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산악동아리 5월 정기산행(5회)
퇴계선생이 비단이 수를 놓은 산이라 하여
이름 붙인 제천의 명산 금수산 좌충우돌 산행기
■ 언제 : 2013. 5. 25.(토)
■ 어디로 : 제천 금수산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 누구랑 : 회원 7명
■ 산행기·종점 : 상천리 상천주차장(보문정사 아래)
내비게이션 : 상천주차장으로 맞춤(백운동매표소는 없음)
■ 산행 코스 : 상천주차장 - 0.5Km(20분) - 용담폭포 - 2.3Km(1시간30분) - 망덕봉 - 1.6Km(1시간) - 망덕봉삼거리 - 0.3Km(20분) - 금수산 - 0.5Km(20분) - 금수산삼거리 - 2.5Km(1시간30분) - 용담폭포 - 0.5Km(10분) - 상천주차장
▶산행시간 : 보통 5시간 정도 소요 코스임
우리는 2시간 이상 더 소요됨(나 때문에)
▶산행거리 : 8.2Km
■ 개요 <청풍호반 비단물결 이룬 산>
금수산(1015.8m)은 산세가 수려하고, 골이 깊고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뤄 사철 등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비단폭을 깔아놓은 듯한 녹음 속에 계곡의 맑은 물소리, 물확에 떨어지는 폭포소리, 꽃, 녹음, 단풍, 설경 등 어느 한계절도 빼놓지 않고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금수산은 본디 백운산이었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이 '비단에 수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감탄, 금수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금수산은 북쪽으로는 제천시내까지, 남쪽으로는 단양 말목산까지 뻗어내린 제법 긴 산줄기다. 주능선에는 작성산, 동산, 말목산 등 해발 700~800미터 산들이 여럿이다. 중간마다 서쪽으로 뻗은 지릉에는 중봉, 신선봉, 저승봉, 망덕봉 등 수려한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펌>
흔적
5월 정기산행으로 지목한 제천의 금수산
코스를 탐색했을 땐 고생은 하겠지만, 쉬엄쉬엄 가면 우리 팀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에 5월 산행지로 결정을 했다. 우리 동아리는 특출난 몇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산행 초보인지라 코스를 선정할 때 대체로 우리 팀의 활동 성향에 맞게 코스를 선정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금수산 산행은 우리 일행에게는 너무 빡센 구간이었다. 오늘 처음 참가하는 회원도 있고, 요즘 과중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정수리까지 꽉 차 오른 이도 있고, 산행 경험이 적은 막내도 있다. 그래도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이 친구들은 힘들고 지쳐도 꿋꿋하게 산행을 하면서 제 몫을 다한다. 역시 단체 산행 시 늘 그렇듯 내가 문제다. 오늘은 유달리 더 힘들다. 컨디션이 최악이다.
5월 정기산행부터 산악동아리에 가세한 교감쌤이 이런 나를 보더니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나도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산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다함께 점심을 먹고는 일행을 먼저 보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나로 인하여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일행을 앞서 보내고 20~30분간 지체하다 보니 웬만큼 피로가 풀린다. 망덕봉까지는 가볼까?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망덕봉까지는 가봐야지. 어차피 일행과 합세를 하려면 앞으로 3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데 일찍 내려가면 뭐하나 싶어 혼자 쉬엄쉬엄 올라 가기로 한다. 20여 분만 올라가면 망덕봉에 도착하리라 짐작하고 나선 길이 1시간 이상 걸린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멀었지만, ‘나’만의 특유한 산행 스타일로 힘들면 쉬고 들꽃이 보이면 그 꽃도 잡고, 매바위 같은 기암괴석을 만나면 거침없이 똑딱이를 들이대며 슬금슬금 가다보니 어느새 망덕봉과 금수산을 가는 안부에 도달한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가슴이 벅차고 뿌듯함이 샘솟는다. 어쨌거나 망덕봉까지 왔다.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가는 길은 2.3Km 전 구간이 암릉의 연속이며, 매우 빡센 된비알 구간이다. 이 구간은 금수산 산행의 백미다. 이 구간은 힘든 만큼 금수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산을 오르는 내내 암릉을 기어오르며 기암괴석을 바라보는 전망, 용담폭포를 발아래 두고 바라보는 흐뭇한 기분 그리고 시종일관 탁 트인 조망은 그야말로 금수산의 대표적인 산행 구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구간을 지극한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오르기는 올랐다.
망덕봉까지 올라오니 생각이 달라지고 상황은 반전된다. 망덕봉까지 왔으면 용담폭포로 내려가는 것 보다는 1.9Km의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하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갈 길은 정해졌다. 시간이 지체되어 일행에게 민폐를 끼친다면 금수산 정상은 포기하고 중간에 샛길로 내려가리라 작정하고 발길가는대로 몸을 맡겼다.
망덕봉에서 금수산 가는 길의 형태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힘들게 안부에 올라 마치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한 능선길을 따라 걷노라면 부귀영화, 권력, 명예 등 모든 욕심이 허망함을 깨닫는다. 이런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이런 깊은 깨달음을 주는 자아성찰의 길이다. 나는 어쩌면 이 길을 걷기 위해 산을 오르는지 모른다.
결국 포기할 뻔 했던 금수산 정상에 섰다. 정상에 서니 오늘은 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색이 고운 빛바랜 철쭉과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쇠물푸레나무의 하얀 꽃과 감흥을 함께 하며, 서둘러 하산 준비를 한다.
금수산 정상에서 상천주차장까지는 3.5Km 거리다.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올라오는 코스보다는 쉬울테니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해 본다. 그러나 막상 이 코스로 하산해 보니 이 길도 결코 쉽고 만만한 내림길이 아니다.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하면 한시바삐 내려가야 하는데 물도 떨어지고, 기력도 점점 쇠약해져 몸이 마음처럼 그리 쉽게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대개 이럴 때 급한 마음이 사고를 많이 불러 일으킨다. 산을 잘 타지는 못해도 기본 상식은 어느 정도 섭렵한지라 나는 결코 서둘지 않는다. 특유의 늘보 근성으로 오로지 내 스타일을 고수한다.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꽤 지루하고 점점 기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일행들이 자꾸 맘에 쓰인다. 하산 1Km 남짓 남았을까 태릉숙이 물 한통과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올라오고 있다. 물과 아이스크림을 보니 무지하게 반가웠지만 반가움보다는 쓸데없이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함이 더 컸다. ‘숙이 고맙고 미안했수’^^^
날머리인 보문정사에 도착하니 ‘위풍당당 그녀’가 차를 가져와 대기를 하고 있다. 자기도 오늘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 걱정이 앞서는지 마중 나와 있다.
허, 나원 참 오늘 나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군. 쓴 입맛을 다시며 짧은 거리지만 승용차에 탑승하여 내려가니 찰나지만 오늘 하루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힘도 들고 애도 먹었지만 이런 후배들과 함께하니 어찌 힘들었다고만 할 수 있겠나. 이 모두가 다 사람 살아가는 훈훈한 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산에 들어가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인정과 의리를 배우는 것 또한 큰 깨달음으로 여겨야 한다. 봐라. 산은 말없이 우리에게 이런 큰 가르침을 주고 있지 않나. 한 직장에 있을 때 우리 모두 이와 같은 가르침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배우도록 하자.
5월 정기산행부터 교감쌤이 동참하기로 했다. 알고 보니 정 많고 눈물 많은 돌쇠 같은 교감이다. 체육 전공이면서 산꾼이기도 한 분이다. 태릉숙이 있는데다 교감쌤이 가세를 했으니 우리 산악동아리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앞으로 ‘GB산악동아리’의 큰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동아리 발전에 가일층 노력해 주기 바라는 마음 크다.
오늘 일정은 이래저래 많이 늦었다. 대구 도착하면 하산주 할 시간도 없다. 해서 이제가면 언제 올지 모를 오늘 산행한 금수산의 전모를 바라보며 교감쌤이 베푸는 인정을 탁배기에 섞어 촌두부 안주와 함께 기분 좋게 막걸리 너댓통을 단숨에 비웠다. 그야말로 꿀맛이다. 막걸리 한 잔에 산에서 그토록 헤메던 기분은 어디로 내뺐는지 간 곳 없다. 산은 나에게 늘 그렇다.
GB산악동아리 여러분! 오늘 모두 수고 많았소이다. 6월에 있을 또 다른 산행을 기대하기 바랍니다. 동참하지 못한 분은 6월 산행에 많은 기대를 하기 바랍니다. 6월 산행은 아주 즐겁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차원으로 진행됩니다.
금수산 똑딱이 사진 기행
옥순대교 가기 전 청풍호반과 함께하는 전망 좋은 사진 포인트에서
의리의 사나이 돌쇠(감)와 풋풋한 새내기 그리고 학생부 대들보인 속초 사나이
상천휴게소에 세워진 금수산 산행 개념도. 망덕봉으로 오르는 길에 청풍호의 윤곽이 드러나야 하는데 오늘 멀리 보이는 곳은 시야가 좋지 않다.
상천리 마을 뒤로 우뚝 솟아 있는 금수산 마루금.
내비게이션을 상천휴게소로 맞추거나 아니면 상천주차장으로 맞추어야 함. 여기에 백운동매표소가 있었으나 현재는 없으니 내비가 인식을 못함.
출발하기 전에 금수산으로 가는 상천주차장 입구의 안내지도를 보고 갈 길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 현위치에서-용담폭포-망덕봉-금수산-상천주차장으로 풍선형 회귀를 한다. 오늘 가장 난코스는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오르는 길이다. 이 구간만 올라가면 망덕봉에서 금수산 가는 능선은 평이하며 수월하다. 금수산에서 상천주차장 가는 하산길은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올라가는 길 보다는 훨씬 수월하나 그래도 녹록하지 않다. 금수산 산행의 백미는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가는 코스다. 나는 오늘 이 코스에서 녹다운 됐다.
자, 늦은 시간 11시 37분에 출발을 합니다.
모란(목단). 모란을 꽃 중의 제일이라고 하여 꽃의 왕 또는 꽃의 신으로, 또 부귀를 뜻하는 식물로서 부귀화(富貴花)라고도 부른다.
금수산 용담폭포 어귀에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보문정사
보문정사너머로 오늘 우리가 산행해야할 금수산의 실체가 보인다.
보문정사 탐방로에 활짝 핀 불두화가 넉넉한 풍채로 우리를 반긴다.
금수산 숨은 비경 용담폭포 안내판
때죽나무
첫번째 나무데크가 나온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된비알이 시작된다.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 위풍당당하게 잘 하고 있다.
암릉을 오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암릉을 오르고 나니 용담폭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전망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요기는 둘이 없고^^^
요기는 하나가 없네요.^^^
용담폭포의 선녀탕. 나뭇가지에 저고리 벗어 놓고 알탕을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곧 선녀.
금수산의 숨은 비경 용담폭포.
암벽 사이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를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용담폭포에서 망덕사까지 거의 이런 된비알이다. 고운 인물이 다 드러나야 하는데 찍사의 솜씨가 아쉽다.
조금 더 높이 올라 오니 용담폭포의 탕이 하나 더 보인다. 위에 하나 더 있던데~~~
이제 다 와 가나 싶었는데 아직 1.5km 남았다. 오늘 십겁시키네.^^^
산행이 힘 들어도 볼 것은 보고 찍을 것은 찍는다. 항상 마음이 넉넉한 늘 푸른 소나무.
병풍처럼 드리워진 암릉 군단. 금수산의 진풍경이다.
올라가는 내내 이런 암릉을 밟고 올라간다. 지치고 힘든다. 오늘은 웬지 무지하게 힘든다.
저 멀리 가야할 금수산을 바라보니 아찔하다. 평소에는 아무생각 없이 가다보면 끝을 봤는데 오늘따라 저 산봉우리는 무섭고 두려웁기만 하다. 원래 산이란 실제 가보면 보이는 것 만큼 그리 멀지 않던데^^^
교감쌤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일단 여기서 전을 펴고 점심 식사 한 후에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오랜 세월 산행을 하면서 산에서 잃어버린 친구와의 이별이 너무나 안타까운 상처로 남아 오늘 헤메고 있는 나를 보니 걱정이 많다. 원래 산에서는 더듬거리지만 오늘따라 더욱 힘들고 지친다. 나도 오늘은 욕심내지 말고 점심을 먹고 아쉽지만 그냥 내려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괜히 무리할 필요가 없다.
1시가 넘었으니 늦은 점심이다. 나는 숨이차고 목이메어 밥도 안 넘어간다. 물하고 과일과 오이 그리고 맥주 한 컵 정도로 허기를 달랬다. 이 두 친구는 우리 학교 제일 막내인 단 한 방에 임용에 합격한 재원이다.
우리 공장 일꾼. 고생 많오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더 좋은 날이 있겠지. 반드시 있어야 되고 있을 것이오.
먹는 기 남는기다. 일단 먹고보자. 이제 난 일행을 먼저 보내고 내려가야 한다. 아쉽다.
일행을 먼저 올려 보내고 난 내려가야 하는데 어째 발걸음이 올라가고 있다. 이게 워케 된일이여.^^^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날 보고 의지하며 올라가란다.
그래. 까짓 것 가는데 까지 가보자. 도저히 안되면 내려오면 되지 뭐.^^^ 이토록 시원한 신록이 날 오라고 손 짓 하는데 예서 말 수야 없지. 금수산 정상도 점점 가까이 보인다.
멀리서 형체가 불분명하게 보이던 매바위의 실체가 점점 확연하게 드러난다.
조금 더 클로즈업^^^
더 더 더 땡겨 본다.
등로가 가파르니 데크시설 또한 많다. 자연이 조금 훼손되더라도 위험한 구간은 안전 데크 시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이 아무리 소중한들 사람의 목숨에 견줄 수 있겠는가?
거대한 암릉군을 보면 자연이 빚어낸 솜씨에 그저 경탄을 금치 못한다.
멀어지는 매바위와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헐떡거리며 올라왔는데 아직 망덕봉 1Km 남았다. 아직 갈길이 멀다. 여기까지 오는데 벌써 진이 다 빠지고 녹초가 된다. 앞으로 남은 1Km를 어찌 가야할지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가 출발했던 상천리휴게소와 주차장이 저 멀리 보인다.
우산나물
노루발풀. 꽃대가 올라오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둥굴레는 지천에 널려있다.
어휴, 아직 0.5Km 남았네. 일행들은 벌써 금수산 정상에 도착했을텐데... 마음이 바쁘다.
세잎 양지꽃. 양지꽃이야 어디가든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만, 금수산에서 생각만큼 다양한 종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노란 양지나마 예쁜 마음으로 담아 본다.
쥐오줌풀. 망덕봉이 가까워지니 여기저기 쥐오줌풀이 눈에 많이 띈다. 보기 싶지 않은 들꽃을 금수산을 오르며 본다. 우째 잘 담았으면 작품을 건졌을텐데 솜씨가 메주다.
망덕봉 안부에 오르기 전 마지막 데크 구간이다. 힘내자. 조금만 더 가면 망덕봉이다.
금수산에서 늦게 핀 졸방제비꽃을 많이 본다. 올해 봄 산행에서 제비꽃은 종류별로 많이 보아 지겨워 찍지 않았더니 이 놈이 산행 내내 자기도 한 컷 찍어 달라고 눈에 자주 띈다. 그래서 이 아이도 찍었주었는데 사진이 영^^^
금방이라도 터질 듯 꽃봉우리를 맺고있는 쥐오줌풀의 전모를 담아 본다. 졸방제비꽃은 덤으로 찍혔네요.
자, 드디어 망덕봉과 금수산으로 가는 안부에 도달했다. 여기까지 천신만고, 좌충우돌 끝에 왔다. 지치고 힘 들어도 사람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이토록 무섭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 마는^^^
망덕봉 표지목. 산행 입구에서 바라볼 땐 까마득하더니만, 그래도 결국은 예까지 왔다. 일행들은 벌써 망덕봉을 찍고 금수산에 다 갔으리라. 혼자 놀며 쉬며 가니 편안하기는 하지만 일행들과 늦게 합류할려니 쬐금 신경이 쓰인다. 나는 나를 아니 그렇다고 무리한 산행을 감행할 수는 없다. 그저 내 식대로 해야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 그나저나 여기서 판단을 해야 된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 내려가야 하나 금수산을 겨냥해 예정코스대로 돌아 나가야 되나. 금수산까지 대체로 평이한 능선길 1.8Km니 이 길은 부담이 없고, 금수산에서 상천주차장까지는 3.5Km다. 그렇다면 예정대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왔던 길은 내리막길이 험악하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go go^^^
망덕봉을 돌아나오니 내리막 데크 구간이 나온다. 또 얼마나 땡겨 올리려고 내려가나 싶은 것이 걱정부터 앞선다.
북사면엔 관중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고산 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신록이 우거져 녹색 바다를 이루고 있다.
단풍취 군락
산행 줄 곧 족도리풀(족두리풀) 잎을 많이 보았지만 꽃이 모두 떨어졌는지 잎사귀 밑을 뒤져봐도 꽃을 보기가 싶지 않았다. 금수산 가는 능선길에서 꽃 핀 놈을 하나 만난다. 족도리는 잎에 가려 거의 바닥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스쳐 지나가면 꽃을 보기 어렵다.
단풍취와 관중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 곳은 마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정글지대를 연상한다.
금수산 높은 고산지대에서 꽃봉우리가 맺힌 귀한 야생 은난초를 만난다. 힘들여 산에 오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랄까? 그런데 사진이 다소 아쉽다.
에휴, 이 길도 만만찮네. 아직 1.3Km... 갈 길이 멀다. 일행을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해야지...
관중 꽃대가 올라온 모양은 쉬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죠. 이 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마치 원시림을 방불케 합니다.
우산나물이 서로 잘 어울려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네요.
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오로지 힘들게 오른자만이 누릴 수 있는 천상의 로드다. 나는 이 길을 걷기 위해 오늘도 힘들게 산을 올랐다.
흰색꽃은 똑딱이로 참 담기 어렵네^^^ 요 놈은 국수나무인지 고추나무인지 확신이 서지 않네. 천천히 검색을 해봐야 겠다.
말 없이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며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자태를 보고 무엇인가를 느껴보시오.
하늘 높은 곳까지 초록 물결이 넘실거리고, 역시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기암괴석에 뿌리내린 강인한 생명에 찬사를 보낸다.
빛 바랜 철쭉도 외로운 산객에겐 더욱 정겹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면 여기서 상학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가이드 산행이라면 아마 상천리에서 상학리로 아니면 거꾸로 산행을 많이 할 것이다. 상학마을로 가면 남근석 공원 뿐 아니라 또 다른 볼 거리가 많은데 다소 아쉽다. 하산하는 길도 상학마을이 훨씬 더 가깝다.
이정표에서 금수산 방향으로 또 치고 올라간다.
내려 올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땡겨 올리기 위해서 내리는 것 아니겠나. 인생도 그러하니 젊은 친구들은 유념하시기 바란다.
금수산 정상 가까이 오니 쇠물푸레나무의 하얀 꽃이 홀로 외로이 걸음하는 산객을 버선발로 맞이 한다.
금수산 기슭은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다. 5월 초만 하더라도 잿빛을 띤 산 기슭이 많더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금은 산천이 온통 초록물감을 덮어 쓰고 있다.
금수산에서 교감쌤이 본 산양. 월악산국립공원군에 속한 금수산은 산양복원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시들어 가는 철쭉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느껴본다.
여기는 쇠물푸레나무 꽃 천지다
금수산을 치고 올라가는 막바지 오름길에서 바위틈 사이로 자란 금낭화를 본다. 금낭화는 보통 절에서 혹은 산행지 초입의 민가에서 많이 보았는데 오늘은 1000m 고지에서 핀 금낭화를 본다. 색깔은 다소 바랬지만 정말 귀하게 만난다. 고산준령에 핀 금낭화를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힘들고 고된만큼 보람도 많이 얻는다. 이것이 산행이다.
금수산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데크다.
정상에 다소곳이 핀 꽃이 새악시가 예쁜 한복입고 지치고 힘든 산객을 반갑게 맞이 하는 것 같다. 참으로 색이 곱고 예쁘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쇠물푸레나무의 하얀꽃이 참으로 먹성스럽다.
드디어 올데까지 왔다. 여기까지 오는데 왜 그리 힘이 들었는지... 그저 아무 말 없이 정상석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셔터만 누른다.
망덕봉에서 금수산으로 가는 길은 중간에 상학마을로 빠져나가는 길이 한 곳이 있었지만, 상천마을로 빠져 나가는 길은 없다. 상천마을로 원점회귀하자면 금수산 정상을 넘어서는 길 밖에 없다. 포기하고 하산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계획한대로 끝까지 완주를 하고 있다. 그 참^^^
정상이래야 그리 큰 공간은 없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정상에서 상천주차장까지 3.5Km.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아직까지 높은 지역인데 미나리냉이가 쏟아진다. 보통 미나리냉이는 계곡이 있는 초입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던데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미나리냉이는 처음본다.
정상 아래 금수산삼거리 지점이다. 상학마을과 상천마을로 가는 갈림길이다.
차량회수와 상관없다면 여기서 상학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금수산에서 상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그리 재미있는 길이 아니다. 그저 지루하고 갑갑할 뿐이다. 이 길만 왔다 간다면 퇴계 이황 선생께서 왜 비단이 수를 놓은 듯 한 산이라 하여 금수산이라 칭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금수산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으름덩굴이 눈에 띈다. 이 놈도 오늘 제대로 한번 만난다.
으름덩굴
올 봄 산행에서 천남성은 많이 보았는데 금수산에선 이 놈을 여기서 처음 만난다.
이 친구도 때죽인지 쪽동백인지 헷갈린다. 천천히 찾아봐야 겠다.
산수유. 상천리에는 산수유마을이 있다. 보통 몆 백년 묵은 산수유 나무가 즐비하다고 하니 그 또한 상천리의 유명세를 더 한다고 볼 수 있다.
산수유. 줄기가 묵은 세월을 보라.
산뽕나무. 이 친구도 오래 묵었겠다. 몇 백년 이상은 되보인다.
하루 온 종일 금수산에서 비실거리며 좌충우돌하다 보니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여름 산행은 해가 길어 다행이다.
'태릉숙'이는 걱정이 되는지 물 한통하고 아이스크림을 준비하여 근 1Km 이상을 마중나오고, '위풍당당그녀'는 보문정사까지 차량을 대기하고 있다. 위풍은 본인도 힘이 많이 들었을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위해 차를 가지고 와서 기다린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태릉숙', '위풍' 고맙오이다. 이게 다 정 아니겠나.~~~ 오늘 우리가 돌고 돌아온 산마루금을 들여다보면서 금수산과 작별을 고한다.
늦은 산행을 마치고
상천리주차장 식당에 모여 막걸리로 회포를 푼다. 돌쇠(감) 님이 회원 모두 수고하였다고 따뜻한 촌두부 김치에 막걸리 몇 순배 돌리니 언제 그렇게 헤메고 다녔느냐는 듯 막걸리는 벌컥벌컥 잘도 넘어간다. 돌쇠(감) 님을 비롯 오늘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모두 6월 산행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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