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암 가는 게 왜 밀린 숙제 하는 기분이지
■ 언제 : 2017. 2.26.(토)
■ 어디로 : 팔공산 오도암 원효구도의 길
■ 누구랑 : 홀로
흔적
팔공산 오도암(悟道庵) 원효구도의 길!
그 길을 마침내 약속을 지키듯 밀린 숙제를 해결하듯 그렇게 다녀왔다.
갈 곳이 있고, 볼 것이 있어 마음은 계속 쓰이는데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그러니까 2016년 4월부터인가
청운대에서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험한 길에
계단을 조성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청운대에서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험해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옳거니 잘 하고 있구나'싶어 이 길이 완공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팔공산을 찿는 산객은 이 계단이 완공되면 예전보다 훨씬 편하고 수월하게 오도암을 다녀갈 수 있다.
사실 이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해 웬만한 산꾼이 아니고는 이 길을 잘 오르내리지 않는다.
실은 우리 부부도 임도에 나 있는 ‘원효구도의 길’ 입구에서 오도암까지만 두어 번 갔었지
오도암에서 더 이상 올라간 적은 없었다.
원효굴과 장군수도 봐야해 언젠가 가야지 하는 마음이야 늘 품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길이 험해 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작년 4월부터 공사 시작하는 것을 보고 공사가 완공되면 가리라 다짐을 했던 터다.
오도암은 아내랑 여러 번 다녀갔다만 또 가고 싶어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 조성한 가지 않은 그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고,
두 번째 이유라면 작년에 오도암 대웅전을 다시 중창했기에
청운대 아래 고즈넉한 산사의 기도도량이 어떻게 변했는지
또 스님을 만나 뵐 수 있다면 오도암의 변해버린 모습에 스님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그 생각을 하니 지난 번 아내랑 갔을 때 스님의 다락방 다실에 안내 받아
스님이 직접 차를 끓여 나누어 주시면서 여러 말씀을 하시던 중
군위군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 주어 너무 고마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 생각이 나
다시 태어난 오도암의 모습에는 또 어떤 말씀을 보태 주실라나 자못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오도암은 이런 저런 연유로 언제가 되던 한 번은 더 가야만 했고,
오늘 드디어 그동안 가지 않은 길을 따라 밀린 숙제 해치우듯 가고야 말았다.
오도암을 갈 때 우린 당연히 원효구도의 길로 가는 임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엔 하늘정원이 있는 청운대에서 거꾸로 내려 갔다.
아랫쪽 원효구도의 길에서 출발하면 차량 회수가 어렵다.
마음을 약간만 넉넉하게 먹으면 까짓거 오도암에서 청운대로 올라 주차한 곳까지 길게 내려오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혼자 다니기가 좀 청승 맞은 생각이 든다.
꽃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다만...
청운대 주변은 고도가 높아 아직 겨울이 그대로 남았다.
푸른 새싹은 커녕 잎 다 떨어진 가녀린 가지의 흐느낌만 애잔하게 살랑거린다.
게다가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길마저 예사롭지 않다.
한 번도 가 본 길이 아닌지라 어느 정도 내려가야 할지, 계단이 몇 개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단지 느낌상 굵고 짧은 길인 것만은 확실하다.
내려가는 길은 그늘이 드리워져 11시가 넘었음에도 하얀 상고대가 눈부시게 빛난다.
반면에 같은 길을 내려가도 오른쪽 청운대 방향의 나뭇가지는 상대적으로 말갛기만 하다.
해를 등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한 뼘밖에 되지 않는 이 길을 극명하게 나눈다.
계단이 설치되지 않았을 땐 이 길을 드나드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 길로 제법 많은 산객이 드나들고 있다.
물론 에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사람의 발걸음이 많았던 것이다.
오도암을 향해 막상 내려가니 내려가는 계단이 장난이 아니다.
경사가 보통 급한 것이 아니다.
중년의 남자 두 분이 헥헥거리며 올라오시더니 올라오는 길이 장난이 아니라며 혀를 내두른다.
‘어이쿠, 이거 큰일 났다.’
주차를 하늘정원에 해 놓았으니
난, 어차피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올라오지.
다 내려가기도 전에 다시 올라올 생각을 먼저 하니 걱정이 앞선다.
이젠 도리 없다. 그저 묵언 수행하듯 묵묵히 오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꽤 운치가 있고 재미가 있어 좋다.
그동안 하늘정원에서 비로봉을 오가며 누리지 못했던
비로봉에서 바라보던 오도암 위 청운대 자락을 코앞에서 바라보며 간다.
또 그늘진 곳은 가녀린 나뭇가지에 겨울이 감을 아쉬워하는 나약한듯 붙어 있는 하얀 상고대가
'내가 바로 상고대의 원조요'란 듯 가는 겨울을 붙들어 매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726계단이다.
처음 시작하는 계단에 그리 적혀있다.
백두산 천지 바로 밑 휴게소에서 천지까지 1236계단이다.
그러나 천지로 가는 계단은 개수가 많지 경사가 크게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계단은 경사가 엄청 급하고 가팔랐다.
오도암을 보기 위한 욕심으로 막상 내려오기는 했지만, 올라갈 일이 아찔하다.
오면서 만난 두 아저씨의 숨 가쁜 소리만 귓전을 울린다.
오도암에 당도하니 한 무리의 불자인 듯한 사람들이 어울려
거사님들은 장작을 패고 있었고, 보살님들은 팥죽을 쑤고 있었다.
등로가 아닌 길로 갔기에 일전에 스님께 차를 대접 받았던 다락같은 다원이 있는 곳으로 나와
하필이면 팥죽을 드시러 가는 스님과 마추졌다.
스님은 새로 지은 공양간으로 가시면서
날 보더니 누군지 알아 보지는 못하고, 팥죽 한 그릇 드시고 가시라며 인정을 나누어 주신다.
일전에 아내랑 함께 살갑게 차를 나누어 주시던 그 인자한 모습 그대로였다.
팥죽을 먹으며 잠시라도 스님 곁에 머물러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싶어 못이기는 척 따라 나설까 하다가
다른 보살님들과 거사님들의 공양에 괜히 방해가 될까 봐 끼어들지 않았다.
실은 스님을 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많이 아쉽다.
스님께서 말씀의 물꼬가 터지면 많은 얘기를 해 주시는데 아깝다.
스님을 배알하지 못한 아쉬움을 접고 새로 중창한 불사를 구경했다.
과연 오도암은 놀라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채 자릴 잡고 있었다.
대웅전이 근사한 목조 건물로 재탄생 해 중후한 모습으로 자릴 잡았고
전에 있던 것으로는 불인선원만 온전하고,
몸체를 판넬로 짜고 기와를 덮었던 오도암은 왼쪽으로 자리를 비켜 앉았다.
물론 오도암이 있던 그 자리가 현재 대웅전으로 거듭난 자리이며
큰스님이 거주하던 잠자리도 다른 곳으로 밀려난 것 같다.
스님의 설명을 들었던 그 잠자리마저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오도암은 지난 12월 4일 운부암 선원장 금모불산 큰스님
김영만 군위 군수, 신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웅전 점안식을 가졌다고 한다.
대웅전은 목조건물로 총사업비 7억 원을 투입해 2016년 4월 착공해 2016년 12월 준공됐다.
이날 점안식은 지우스님의 점안의식과 바라춤, 승무에 이어
금모불산 큰스님의 경과보고 후 점안 기념법회 순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daum> 경북IT뉴스 내용 수록
팔공산 오도암은 해발 900m 위치에 자릴 잡았고,
기암절벽이 가로 막은 청운대 아래 지어진 고즈넉하고 청아한 암자다.
오도암은 원효대사가 悟道를 한 곳이며 오도암으로 오는 길을 ‘원효구도의 길’이라 칭한다.
자신을 깨닫고 싶은 이는 이 길을 자주 걸으면 될 것 같다.
다시 중창해 새롭게 거듭난 오도암을 한 바퀴 휘둘러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내려올 때 청운대 정상 부근에 원효대사가 6년간 수행한 원효굴과 좌선대가 있음을 알고
이번 방문길엔 꼭 가보리라 다짐을 하고 눈여겨봤는데
도무지 원효굴 같아 보이는 굴이 나타나질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위치를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도암 근처에 있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은 꼭 원효굴을 가려고 단단히 마음 먹었는데
위치를 잘못 알아 결국 가지 못했다.
원효굴에는 김유신 장군이 앞날을 생각하며 마셨다는 장군수도 있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나저나 올라갈 일이 태산같이 무겁게 다가온다.
계단이 급경사라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던데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할 수 없지 뭐, 내려갈 때 한 것처럼 묵언 수행하듯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수밖에.
그렇게 마음먹고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뗐다.
그러면서 내려갈 때 보지 못한 참나무 겨우살이도 딱 한 개체였지만 새로 만났고,
아름답던 상고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고 없는 아쉬운 모습도 봤다.
겨울이 감이 아쉬워 하얗게 서려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더니
잠깐 사이에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상황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순식간에 돌변하기도 한다.
만물의 이치가 그러함을 사라진 하얀 상고대를 보며 깨닫는다.
오도암에 왔다 갔으니 온전하게 오도하진 못하더라도
단 한 가지라도 깨우침을 얻어야 하지 않겠나.
새롭게 단장한 길을 걸으며, 속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중생이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으며 오늘 걸은 길을 되새김해본다.
자연의 순리가 곧 부처의 길임을 깨달으며 그 길을 가기 위해
번뇌하며 고통을 수반한다.
그것이 곧 부처로 가는 길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송림사 동명저수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물가라 성급한 봄꽃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저 운동삼아 그리고 어떤 분위기로 조성되었는지 알고 싶어 돌아봤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다보니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 혹시 도움이 되려나 싶어 적어본다.
호수가 끝나는 둘레길 지점에 다다르면 둑방을 걸쳐 원활한 흐름이 이어져야 하는데
아쉽게도 주차한 곳으로 가자면 도로를 경유하여 가야만 했다.
신경을 좀 더 썼더라면 어떤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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