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드니 산야의 들꽃도 가물더라.
■ 언제 : 2017. 6. 17.(토)
■ 어디로 : 팔공산 치산계곡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흔적
참말로 가물다 가물다 이렇게 가문 해는 또 처음이다.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TV 뉴스나 인터넷를 통해 익히 알고는 있었다만,
직접 두 눈으로 보고나니 예사로운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군위 부계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에 드넓은 창평저수지가 있다.
늘 끄트머리까지 물이 꽉 차 있는 푸근한 저수지였다.
그런데 그 큰 저수지가 바짝 말라있다.
창평저수지가 이 정도라면 지금 내가 거쳐가는 공산댐도 무사할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치산계곡 초입의 공산댐에 물 떨어지는 모습이 안 보인다.
역시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며 댐을 스쳐 지나는데
세상에나, 댐이 100%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산행과 야생화에 심취해 팔공산을 들락거린 7년여 세월 동안
이런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처음 대하는 기이한 장면이다.
치산계곡은 1년에 평균 너덧 차례 들락거린다.
그런데 7년 세월 동안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늘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라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팔공산 치산계곡은 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 계곡이 취수를 위해 막은 댐마저 이런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었으니
다른 곳은 말해 무삼하리오.
망폭대 뒤 우람한 공산폭포의 물줄기가 약하디 약하다.
마치 병약한 자가 찔끔거리는 힘 없는 오줌발과 다름없다.
4월 중순경에 왔을 때만 해도 콸콸 쏟아 붓더니 지금은 영 맥아리가 없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치산계곡의 물이 바짝 마른 것이다.
빨간 현수교 위에도 듬성듬성 고여 있는 정도다.
바야흐로 치산게곡이 유사이래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물이 없으니 꽃과 나무가 성할 리 없다.
산천의 기가 다 빠졌다.
그런데도 어떤 애들은 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제 철을 맞고 있다.
그 끈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아니 보낼 수 없다.
기린초, 돌나물, 참조팝나무, 꿀풀, 흰숙은노루오줌 등
이 녀석들은 가뭄이 들었는지 조차 모르고
산천초목이 애타게 말라 가는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을 보노라니 마치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보는 것 같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오뚜기처럼 넘어지지 않는 우리 민족의 근성을 보는 것 같다.
너무 무더운 날씨라 산을 크게 한 바퀴 돌기는 좀 그렇다.
오늘은 아내와 딸내미가 동반했기에 산행보다는 산바람을 맞으러 왔다고 보면 된다.
혼자오면 늘 쉬어 가는 내 아지트를 찾아 골바람을 맞으며 쉬어 간다.
아내와 딸내미를 대동해 꽃도 보고 휴식도 취하려 했더만,
쉬기만 하고 꽃은 그리 재미를 보지 못 했다.
날씨가 이렇게 가무니 꽃인들 성하랴.
이맘때면 늘 보여주는 그런 애들이랑 가볍게 어울린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공산댐의 민낯. 항상 보 위로 물이 흘러넘치더니 이젠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바닥까지 드러냈다.
산기슭으로 지층이 형성된 저런 기이한 모습은 여기선 볼래야 볼 수도 없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말라 버릴 수 있는지...
이 광경에 아연실색할 수밖에는...
첫 번째 출렁다리가 나오는 징검다리가 있는 곳이다. 이 사진은 올 4월 17일 촬영한 사진이다. 늘 저렇게 물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어도 신발이 젖을까 싶어 출렁다리로 건너곤 했던 곳이다.
그런데 여기도 오늘은 예외 없이 바짝 말라 있다. 계곡에 흐르던 풍부한 수량도 물길이 뚝 끊어졌다. 7년여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저 물마저 다 마르면 이 물고기들은 어이하노?
다리 한 켠에 꿀풀이 아직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공산폭포도 물줄기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올 3월에는 살 얼음이 얼었을 때 저 폭포 위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는데...
보통은 이런 모습이다. 올 4월 17일 촬영한 모습
요렇게 빈약할 수가 있나~
가뭄에 망폭대만 외로워라...
오늘은 온 종일 참조팝나무만 많이 보인다. 가뭄에도 꿋꿋하게 꽃도 잎도 성하다.
계곡 좋은 곳으로 모셔와 잠시 쉬어간다.
단풍 들지 않은 단풍나무의 연녹색도 이쁘다.
기린초 군락을 발견하고 애들과 한참 노닌다.
큰뱀무도 싱싱하다.
마지막 남은 꿀풀같다.
함박꽃도 힘이 없다. 그 중 괜찮은 녀석 하나 겨우 골랐다.
층층나무 꽃진 지는 꽤 되었을 테고...
주아가 주렁주렁 달린 참나리가 꽃이 피면 배경이 좋겠다.
흰숙은노루오줌. 이 녀석을 봐 그래도 다행이다.
좀깨잎나무는 너무나 싱싱하다. 가뭄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녀석이다.
고광나무 꽃진 자리는 그리 이쁘지 않네요.
돌나물과 빨간 현수교. 계곡에 물이 없어 오늘은 건너편으로 쉽게 건널 수 있어 건너편 탐사를 쉽게 했네요.
멀리서 봤을 땐 역시 기린초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기린초가 아닌 돌나물이었다. 이 녀석들도 꽃만 보면 비슷비슷하다. 기린초, 돌나물, 바위채송화 모두 같은 과에 속하는 녀석들이다.
요게 당조팝나무인지 인가목조팝나무인지 아구장나무인지 헷갈린다. 비슷한 무리들이 많아 혼돈이 심하다.
하늘정원에 있는 애들은 모두 좀조팝나무라 봤는데 여기 있는 애들은 모두 참조팝나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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