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가을 야생화가 보고파 찾은 팔공산
■ 언제 : 2015. 9. 26.(토)
■ 어디로 : 팔공산
하늘공원 - 비로봉 - 마애약사여래좌상(서봉 가는 길) - 비로봉, 동봉 삼거리 - 비로봉 - 하늘공원
■ 누구랑 ; 홀로
흔적
아내는 추석 준비차 형님댁에 가고
딸내미는 독서실 가고, 아들내미는 밤이 깊어야 서울에서 내려 올 것 같다.
혼자 집에 있자니 궁둥이가 근질근질하다.
이럴 땐 간단하게 채비를 하고 팔공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고다.
아내가 물 2통, 사과 1개 깍아 놓은 것 챙기고
가는 길에 제과점에 들러 빵 3개 사서 챙겨 넣었다.
에상대로 동명으로 가는 길은 많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동명사거리까지만 가면 송림사로 가는 길은 거의 막힘없이 질주할 수 있으니 일단 동명만 벗어나면 수월할 것이다.
차량으로 꽉 막힌 동명간 도로를 난, 용케도 잘빠져 나갔다.
팔공산을 찾아 이 길을 한두 번 간 것이 아니니 다른 차량보다는 좀 수월하게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송림사를 지나 한티재로 가는 도로는 구안국도와는 달리 한산하기 그지없다.
마치 오늘이 추석 귀성차량 행렬로 아우성치는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 맞나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런 기분 좋은 상황은 한티재 너머 동산계곡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팔공산 하늘정원까지 거침이 없다.
공군부대 못미쳐 하늘정원 들머리에 들어서니 주차해 놓은 차량이 한 대도 없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오늘이 어떤 날인가?
그리운 부모형제 만나고 조상님 뵈러 바리바리 선물꾸러미 가득 안고 고향가는 길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모두 고향길 찾아 떠났는지 팔공산 하늘정원은 고요함이 엄습해 약간의 한기마저 들게했다.
(시작은 그랬다. 산행 후 내려오니 차량이 서너대 주차하고 있었다.)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데크로 이어진 계단길 좌우는 온통 풀과 나무로 꽉 채워졌다.
올해 이 길을 알고는 벌써 4번인가 5번 째 찾는 것 같다.
난, 여기 오면 올라가는 계단길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조망이 확 트여 좋고, 올라가는 계단길 양쪽엔 온갖 풀과 나무들이 나를 반겨준다.
여기서 출발하면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굳이 힘이 든다면 시작점에서 이어지는 데크로 이어진 계단길이 가장 힘든다고 볼 수 있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그리 길지도 않고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 이 길은
워낙 조망이 좋고, 꽃과 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길이라 걷기에 그저 즐겁고 행복한 길이기만 하다.
꽃과 나무 그리고 풍경을 바라보고 똑딱거리다 보면 데크로 이어진 계단은 금방 끝이나고
그 다음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까지 가는 길은 여반장이라 할 수 있다.
아마, 팔공산을 단위 지역으로 분활해 보았을 때 계단길 우측으로 뻗어 있는 숲은
팔공산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가 서식하는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름대로 팔공산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본 내 눈엔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도 남는다.
하늘정원을 지나니 가족 단위의 산손님이 드문 드문 눈에 띈다.
처음으로 만났던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세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 부탁하기에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여 셔터를 3번이나 눌러주었더니
너무 과한 고마움을 표하면서 청도 반시라며 달달한 감까지 하나 주었다.
혼자 몸이었음에도 산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달콤해 적적함 마저 청량한 가을하늘 구름 속에 묻어 두었더만,
부자의 따뜻한 인정이 팔공산 하늘정원을 노니는 빈 산객의 허전함을 더욱 달콤함으로 채워 주었다.
추분이 지나고 한가위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와 그런지
그 전엔 크게 눈에 띄지 않던 억새의 하늘거리는 모습이 팔공산 하늘공원의 가을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게다가 비로봉 기슭과 팔공산 주능 아래는 벌써 속살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아! 팔공산은 벌써 가을이 깊게 왔었구나.
아직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라 한낮은 더워도 산은 어김없이 절기에 순응하고 있구나.
팔공산에 들어와 가을이 깊어감을 절감하며 꽃 찾아 바람처럼 노닐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한다.
오늘은 지난 번 비로봉 아래로 내려오다가 오른쪽 공터 있는 곳으로 가
큰 바위 아래 걸터 앉아 혼자 빵으로 점심을 때우던 그곳으로 갔다.
다음에 오면 반드시 이곳으로 가보리라 점찍어 두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마, 이 길은 분명 서봉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곳으로 연결될 것이라 짐작했다.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더욱 가고 싶었고, 궁금증이 증폭된 길이었다.
지난 번에 큰 바위에 걸터 앉아 빵을 먹었던 자리에서 점심 대용으로 준비해간 빵을 먹으려 했더니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한 줌 그늘빛 조차 없었다.
배는 조금 고파왔지만, 길목 좋은 곳에서 끼니를 때우고자 참으며 가던 길을 계속 가자니
웬 부부가 나랑은 반대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옳커니 잘됐구나 싶어 확인차 길을 물었더니
역시 내가 예상했던대로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길이 맞다고 한다.
철조망으로 막아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동봉이나 서봉에서 바라보던 바위 무더기와 폐소가 된 초소가 나왔다.
철조망을 뚫고 암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올라서니 비로봉, 동봉, 서봉
그리고 군위군을 비롯한 사방이 확 트인 팔공산의 또 다른 조망 명소가 나타났다.
언젠가 이 봉우리 아래 있는 마애불에 왔다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 사람 소리가 나길래
어떻게 저기를 올라갔지 했는데 오늘 내가 여기에 섰다.
팔공산은 이래저래 다니지 않았던 구석 구석을 잘 누비고 다닌다.
마애불에 다다르니 이미 나보다 먼저 도착하여 불공을 드리는 불자 한 분이 계셨다.
아마 이곳 환경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
내가 당도하니 이미 정성들여 치성을 드린 다음 불경책을 꺼내 독경을 할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신심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 신선해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아까 비로봉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다.
내친김에 서봉까지 갈까하다가 아쉽지만, 그만 서봉은 생략하기로 했다.
서봉이래야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오늘은 꽃과 나무도 만족할 만큼 봤고 해서 큰 욕심이 나지 않았다.
대신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곳에서 서봉과 동봉 가는 길로 내려가 비로봉으로 올라갔다.
오늘 본 야생화 중에서 까치고들빼기는 이 길에서 봤다.
그러니까 동봉과 서봉으로 가는 길에 팔공산 까치꼬들빼기가 주로 서식하고 있다.
물론 종주길로 가다보면 군데군데 보이기도 하지만 난, 이 길에서 팔공산 까치고뜰빼기를 자주 접하는 편이다.
비로봉으로 다시 올라가 하늘거리며 하늘정원으로 다시 갔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 보기도 하며
시간에 허덕여 목적한 곳까지 가지 못할까 봐 아껴 두었던 꽃과 나무까지 모두 챙겼다.
혼자 오면 이런 행동이 자유로워 좋다.
나를 탓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과 바람과 산밖에 없다.
이들은 결코 말과 행동으로 뭐라 하지 않는다.
늘 쫓기 듯 다니던 산행길이 혼자일 때는 이렇게 바람보다 더 자유롭다.
바람에 나부끼는 가을 억새의 가녀린 유혹을 못 이긴 척 당해 보기도 하고
아직도 여름을 붙들고 놓아 주지 않는 보랏빛 꿀풀과 노란꽃을 피운 기린초까지 눈길을 한 번 더 주는 여유가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기 일쑤였던 달맞이꽃에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바람보다 자유롭고 파란하늘보다 더 편안하다.
꽃과 나무는 용량 관계로 따로 분류해 야생화자료방에 올렸음.
한가위를 맞은 팔공산의 가을
추석 하루 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올라 갈 때는 혼자였지만, 산행을 하면서 산객을 드문 드문 만났다. 하늘정원을 가는 이 계단을 오르면 비로봉까지는 주봉인 비로봉까지는 식은죽 먹기다. 팔공산에서 야생화 최대 군집은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데크너머 들어갈 수가 없다. 그저 오르내리면서 눈에 보이는 애들을 주워 담는 것이 다다. 그래도 계절별로 많은 야생화 무리를 볼 수 있다. 여기는 영천 보현산 천상의 화원 못지 않다.
가을을 대표하는 하얀 구절초로 출발을 다진다. 순수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인 구절초를 보노라면 언제나 순백한 어머니의 고고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왼쪽 정영엉겅퀴와 오른쪽 쉽싸리. 쉽싸리는
구절초와 쌍벽을 이루는 가을을 대표하는 쑥부쟁이
여기 쯤 올라오면 늘 찍는 장면이다. 오늘은 이 길을 걸으며 그동안 외면했던 가을 억새의 흐느낌을 읽는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라 하네요. 긴 기다림 끝에 그리움으로 한 껏 몰려온 가을이 우리의 산하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가 봅니다.
데크를 올라서면 이런 길의 연속이라 해도 무방하다.
늘 지나치기만 하던 달맞이꽃도 오늘은 입맞춤을 해본다.
뭔가 했더니 앉은좁쌀풀이네요.
쑥부쟁이 천지다.
말짱하던 비로봉 일대를 순식간에 구름이 뒤덮었다.
청운대를 배경으로 마가목을 잡았다.
군부대의 파수병 산오이풀
참빗살나무 열매. 나무에는 이제 열매가 맺혀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철조망 너머 참빗살나무
이쪽 산 기슭에도 단풍이 울긋불긋 졌는데 화면으로 잘 띄지 않네요.
하늘정원 망원경이 있는 전망대
하늘정원 전망대를 배경으로 한 노박덩굴과 참빗살나무
전망대
철조망 너머 참빗살나무
단풍이 들고 있는 비로봉 일대
노박덩굴의 노란 열매
암벽에 자리 잡은 순수, 어머니의 사랑. 오늘은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사랑이라 표하고 싶다.
팔공산 주능을 바라보며...
억새의 흐느낌도 느껴본다.
파란하늘과 억새의 조화
길, 길, 길. 길에는 인생이 있고 삶이 있고 학습이 있다. 길에서 배우고 삶을 살아가는 혜안을 깨우치리라.
꽃향유.
동봉 아래는 벌써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쑥부쟁이와 나비
동봉과 물들어 가는 단풍
비로봉 아래로 내려와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생전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간다.
폐소가 된 초소도 보이고 열린 쪽문으로 들어가 보니 초소 위로 올라가기는 어려워 그냥 나왔다.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봉우리다. 사통팔달인 조망처다. 서봉 방향
동봉 방향
서봉 방향
위로는 단풍이 벌써 익었다.
서봉 방향의 산기슭에도 단풍이 익어가고 있다.
산앵도나무. 한반도 산지의 해발 200~1,800m에서 자라며, 한국의 고유식물로 낙엽관목이다.
마애약사여래좌상. 두번 째 방문한다.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곳의 소나무
노박덩굴.
나래회나무 열매
콘크리트벽 창으로 동봉을 내다본다. 올 때마다 이 그림을 담는다.
산앵도나무 열매가 앙증맞다.
길섶이 온천지 야생화로 가득한 곳인데...
장구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놈이다.
철조망을 노박덩굴이 온통 뒤덮고 있다.
참빗살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청운대의 단풍도 익어가고 있다.
여기도 꽃밭 천지다.
정영엉겅퀴
올라 가면서 소홀했던 쉽싸리 내려가면서 다시 담는다.
쉽싸리와 층층이꽃이 어울린 모습도 다시 담아본다.
오늘은 산정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흐느낌마저 아름다운 멜로로 다가온다.
들머리 입구에 있는 산초나무. 꽃이 피니 색감이 이쁘다.
내려오면서 차를 세워 청운대의 다른 면을 본다.
노박덩굴
아하, 그러고보니 이 그림은 청운대 아래 원효대사가 오도를 한 오도암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보이는 장면이다. 오도암 스님께서 일본 병사가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비는 모습하며 부처가 있는 상을 설명하신 바로 그곳이다. 여기는 오도암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오도암 스님께서 말씀하신 장면 그대로 보이는 곳이다.
내려오다가 차를 세워 찍어 얻은 독활이다.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산산성, 저물어 가는 가을 풍경 (0) | 2015.11.12 |
---|---|
팔공산의 단풍은 어디쯤 왔을까요. (0) | 2015.10.17 |
팔공산의 가을나무와 꽃을 찾아 들어간 계곡 (0) | 2015.09.13 |
갓바위 상가지역에서 명마산 장군바위까지 (0) | 2015.08.30 |
가산산성, 성곽길 따라 걷는 여름 야생화 산행 (0) | 2015.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