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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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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하늘정원에서 비로봉까지

 

 

 

■ 언제 : 2016. 2. 11.(목)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비로봉, 왕복 3.2km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흔적

 

 

올해 들어 팔공산은 처음이다.

명절이라 내려온 아들내미랑 온 가족이 함께 팔공산을 가려고 했는 데

아들내미는 일 때문에 그만 먼저 올라가 버렸다.

어미가 해 주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더 먹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서둘러 올라갔다.

고군분투하며 애쓰는 모습이 늘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소중한  내 아들이다.

아비를 닮아 술을 많이 먹는 것 같아 걱정이고,

옆에서 알뜰살뜰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더 애잔하다.

 

설 연휴가 보기보다 길고 지루하다.

명절 끝에 뒤룩뒤룩 살 만 더 찌는 것 같다.

더 이상 무료하게 있자니 되려 몸살이 날 것 같아

아내랑 딸내미를 대동하고 가까운 팔공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가자면, 하늘정원이 제일낫다.

물론, 아직 겨울이 한창이라 하늘정원을 가더라도 늘 보던 꽃은 없겠지만,

그래도 잔상은 남아 있으리라.

그런데 오늘 가는 길은 어떨지 모르겠다.

공군부대가 있어 제설은 했으리라 여겨지지만, 산길이라 차량 통행이 많이 없고 그늘진 길이라

길이 얼어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래도 일단 가보자.

 

역시 예상한 바대로 동산계곡을 따라 가는 데 높이 올라갈수록 부분 부분 얼어 있는 곳이 눈에 자주 띈다.

다소 위험하기는 했으나 거북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올라가면 되겠다 싶어 그냥 밀고 올라갔다.

 

무사히 하늘정원 주차장에 당도했다.

주차장엔 차량이 한 대도 없더니 우리가 막 출발하려고 하니 스포티지 한 대가 들어와

산 마니아처럼 보이는 부부 두 사람이 내렸다.

현재 팔공산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엔 우리 포함 5명이 전부다.

이사람들도 엔간히 산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은 갈 때마다 좋다.

봄부터 겨울로 가는 길목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초지에 펼쳐진 야생화가 넘실대는 모습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군위군에서 이름지었는지 '하늘정원'이란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비록 지금은 꽃이 지고 갈빛으로 물들어 있지만, 그래도 아직 그 잔상이 남아있다.

하얀 눈밭에 쉽싸리와 좀조팝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찬란했던 계절의 여운을 업고 섰는가하면

산정 길섶엔 봄을 알리는 호랑버들이 눈을 부릅뜬 채 산객의 발걸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려의 개국공신 8명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이라 불렀다는 팔공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좌청룡 우백호 처럼 우뚝 솟아 있다. 

동봉보다 높고, 서봉보다 높은 비로봉이지만,

팔공산에서 가장 높은 비로봉을 가는 게 오히려 가장 쉽고 편하다.

그것은 바로 하늘정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길이 어찌 좋지 아니하겠는가?

여유롭게 즐기며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길이 없다. 

오늘따라 녹지 않고 산정을 하얗게 덮은 눈이 그리 정갈할 수가 없다.

덩달아 내 마음까지 하얗게 정제되어 녹아내리는 듯하다.

사방 팔방 아무데나 둘러 봐도 겨울산맥이 그려 놓은 그림은 진경산수와 다름없고,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곳이라도 액자만 걸치면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다.

지금 보이는 팔공산천 모두가 수묵화로 도배되어 있는 것이다. 

 

비로봉 정상에 서면 각 방송사 송신탑이 우후죽순처럼 설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산을 버려 놓았다는 강박관념에 기분이 썩 좋지 않더니

이제는 그 시설물마저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그도 자주보니 정이 드는 모양이다.

산을 다녀보면 정상에 팔공산과 같은 방송 송신시설이나 군부대가 들어선 모습을 흔히 본다.

역시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자주대하면 그도 정이드는 모양이다.

 

오늘 오후에는 나도 약속이 있고, 딸내미도 약속이 있다.

그래서 동봉과 서봉은 생략하고 비로봉까지만 다녀왔다.

왕복 3.2km정도 밖에 안된다.

팔공산에서 가장 높은 산을 불과 시간 반이면 다녀올 수 있다.

오늘 같은 날 다녀오기 딱 좋은 코스다.

 

이번 겨울 제주 한라에 가서 또 한 번 크게 느꼈지만, 오늘 팔공산에서 또 내 딸 아이의 능력을 재삼 확인했다.

비록 하늘정원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 수월하기는 하나 걷는 것을 보면 산행 능력을 미루어 짐작 가능한 데

아무래도 내 딸 아이의 산행 능력이 보통이 아닌 거 같다.

처음 한 두번 따라 다녔을 때는 거의 초죽음이더니

내 보기에는 이제 펄펄 날아 다니는 거 같다.

이거 영 에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산릉에 무수한 초목이 지금은 갈빛을 띠고 하얀 눈밭과 어우러져 있다.

 

하얀 눈밭에 쉽싸리가 제일 탄탄하게 서 있다.

 

겨울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그림이 또 어디에 있을까나... 주로 쉽싸리와 좀조팝나무렸다.

 

너무 이쁘다. 하얀 눈밭과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요 테크로 이어진 계단만 올라서면 비로봉까지 탄탄대로다. 데크로 이어진 계단은 10분이면 올라간다.

 

올해 몇 번이나 더 올지 나도 궁금하다.

 

팔공산맥이 그린 수묵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겨울산을 흰 속치마가 덮어 맨살을 감추었다.

 

청운대쪽 전망대

 

무엇을 그리 골똘히 살피시나요. 뭐가 보이시는지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마치 강원도 고산준령의 겨울을 보는 거 같다.

 

산맥이 그린 선이 굵직굵직 하다.

 

멀어 보이는 데 막상 가보면 지척이다. 산을 다녀보면 멀리 있어 보이는 데 막상 가보면 보이는 거 만큼 멀지 않다.

 

공군부대 아래 기암절벽이 가관이다.

 

비로봉을 가는 이 길섶은 야생화가 무장을 하고 있는 길이다. 함박꽃나무도 있고, 좀조팝, 기린초, 산수국 등 무지하게 널려있다.

 

오늘은 흰눈 덮인 길을 따라 걷고 있네요.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기도 하며 여유를 가져본다.

 

사람이 없어 더욱 아름답고 포근한 길이다.

 

어린아이마냥 눈을 뭉쳐 허트려 보기도 하고...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본다.

 

청운대를 바라보며...

 

청운대 아래 자리 잡은 원효구도의 길 오도암

 

기도빨 좋은 팔공산 암자 오도암이 기암절벽 아래 자리잡고 있다.

 

비로봉에서 보니 오도암이 정말 귀한 곳에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비로봉 아래 콘크리트벽 구멍 사이로 들여다 본 동봉. 여기오면 꼭 이 사진을 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서봉도 바라보고...

 

여기 비로봉 정상석 좀 있어 보이게 새로 설치할 수 없나??? 팔공산이 주는 엄중한 산세에 비해 정상석이 어째 폼이안 난다.

 

아들내미랑 다함께 선 적도 있었지요.

 

 

 

서봉을 안고...

 

호랑버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한다.

 

이하 모두 호랑버들

 

 

 

 

 

 

 

 

 

내려가면서 다시 들여다 본 팔공산 주능

 

또 날 기다리고 있네요.

 

이제 가자. 약속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