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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하늘정원/가산산성/금호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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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구입 시험 출사

팔공산 하늘정원과 가산산성 & 금호강변



■ 언제 : 2017. 7. 8.(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가산산성, 칠곡금호지구 금호강변

■ 누구랑 : 나랑




흔적

 

고심 끝에 망원렌즈를 새로 하나 구입했다.

니콘 보급기 표준렌즈 18-55mm에서 다소 파격적인

18-300mm의 전천후 망원렌즈를 장만한 것이다.

그동안 55mm만 사용하다가 300mm 망원을 가졌으니 말해 무삼하리오.

마음은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 것만 같다.

 

장맛비가 내린단다. 비 올 확률이 60%를 상회한다.

아내는 지역 모 산악회에 객원으로 참가해 문경으로 간다.

절에 함께 다니는 도반 3명이 객원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가야하는 아내를 모임 장소까지 데려주고

내친김에 나도 산에 갈 채비를 하고 바로 팔공산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팔공산에 간 것 치고는 가장 이른 시간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60%였지만, 비 맞을 확률은 100%라 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 팔공산으로 향하는 지금 비는 오지 않는다.

현재 비가오지 않으니 비로봉까지 운이 좋으면 비를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새로 구입한 렌즈 때문이라도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장만한 망원렌즈에 거는 기대가 자못 궁금하다.

사진기를 둘러메고 하늘정원에 발을 내려놓는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문이 구름 속에 묻혀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자석에 끌리듯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흡입되듯 빨려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뭣이 있는지는 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봐야 안다.

하지만 수시로 여길 드나드는 나는

내 가는 길목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간파하고 있다.

비록 구름이 장막을 쳤다 해도 목적 없이 다닌 것이 아니기에

그 정도는 팔공산을 다닌 만큼 혜안이 생긴 것이다.

 

하늘정원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바람도 심하고 구름이 산을 다 가렸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이 꽃을 흔들고, 구름이 꽃밭을 덮은들

300mm 렌즈를 달고 온 내 기분마저 덮을 순 없다.

새 렌즈를 달고 오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보인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데크 주변 수풀 속 깊은 곳에

하얀 머리칼을 정갈하게 빗어 넘긴 꿩의다리가 무리를 지어 있다.

이전 같았으면 데크 가까이 잘 보이는 것 위주로 담을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과시라도 하듯 렌즈를 길게 최대한 쭉 뽑아 땡겨본다.

길게 다 뽑았더니 산발한 머리카락이 화면에 꽉 차 지렁이 같아 징그러워 보인다.

55mm300mm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맘 때 하늘정원 데크 길에는 참좁쌀풀이 대세를 이룬다.

참좁쌀풀은 데크 가까이에도 많아 이번에는 망원에 이어 근접 촬영 여부를 시험해 본다.

접사렌즈가 없기에 근접 촬영 상태 역시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근접 촬영 상태는 예상했던 대로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가 뚜둑 뚜둑 내려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물레나물의 팔랑개비처럼 생긴 노란 꽃잎 중심에

빠알간 수술이 빽빽하게 올라온 모습은 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한다.

언뜻 보면 물레나물 같아 보이는 고추나물이 물레나물과 경쟁을 하듯 키 재기를 하고 섰다.

근접 촬영 기능이 접사렌즈 만큼은 안 되지만,

나름대로 이들을 섭섭하지 않을 만큼 잡아 낼 수는 있다.

그러면 됐다. 출사 나갈 때 마다 광각, 망원, 접사를 다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렌즈를 기능별로 갖추고 있지도 않지만,

나 같은 부류는 아직까지 기능별 렌즈가 아닌 전천후 렌즈가 잘 어울린다.

 

비가 내린다.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내려가기는 싫다.

비가 더 많이 올지 그칠지를 판단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니

기린초 더미 속의 옥잠난초가 마치 연꽃 속의 심청이처럼 불쑥 나타난다.

깜짝 놀랐다. 여긴 내 아지트나 다름없는 곳이건만,

아직까지 여기서 옥잠난초를 본 적은 없었다.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다른 곳엔 없나 싶어 구름을 다 쓸어내고 봐도 없다.

내가 방금 본 딱 한 포기밖에 없다. 기가 막힌다.

봄이 무르익어 갈 때 우연히 팔공산에 출사 나온 무리들로 인해

전혀 꽃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바위 무더기 속에 키다리난초가 있음을 알았지만,

내 눈으로 팔공산에서 귀한 난초류를 발견하고 사진기를 들이댄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기분은 비구름을 타고 하늘을 난다.

 

비가 좀 더 거세지고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렌즈에 물이 묻기는 해도, 우산이 있어 그래도 견딜 만 했다.

내친김에 비로봉까지 다녀오기로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다.

공군부대와 팔공산이 구름에 완벽하게 갇혀있다.

모퉁이를 돌며 공군부대의 반석이 된 만물상을 담아볼 요량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쓰고 있던 우산이 뒤집어지고 사진기가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

몸뚱어리야 비 좀 맞으면 어떠련만 아무래도 카메라 렌즈가 문제다.

그것도 어제 저녁에 렌즈를 구입하고 첫 나들이 아닌가?

사진도 좋고 꽃도 좋고 기분도 좋지만,

바람이 거세 우산이 뒤집어 질 정도니 렌즈가 사정없이 비를 맞는다.

안 될 말이다.

비로봉 가는 길을 멀뚱히 한번 바라보고, 발길을 돌린다.

 

돌아설 때는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법이거늘

그냥 가지 못하고 정자에 앉아 관망을 한다.

비가 좀 약해지자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꽃이 있는 곳으로 간다.

앉은좁쌀풀이 있던 자리도 가보고, 딱지꽃이 있는 곳도 가본다.

앉은좁쌀풀은 아직 시기가 이르고 대장부바위가 보이는 헬기장의 딱지꽃은

예상대로 노란꽃이 한창이다.

오도암 가는 길의 단애 끝에 선 찰피나무는 알알이 충실하게 열매를 맺었다.

염주를 만들 때 사용한다는 열매가 포도알처럼 송글송글 달린 것이다.

비가와도 렌즈가 비를 맞아도 볼 건보고 찍을 건 찍고야 만다.

격에 맞지 않는 어울리지 않는 집념이다.

 

비바람으로 인해 결국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내려간다.

아쉬움을 달래며 동산계곡을 지나 한국의 아름다운 고갯길인

한티재를 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이런! 이럴 줄 알았다면 하늘정원에서 좀 더 버틸 걸...

 

비가 그치고 해가 나니 집으로 바로 가기 싫어졌다.

마침 가산산성 앞으로 지나가니 거기로 갔다.

혹시 타래난초나 노랑망태버섯을 볼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고

이맘때 가산에 가면 다양한 꽃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산산성 초입에 대나무 밭이 있다.

그런데 올해 그 싱싱하던 대밭이 모두 말라죽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 메말라 죽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가엾기도 하고 언짢기도 하다.

그러면서 난, 혹시 대밭에 망태버섯이 없나 살핀다.

망태버섯은 대밭에 잘 자라고 있기에 지나갈 때마다 살피고는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역시 오늘도 못 봤다.

그저 죽어 가는 대밭 사이만 훤하다.

 

빠른 길로 바로 가지 않고 평소에 잘 가지 않던 임도를 따라 느긋하게 올라갔다.

할매할배바위로 빠지는 길쯤 도착했는가 보다.

이런, 제기랄 또 비가 내린다.’

날씨가 들쭉날쭉 한다.

꽃을 보자면 동문은 지나야 하는데 이제 겨우 1/3정도 왔다.

비 때문에 더 가기란 쉽지 않다.

어째 오늘 날씨가 영 협조가 안 된다.

타래난초와 망태버섯은 물론이고 다른 애들조차 변변치 않다.

비만 맞이한 셈이다.

 

하는 수없이 다시 내려갔다.

올라오면서 눈꼽만한 파리풀을 잡으며 렌즈의 근접 사진 상태를 비교해 보고,

내려가면서 상태가 그리 곱지 않은 노루발과 매화노루발을 본 게 다다.

아쉽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걷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좀은 느긋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한 나절 동안 두 번 맞이한 아쉬움이기에 그 아쉬움마저 적응이 되었나보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망원렌즈를 구입한 전자관에 악세사리를 얻으러 갔다.

동료 후배의 처조카가 사장인지라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평소에 궁금했던 여러 가지를 물었고 사장은 편안하고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매장에 전시한 카메라 장비가 어마어마하고 가격 또한 엄청났다.

하지만 지금의 나와는 먼 나라 얘기다.

 

오늘은 여기까지라 생각했다.

비로 인해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55mm 표준렌즈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볼 일만 남았다.

그런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데

이런! 또 비가 그치는 것이 아닌가?

아직 해는 창창한데..., 나 원 참!

날씨가 쇼를 하며 날 갖고 논다.

 

날 보고 어쩌란 말인지 비가 오면 오고, 말면 말 것이지.

오다가 안 오다가 이게 뭔 심술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내 마음도 날씨에 맞춰 겉 따라 논다.

비가 오면 내려오고, 비가 그치면 또 가고~

더 갈만한 곳이 적당하지 않아 집 주변 금호강가로 갔다.

금호강변에 가면 꼬리조팝나무가 예쁘게 피어 여우 짓을 하고 있을 테고,

강에는 왜가리나 청둥오리가 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망원렌즈의 기능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상대로 강가로 가는 길에 서양벌노랑이가 이름처럼 노랗게 모여 피어있다.

서양벌노랑이를 대상으로 근접 촬영한 사진이 어떻게 달라질지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을 했다.

강가의 자전거전용길에는 꼬리조팝나무가 활짝 피었다.

시기를 좀 더 늦추어 왔더라면 지척에 두고 꽃 지고 올 뻔했다.

꼬리조팝나무도 전경과 배경 처리를 다양하게 요모조모 담았다.

뒤로 보이는 와룡산을 배경으로 하는가 하면

KTX가 지나갈 때를 맞춰 찍어도 보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배경으로 담아보기도 했다.

 

왜가리와 백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금호강 안쪽에서 청둥오리 한 쌍이 유유자적하게 유영하며 윤슬과 어울릴 뿐이다.

이 정겨운 모습은 늘 바라만 봤지 찍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풍경이다.

오늘은 300mm 렌즈를 과시라도 하는 냥 마음껏 당겨본다.

내친김에 강 건너 경부고속도로 너머 우리 아파트도 잡아 당겨본다.

 

세상에!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강 너머 고속도로 건너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 너머 있는데도

가가호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난다.

특별하게 사생활 침해가 드러나지 않기에 탑재하기는 했지만,

잘못 이용하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기 딱 좋겠다.

망원렌즈를 사용해 보니 왜 진사들이 대포를 들고 다니는지 이해가 간다.

 

불순한 일기로 인해 동분서주한 하루다.

망원렌즈 구입한 기념으로 팔공산으로 첫 출사를 나가

비록 비가 오는 바람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1시간 30분쯤 머물렀고

가산산성으로 갔다가 또 비가 와 내려오기도 했다.

하루 여정을 접고 집으로 오자니 또 비가 그쳐 집 주변 금호강가로 가기도 했던 하루다.

불순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다닌 하루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설왕설래했지만

새 망원렌즈가 가져다준 행복한 하루였다.




비가 온다는 걸 알고도 갔다. 자주 가는 곳이라 그렇지 초행길이면 구름 속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데크너머 꿩의다리가 한창이다.


멀리 있는 것도 망원 좋은 렌즈로 당겨봤다.


어휴, 저 몽환적인 데크로드를 보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저 구름 속을 뚫고 들어가는 이 오로지 혼자다. 오늘 이 길은 내가 접수했다. 


참좁쌀풀, 실은 오늘 너를 보러 왔노라. 지금 이 숲은 꿩의다리와 참좁쌀풀이 점령하고 있다.


빠알간 수술이 노란 꽃잎과 너무 잘 어울리는 물레나물


좀조팝나무도 아직 건재하다.


눈 앞에서 보면 안개요 높이 보면 구름이라. 안개 속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야 할지 구름 밭을 누빈다고 해야 할지...

뭐 그게 그거다.


하늘 정원을 꾸민다고 식재한 나리꽃류가 구름 이슬을 먹고 색감을 자랑한다. 원체 색감이 강해 어지간한 어둠에서도 빛을 발한다. 



비가 오기에 퍼뜩 여기 군위하늘정이 있는 곳으로 왔다. 하늘정에서 발품을 내려놓고 비가 어떨지 관망을 한다. 좀 체 그칠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비가 그렇게 야단스럽게 오지도 않기에 우산을 받쳐들고 비로봉으로 향한다.  


구름밭 풍경도 담아보고~


전망대 주변에 오면 늘 보고 가던 꽃이 있기에 그 애를 찾아 본다.


큰뱀무의 노랗게 핀 꽃은 전혀 색감이 죽지 않는다.


돌양지꽃도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철망 앞에 기린초가 숲을 만들었다.



이제 진짜 비로봉으로 간다.


가는 길에 철조망 사이 가득찬 미역줄나무도 담고~


데크를 따라 비로봉으로 향한다. 벌써 렌즈에 빗방울이 묻은 흔적이 나타난다.


오늘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운 노루오줌도 한 컷하고 가자니 갑자기 비바람이 거세져 카메라 때문에 도저히 갈 수없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다.


내려가며 찰피나무 열매를 보러 오도암 가는 데크로 간다.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많이 묻었다.



내려오면서 꽃창포도 잡아보고


좀조팝나무도 잡는다.


전방에 보이는 산은 구름이 에워싼다.



이런, 카메라에 빗방울이 점점 더 많이 묻는다. 안 되겠다. 그냥 가야지~~~


그냥 가야지 하면서도 또 뒤돌아본다.


청운대를 구름이 덮고 대장부 바위는 그 기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기개를 펼치고 섰다.

여긴 딱지꽃을 보러 온 곳이다.







고추나물


돌양지꽃


쥐똥나무


바위채송화


큰뱀무


긴산꼬리풀


큰뱀무/좀조팝나무


매화노루발


노루발


꽃창포


꿩의다리


노루오줌

딱지꽃



물레나물



석잠풀

솔나물

옥잠난초

인동덩굴


장구채

좀조팝나무


찰피나무


참좁쌀풀


터리풀

파리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