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단풍이 익어가고 있네요.
■ 언제 : 2015. 10. 17.(토)
■ 어디로 : 팔공산 케이블카 정거장(신림봉)
■ 경로 : 동화사집단시설지구 - 깔딱고개 - 케이블카정거장(신림봉) - 염불암 - 동화사 - 원점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오늘은 아내랑 가벼운 산행이라도 하기 위하여 팔공산 케이블카 정거장이 있는 신림봉을 찾았다.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와 아내가 함께한 약속이 있어 집에 있지 않고 가까운 팔공산이나마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말 산행을 감행하기로 굳은 의지를 다졌었다.
그 덕분에 근 5년이 훨씬 넘는 짧지 않은 세월을 거의 빠짐없이 산을 다니는 나름대로의 쾌거를 이루었다.
그것은 아내가 늘 곁에서 함께 해주어
지금까지 순조롭게 그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겠다.
팔공산 단풍은 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단풍철이 되면
가는 길 자체가 단풍으로 주단을 깔아 놓은 명품으로 도배된 길이다.
파계사에서 동화사로 가는 팔공순환도로는
가을이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라 주저없이 얘기할 수 있다.
오늘 산행을 위해 가보니 팔공산순환도로변의 가로수는 단풍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부는 벌써 익을만큼 익었지만, 아직 푸른 빛을 띠고 있는 곳이 더 많았다.
아마도 10월 말이나 11월 초순이라야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 같았다.
그때 다시 한 번 더 와야겠다.
동화사집단시설지구에 도착해 깔딱고개를 경유하여 케이블카정거장이 있는 곳으로 올랐다.
이 길로 몇 번 간 적이 있었기에 오늘은 일부러 조망 좋고 산행길이 다소 수월한 이쪽을 택했다.
산행 기분도 살짝내면서 내 고장 팔공산의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략 1km정도 올라가는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1km정도만 빡세게 올라가면
나머지는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며 유유자적하게 노닐다 오면 된다.
이 코스는 팔공산 여러 경로 중 산행하기에 비교적 재미가 많은 곳이다.
깔딱고개-케이블카정거장-염불암-동화사 코스로 잡는다면
케이블카정거장까지 넉넉잡아 충분히 쉬어가며 1시간만 올라가면
나머지 코스는 나름대로 시간을 여유있게 즐기면 된다.
정거장 매점에서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는 여유를 가져도 되고
산책 코너 곳곳에 마련된 정자나 데크로 만든 휴게시설에서 늘어지게 한 숨 자고 가도 된다.
우리는 오늘 느지막이 출발했어도 꽤나 여유있게 지내다 왔다.
산에 다니며 이렇게 여유를 부린 적이 없었는 데
오늘은 정말 산행길이 여유로움이 많아 좋았다.
케이블카정거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군데군데 탁트인 조망과
큼직큼직한 바위 덩어리가 헐떡거리며 올라가는 산객의 무거운 발걸음을 덜어준다.
동봉과 서봉 기슭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 가고 있다.
동봉 뒤로 보이는 비로봉의 송전탑도 더 없이 가까이 보인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팔공산은 산객을 괴롭히지 않는다.
오로지 존재 자체가 산객을 위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팔공산은 바로 그런 산이다.
신림봉에 올라 팔공산의 단풍이 익어가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노라니
TBC방송국에서 방송기자가 동봉과 서봉을 겨냥하면서 부지런히 촬영을 하고 있다.
미리 선점한 산객 혹은 케이블카를 타고 가을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탄성을 자아내고 있으니 촬영기사가 자연스런 그 분위기를 가져달라며
더 자연스러운 포즈로 촬영을 한다.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오긴했나보다.
내친김에 동봉까지 갈까하다가
아내와 난 오늘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염불암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비구니 암자도 들리고 동화사도 들렀다.
이쪽으로 오면 동화사에서 매표를 하지 않고 경내를 공짜로 구경할 수 있다.
굳이 그런 목적으로 이리 온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공짜로 온 걸음, 동화사 여기 저기 구경하며 다녔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올 때 사천왕상을 보고 합장을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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