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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봄꽃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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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은 우거지고 봄꽃은 만발한데 애꿎은 생명은 간 곳이 없네.

 

 

오늘은 행사가 많다.

서울사는 사촌 동생이 사위를 보는 날이기도 하고

고교, 대학 동창인 신교감이 서울에서 딸내미를 치우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GB산악동아리 4월 정기산행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우째 말못할 사정이 생겨 혼사엔 두 군데 모두 참석치 못하고

정기산행은 시절이 하수상하여 취소했다.

그러자니 가슴만 답답하여 적적한 마음 달래려 홀로 팔공산을 찾았다.

일부러 인적이 드문 팔공산 속 깊은 곳을 찾아 들어갔다.

 

언젠가 이곳을 홀로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역시 꽃은 봐도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고즈넉한 그때 본 그 길이 좋아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 다시 찾아와야 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이 길을 다시 홀로 찾아왔다.

오늘은 산행이 주목적이 아니라

새봄에 피어난 각종 야생화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많은 야생화가 만발하고 있었다.

지들끼리 생존의 각축을 벌이고

살아 남은 자는 봄 햇살을 만끽하며

대자연의 향기를 맘껏 향유하며 노래하고 있었다.

 

병꽃나무가 한창이었고 그 외

미나리냉이, 매화말발도리, 족도리풀, 미치광이풀, 천남성 그리고

아직 생을 마감하지 않은 철쭉꽃과 현호색, 제비꽃도 많이 남아 있었다.

 

이렇듯 산천엔 이름 없는 풀이 없고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미물이 없다.

오히려 미물일수록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며 맞추어 살아간다.

 

인간은 과연 고등동물일까?

인간의 삶이 이름도 모르는 저 풀보다 과연 더 존귀할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꽃밭에 들어가 헤집고 다니지 않는다.

하찮은 꽃이라한들 짓밟지 않기 위하여

짓밟혀 죽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런데 작금의 이 현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깝고 그저 안타깝기만하다.

 

꽃 중의 꽃은 생명의 꽃일진대

저, 피지도 못하고 수장된 생명은 어찌

차고 짠 바닷물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전 국민이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생명의 불꽃은 자꾸 희미해져만 간다.

얼마나 애통하고 분통이 터지겠는가?

우리가 이럴진대 그 피붙이는 어이하겠나.

 

이제 우리 모두는 진정 그들을 이대로 보내야만 하는가?

아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말자.

단 한 명이라도

숨을 쉬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지 말자.

그들이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있음을 잊지 말자.

 

문명의 이기와 개인의 이기에 사로 잡힌

사악하고 탐욕적인 기성세대의 방자함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모두 우리들이 책임져야 할 몫으로 남았다.

 

 

 

■ 2014. 4. 26.(토)

■ 홀로

■ 팔공산 조용한 곳으로

 

 

 

수도사 전경

 

가는 길에 과수원에 널부러진 능금꽃을 보고

 

병꽃나무는 이제 꽃이 다 져도 이 길로 가면 저 나무가 병꽃나무구나란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나리냉이

미나리냉이 

 

매화말발도리 

 

개별꽃인가? 

 

제비꽃

 

조용히 흐르는 계곡엔 산 그림자만 깊게 드리워져 있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오늘따라 유달리 잔잔하고 소리없이 흐느끼는 느낌만 체감된다.

 

매화말발도리의 하얀 꽃도 아래로 축 늘어져 있다.

 

저 다리 위에는 그림자마저 드리워져 있지 않다. 쓸쓸하니 사람이 지나가기를 매양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다.

 

아직 남아 있는 철쭉꽃도 이쁘지만, 잎이 더 푸르게 보인다. 오늘은 내 심보가 고약한지 마음이 우울한지 가늠조차 안된다.

 

쇠물푸레나무의 하얀 꽃이 유달리 외로워 보인다.

 

망폭정이라? 언제 생겼지.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있었는데 본척만척 했었던가?

 

너는 그래도 변함없이 물줄기를 품어내는구나. 항상 물이 마르지 않아 좋다. 사람도 늘 변함없이 한결 같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산이고 꽃이고 모두 접고 폭포가에 앉아 시퍼런 고추 된장에 찍어 막걸리나 한 사발 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없더니 폭포 다녀오고 나니 한 무리의 산행객이 나타나 예쁘게 칠한 빨간 현수교를 건너고 있다. 나는 오늘 저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전국의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서 자라는 조팝나무. 향이 좋다.

 

잎이 싹둑 잘린 것 처럼 보이는 이 친구 이름이 뭔가했더니 '큰괭이밥'일세. 꽃이 참 이쁜데 벌써 꽃이 진 건지 앞으로 피어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친구는 너도바람꽃이라는데 벌써 꽃이 지고 씨가 맺혔나보다. 벌써 몇 달 전부터 너도바람꽃이 카페에 올라온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꽃은 모두 졌을거라 생각된다.

 

큰괭이밥. 다시보니 조금있으면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울 것 같기도 하고...

 

도시에서 나고 자라 그런지 땅에 묻힌 도토리가 싹을 틔우는 이런 모습도 처음본다. 얼마나 신기한지 세월호에 묻힌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강한 생명력으로 버텨 주기를 학수고대한다.

 

족도리풀은 낙엽더미에 묻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낙엽을 뚫고 올라오면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낙엽을 뒤적여 찾아야 한다.

 

산벚꽃나무잎이 떨어져 꽃비를 날리며 길가를 하얗게 덮고 있다.  이 길을 홀로 걸으니 떨어진 꽃잎마냥 마음이 하수상하다.

 

큰괭이밥에 꽃대가 올라왔나 뭔지 잘 모르겠다. 꽃이 핀다면 또 한 번 와야겠는데~~~

 

족도리풀 이 친구는 그래도 제대로 만났다. 

 

천남성은 수두룩하게 자라고 있다.

 

미치광이풀은 좀 더 있어야 자줏빛 꽃 색깔을 볼 수 있겠다.

 

코브라가 먹이를 향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포착하는 것 같은 천남성.

천남성 군락지다. 누가 또 다 캐갈라~~~ 

 

산괴불주머니가 바위 위에 흙도 없구만 뿌리를 내리고 예쁘고 소담스럽게 피어있네요. 여기는 산괴불주머니의 노란꽃이 유달리 싱싱하다.

 

아직 남아 있는 현호색의 다양한 종을 만난다.

 개별꽃과 현호색

 

괭이눈 종류인데 이놈도 종류가 많다.

 

금괭이눈인가 뭔 괭이눈일 것이고 족도리풀과 큰괭이밥이 한데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색상이 좀 다른 족도리풀 

 

풀솜대

 

아직 잎도 피지 않은 덩굴나무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이놈들이 잎으로 꽉차면 이 길은 원시림을 방불케하고 길이 막혀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높이 올라가니 노랑제비꽃도 자주 만난다. 한창 때는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고운 색상을 그대로 담고있다.

 

계곡이 제법 길다. 안부에 이르기 전까지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댓잎현호색도 아직 남아있네. 잎사귀가 대나무잎처럼 길고 가늘게 갈라져 그렇게 부른다.

여러 현호색이 함께 어울려 있다. 

 

제비꽃도 종류가 많다. 전에 무슨 제비꽃인지 분명 찾았을텐데 기억이 잘 안난다. 

 

계곡의 물가에 노랑제비꽃이 예쁘게 어울려 있다.

 제비꽃은 노랑제비꽃이 눈에 제일 잘 들어온다.

 

뭐가 주고 객인지 구분이 안된다. 앞에 있는 묵은 산수국을 보니 작년 가을에 보랏빛을 발하며 한창 뽐내던 그 모습이 떠올라 찍었는데...

 

안부에 다다르니 노랑제비꽃이 더 난리를 친다.

 

참꽃이 떨어지고 새잎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동봉 가는 길과 관봉 가는 길에 섰다.

 

여기가 어딘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요.

 

 

지난 가을에는 비가 올려고 하는 날씨에도 여기에서 동봉을 지나 진불암으로 돌아내려 갔는데 오늘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만족하고 왔던 길로 내려간다.

 

내려가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주린 배를 채우고 가자.

 

올라오면서 외면하고 지나온 쇠고비도 내려가면서 눈맞춤을 한다.

 

내려오면서 역시 올라오며 봐 두었던 계곡 건너 노란 산괴불주머니도 담아본다. 

 

나무뿌리가 바위를 곧 해체할 것 같다.

 

올라오면서 외면했던 장면들을 하나 둘 챙긴다.

역시 같은 마음으로 

 

물 건너 돌 틈사이로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애기괭이눈. 조그마한 것이 애기괭이눈 일 것 같다.

 

병꽃나무를 덮고 자라는 줄딸기꽃. 색감 좋은 줄딸기꽃은 박달재수련원에서 엄청나게 많이 봤는데~~~

 

여럿이서 함께 갔다면 알탕이라도 좀하고 갔으면 좋으련만 혼자는 무서워서 신발도 못 벗겠다.

 

다시 빨간현수교로 돌아와 다리를 건너 진불암쪽으로 간다. 진불암 계곡쪽으로 가면 물론 여기랑 별반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다녀온 곳과는 다른 것들을 더러 볼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 300m 쯤 가다가 되돌아 와 버렸다. 이 길로 일부러 다시 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텐데 아쉽지만 더 이상 가고 싶은 의욕이 안생긴다.

 

목조다리보다 징검다리가 더 정감이 가는 건 모두 소싯적 추억이 서려있기 때문이리라.

 

다리 아래로 흘러가는 물길을 바라보며

 

뭔가 했더니 개옻나무라네요. 근데 키가 억시로 크다. 팔공산 초례봉 갔을 때 개옻나무 군락은 키가 1m를 크게 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라올 때 완전 무시했던 애기똥풀도 담아본다.

 

주차장 옆에 있는 산자락에 시부지기 들어갔더니 벌깨덩굴이 입을 쫘악 벌리고 섰는 듯 반은 누운 모습으로 있다. 어떤 곳에서는 초입부터 지겹도록 보고 산행하는데 오늘은 처음 만난다. 반가울 수밖에~~~

 

다 와서 미나리냉이도 다시 한 번 더 자세하게 속을 들여다 본다. 

 

경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오늘은 사찰도 한산하다.

 

친구 분인듯 한 저 두사람과 감로수 앞에서 물마시는 웬 할배 1명이 다다.

 

 

 

 

사찰 석벽 앞 화단에 핀 모란꽃

 

향이 좋은 미스김라일락? 아님 라일락이라고 하는 수수꽃다리인가?

 

 

캠핑장 위 파고라를 덮고 있는 등나무. 등꽃이 한창이다.

 

가는 길에 차를 세워 원예용 큰꽃으아리가 활짝 피어 있어 이것도 담고 간다.

 

큰 꽃잎이 활짝핀 채 웃고 있다. 마치 운전 조심해서 가라고 격려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