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찾아 헤멘 가산
너도는 간 곳 없고 복수초만 꿈틀
■ 언제 : 2017. 3. 4.(토)
■ 어디로 : 가산산성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아니, 가산에도 변산바람꽃이 있고, 너도바람꽃이 있었단 말인가?
가산을 그렇게 쏘다녀도 노루귀는 커녕 바람꽃의 존재 자체마저 불식하고 있었건만,
정녕 내 아지트 중의 한 곳인 가산에도 노루귀랑 바람꽃 무리가 있었단 말이던가?
당장 검색에 들어갔다.
설마 했는데 가산에서 바람꽃 무리를 보고 왔다는 증명 사진이 올려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참, 그렇게 다녔던 가산에서 바람꽃을 보고 왔다며 너도바람꽃 사진이 떡하니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힌다. 가산의 식생 분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하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바람꽃 소식은 당최 들어 본 적이 없기에 더 더욱 기가 막힐 따름이다.
변산아씨야 이번에 경주에 가서 원 없이 보고왔다만,
가까운 곳에 너도바람꽃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좀이 쑤셔 그냥 있을 수가 있나.
아내를 꼬드겨 당장 가산으로 달려갔다.
가산 지역은 웬만큼 여기저기 다녔기에 어설픈 정보나마 힌트를 얻었으니 만날 자신이 있었다.
임도를 따라 계곡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라면 찾을 자신이 있었다.
계곡 주변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 했으니 계곡 위주로 탐사를 했다.
평소엔 성곽길과 임도를 따라 걸었지만,
보고 싶은 애를 만나자면 계곡 주변을 집중적으로 탐사해야 한다.
그런데 부지런히 뒤져도 그 애는 나타날 기색이 없다.
세계 최대 복수초 군락답게 드문 드문 노란 복수초만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을 뿐이다.
어떤 곳에는 활찍 핀 복수초가 보이기도 했지만.
가산 지역의 기후 환경으로 보아 그래도 예년보다 약간 빠르게 올라 온 것이다.
바야흐로 가산의 복수초는 지금부터 시작이며 4월까지 황금 물결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가산의 복수초는 오늘 내 상대가 아니다.
오늘 가산에 온 유일한 목적은 산행도 아니고 복수초도 아닌 너도바람꽃이다.
가산의 계곡이래야 뻔하다.
그러나 그 뻔한 계곡 안으로 모두 들어 간 것은 아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그 속을 헤집고 다녀보기로 한다.
서너 계곡을 뒤졌다.
없다.
보일 기미가 없다.
다른 애들도 없다.
드문 드문 보이는 건 복수초 뿐이다.
계곡을 뒤지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면
복수초가 군락지 외에 계곡 쪽에도 서식한다는 정도다.
가산의 복수초 영역이 날로 그 세력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았다.
가산의 바람꽃 정보를 입수하고
이 정도로 계곡을 누비고 다녔으면 성의를 보아서라도 나타나건만 그건 기대에 불과했다.
가산에서 참 많은 꽃을 보며 호사를 누렸는데 바람꽃은 나에게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좌우당간 가산에 바람꽃이 있다는 소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팔공산 다른 계곡에서 시기를 놓쳐 너도바람꽃 씨방이 맺힌 것과
꿩의바람꽃을 본 것이 다였고 가산에서 바람꽃을 본 적은 전무후무했다.
오늘도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어쨌든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으니
곧 조우 할 날이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당분간 가산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선 다음 주도 가산으로 다시 달려가고 싶다만,
다른 곳에서 피고 있는 애들을 만나야겠기에 때 맞춰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꽃이 피는 시기에 맞는 맞춤형 산행을 많이 할 것 같다.
산행하면서 보이는 꽃을 주워 담는 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보고자 하는 꽃이 핀 산을 찿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올해는 그동안 등한 시 했던 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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