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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야생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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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15. 5. 10.(일)

누구랑 : 혼자

어디로 : 팔공산 ???

 

 

일주일에 한번은 다녀와야지!

그래서 이번에는 들꽃을 중심으로 산행은 덤으로

 

 

흔적

 

영어로 "최초의 장미"라는 뜻의 프림로즈(primrose)를 우리는 앵초라고 부른다.

5월의 여왕으로 알려진 장미보다 먼저 피고 먼저 지니 장미의 선조가 되는 꽃이다.

이런 앵초는 이른 봄에 피어나 꿀벌을 만나기도 전에 시들어

"시집가기 전에 죽는 꽃"으로도 불리며, 그와 어울리는 젊은 시절과 고뇌란 꽃말을 담고 있다.

앵초의 꽃말이 앵초의 운명과 잘 어울린다.

 

앵초는 지난 주 5월 첫 황금연휴 때 강촌의 구곡폭포 가는 길에 원 없이 보고 또 봤다.

자연산 앵초를 처음 대면한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지라

이번에는 은근슬쩍 큰앵초를 보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강원도 산골에서 앵초를 봤으니 내 사는 가까운 곳,

팔공산에서 작년에 봤던 큰앵초를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큰앵초는 앵초와는 달리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지닌다.

오늘은 과연 앵초 군락을 찾아 무더기 행운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악동아리정기 산행 시 길을 잘못 들어 우연하게 만났던 행운의 집단을

오늘은 과연 볼 수 있을지 의문을 가득 안고 길을 떠났다.

그때 이후로 시부지기 찾으러 갔다가 찾지 못한 기억이 한 번 있어

오늘은 다부지게 마음먹고 꼭 찾으리라 굳게 다짐을 한 채 길을 나선 것이다.

 

아내가 요즘 심신이 매우 피로하다.

이럴 때 함께 꽃바람이라도 쐬러 가면 마음이 신선해 질 수 있을 텐데

나약해진 몸과 마음이 그럴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혼자 가기 마음이 좀 쓰였지만, 양해를 구하고 홀로 산으로 들어갔다.

 

내 고장 명산, 팔공산을 나는 수시로 드나든다. 팔공산은 높은 산이며 폭이 넓고도 깊다.

팔공산 야생화를 보러 갈 때면 나는 늘 애용하는 코스가 따로 있다.

그 길을 따라가자니 예상대로 초입에 늘어선 병꽃나무는 이미 시들어 가고 있었다.

아직 미나리냉이는 지천에 늘어져 한창 뽐을 내고

독초인 천남성과 방사선형으로 꽃대가 나와 꽃을 터뜨린 선밀나무

앙증맞게 하얀 망우리가 고운 고추나무

노란꽃이 예쁜 미나리아재비, 앙증맞은 덩굴꽃마리와 애기나리

낙엽에 쌓이고 땅에 찰싹 붙어 사진 찍느라 애를 먹은 족도리풀

그리고 하산하면서 바위 위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자라 더욱 귀히 보이는

인가목조팝나무랑 아구장나무를 합쳐 대략 20종 이상의

크고 작은 꽃들을 가슴에 담으며, 봄이 무르익고 여름이 오는 모습을 보고 또 봤다.

 

정작, 보고자 원했던 큰앵초는 생전 가지 않던 길을 마음먹고 뒤지며 다녔건만

헛걸음만 하고, 결국, 야생화 탐사를 한답시고 등한시 했던 산행만 더한 꼴이 됐다.

하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노.

기왕지사 산에 들어갔으니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면 더 없이 좋았으련만

세상살이가 욕심대로 어디 쉬 이루어지던가?

큰앵초 대신 팔공산이 가지고 있는 일부나마 봤으니 그로서 감사할 뿐이다.

 

오늘 내가 들어간 팔공산은 늘 가던 곳을 먼저 다녀온 후

다시 중간쯤 내려와 근래 잘 가지 않던 계곡 쪽으로 새로운 탐사를 시도했다.

요즘 비가 심심찮게 내린지라 역시 계곡에는 맑은 물이 너럭바위를 타고 기분 좋게 흐르고 있었다.

 

같은 곳 다른 장소였지만, 계곡 쪽은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달리 다른 종을 더러 만나게 해 주었다.

발품 팔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올라가는데

아무도 없는 계곡의 너럭바위가 외로운 산객의 발걸음을 대책 없이 주저앉힌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여진다. 꽃을 찾아 더 올라갈까 여기 주저앉아 망중한을 즐길까?

머리는 잠시 혼동을 하는데 발걸음은 너럭바위로 절로 굴러간다.

 

, 그러면 오늘 활동은 여기서 접자.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치 온돌처럼 펼쳐진 너럭바위에 무거운 엉덩이를 덜컥 내려놓는다.

붉게 물들어 아직은 건재함을 과시하는 병꽃나무와 해맑은 고추나무의 신선함에 더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아울러 팔공산이 내뿜는 자연의 소리가

내가 앉은 너럭바위의 품으로 모두 다가온다.

팔공산의 일부를 내가 점령하는 순간이다.

 

지금 나는 이토록 힐링을 하며 내친김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건만

이 순간을 아내는 집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함께 곁에 있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 하지만

몸이 성치 않을 때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저런 잡다한 상념은 바람결에 실어 보내고

여름이 오는 봄의 마지막 시즌을 즐기며 꽃과 함께

팔공산의 자연 속에 묻혀 한 나절 잘 보내다 간다.

 

팔공산 다 내려와서 초입의 높은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 아래

크고 작은 나무에 몽실몽실 피어 있는 이쁜 꽃이 무리지어 있다.

차를 적당한 곳에 세워놓고 카메라와 입맞춤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아구장나무와 흔치 않은 인가목조팝나무가 다음에 또 오라고 유혹을 한다.

 

팔공산은 당분간 오기 쉽지 않으리라.

여기저기 식생환경에 맞는 꽃을 찾아다니려면

이제 시기에 맞춰 피는 꽃을 보러 다녀야 한다.

오는 토요일은 잔치도 있지만, 부조만 하고

또 다른 환경에서 피는 또 다른 종을 만나러 가야할 것 같다.

 

 

 

 

졸방제비꽃

 

덩굴꽃마리

 

수정 같이 맑은 물은 언제봐도 찌든 속내를 맑게한다.

 

이쯤에서 사진 한 장 안 찍고 가는 사람 드물죠. 숱하게 왔지만, 한 번 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예전에는 애기똥풀로 치부하고 그냥 지나쳤을 미나리아재비도 이제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미나리아재비

 

벌깨덩굴은 사진을 담으면 보랏빛과 하얀 꽃술에 박힌 점박이가 의외로 잘 받는다.

 

요놈은 졸방이 아닌 콩제비꽃인지 분명 꽃모양과 잎모양이 다른데~

 

여기 병꽃나무는 벌써 지기 시작한다. 가는 길에 가로수처럼 늘어 서 있는 게 병꽃나무였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색바랜 빛을 띠고 저물어 가고 있다.

 

고추나무는 한창이다. 꽃이 피지 않을 때는 고추나무인지 잘 모르겠더만 꽃망울이 생기면서부터는 이제 확실하게 감이 오는 친구다.

 

 

애기나리는 꽃이 아래로 쳐져 있어 사진을 담기가 쉽지 않다.

 

미나리냉이는 가는 곳마다 지천이라 대충 한 방 누르고 그냥 스쳐지나 간다.

 

꼭두서니도 이제 제 모습을 가진 채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째 천남성도 점점 귀해 지는 것 같다. 이 시기면 미치광이풀도 함께 봐야 하는데 통 보이지를 않는다. 아마, 나쁜 손 탔나 보다.

 

 

덩굴꽃마리도 자주 본다.

 

너도바람꽃을 보려면 내년에 더 일찍 서둘러야겠다.

 

큰괭이밥도 벌써 꽃이 진 모양이다. 언제 제대로 만나야 할 텐데~

 

독초인 천남성도 심심찮게 본다.

 

애기괭이눈도 벌써 한창인 시기가 지났나보다.

 

'개찌버리사초'라 하는가 본데 사초류도 이름이 정말 어렵다. 바람재 정가네 님의 덕을 톡톡히 본다.

 

선밀나물. 이 친구를 만나고 이 사진 한 장 얻자고 무려 10여분을 투자했다. 마침 뭘 잘못 건드렸는지 사진기가 작동이 잘 안되어 촛점이 안 잡히길래 10여 장을 찍은 후 겨우 이 사진 한 장 건졌다. 좀 아쉽다. 

 

냉이류도 어찌나 많은지~ 이 친구는 싸리냉이로 동정을 한다.

 

처음 올라갔던 곳으로 다시 내려와 다른 계곡을 타고 올라가노라니 아무도 없는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바위가 놀다 가라고 끊임 없이 유혹을 하는 바람에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서 한참을 노닐다 간다.

 

너럭바위 곁으로 흐르는 물이 마냥 정겨워 한 나절 푹 쉬었다 갔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이미 너무 많이 지났다.

 

이끼 낀 바위와 애기괭이눈이 녹색빛을 띠고 있는 모습만 봐도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졸졸졸 흐르는 물과 너럭바위 위로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어찌 그냥 갈 수가 있겠나.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우선 쉬어나 보자.

 

아무도 없고 혼자 전세를 낸 것 마냥 천지가 내 것이다. 뭐가 부러우랴~

 

개찌버리사초와 제비꽃과 쏟아지는 물의 조합이 잘 어울리는지~~~

 

떨어지는 물을 갖고 장난을 하면서 함께 논다.

 

인가목조팝나무. 나름 귀한 조팝나무류라 한다.

 

어수리인지 궁궁이인지 말라 비틀어진 놈이 나름 멋이 있어 보여 잡아보았다.

 

족도리풀, 이 눔은 당체 땅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사진 찍기가 수월하지 않다. 요만큼 담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아내든 누구든 함께 왔더라면 이놈한테 이만큼 정성을 들일 여유가 없을텐데 오늘 혼자 잘 왔다.

 

동봉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가끔 눈에 띄나 인적이 거의 없으니 적당히 발가벗고 들어가 저 물 속에 드러눕고 싶다.

 

모처럼 애기나리 꽃잎이 위를 보고 활짝 핀 애가 있는데 이 그림을 놓칠 수 없지~

 

광대수염도 지천이더만, 오늘 카메라 조작이 서툴러 욕심만큼 가져오지 못했다.

 

팔공산, 내 고장 산이지만 참 좋은 산이다. 어느 구석 어느 골짝을 가더라도 팔공산은 다 좋다.

 

이 얼마나 머물다 가고 싶은 풍경인가~

 

병꽃나무와 하얀고추나무가 계곡에 흐르는 물과 벗하며 잘 어울리고 있다.

 

커다란 층층나무꽃이 가는 발걸음을 다시 옭아맨다.

 

아구장나무가 암벽을 둘러싸고 하루를 보내고 가는 꽃님을 마지막으로 반기며 잘 가시라고 손짓을 한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차를 세워 아구장나무와 입맞춤을 하고 논다.

 

참 탐스럽게도 피어 있다. 아구장나무와 마지막을 작별인사를 나누며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