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팔공산

갑오년 새해 벽두에 청마타고 갓바위부처님을 알현하다.

728x90

갑오년의 시작은 갓바위부처님과 함께

 

▣ 언제 : 2014. 1. 1.(수) 갑오년에

▣ 어디로 : 팔공산 선본사 갓바위

▣ 누구랑 : 아내

▣ 뭐 타고 : 청마타고

 

 

 


갑오년 청말띠, 올 한 해는 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부처님 알현으로 시작한다.



새벽 4시 30분 기상하여 아내가 끓여 준 떡국으로 빈속을 채우고 길을 나서니 시간은 벌써 5시가 넘었다. 도착하면 거의 6시쯤이 될 것 같은데 그 시간이면 아마, 붐비기는 해도 주차하는 정도는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이었을 뿐 현지에 도착하니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그 많은 크고 작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된지 오래됐고 하는 수 없이 갓길 주차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자니 차를 되돌려 한정 없이 내려가야만 했다. 갓바위 행사가 있거나 석탄일 같이 붐빌 때는 전혀 오지 않다가 신년 벽두에 새해맞이 각오로 붐빌 것을 예상하고 갔다만, 역시 만장 같은 인파에 쉽지 않은 신년 첫발걸음을 내딛어야만 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은 만인에게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새해 첫날은 기관이나 사업체를 비롯한 온갖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갓바위로 몰려온다. 갓바위 부처님 계신 곳은 많아야 200~300명이면 꽉 차는 공간인데 오늘 같은 날은 수천 명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다. 미리 자리를 잡은 불자는 일어섰다 엎드렸다를 반복해야 하니 적어도 절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새통 같은 상황에 밀리고 또 떠밀리니 미리 자리를 선점했다고는 하나 여유롭게 절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갓바위부처님 앞에만 수천 명 정도 자리를 잡았지 오늘 아침에 다녀간 사람만 하더라도 아마, 수만 명은 족히 넘었으리라 짐작된다. 팔공산 갓바위! 참으로 영험한 부처님이시다.


갓바위에 다 올라와 부처님 목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30여 분이나 발이 묶였다. 한 발자국씩 등 떠밀려 겨우 부처님 앞에 섰다만, 상황이 이러한지라 사진 한 장 맘먹고 찍기 어렵다. 카메라를 들면 부딪치고 밀리는 형국이니 다들 어디 맘 놓고 작품 사진 한 장 건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때는 내 똑딱이가 최고다. 물론 똑딱이를 들고 만지작거리는데도 가리고 밀려서 찍기 힘든 건 매양 일반이었지만, 그래도 작동이 편리하니 이럴 땐 좋은 점이 더 많다. 무거운 카메라 들고 새해맞이 작품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올라 온 사람은 아침이 다가기 전에는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얻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난, 갓바위 부처님 사진을 여러 방향에서 골고루 담았다. 뭐, 작품성까지 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나로서는 대단히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해 벽두부터 애써 올라 온 보람이 가득했다. 이제 새해 첫날 갓바위 풍경도 경험했고 부처님도 알현했으니 한시 바삐 내려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거의 움직일 수가 없으니 장갑 낀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인산인해로 뒤범벅이 되어 버린 상황은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땐 질서가 가장 빠른 길임을 주지시키고 통제를 하고 싶은데 우리 애들도 아니니 학교처럼 강제할 수도 없고 그냥 몸이 가는대로 발을 뗄 수밖에 없다.


추위에 떨며 천신만고 끝에 약사암으로 가는 해우소까지 겨우 밀려나왔다. 여기부터는 콩나물시루 같은 인파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평상 시 같았으면 선본사 공양간에 내려가 새해 첫날이라고 장만한 떡국 한 그릇 먹고 가련만, 도무지 사람에 지쳐 먹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약사암에 내려가 공양을 할까하기도 했지만, 거기도 들이댈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 새벽에 출발할 때 떡국을 한 그릇 먹고 와서 아직은 굶주림에 허기가 질만한 상황은 아니라 다행이다.


약사암을 그냥 통과하고 내려오자니 어머님이 아내한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지난번부터 감기가 있었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서둘러 내려가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가야하는데 마침 오늘이 신정 휴일이라 휴무인 병원이 많아 재바른 아내가 이동 중에 휴대폰으로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 빠르게 병원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심에도 건강한 체질이라 병원 신세를 거의 지지 않으시는데 근래에는 년 중 꼭 한 번은 심하게 감기를 앓으신다. 노모임에도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고 집안 대소사에 소홀함이 없는 꽂꽂한 성정인 어머님이 이번 감기에 큰 고생을 하시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이번 감기는 아내도 근 한 달을 고생시켰다. 지금도 온전치 않은데 어머님마저 큰 고생을 하고 계시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오늘 갓바위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갓바위 부처님께서 크게 잘 나온 사진이 있어 어머님께 장난삼아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라고 하니 어머님이 얼른 컴퓨터 앞으로 다가오신다. 평생 절에 다니거나 아니면 영험함이 깃든 곳이라 소문난 곳이 있으면 공들이러 가는 것이 습관이 되신 분인지라 서슴없이 컴퓨터 화면에 비친 갓바위 부처님 사진을 보고 정성으로 기도를 하신다.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나도 함께 한 마디 내던진다. 우리 어머니 빨리 낫게 해달라고... 엄마 금방 나을 겁니다. 기침도 가래도 이제 뚝 떨어지게 해 주실겁니다. 얼른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한양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이 어젯밤 퇴근을 하면서 미끄러운 길에 넘어져 허벅지를 다쳤다고 한다. 괜찮으려니 생각하고 있다가 안 되겠던지 오늘 친구랑 함께 병원을 갔더니 여덟 바늘을 꿰매고 파상풍 조치까지 했단다. 이 말을 듣더니 아내는 또 걱정이 태산이다. 듬직한 아들은 걱정할까봐 얘기도 하지 않다가 신년 인사차 인사말을 건네다가 안부를 묻는 물음에 그냥 생각 없이 툭 내던졌나본데 어쨌든 걱정이다. 알아서 잘 하고 있지만, 가까이서 에미가 해주는 밥을 먹지 못하니 늘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착한 딸내미는 어제 뭔가 부탁하는 것을 안된다고 했더니 뾰루퉁 한 것이 심술이 잔뜩 나 있다. 그래도 부모 말을 거역하지 않고 따라주는 딸내미가 대견하고 착하기만 하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니 다 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부모 말을 크게 거역하는 법은 없다. 이만하면 잘 컸고 대견스럽다.


늘 그랬지만, 난 다른 소망은 크게 없다. 그저 어머니 강녕하시고, 형님 가족 그리고 누나와 동생 모두 행복하고 우리 아이들 심신이 건강하면 최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뿐이다. 더 이상 욕심은 없다.

갓바위 부처님께서도 이것만은 꼭 들어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