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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오늘, 이유 있어 찾은 팔공산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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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행보다 봄꽃보다 갓바위를 찾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 언제 : 2015. 4. 11.(토)

■ 어디로 : 팔공산 갓바위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오늘은 아내랑 함께 문경 대야산을 가고 싶어 어제 퇴근 전에 대야산 산행지도를 미리 출력하여 주머니 속에 단단히 챙겨 놓았다. 아마 아내는 갓바위를 가고 싶어 할 것 같았지만, 혹시 대야산을 가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비해 놓은 정도였다.오늘은 팔공산 갓바위로 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 나도 대야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무래도 아내랑 함께 갓바위를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 가면 되니 행선지는 아내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어제 퇴근길에 헬스장을 가려고 나서는데 손교감한테 연락이 왔다. 박교감은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면서, 손교감과 함께 근무하는 나도 잘 아는 김쌤이 가산야영장에 캠핑을 하고 있으니 함께 가잔다. 우리학교 박교감과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이쁜이 김교감까지 가세를 한단다. 김쌤도 안 본지가 꽤 됐고, 박교감을 제외한 다른 두 교감 중 한 분은 이번 3월에 승진을 했고, 또 다른 한 분은 이동을 하여 가까운 곳에 왔음에도 제대로 축하도 해 주지 못했던 터다. 묻힌 김에 잘 됐다 싶어 겸사 겸사해서 합세를 했다. 그러다보니 여교감 셋에 어줍잖은 사나 한 명이 끼인 택이다.

 

6시쯤 만나기로 하고 어제 마신 막걸리 냄새라도 없애기 위해  헬스장을 잠깐 들렀다. 헬스장에는 수화니 님이 계셨다. 수화니 님은 날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내일 다른 일정이 없는가 묻는다. 문경 대야산 갈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대뜸 창원에 있는 천주산에 가잔다. 기차표가 있으면, 예약을 해 둘테니 기차를 타고 가잔다. 그도 뭐 그리 나쁠 것이 없어 그러자고 했는데 대충 몸에 물만 축이고 집에 와 아내한테 얘기를 했더니 역시나 아내는 팔공산 갓바위를 갔으면 한다. 혹시 했던 문경 대야산과 수화니 님과의 창원 천주산은 아내의 이유 있는 결심에 모두 무산되어 버렸다. 할 수 없이 야영장에 올라와서야 수화니 님께 우리는 함께하기 어렵다고 전하고 우리는 당초 의도했던 대로 맘 편하게 갓바위를 갔다.

 

갓바위는 아내와 함께 수시로 드나드는 산이다. 그런데 오늘 만큼은 다른 때와 달리 가야할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다. 갓바위는 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언제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산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열 일 제쳐 두고라도 갓바위에 가야 한다. 물론 나는 절에 다니거나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는지라 아내가 가고자 하면 언제든 따라 나선다. 지아비로서 아비로서 그 정도는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여기고 있다.

 

아들내미의 일상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 간다. 하는 일도 잘 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백분 발휘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넉넉하건만, 아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내노라 하는 우리나라 4대 ●●법인 중 한 곳에 다니면서 상사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 받아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붙들려고 유인책을 강구해도 모두 마다하고, 독립하여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와 함께 사무소를 개설하고 거기다가 그 바쁜 와중에 그렇게 가기 힘들다는 전문대학원까지 합격을 해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다. 그뿐인가?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판에 또 사업을 하나 벌여 놓았다. 부모된 마음으로는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넘치는 형국이라 몸이 버텨낼지 도무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니 아내는 왜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찾고 싶지 아니하겠는가? 물론 나는 아들내미의 의중을 최대한 존중하고 마음로나마 큰 박수를 보낸다. 본인이 잘 요량하고 저울질 해서 하는 일이니 매사 만사형통하리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을 믿는다.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얘들은 그것까지 감안하여 일을 벌였으니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물론 실패해서는 안 되겠지만, 실패를 해도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 얘들이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미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구워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로지 격려와 사기를 충전시켜 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일이야 없는 것 보다 많은 것이 낫지만, 그래도 부모는 자식의 건강이 제일 우려된다. 군대 가기 전과 후에는 아비와 달리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더니 요즘은 운동할 시간도 없는지 똥배도 조금 튀어 나왔다. 바삐 살아가는 자식의 이런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해서 갓바위로 달려간 것이다.

 

올라 갈 때는 여느 산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시기에 피어 나는 들꽃이 없나 유심히 살피며 갓바위 부처님께로 한 발 한 발 다가 갔다. 등로로만 가는 내겐 웬만해선 특별히 귀한 야생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등로 주변에 보이는 얘들만 보고 다닌다. 그래도 워낙 이산 저산 헤매고 다니는지라 남들이 보지 못한 귀한 야생화도 꽤 많이 보고 다니는 편이다. 오늘 갓바위 올라가는 길도 그렇다. 요즘 지천에 피어나는 흔한 야생화들이 대다수다. 길만 나서면 볼 수 있는 흔한 야생화 무리인 산괴불주머니와 족보가 무지하게 복잡한 제비꽃 무리와 현호색 일색 그리고 양지꽃과 같은 그런 무리들을 접하며 간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니 어느새 갓바위 부처님 전에 다다랐다.

 

올 때마다 아내는 부처님 전에 빈손으로 배알하는 법이 없지만, 오늘도 역시 굵은 양초에 아들내미 이름과 오늘 개업하는 상호명을 적고 공을 들인다. 그 모습이 너무 곱고 예뻐 사진을 찍어 어미의 마음을 아들내미한테 바로 전송을 했다. 번개 같이 전파를 타고 날아온 사진을 본 아들이 너무 감동이라는 메세지로 화답을 보낸다. 이 모습을 본 나는 절로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아비의 얼굴엔 걱정되는 마음은 간 곳 없고 흐뭇한 미소만이 감돈다. 됐다. 건강하게 뭐든지 잘 하고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아내가 절을 할 동안 나는 또 아들내미가 사준 카메라로 갓바위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사진 촬영을 했다. 약사암과 용덕사, 용주암, 선본사 그리고 저멀리 영천쪽에서 갓바위로 오는 산을 끼고 도는 길을 찍었다. 갓바위에 자주 온 만큼 찍고 또 찍은 장면이지만, 난 올 때마다 찍는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은 적은 거의 없다. 그래도 카메라 사양이 어떠하건 아랑곳 하지 않고 찍고 또 찍는다. 뚝심 하나는 알아 줘야할 것 같다. 모르긴 해도 아들내미가 아비의 뚝심 하나는 닮은 모양이다.

 

갓바위에서 시간을 보낸 후 아내와 난 엄마한테 갔다. 형수와 만나 엄마한테 주어진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한 후 엄마가 끓여 놓은 삼계탕을 먹고 왔다. 내 어머니 역시 팔순 중반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건강하신 편이다. 아내에게 늘 얘기하지만, 우리 집안에선 엄마가 제일 효자라고 밥 먹듯 노래한다. 긴 병 끝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셔서 천만다행이다.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오래 오래 살아 주시길 바라고 증손주들 모두 안아 보셨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우리도 건강을 잘 지켜야겠다. 적어도 부모보다 먼저 가는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하루 이래저래 바빴지만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하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님

 

갓바위로 가기 전에 울 아파트에 탐스럽게 핀 박태기나무의 꽃

 

아침에 출근하기 바쁘고 저녁에 늦게 오니 찍을 여유가 없다. 오늘 마침 갓바위 가는 길이라 먼저 박태기나무를 보고 간다.

 

 

 

갓바위 오르기 전 산기슭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괴불나무의 노란 꽃을 먼저 본다.

 

초입에 가로로 뻗은 왕벚나무의 큰 줄기에 경쟁하듯 뻗어 있는 가녀린 줄기의 벚꽃이 독특하다. 

 

 

 

 

제병등신불을 중심으로 관음사 극락전을 담아본다. 이 장면도 많이 찍은 장면이다.

 

 

 

제비꽃

 

관암사 대웅전. 역시 이 장면도 많이 찍은 장면이다.

 

양지꽃도 노랗게 피어 가는 길을 가볍게 해준다.

 

제비꽃은 종류가 너무 많다.

 

이넘도 제비꽃

 

노랑제비꽃은 오가는 길에 지천이다.

 

산괴불주머니도 마찬가지다.

 

개별꽃도 무리지지어 있으면 더 이쁘다.

 

나뭇잎을 비비고 나오는 고비류의 움직임은 마치 동자승이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꼭두서니는 한창 용트림을 하고 있다.

 

갓바위는 멀지 않음에도 경사가 급한 길을 내내 올라가야 하니 갈 때마다 그도 쉽지 않다.

 

뭘 그리 바라보시는지요.

 

이런 풍경을 선명하게 잘 찍고 싶은데 생각대로 잘 안된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맘처럼 널리 굽어살펴 주소서^^^~~~^^^

 

 

에휴, 부처님께서도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 많은 불자들의 소원을 다 들어줄래면 바쁘시겠다 바쁘시겠어.^^^

 

갓바위에 올라 여기저기 조망하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약사암

 

용덕사와 용주암. 용주암 너머 산불감시초소 뒷길로 내려가는 길도 전망이 좋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길이 있으면 절이 있다.

 

용주암

 

 

요 문양은 천정에 매달린 소원등끼리의 빈 공간이 만든 문양이다.

 

팔공산 관봉 선본사 만불대원탑

 

 

 

팔공산 종주 시 넘어야 하는 능선

 

선본사 대웅전 뒷편

 

공양간. 비빔밥과 씨레기국이 있었는데 요즘은 언제부터인지 그 옛날 짠지를 주던 시절로 되돌아 왔다. 그래도 그 옛날에 없던 국물은 있네요.

 

범종루. 공양간 있는 곳에 있다.

 

 

 

현호색

 

고비류

 

노랑제비꽃

 

약사암

 

 

 

 

 

 

 

삼천불전 내부 모습

 

 

 

 

 

 

 

 

 

제비꽃

 

노랑제비꽃

 

관음사로 내려와 부처님을 다시 배알하고 간다.

 

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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