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으니 복수초가 보이네요.
▣ 언제 : 2014. 3. 8.(토)
▣ 어디로 : 팔공산 가산산성
▣ 누구랑 : 아내
흔적
복수초 때문에 올 들어 팔공산 가산을 세 번 찾았다. 가산의 복수초가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는 것은 작년에 이미 간파했지만, 그래도 성질 급한 놈이 노란 꽃봉오리를 맺고 올라온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 일찍이 2월 초에 찾아 가기도 했었다. 보통 3월 말이나 4월경이라야 쉽게 보여주는 곳이라 그런지 역시 가산의 2월 복수초는 쉽게 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더구나 가산에 내린 많은 눈이 온 산을 뒤덮고 있던 터라 복수초의 흔적은 더더욱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복수초 대신 올겨울에 쉽게 보지 못했던 상고대와 눈꽃을 내 고장 가까운 가산에서 볼 수 있어 무척 행복했던 산행이었다.
두 번째 찾은 오늘 가산 산행길도 어째 복수초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군락지를 몇 군데 지났음에도 당최 보여 줄 기미가 없다.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지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내가 자주 애용하는 카페는 이미 1월에 눈을 살포시 뚫고 꽃망울이 터진 노란 복수초가 올라온 사진을 탑재하기 시작하던데 여기는 당체 감감무소식이다.
오늘도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3월 말경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복수초 대군락을 다시 보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맘 편하게 산행만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그래도 행여 눈에 띌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시선은 낙엽 틈바구니를 놓치지 않고 걷는다. 지금쯤이면 분명 저 낙엽 밑에는 복수초가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을 텐데 그렇다고 낙엽 속으로 들어가 헤집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줄을 쳐놓은 경고문에 벌금과 징역이 얼마니 하는 공갈문이 아니더라도 투박한 등산화를 신은 채 복수초 군락을 훼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을 비우면 보인다고 했던가? 00이 가까운 곳에 다다르니 뭔가 노란 꽃봉오리 같은 것이 보인다. 눈이 침침하여 노란 과자봉지려니 했는데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니 복수초다. 아내와 난 탄성을 자아내며 복수초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복수초가 드문드문 피어 있다. 반가운 마음에 깊은 곳에 있는 놈은 눈요기만 하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애들만 똑딱이로 담았다. 아내는 어린아이 마냥 즐거움에 흠뻑 취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이와 같았을까?
요 며칠 전에 대구수목원에서 복수초를 먼저 만난 적이 있었다. 함지박님과 빛나리 부부랑 함께 부곡 다녀가는 길에 우포늪을 가려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하여 출입이 금지되어 발길을 대구수목원으로 돌렸다. 주로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들꽃을 보다가 처음으로 들린 수목원에서 그동안 산에서 보던 각종 들꽃 이름표가 적힌 푯말을 보게 된다. 기후 조건이 다른 이 산 저 산에서 보던 귀한 들꽃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 괜히 이상야릇한 기분이 든다. 힘들게 산행하면서 겨우 만날 수 있는 야생화를 회색빛 콘크리트 숲 속의 도심 수목원에서 몽땅 볼 수 있다는 것은 왠지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쨌거나 가산에서 추운 겨울날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복수초를 수목원에서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시답잖게 방문한 수목원에서 정성 들여 가꾼 각종 화초와 올해 처음 맞이한 싱싱한 복수초까지 덤으로 볼 수 있어 1박 2일의 여정이 절대 무색하지만은 않았다고 본다.
내 고장 팔공산의 복수초는 아마 3월 말경이면 절정을 이룰 것이다. 작년에도 거의 4월 초순에 갔다가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복수초를 만나지 않았던가? 그런 줄 알면서도 2월 초에 혹시 눈밭에 기지개를 켜면서 몽우리가 올라오는 성질 급한 애가 있으려나 싶어 찾아보았지만, 역시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운동 삼아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간 것이 먼저 핀 노란 복수초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여기저기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3월 말경이면 초절정을 이룰 것 같다. 그때 다시 한 번 더 찾아가야겠다.
복수초가 어디 피었나 두런두런 살피며 가는데 등로 어느 모퉁이에 노란꽃을 머금은 산괴불주머니가 눈에 띈다. 한창 때야 흔하디 흔하지만 요즘 시기에는 이 친구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늘도 복수초 보기가 힘들겠구나 하며 가는데 낙엽을 뚫고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복수초의 꽃망울이 보인다. 얼매나 반갑던지~~~
어라, 활짝 핀 친구도 있네요.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지를 자랑하는 곳이라 지금은 드문드문 보이지만, 앞으로 1~2주일 지나면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리라~~~
휘어진 나뭇가지도 과연 제 멋대로 모양을 낸 것은 아닐 것이다. 기형적으로 휘어진 모습이 오히려 예술적인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성내 유적지가 발견되었나보다. 옛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발굴된 현장이다.
수리취가 한창일 때 이곳에서 찍었던 친구가 있는데 애는 아직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데도 제 색깔을 나름 유지하고 있다.
유물 발굴현장을 보호하고 있는 모습
까치박달. 이름표가 붙어 있어 그런가보다 하고 눈도장 찍고 가지 아직 구분이 쉽지 않다.
자주 관심을 갖다 보면 눈에 확 들어 오는 날이 있겠지~~~
까치박달
가산바위 아래 팥배나무 군락이 있다.
팥배나무.
산벚나무
메말라도 나는 '산수국'이다.
오늘도 가산바위에 오른 사람이 참 많다. 가산은 산행 코스와 트레킹 코스로 구분하여 다닐 수 있어 취향에 맞게 다닐 수 있는 참 포근한 산이다.
옅은 박무로 인해 시야는 다소 흐릿하지만, 멀리 동명가는 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물푸레나무 군락 같은데~~~
산성을 따라 가산바위까지 보랏빛 꽃향유가 줄지어 늘서 서 있었는데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니 이런 모습으로나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돌 틈사이로 자란 구와꼬리풀도 겨울을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
남포루를 지나 남문으로 가는 길
여기는 산벚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있다. 참 튼실하게 생겼구만~~~
굴피나무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매달려 있다. 내 사는 가까운 곳 응애산의 굴피나무 열매도 대단하던데 이 친구도 엄청나다.
남포루에서 남문으로 내려가면 늘 파계사로 가는 도덕산이 눈에 띈다. 함지산에서 도덕산 가는 길도 꽤 먼길인데~~~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공산 봄꽃 산행 (0) | 2014.04.26 |
---|---|
선본사로 간 갓바위 (0) | 2014.03.23 |
막바지 은빛 설원! 팔공산 가산의 몽유도원도 (0) | 2014.02.09 |
갑오년 갓바위 두 번째 방문 (0) | 2014.01.26 |
갑오년 새해 벽두에 청마타고 갓바위부처님을 알현하다. (0) | 201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