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팔공산 계곡에
봄내음이 진동을 하네요.
■ 언제 : 2017. 4. 15(토)
■ 어디로 : 팔공산
■ 누구랑 : 홀로
흔적
정확하게 3월 5일에 갔다가 4월 15일 날 다시 여길 찾았다.
한 달 열흘 만에 팔공산 그때 그 계곡을 다시 찾은 것이다.
3월에 갔을 땐 긴 겨울 여운을 그대로 안고 있더니,
오늘은 마치 시샘이나 한 듯 봄이 무르익어 있었다.
난, 팔공산의 봄이 늦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이맘때면 꼭 한 걸음 앞서 들어 간다.
바람꽃류가 피지 않은 줄 알면서 늘 한 걸음 앞서 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아도 될 법한데
대놓고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다.
혹시 너도바람꽃이나 꿩의바람꽃이 피었을지 모른다는 조급함이
팔공산에 오는 봄보다 마음을 더 바삐 움직이는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지난 3월도 역시 예외란 없었다.
이젠 으레 그러려니 한다.
팔공산 계곡은 3월만 해도 폭포가 얼어 있었다.
3월엔 꽃이 없다는 걸 아는 난 주로 계곡 탐사를 위주로 했다.
폭포는 얼어 있었고 길도 없는 바위 오름은 미끄러웠지만,
그땐 재미삼아 계곡을 타고 올랐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도 그럴 수도 없었다.
요즘 봄비가 자주 내려 계곡에 흐르는 물의 양도 많았지만,
등로를 타고 오르는 길이 온통 봄꽃으로 뒤덮여
그들과 함께하자면 길섶을 따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큰괭이밥, 큰개별꽃, 제비꽃, 현호색이 지천에 널려있고,
산괴불주머니도 이제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팔공산은 요즘 봄꽃 잔치에 여념이 없다.
이맘때면 길가를 뒤덮은 흔한 들꽃이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난무한다.
이 녀석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노라면 눈에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같은 듯 다른 녀석들이 얼마나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지
처음에는 호감으로 다가가다 곧 눈이 현란해지면서 멀어지곤 한다.
이 녀석들은 그런 녀석들이다.
처음엔 시선을 끌어당기다가 절로 눈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질리도록 많다고 이 녀석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이즈음 길섶에 늘어선 게 이 녀석들인지라 함께 걷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집안 내력이 복잡다단하여
굳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나라가 힘들어 그런지 복잡하고 어지럽게 하는 것은 요즘 들어 딱 질색이다.
제비꽃과 현호색이 질릴 정도로 따라 붙지만,
내 눈은 주로 큰개별꽃에만 꽂힌다.
군락으로 봐선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력이지만,
그동안 제비꽃과 현호색에 더 호감을 두었던지라
이제 개별꽃 무리에 정이 더 가는 모양이다.
들다 볼수록 쬐그마한 것이 앙증 맞고 이쁘게 보여
아직까지 이 녀석은 나를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
오늘 출사의 주된 인물은
단연 큰괭이밥과 괭이눈이다.
여기 괭이눈은 금괭이눈과 애기괭이눈이 주류를 이룬다.
큰괭이밥은 해걸이를 했는지 작년보다 세력이 좋다.
애들도 서식 범위가 좁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사진 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잎을 오므리고 있고,
화창한 날 잎을 활짝 펼치고 있어도 잎이 아래를 향하거나
공교롭게도 사진기를 갖다 대기 어려운 위치에 잎을 벌리고 있어
엎드려서 위를 보고 찍지 않으면 속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 녀석들 참, 쉽게 속을 내주지 않는다.
오늘도 탐사는 계곡 위주로 진행되었다.
시기로 보아 계곡의 주인공은 금괭이눈과 애기괭이눈이다.
금괭이눈은 나비와 벌을 부르기 위해서인지
꽃잎이 노랗다 못해 황금빛을 띠고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보고 또 본다.
건너편 계곡으로 갔더니 물이 흐르는 바위 틈새로 애기괭이눈이 자잘하게 붙어 있다.
눈꼽만 한 것이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투박한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낀다.
산을 찾고 들꽃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들을 끝으로 4월의 팔공산 계곡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제비꽃과 현호색은 눈을 쓰라리게 한다.
이 녀석들도 담을 만큼 담았다.
족보도 골치 아픈 녀석들이 종자는 또 얼마나 많던지
집안 내력을 알자면 한 세월 보내야 하는 녀석들이다.
에구, 머리 아픈 녀석들...
그냥 가기 섭섭해 자주 가던 계곡으로 가 생전 가보지 않았던 길로 나왔다.
길이 없고 미끄럽기까지 한지라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계곡의 바위틈에 양지꽃이 병아리 새끼 마냥 줄지어 앉아 있다.
흐르는 물을 배경으로 담으면 작품 같아 보이겠는데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각도를 주는 대로 한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어제 무리했던지 오늘은 꽤 힘이 든다.
그만 가야겠다.
지금부터 여긴 자주 들락거려야 하는데
올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토요일마다 시기에 맞춰 다양한 서식지를 찾아야하니
한 곳만 지속적으로 다니기엔 꽃들이 너무 많다.
여기저기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소백산 모데미풀도 봐야 하고
태백산에 가 한계령풀도 만나야 한다.
한계령까지는 못 가더라도 태백까지는 가야할 것 같다.
태백도 갈 수 있을는지...
그 길이 여기서 어딘데...
오늘은 뭘 좀 얻어가야 하는데~
이 장면은 언제봐도 좋다. 물 마를 날이 없고 맑기로는 옥빛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이겠지. 이젠 이름 찾기도 질린다.
오늘 풍경은 계곡 위주로 담는다.
이렇게 다닐 것만 아니라 언젠가 기회를 봐 나만 아는 한적한 곳으로 가 홀딱 벗고 멱이나 좀 감아야겠다. 홀딱 벗기는 그렇고~~~
지난 3월에는 얼어 있는 폭포를 거슬러 한 마리 연어처럼 낙수를 타고 올랐다.
이 장면은 찍어도 찍어도 맘에 드는 사진이 없다. 언제나 멋드러지게 찍어볼 수 있을지...
저긴 물썰매 타면 딱 좋것다.
참꽃도 이쁘게 달려있네. 난 이제 폭포에서 바로 위로 올라 간다. 한 번 맛들이니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큰괭이밥이 올해는 많이 보인다.
저 실핏줄을 누가 건드릴까 싶어 그런지 고개를 얼마나 숙이고 있던지 이 녀석들 속을 한 번 보자면 그냥은 안 된다. 몸을 낮추는 정도로는 안 되고 아예 엎드려 올려봐야 한다.
알록제비꽃
너도바람꽃은 늘 씨가 맺힌 이 모습만 보고 또 본다. 시기를 맞추는 게 그게 그렇게도 어렵네요.
요즘 큰개별꽃이 내게 점점 이쁘게 다가온다.
저런 녀석을 어떻게 속을 들다 보겠나???
니가 이쁘다. 꽃잎 모양이 짧고 더 둥글긴 하지만 역시 큰개별꽃이라 부르면 되겠지...
현호색 이 녀석도 이름을 아예 달리 부르지 않을란다.
금괭이눈. 이 녀석이 요즘 이 계곡에 대세다.
족도리풀보 많더만 오늘은 딱 두 개 봤네요. 앞으로 여긴 많이 보인다.
너도 그냥 제비꽃
금괭이눈 군락이다.
큰개별꽃. 얘도 모양이 조금 다르다.
요 놈은 좀 쉽게 찍긴해도 역시 자세를 낮추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알록제비꽃
금괭이눈. 대세인 만큼 많이 보인다.
족도리풀
이 계곡은 지류가 많다. 어딜가나 계곡이다.
애기괭이눈이 물가 바위틈에서 눈을 빼곡 내밀고 있다. 귀엽고 앙증 맞다.
저 앤 아예 바위에 뿌리를 내렸다.
양지꽃이 계곡을 끼고 소담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지꽃
굴피나무 열매도 겨울산행에선 심심찮게 친구가 되어주곤 하죠.
양지꽃 무리
버섯 같기도 한데 수액이 흘러나와 굳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네요.
저기 머리 대고 앉았으면 좋겠다.
산괴불주머니는 앞으로 시도 때도 없이 볼 거 같아 외면하다가 섭섭해 할까 봐 한 방 쏴 주었슴다.
큰솔이끼였든가???
산괴불주머니
제비꽃
현호색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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