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식구들과 함께한
성탄절과 팔공산 하늘정원
■ 언제 ; 2016. 12. 25.(일) 성탄절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으로
■ 누구랑 : 처가식구들과
흔적
지난 주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도대체 무슨 근력으로 버티며
멀쩡한 사지육신을 그토록 자학했는지 도통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이 육십 밑자리 깔아 놓고 정도가 넘쳐도 유분수지,
시상 천지 모르고 겁없이 까불락거리다니...
이제 나이도 있는 만큼 몸 좀 사려가며 놀아야겠다.
어제는 처가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이사를 했으니 겸사겸사 다니러 온 것이다.
금요일까지 죽을 둥 살 동 모르고 온몸을 혹사해 사지가 온전치 않다만,
오랜만에 처가 식구가 방문을 했는데 내 몸 괴롭다고 몸을 사릴 수도 없게 됐다.
처가 식구들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도 저녁 시간까지 여유가 많다.
어디로 모실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송해공원으로 갔다.
송해공원은 지난번 아내랑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보니 송해공원이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어
형님들 내외분이 오시면 이곳으로 모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다.
송해공원은 옥연지를 중심으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형태의 둘레길로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은 3.5km에 불과해 천천히 돌아봐도 1시간 30분 정도면 족하다.
그런데 집에서 나올 때는 바람이 없고 날씨가 맑기만 하더니
막상 호숫가에 오니 바람이 꽤 쌀쌀맞은 것이 절로 옷깃을 여미게 했다.
아마 산바람이 저수지로 밀려 내려온 모양이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날씨도 쌀쌀맞고 처형이 아직 몸이 온전치 않음으로 호수를 한 바퀴 다 돌기는 어려울 것 같아
백세교에서 커피 한 잔씩 하고 금동굴로 가는 지점에 이르러 다시 돌아나왔다.
호숫가 산책 시간이 예상보다 짧았는지라 아직 해가 지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냥 집으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인근에 있는 대구수목원으로 갔다.
수목원은 바람이 순하고 황량한 계절이지만 그래도 볼거리가 제법 있었다.
화목원 입구에 벽을 쌓고 아치형으로 꾸민 피라칸타의 빨간 열매가 주저리 주저리 달려 있고
산수유 열매가 모양 좋게 빠알간 모습으로 이 겨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희귀한 모양의 선인장이 있는 온실에는 금혼을 비롯한 어마무시한 형태의 선인장이
관람객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더니 화려한 꽃이 만발한 부겐베리아는 또 다른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송해공원에서 추위에 떨었는지 수목원에 오더니 모두 여기가 더 낫다고 이구동성으로 합창을 한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라 여기라도 데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도 시간이 어중간하다.
그래서 시간도 떼울 겸 내친김에 대구의 명소인 수성못으로 갔다.
수성못도 얘기 거리가 많은 곳이고 내력을 알고보면 더 애착을 가지고 볼 수 있지만,
여기도 못이라 그런지 바람이 꽤나 쌀쌀맞다.
더 이상 구경이고 뭐고 모두 더 다니고 싶은 기력이 없는 것 같아 이내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럭저럭 해가 지고 어둑살이 뻗쳤다.
*
다음 날, 군위군 부계면에 있는 팔공산하늘정원으로 갔다.
마침 오늘은 성탄절이다. 성탄절에 찾는 산은 또 다른 신비감이 있다.
나만 좋아할런지 모두 좋아할런지 모르겠다만,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여기라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그냥 밀어붙였다.
1,000고지가 넘는산을 그것도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을
산책하듯 가는 데 좋아하지 않을 택이 없다는 마음으로...
긴 동산계곡을 오르는데 올라갈수록 길이 좋지 않다.
눈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하늘정원으로 가는 그늘진 곳은 얼어 있기도 하고 눈이 쌓여 있기도 했다.
아내의 애마 모닝을 몰고 간지라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손위 동서가 옆에 타고 있어 의연한 척 많이 다녀본 길이라는 듯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운행을 했지만,
실은 나도 속으론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옆에 탄 동서가 걱정을 할까 봐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색하지 않은 채
꾸역꾸역 기어가듯 올라갔다.
나는 그래도 아는 길이라 그 정도였지만, 산길 눈길이 처음인 처남은 생똥을 싼 모양이다.
처남은 큰 덩치와 평소 성격에 맞지 않게 운전대만 잡으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새 차를 빼고 운행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그랜져 하이브리드'를 몰고 올라온지라
눈이 얼어 붙은 초행 길을 운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거다.
그랜저를 타고 모닝보다 더 쩔쩔매었으니 할 말 다했다. 비로소 하늘정원에 주차를 한 후에야 한 숨 돌린다.
그러나 한 숨 내쉬는 것도 잠시, 산에 올라기지도 않았으면서 내려 갈 일이 태산 같은 모양이다.
뭐, 이런 곳을 왔느냐고 투덜댄다.
거기다가 처형도 슬쩍 한 마디 거든다.
'내려 갈 일이 걱정이라고~', '어떻게 내려가느냐고~'
인지 우야겠노. 이미 올라 와 버린 걸.
걱정 붙들어 매고 하늘정원으로 가는 데크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세상이 완전 달라 보인다.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다닌 곳 중에서 최고라는 찬사가 연이어 쏟아진다.
올라오면서 위험했던 순간은 삽시간에 사라진 모양이다.
충청도에서 온 귀한 손님들에게 팔공산이 가장 큰 선물을 내린 것이다.
여기는 올 때마다 좋다.
지금은 꽃도 없고 나무에 매달린 열매도 없다.
노박덩굴의 열매도, 참빗살나무의 열매도 다 떨어져 흔적도 없다.
그래도 좋다. 그래도 좋은 곳이 팔공산 하늘정원이다.
아랫동네는 눈꼽만한 눈도 없는데 여긴 잔설이 많이 남았다.
그늘진 곳은 으레이 하얀눈이 설화가 되고 상고대로 피어났다.
마치 먼데서 온 손님을 맞이 하는 것처럼 하얀 눈꽃으로 보답을 한다.
군위와 의성쪽 산군은 구름에 가려 섬처럼 두둥실 떠 있다.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다.
아마, 겨울나라의 천상이 이런 분위기였으리라.
개인적으로 올해 첫눈은 아내와 함께 신불산을 오르면서 맞았다.
하지만 겨울산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인 눈꽃을 본 것은 올해는 오늘이 처음이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감흥은 더 크게 다가왔다.
대구에 눈 같은 눈이 크게 온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눈꽃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산이 높다하나 눈이 내려야 눈꽃이 있는 법이거늘
눈 같은 눈이 오지 않았으니 산이라한들 아랫동네와 크게 다를바 없으리라 여겼다.
그랬기에 오늘 팔공산을 온 보람은 더 컸다.
다행히도 처가식구들이 크게 만족해 하는 것 같아 흡족하기 그지없다.
구름에 가린 산봉우리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모습은
굳이 눈꽃이 아니래도 압권이랄 수밖에 없다.
다른 곳보다 여길 온 것이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잔설이 얼어 붙어 마치 압화가 된 듯한 좀조팝나무
물론 꽃은 다 졌지만 아직 형태가 그대로인 층꽃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
팔공산맥을 넘나드는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
그 뒤로 산마루가 넘실대는 모습을 보노라니
가히 신선도락 진배없다.
이 순간들이 처갓댁 식구들의 심연에 깊이 아로새겨졌으면 좋겠다.
동산계곡을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하늘정원에서 시간을 보냈기에 얼어 붙은 길이 녹았으려니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늘진 커브 부분은 얼어 붙은 그대로일 것 같았다.
실은 나도 심히 걱정이 된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러워 훨씬 위험하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다 녹았다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만, 그건 가 봐야 알 일이다.
하늘정원에서 두 세시간 남짓 보냈나.
꼬불꼬불한 길에 얼어 있던 곳이 대부분 다 녹았다.
그늘이 깊은 곳은 다소 얼어 있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이다. 처남이 한 걱정을 하고 있더만~
군위에 가면 한우불고기 무한 리필을 하는 식당이 있다.
거기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았다.
밥도 시켜 먹지 않고 고기로 배를 채웠다.
가격 대비 쬐금 미안할 정도로~~~
부른 배를 움켜쥐고 처가 식구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갔다.
동생네가 이사한 집을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부담은 가질 필요 없고 언제든 틈이 나는대로 자연스럽게 오면 되는데
동생네 집이라 마음이 많이 쓰였나 보다.
아무튼 묵은 숙제 떨치고 간 것 같아 시원섭섭하겠다.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공산 오도암을 찾아서 (0) | 2017.02.26 |
---|---|
팔공산 상고대 (0) | 2017.01.30 |
불굴사 홍주암으로 올라 무학산 찍고 다시 불굴사로 회귀 (0) | 2016.11.06 |
팔공산 자락, 가산의 가을 단풍 (0) | 2016.10.30 |
팔공산 10월의 하늘정원 풍경 (0) | 2016.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