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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산악동아리

팔공산 송년 눈꽃산행(제7회 정기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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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보다 더 예쁜 팔공산 동봉 겨울 눈꽃


 

■ GB 제7회 정기산행

■ 언제 : 2013. 12. 21.(토)

■ 산행코스 : 동화사 탑골안내소 - 0.7km - 깔딱고개 - 0.6km - 신림봉(팔공스카이라인) - 0.6km - 낙타봉

 - 0.7km - 철탑삼거리 - 0.8km - 동봉삼거리 - 0.2km - 동봉(미타봉) - 1.0km - 철탑삼거리 - 0.7km  - 염불암 - 0.7km - 부도암 - 1.2km - 동화사 - 0.4km - 탑골안내소

총 7.6km 정도


 

 

 

 

흔적


2학기 들어 처음으로 정기산행을 추진했다. 그동안 산행이 소원했던지라 태릉숙을 비롯한 젊은 여성 친구들이 먼저 산에 가자고 재촉을 한다. 모두 2학기에는 방과후교육활동을 비롯한 각종 토요교육활동에 메여 있어 산행이 본의 아니게 소홀해져 버렸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산행이라 겨울산행의 묘미인 설산을 찾아 덕유나 소백 아니면 태백 정도는 데리고 갔으면 좋으련만, 여러 가지 정황상 멀리 가기란 형편이 여의치 않다. 듣자 하니 팔공산도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설경이 멋지다는 소리를 아내한테 귀동냥한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굳이 먼 길 재촉하여 갈 필요 없이 가까운 팔공산을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코스는 미끄러운 겨울 눈길 산행에 다소 준비가 미비하리라 예상되는 젊은 처자들을 배려하여 비교적 산행길이 좋은 동화사 시설지구의 탑골안내소를 들머리로 팔공스카이라인을 지나 동봉으로 가는 길이 적당할 것 같았다. 물론 수태골에서 동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 다시 내려오는 길도 좋지만, 그 길은 더러 다닌 적이 있는 내가 괜히 지겨운 생각에 탑골 코스로 정했다.


팔공산은 예상했던 바와 같이 시작부터 산길에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처음부터 깔딱고개를 올라야 하니 눈길에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잘들 올라간다. 다른 산우들은 어떻게 하나 살펴보니 그들 역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씩씩하게 그냥 올라간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팔공스카이라인까지는 계속 오름길이라 내리막길 보다는 덜 미끄러울 테니 아이젠은 상황을 봐서 착용하기로 하고 일단은 우리도 그냥 올라가기로 한다. 


가다보니 탑골안내소에서 팔공스카이라인까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큰 위험 없이 올라와버렸다. 눈길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이들이라 올라가는 동안 노파심에 내내 노심초사 했는데 의외로 조심하면서 잘도 올라간다. 케이블카승차장에 당도하니 찬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그쳤다 한다. 스카이라인에서 낙타봉으로 가는 어귀에는 점잖은 신사 모양을 한 돌상에 신림봉이라는 봉우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기가 바로 팔공스카이라인 ‘마운틴블루’가 있는 곳이며 케이블카가 머무르는 자리다.


신림봉에 서서 매서운 찬바람을 맞으며 백설을 덮어 쓴 비로봉과 팔공산 종주 능선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장관이 연출된다. 지난번 내린 눈으로 팔공산 주릉은 온통 은빛 비늘을 감싸고 있다. 겨울 산행의 묘미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겨울산이 주는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 우리는 팔공산을 오른 게 아니었던가? 함께한 젊은 친구들, 모두 가슴 한 곳에 스며있던 꽉 막힌 답답함이 한 순간에 시원스레 뻥 뚫리는 순간이리라.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신림봉을 벗어나 이제 낙타봉으로 간다. 지금까지는 올라오는 길이라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낙타봉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내리막길이라 미끄러지기 쉬우니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그동안 귀찮아 주저했던 아이젠을 모두 착용시켰다. 아이젠을 착용하니 모두 미끄러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는지 안도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신림봉에서 한 고개 너머 낙타봉을 지나면 염불암과 수태골 그리고 동봉으로 연결되는 사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당초 계획은 태릉숙을 제외하고는 겨울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지라 아무래도 이들의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예쯤에서 염불암으로 하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차량이 있는 곳과 눈 쌓인 미끄러운 길을 감안하여 내려가자면 이 길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허, 그런데 이 친구들! 여기까지 왔으니 내친김에 동봉까지 가잔다. 내 딴에는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베여 있었거늘 이 친구들, 탄력이 붙어 주저할 줄 모른다. 엉겁결에 ‘그래, 그러면 다들 동봉까지 갈 수 있지.’ ~ ‘좋아, 그러면 가자’하고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모두 동봉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하기야 여기서 동봉이래야 대략 1km 정도만 더 가면 되니 이 친구들 현재 상태로 보아 못 갈 일도 없을 것 같다. 늘 다니는 나보다 낫다.


동봉을 가지 않았다면 정말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산행 초입부터 눈길에 묻혀 걷긴 했지만, 눈꽃과 상고대를 기대할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동봉을 가자고 했을 때만 해도 나뭇가지에 핀 겨울 눈꽃을 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까지 온 김에 코앞에 있는 동봉을 두고 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품을 좀 더 팔았을 뿐이지 은빛 설국을 기대하고 온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동봉으로 가는 길은 뜻밖에도 천상설국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설국의 나래가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도차가 몇 발자국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딴 세상인 별천지가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 하나하나가 해맑은 빛살에 투영되어 얼마나 영롱한 빛을 발하는지 그야말로 말 그대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약속이나 한 듯 가녀린 가지에 한 쪽 방향으로 쏠려 있는 눈꽃 모양은 감탄을 벗어나 이채롭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여과 없이 조명된다.


되풀이되지만 안갔더라면 후회막급일 뻔 했다. 내 고장 대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기에 그런 마음이 더 든다. 이번 산행은 함께한 젊은이들 덕에 오히려 내가 호사를 누린다. 지금 이 친구들은 아랫동네에서 생활하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신천지에 와있다. 이 분위기에선 뭐라 용기를 부여할 필요도 이유도 그 아무것도 없다. 설경의 분위기에 젖어 지네들끼리 절로 탄성을 자아냄과 동시에 스트레스 또한 절로 해소한다. 한 번의 감탄에 이은 한 번의 반사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일상의 잡다한 체증을 절로 날려 버리나보다.


오늘 함께한 이 친구들은 대부분 아직 세월이 깊지 않은 나이 또래인지라 사리에 조금만 어긋나도 교과서처럼 정석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명철함이 한 점 에누리 없는 나이 때다. 내가 들을 땐 시시콜콜한 얘기도 이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연륜에 따른 젊은 세월 탓이려니 하지만, 그래도 가끔 내뱉는 이 친구들의 푸념이 그릇된 것만은 아니다. 이유 없는 하소연만은 아닐 터인즉 믿고 이야기하는데 때로는 사소한 푸념을 들어봄직도 하다.


동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은빛 물결 같은 터널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 은빛 터널 숲을 지나면서 수정고드름처럼 마음이 한없이 맑아지는 동심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낫살께나 먹은 나도 그러한데 젊은 처자들은 이 분위기가 오죽하겠나. 우리끼리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다보니 방과후활동으로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모두 함께 했더라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눈이 몹시 내린 다음 날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더 데리고 와야겠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사진으로 보는 팔공산 눈꽃 기행

 

스마트폰 파노라마 사진.  낙타봉 뒤로 왼쪽 서봉, 비로봉, 동봉, 병풍바위가 훤하게 조망된다.

 

 

 

 

 

 

동화사 시설지구 탑골안내소에서 출발. 암벽훈련장이 있는 곳에서 깔딱고개 방향을 들머리로 출발 

 

예상대로 시작부터 눈길이 이어진다. 아직은 아이젠 착용은 안해도 될 것 같아 모두 조심조심 그냥 간다. 

 

이 길은 팔공산올레길 코스로 깔딱고개 시작점이다. 깔딱고개라면 먼저 속리산 깔딱고개가 생각나겠지만 여기는 나무계단으로 잘 조성된 5분 거리에 있는 낮은 오르막길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와 잠시 숨을 고른 후 복장을 재정비한다.

 

올라온 계단길을 내려다 보면서... 염불암으로 하산하여 포장길 동화사로 가지 않고 산길을 따라 올레길 코스로 가면 다시 이 지점에서 만난다.

 

처음 시작된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팔공스카이라인으로 간다. 

 

고갯마루에서 팔공스카이라인까지 계속 오름길이다. 눈길이 미끄러우나 아직 아이젠 착용은 하지 않은 채 조심해서 올라간다. 

 

염불봉 아래 염불암이 보인다. 지난번 아내랑 염불암에서 우회하여 염불봉으로 간적이 있었는데 가는 길이 험해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우측 소나무가 우거진 고갯길까지는 길이 괜찮은데 그 다음부터는 기암괴석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 험준한 길이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친구들과는 철탑삼거리에서 염불암으로 내려오는 비교적 등로가 좋은 코스로 내려와야 한다.

 

기암에 뿌리 내린 멋진 상록수와 함께  

 

 

염불봉 우측으로 병풍바위가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다.

 

케이블카승차장(팔공스카이라인) - 신림봉 

 

팔공산지킴이와 완전무장한 여인들. 웬만한 추위는 거뜬 하겠구만... 

 

 

신림봉에서 바라본 낙타봉과 낙타봉너머 비로봉 

 

동봉과 염불봉 방향

 

염불봉과 병풍바위 

 

팔공스카이라인 신림봉의 겨울전경 

 

 

스카이라인 매점 '마운틴블루'의 대형 유리에 비친 팔공산 전경

 

 

 

 

 

신림봉에서 동봉으로

 

앞에 있는 푸른 산봉우리가 낙타봉이다. 낙타봉을 넘고 동봉까지 오른다. 당초에는 젊은 친구들의 안전을 위하여 낙타봉을 넘으면 나오는 첫 갈림길에서 염불암으로 하산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여기까지 오니 모두 동봉까지 가잔다. 동봉에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염불암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두 동봉으로 향한다. 저기 흰눈이 덮인 동봉으로...

 

 

 

팔공스카이라인을 떠나기 전에 단체로 인증샷

 

 

신림봉에서 낙타봉으로 가는 길은 눈길이 더 미끄럽다. 안되겠다. 안전을 위하여 아이젠을 착용시켜야겠다. 모두 신림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이젠을 착용한다.

 

 

 

인봉 아래 팔공 CC

 

낙타봉에서 점심 해결

 

 

 

 

 

점심을 먹고 087-01 지점으로 간다.

 

 

당초에는 여기에서 염불암을 거쳐 동화사로 가거나 아니면 포장길을 피해 산길 올레길 코스로 접어들어 처음 깔딱고개로 갔던 지점으로 되돌아 가고자 했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이 여기까지 와서 아쉽다고 동봉까지 가자고 한다. 동봉에서 수태골로 하산하면 그 길도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겠지만, 비교적 하산길은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화사시설지구에 주차를 했으니수태골로 하산한다면 차량 회수가 불편할 것이다. 그러니 동봉을 간다면 차량회수를 위해 다시 이곳으로 와서 염불암으로 하산할 계산을 하고 동봉을 올라야 한다. 

 

얽히고 설킨 나뭇가지가 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집중해서 자라고 있다. 자연의 이치는 한치의 오차가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팔공산의 기를 받아 몸으로 그린 글처럼 크게 성공하시오.^^^

 

상고대, 설화(눈꽃), 빙고대 중 뭘까요.

 

동봉을 오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지금까지 산행길과는 완전히 다른 동화의 나라 설국에 온 느낌이다.

 

오가는 산객들은 산과 눈이 빚은 환상적인 그림을 보고 감탄을 연발한다. 쑥맥이 아닌다음에서야 이 모습을 보고 어찌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이라... 이 광경에서 잡다한 말이 뭐 필요하겠나. 지금부터 그냥 그림만 감상하자...

 

 

 

 

 

 

 

 

 

 

 

 

 

 

 

 

동봉에서 인증샷

 

 

 

 

 

 

 

 

염불암 방향으로 내려와 염불암은 거치지 않고 동화사로 하산

 

이 길도 겨우살이가 장난이 아니다. 올 해는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겨우살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참나무 가지에 기생하여 뿌리를 내리고 막 자라고 있는 겨우살이 모습도 담아본다. 이렇게 자라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비구니 청정도량 부도암. 아내와 지난번에 왔을 때는 기와 공사를 하고 있더만 오늘은 깨끗하게 단장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부도암 담장너머 보이는 새집 같이 보이는 겨우살이를 담으며 카메라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