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는 팔공산 계곡의 가을나무와 꽃
■ 언제 : 2015. 9. 13.(일)
■ 어디로 : 팔공산 00계곡
■ 누구랑 : 홀로, 아내와 딸내미는 갓바위
흔적
딸내미와 아내는 갓바위로 가고
난, 혼자 팔공산이 주는 옥을 머금은 계곡을 찾았다.
혹여 구름 청명한 하늘아래
쪽빛 물길 사이로 정말 옥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홀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늘 먼저 들리는 곳
팔공산에서 가장 수려한 폭포
폭포를 바라보는 장소란 뜻의 망폭대로 간다.
치산십경 중의 으뜸인 곳이다.
여기에 오면 난, 괜시리 망폭정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그리곤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지난했던 시절의 잔상을 실어 보낸다.
이럴 때면 심신이 날아갈 듯 홀가분해 진다.
오늘도 지난 5월에 그랬던 것처럼 계곡 위주로 탐사를 했다.
빠알간 현수교가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도마재로 가는 계곡을 따라 먼저 걸었다.
그런데 오늘 이 계곡은 별 재미가 없다.
언제든 이곳에 오면 항상 재미를 봤는데 장마다 꼴뚜기가 폴딱폴딱 뛰는 것은 아닌가보다.
도마재까지 반 정도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왔다.
실은 쪽빛 머금은 계곡에 옥을 보자 함은 바로 물매화였던 것을~
팔공산에서 물매화 봤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만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현수교로 내려와 이번에는 진불암으로 가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5월에 갔던 똑 같은 길을 따라갔다.
오늘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곳곳에 궁궁이로 보이는 애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잊지 않고 보여주는 애들이다.
정작 보고팠던 애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해마다 보고 또 봤던 애들만 사방팔방에 잔뜩 널려있다.
늘 봤던 애들이지만 여전히 이름이 난해한 놈들
궁궁이, 개구릿대, 구릿대, 바디나물, 천궁... 그놈들 이름 한 번 불러주기 되게 힘 든다.
좀 식상한 감이 든다.
올라가다 말고 대청마루 같이 널찍한 그늘진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내가 주저 앉았다기 보다 널찍한 바위가 날 주저앉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뭉게구름 뭉실한 하늘아래 너럭바위엔 어줍잖은 산객 홀로 고독한 바람이 되었다.
메고 있던 배낭을 열어 물고구마 2개를 꺼냈다.
팍팍하지 않고 물커덩해 오히려 먹기가 나았다.
아무도 없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더없이 따뜻함으로 다가오고
차가운 골바람은 언제 땀을 흘렸느냐는 듯 냉기가 서려 잠바를 걸치게 만든다.
청량한 가을하늘 바라보며 만사 제쳐두고 드러눕고 싶다.
바람이 가락을 만들고 흐르는 물엔 바람이 만든 선율이 타고 간다.
여기가 곧 도원향(桃源鄕)인 게지.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산이고 꽃이고 다 필요 없다. 그냥 편히 늘어지면 그만이다.
고만 내려가야겠다. 물빛은 쪽빛이니 에메랄드니 해도
여기는 혹시라도 내가 기대했던 물매화는 비슷한 녀석조차 찾을 수 없다.
늘 담으며 헷갈려하던 궁궁이 같은 녀석들만 잔뜩 담았다.
울산도깨비바늘, 미국가막사리에 거미줄만 무성하다.
오늘 하루는 바람과 구름
너럭바위로 흐르는 물과 어울리다 간다.
꽃과 나무는 별 재미를 못봤다.
그래도 평상 같은 너럭바위는 안온하기만 했다.
산박하
고마리
이질풀
붉나무
구절초
구절초
미국가막사리
이질풀
구절초
궁궁이
물봉선
고마리
이질풀
털이슬
고마리
꼭두서니
오리방풀?
바위떡풀
고본
조밥나물
궁궁이
미국가막사리
산박하
여뀌
참취꽃
며느리밑씻개
도깨비바늘
조밥나물
구절초
비수리
좀닭의장풀
오이풀
흰고마리와 물봉선
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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