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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을미년 정월 초이틀 찾은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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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설 다음날 찾은 갓바위

 

 

■ 언제 : 2015. 2. 20.(음력 정월 초이틀)

■ 어디로 : 갓바위 주차장-팔공산 갓바위-약사암-용덕사-용주암-장군석 가는 길-갓바위 주차장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설 쇠었다고 아내가 갓바위를 가잔다. 아무래도 아들내미가 사무실을 개소하고 대학원에다가 또 다른 사업까지 벌인 관계도 있고, 딸내미도 시험이 임박하니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이나 보다. , 가산산성에 복수초가 폈는지 아니면 대구수목원에서 설 명절 연휴를 이용해 희귀식물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거기나 가볼까 했는데 아내의 맘을 뻔하게 아는지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에는 지아비로서 아니 아비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이럴 땐 말없이 조력자의 역할을 단단히 하는 것이 제일이다.

 

음력으로 정월 초이틀이라 그런지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은 역시 무지하게 많았다. 차를 세울 곳이 없어 경차를 몰고 갔음에도 공영주차장엔 자리가 없어 주차비가 비싼 맨 아래 사설 주차장까지 다시 내려갔다. 거기에도 주차 형편이 넉넉지 않은지 차량 몇 대분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경차임에도 거금 2,000원을 냈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길가 양쪽에 차량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주차장이 만차가 되었으니 길가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차라리 우리도 조금 더 늦게 왔더라면 길가에 주차하고 2,000원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얼마 안 되지만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공을 들이러 가는 사람이 공짜 좋아하면 안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난 갓바위를 가자면 시멘트 포장길로 가지 않고 오른쪽 산기슭으로 난 산길을 애용한다. 오르막 포장로를 걷다보니 힘들고 지겨워 이젠 괜히 그 길을 걷기가 싫어졌다. 오늘도 예외 없이 포장로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관음사까지 갔다. 그런데 지난 번 남해 대방산에 갔을 때도 그렇더니 오늘도 갓바위까지 올라가자니 유달리 힘겹고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관음사 위 관암사까지 아내랑 함께 갔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아내더러 먼저 올라가게 한 후 나는 혼자 쉬엄쉬엄 용주암 쪽으로 가서 사진이나 찍으면서 아내가 내려오는 시간에 맞춰 약사암에서 서로 만나 점심공양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갓바위에 공을 빌러 갈 땐 힘든 계단길로만 다닌다. 그래야 효험이 있다고 여기거나 아니면 공을 빌러 가는 사람이 쉬운 길만 찾아다니며 공을 들이는 자체가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여긴다. 나도 여태 그렇게 따라 다녔지만, 오늘 만큼은 호흡이 가쁘고 발목이 땡겨 올라가기가 평소에 다니던 때와 같지 않다. 웬만하면 함께 보조를 맞추어 주고 싶었지만, 할 수없이 아내 혼자 보내고 난 보다 쉬운 용주암 방향으로 따로 갔다. 느린 걸음으로 슬금슬금 갔어도 갓바위로 간 아내보다 내가 먼저 용주암에 도착했으리라. 용주암에 도착한 나는 자주 갔던 곳이지만 용주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늘 똑딱이로 찍던 사진을 오늘은 아들내미가 사준 카메라로 이리저리 요리조리 찍어댔다.

 

그러고 있자니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갓바위 올라가는 길에 사람도 많고 길이 미끄러워 아직 갓바위 턱 밑에서 지체하고 있단다. 어쨌든 약사암에서 만나기로 하고 할 수없이 용주암에서 시간을 더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있자니 갑자기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했다. 마침 전에 가보지 않았던 곳을 내려가니 거기가 바로 공양간이다. 내려올 때 아내가 하는 말이 용주암 공양간이 공양이 잘 나온다고 했는데 진작 알았다면 혼자 용주암 공양간에서 공양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양이 좋다지만, 혼자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알았다고 해도 아내랑 약사암에서 만나 함께 먹기 위해 난 분명히 참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 아내가 갓바위까지 가지도 않았으니 혼자 있기엔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용주암 구석구석을 다 누비고 다녔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다가 언젠가 용주암 위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갔던 기억이 나서 용주암 위로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얼마가지 않아 바로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났다. 지난 번 관암사에서 올라와 용주암과 용덕사로 가는 삼거리 매점이 있는 쉼터에서 올라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용주암 가는 길목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오늘에야 알았지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을 가자면 용주암에서 가는 것이 더 수월함을 알았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갓바위를 보니 어두운 눈으로 봐도 관봉의 부처님 전에 공들이는 사람들로 빽빽하다. 저 대중 속에 우리 마눌님도 섞여 있으리라~

 

산불감시초소에는 산불감시하시는 분이 초소 안에 계셨다. 팔공산을 웬만큼 다녔어도 용주암 위 산불감시초소를 기준으로 동남쪽 방향은 아직 생소한 곳이라 내친김에 감시초소에 계시는 분께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했다. 혼자 초소 안에 계셔서 그런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은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을 잘도 해 주신다.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더니 팔공산 전모를 안내한 팸플릿도 건네주시며 참고하시란다. 받고 보니 그것은 팔공산 다니며 이미 보관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주는 정성이 고마워 있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챙겼다. 덕분에 아직 발길 닿지 않은 팔공산 길을 알았으니 다음에 기회 있을 때 그쪽 방향으로도 가봐야겠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또 다른 수확도 얻었다. 용주암에서 올라갔던 길은 눈이 녹아 길이 질퍽해서 미끄러우니 그쪽으로 가지 말고 장군바위와 용주암 가는 능선 사거리로 내려가 왼쪽으로 돌아가면 더 편하고 좋은 길로 용주암을 갈 수 있단다. 아울러 더 큰 소득은 갓바위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도 늘 다니던 갓바윗길 말고 방금 지나온 장군바위와 용주암으로 가는 능선 사거리에서 남쪽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단다. 옳구나. 약사암에서 아내와 만나 내려갈 때는 이곳으로 내려 가봐야지~

 

아내와 도킹하기 위하여 약사암으로 갔다. 아내 홀로 갓바위 보내 놓고 나 혼자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아내보다 오히려 내가 훨씬 더 많이 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 혼자 보낼 것이 아니라 함께 갔을 걸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팔공산의 또 다른 길을 알아냈음이 만면에 희색을 머금게 했다.

 

이제 약사암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는 벌써 약사암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기다릴 아내가 마음이 쓰여 빠르게 약사암으로 이동했다. 멀지 않은 길인데 바쁘게 가자니 용주암에서 약사암까지도 그리 녹록치 않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멀어 보이는가 보다. 어쨌든 아내보다 조금 늦었지만, 우린 약사암에서 만나 먼저 주린 배부터 채웠다.

 

약사암에서 다시 용주암으로 왔다. 오는 길에 용덕사에 들리니 천연약수란 팻말이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가니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돌아서 용주암으로 갔다. 아내도 용주암에서 갓바위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알리가 없다. 아내가 다니는 팔공산은 나랑 같이 다니지 않는 다음에야 갓바위가 전부이니 오늘 개발한 길을 알 리가 있나. 새로운 길로 가자니 아내도 그런 곳이 있었던가 싶은지 신기한 마음으로 따라 왔다.

 

용주암을 지나 장군바위 가는 능선 사거리에서 우리는 갓바위 주차장을 가는 방향인 남쪽으로 향했다.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길 따라 계속 가면 된다고만 하는데 산객이 거의 없는 이 길엔 헷갈릴 때 물어볼 사람이 없다. 갓바위 주도에는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로 득실대지만, 이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 길은 미리 선점하고 나선 부부 한 쌍을 만난 것 외엔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간혹 갈림길이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가서는 안 될 것 같다. 헷갈릴 때면 무조건 길이 선명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될 것 같다.

 

갓바위를 들락거리며 오늘은 내려가는 길에 참으로 신선한 길을 만났다. 장군바위 쪽으로 암봉 군락이 그렇게 멋들어지게 줄지어 서 있을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다. 조망도 좋고 가지 않은 길이라 팔공산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길은 다소 갓바위 주도보다는 경사가 급하고 협로이긴 하였지만, 질퍽하지도 않고 아무도 없는 솔밭 길 사이로 지나오니 마치 팔공산을 오늘 우리가 전세 낸 것처럼 마냥 흥미롭고 신이 난다. 아내를 보좌하여 갓바위까지 가지도 못한 주제에 그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처럼 신바람만 그득하다.

 

오늘 설 쇠고 찾은 팔공산 갓바위는 아내는 아내대로 공을 들여 만족하고, 나는 나대로 팔공산의 또 다른 길을 알아낸 수확에 아내를 뒷받침 해 주지 못한 아쉬움에서 벗어났다. 그렇지 않고 약사암까지 갔다가 그냥 왔던 길로 도로 내려왔으면, 또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이 가득 찼을 텐데 아무쪼록 다행스럽다. 그나저나 이제 큰일이다. 갓바위 가는 것도 이리 힘들어 해서야 어디 앞으로 산에 다닐 수 있겠나? 앞으로 지금처럼 5년 동안은 주말마다 산에 더 다녀야 할 텐데 이런 형편으로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일부터 당장 헬스장에 다시 등록해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헬스장에 다녀도 산에 갈 때 큰 도움은 안 되더라마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안 낫겠나? 그리 생각하고 다시 헬스장도 열심히 다녀야겠다.

 

 

 

머리 사진으로 올린 그림. 갓바위 부처님이 계신 관봉이 용주암 위 산불감시초소에서 보니 가깝고 가장 잘 보이네요.  

 

관암사 삼성각

 

용주암 입구에 있는 풍경이며 갓바위 갔다가 주로 약사암으로 내려오면서 들리는 절이다.

 

용주암은 아기자기하고 운치가 그윽한 절이다.

 

 

 

용주암에서 바라본 관봉

 

 

 

 

 

 

용주암 위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면서

 

요런 석문 같은 바위도 나오네요.

 

관봉과 용덕사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면서 용덕사를 중심으로

 

관봉도 요리조리 찍어봐도 솜씨가 일천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산불감시초소에 올라 장군바위 가는 길을 알아낸 것이 오늘 갓바위를 찾은 수확이다.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면 이런 바위 무더기도 있습니다.

 

장난질~

 

또 장난질~

 

또 장난을 해봅니다.

 

또 해 볼 장난거리가 남아 있었네요.

 

산불감시초소에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산불을 감시하느라 애쓰시고 계시네요. 이 어른을 통해 아직 몰랐던 팔공산 자락의 또 다른 곳에 대한 정보를 많이 입수 했습니다. 

 

아내를 만나기 점심 공양을 하러 산불감시초소에서 내려와 약사암으로 갔다. 약사암에 있는 삼천불사 내부 모습

 

약사암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다시 용주암으로 되돌아와 여지껏 가보지 않았던 길을 따라 갓바위 주차장으로 간다. 장군바위 가는 길이다.

 

장군바위 가는 길의 암봉군락이 멋지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을줄이야... 다음에 가야 할 곳으로 남겨둔다.

 

암봉 군락이 멋드러지게 전개되는 이 모습을 어찌 이제사 봤을고~

 

능성동 예비군훈련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군대 제대 후 여기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루해 까딱 잘못했으면 수술할 뻔 했다.

 

팔공산 좀 다녀봤다고 자신했더니만 이 길을 왜 몰랐는지 모르겠다.

 

암봉군락이 너무 멋있어 자꾸 찍어댄다. 목적한대로 잘 나오지도 않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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