 길 그대로 돌아나온다.

 

위 이정목이 있는 자리에서 보리수나무를 본다. 꽃과 잎이 바래진 것이 볼품 없었지만, 이름이 궁금하여 찍었더니 이 나무가 바로 그 유명한 보리수나무란다.

 

물참대. 범의귓과에 속한 낙엽 관목으로 5월에 산방 꽃차례 피며, 열매 모양 삭과이다.

 

함박꽃나무. 꽃망울이 딱 하나 맺혀 있는데 이 꽃이 입을 활짝벌리는 모습을 봐야하는데 참 아깝다.

 

바위 틈새 하나 놓치지 않고, 빼곡하게 자라는 고비류의 푸른 색감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설마, 저 거대한 바위를 연약한 고비류가 쫘악 갈라 놓은 것은 아니겠지. 저런 절리현상의 대부분은 나무뿌리가 깊이 침투해서 생겼거나 풍화의 흔적이리라~

 

삿갓나물. 끄트머리가 깊게 갈라진 나물은 우산나물이며 우산나물은 독초고, 삿갓나물은 식용으로 애용한다. 하지만 산나물은 아직 나는 단 한 번도 채위한 적이 없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좀 안다고 해도 나마저 산에 다니며 눈에 보이는 족족 뜯어 담는다면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닐진대 어디 남아 나겠나? 모르는 사람은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선밀나물도 헷갈린다. 유사종으로 청가시덩굴과 청미래덩굴도 있다. 이눔은 잎 모양으로 봐선 꼭 청미래덩굴 같다. 기는 덩굴이 아니라 서 있어 선밀나무로 동정한다.

 

벌깨덩굴도 이제 어느 산을 가더라도 내년을 기약해야 되리라 본다.

 

천남성. 지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있어 좋다. 

 

능선에 올라 만난 이정목. 서봉 4km 지점이다.

 

흔히 연달래라고도 하는 산철쭉이다. 아직 듬성 듬성 남아 있다.

 

자, 드디어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금강애기나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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