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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도마재(신녕재)-동봉-치산계곡-수도사 산행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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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팔공산의 또 다른 길을 찾아

홀연히 떠난 산행


■ 언제 : 2013. 10. 5.(토)

■ 어디로 : 팔공산

■ 누구랑 : 나 홀로

■ 산행 경로 : 치산계곡 수도사 - 1.5km - 공산폭포 - 3.0km - 도마재(신녕재) - 1.0km - 58번 지점 - 0.8km - 염불봉(74번 지점) - 0.9km - 동봉(미타봉) - 0.2km - 석조약사여래입상(86번 지점) - 4.3km - 공산폭포 - 1.5km - 수도사

산행 거리 : 13.2km

산행 시간 : 5시간 30분

■ 산행 지도

 

 

 

 

 

흔적


오늘은 왠지 홀로 호젓한 산행을 즐기고 싶다. 마침 아내도 개천절에 무박으로 오색을 시작으로 대청봉을 거쳐 공룡능선을 넘는 무리한 산행을 했기에 함께 하기가 곤란하다. 아내가 챙겨 주는 대로 주섬주섬 배낭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넣고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팔공산 치산계곡이 있는 수도사로 길을 나섰다. 차가 도로에 접어들 무렵 아내한테 전화가 온다. 똑딱이를 가져 가지 않았다고... 그래도 스마트폰 보다는 똑딱이가 나은데 돌아 가서 가져올까 하다가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싶어 그냥 간다.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올여름 무더위는 유별나더만, 오늘은 산이 절기를 제일 먼저 아는지 수도사에 주차하고 내리니 그동안 산에 다니던 날씨와는 사뭇 다르다. 옷을 추슬러 배낭을 꽉 조여 매고 오늘은 가끔 다니던 길을 벗어나 팔공산의 또 다른 가지 않은 길을 찾는다.


길을 나서기 전에는 수도사를 기점으로 진불암-동봉-병풍바위-도마재(신녕재)-수도사로 회귀하려고 했는데 출발이 늦어 혹시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수도사 산행 어귀에 있는 팔공산 전도를 표기한 안내판을 짚어 보며 역순으로 산행길을 현장에서 다시 그렸다. 오늘 산행의 주목적은 수도사에서 도마재까지의 생태 환경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니,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도마재까지 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올 심산이었다. 동봉으로 먼저 갔다가 도마재로 돌아 오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면 오늘 산행 의미가 다소 퇴색될 수 있으니 도마재로 먼저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공산폭포를 지나면 예쁘고 빨간 현수교가 나온다. 가끔 이 길로 다닐 때는 어김없이 다리를 지나 계곡 방향을 선택해 진불암이나 동봉을 오르곤 했다. 왜냐하면, 이 계곡에는 많은 야생화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야생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아마 이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 길은 팔공산 야생화의 보고라 할 수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이 길을 멀리한 채 빨간 현수교를 건너지 않고 도마재 가는 고갯길로 곧장 향했다. 오늘은 늘 한번은 걸어 봐야지 하던 도마재로 가는 숲길 3km 의 모습이 더욱 궁금했기 때문이다.


빨간 현수교에서 도마재로 가는 길은 급한 경사가 아니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긴 오름길이다. 그러니 쉬엄쉬엄 가면 산행하기에는 그리 험난한 길은 아니다. 그런데 숲이 우거지고 등산객의 발자취가 뜸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이 길은 평소에 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 같았다. 오늘도 빨간현수교에서 도마재 도착할 때까지 단 한 명의 산객도 만난 적이 없고, 스산한 기운만 엄습하는 적막강산 같은 곳이었다. 더구나 멧돼지랑 산 짐승이 등로 주변의 풀과 나무뿌리를 파헤쳐 놓은 모습은 깊은 산 속을 혼자 걷는 산객에겐 약간의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마재까지 오르는 동안 함께 걷는 산객 한 명 없고, 오직 들리는 것은 유일하게 나랑 함께 친구 하며 계속 따라 올라온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시원한 산바람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뿐이었다.


산객의 발길이 뜸한 우거진 숲길엔 음기가 풍겨 다소 분위기는 음침했지만, 오늘 난 그래도 이 길을 정말 잘 선택하여 온 것 같다. 팔공산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들꽃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이 길은 별천지나 다름없는 숨겨진 보물 창고라 여겨진다. 비록 지금은 시기적으로 여름이 가고 다소 쌀쌀한 기운이 맴돌아 꽃이 지고 씨앗을 맺은 채 후일을 기약하고 있지만, 숲의 구성 상태로 보아 아마, 내년에는 틀림없이 온갖 꽃을 무성하게 피울 것이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꽃과 열매가 진자리에 어떤 꽃들이 올라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내년 봄과 여름에는 이 숲길이 나를 최소한 2번은 다시 부를 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도마재까지 대략 4.5km 거리를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눈에 띄는 대로 야생화를 찍으며 왔더니 2시간 20여 분이 걸렸다. 도마재에 도착한 지금 시각은 1시 20분이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도마재에 있는 안내지도판을 스틱으로 짚어가며 다시 눈으로 그림을 그렸다. 도마재에서 동봉까지 2.7km 그리고 동봉에서 수도사까지는 거의 6km에 달한다. 도마재에서 수도사까지 약 9km에 해당하는 먼 길이지만, 빠르게 서두르면 현재 시각에서 6시 전에는 하산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물론,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답시고, 일부러 천천히 걷는 것이 아닌 천천히 밖에 못 걷는 내 타입에 비추어 보더라도 6시경이면 하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급적 웬만한 풍경과 야생화를 못 본 척 하고 간다면 능히 갈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선다.


결국, 이런저런 계산 끝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병풍바위와 동봉을 거쳐 수도사로 내려가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에 가능하리란 판단이 섰고 무엇보다 음기가 충만하고 꽃이 진 쓸쓸한 길을 홀로 내려가기 싫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도마재에서 동봉 가는 길은 팔공산 주능선을 종주 산행 했을 때 2번이나 다녀간 경험이 있다. 지난주에도 아내랑 함께 염불암에서 염불봉을 넘어 병풍바위를 지나 동화사로 회귀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낯설지 않은 길이니 결정을 내리기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도마재에서 동봉까지도 짧은 길은 아니지만, 능선길이라 산행이 그리 어려운 곳은 아니다. 그러나 암릉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이 많아 이 길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 마음은 급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종주 능선길이 주는 조망의 권리를 최대한 누리며 발걸음은 한 걸음 한 걸음 동봉을 향한다. 도마재에서 2.7km이니 동봉에 3시쯤에 당도하면 다음 경로인 수도사까지는 해지기 전에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병풍바위를 지나 동봉에 당도하니 3시 10분쯤 된다. 동봉에 도착하기 전까지 물만 먹으며 왔더니 이제 비로소 안도감이 돌며 주린 배까지 고파진다. 보온밥통에 담아온 따뜻한 시래깃국에 밥 말아 먹을까 하다가 혼자 먹으려니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오쿠로 구운 달걀 2개와 오이 한쪽을 먹으며 간단하게 허기만 채웠다. 허기를 면했으니 이제 서둘러 가야한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예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야 있나. 보고 또 본 광경이지만 동봉이 그려주는 발아래 풍경을 똑딱이 대신 스마트폰 속에 가득 집어 넣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진불암 방향인 수도사 하산길은 석조마애여래입상이 있는 헬기장에서 내려가야 한다. 하산하는 지점을 잘 찾아 10여 분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삼거리에 갈림길 경로를 나타내는 이정목이 있다. 수도사 진불암으로 가면 5km, 계곡으로 가면 4.2km를 표시하고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그리 험하지는 않으니 거리를 앞당길 겸 계곡으로 내려간다. 계곡 길을 택한 이유는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계곡으로 가면 더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아 있기 때문이다.


작년, 재작년 봄과 여름에 이 계곡을 찾았을 때는 참으로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왔을 때 봤던 친구들이 그 다음 해 그 친구를 또 만나러 왔을 때는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 있었다. 누가 의도적으로 캤는지는 모르겠으나 깡그리 없어진 종도 있었다.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고두고 봐야할 친구가 뿌리조차 남김없이 사라졌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계곡으로 하산했어도 꽃을 보는 계절이 있는지라 지금은 얼굴 보여주는 애들이 별로 없다. 그러려니 하고 들어선 길이지만, 조금 아쉬운 감은 든다. 그런데 이 계곡길도 도마재보다는 덜한 것 같은데 인적이 드물기는 매양 일반이다. 헬기장으로 올라오는 젊은 친구와 느지막하게 올라오는 부부 한 쌍 외에는 4km가 넘는 길을 홀로 바쁘게 내려올 뿐이다. 물론 몇 번이나 꽃을 보러 이 길을 따라올라 왔을 때도 인적은 드문 길이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이래저래 먼 길을 홀로 많이 걷는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팔공산은 천태만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가면 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산이다. 내 고장, 진산이라 자랑하고픈 마음에 그리 느끼는 것만은 아니다. 모두 가보면 알 것이다. 나는 오늘 멀리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저 가까운 내 고장 팔공산의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걷고 싶었다. 힘들게 걸으며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자연 속에 깊이 묻혀 아직 버리지 못한 허황한 욕망이 있다면 모두 떨쳐 버릴 수 있는 혜안을 얻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홀연히 떠난 산행길에서 오늘 나는 많은 것을 깨우쳤다. 계곡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그 흔한 산수국을 보면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절제 미학을 배웠고, 긴 꽃대를 올려 여름 내내 앙증맞은 꽃을 올망졸망 피워 보여주더니 아직 꽃 핀 자리를 머금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여로를 보고 생명의 집착을 배웠다. 그리고 요즘 모두 지고 없는 빈자리에 듬성듬성 귀하게 보이는 물봉선은 아직 남아서 내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아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가르쳐 준 것인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며, 봤다고 어디에나 모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무엇을 보고 느낀다는 것은 살면서 살아가야 할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원인 행위가 될 수 있다. 산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고난의 길이지만 언제까지나 가르침이 가득한 배움의 길이다.


나는 오늘 산을 오르며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다시금 고민해 봤다.

대여섯 시간의 산길을 걸으며 난 오늘 마냥 행복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진 기행

 

오늘 깜박 잊고 나의 가장 큰 애장품 중의 하나인 똑딱이를 가져 가지 않았다.

똑딱이는 산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물건인데. 허나 어찌하랴

궁즉통이라 했거늘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하면 되지 뭐...

 

 

수도사에 주차를 하니 주변에 들꽃이 눈에 띈다. 그 중 키가 큰 붉은서나물을 한 장 담아본다.

 

수도사에서 출발하여 처음 만나는 다리 위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치산계곡의 하류를 향해서...

 

똑딱이로 계곡의 풍경을 담는 모습이 이채롭다. 나도 똑딱이 삼발이를 이용할까? 에이 그냥 내 스타일대로 찍지 뭐... 

 

요즘 산박하는 어디가서나 흔히 본다.

 

공산폭포(치산폭포). 오늘은 폭포 안으로 들어가 올라가보려 했으나 통행을 차단하는 줄이 있어 금하는 대로 말을 들었다. 길이 아닌 곳으로 괜히 올라가서 낭패를 보기 전에 시키는 대로 살자. 

 

폭포 아래 소에  담겨 있는 옥빛 같이 맑은 물을 보니 보는 눈이 상큼해진다.

 

진보랏빛 이질풀이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다.

 

선이질풀

 

두 번째 만나는 빨간 현수교. 보통은 이다리를 건너 계곡 방향이나 진불암 방향으로 동봉을 오른다.

 

오늘은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도마재(신령재) 방향으로 간다. 애초에는 이 다리를 건너 동봉을 지나 도마재에서 이 다리 쪽으로 오리라 계획했었는데 오늘 출발 시간이 늦어 계획을 변경하여 처음 가려고 했던 방향과 역순으로 산행을 한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넘어가면 도마재로 가는 방향이다. 혹시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도마재에서 다시 갔던 길로 되돌아 이 쪽으로 올 심산이다. 이 방향은 가보지 않았기에 만약을 대비해 이 코스를 먼저 경유하기로 했다.

 

빨간현수교에서 5분만 가면 첫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신령재로 간다. 신령재로 가는 2.8km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며, 사람 발길이 드문 음침한 숲길이다. 마치 팔공산이 숨겨 놓은 밀림 같은 지역이다.

 

산길 내내 산수국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여기는 아직도 산수국의 꽃받침이 많이 살아있다.

 

이 길은 주로 얽히고 설킨 나무 줄기와 숲이 우거진 길이라 인적이 뜸하다. 그러나 산길은 외길로 이어져 길을 잃거나 혼동하는 일은 없다. 

 

이렇게 편안한 길도 자주 걷는다. 산길을 가는데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나 시작부터 하늘이 가까운 곳에서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생각보다 먼 길이다.

 

인적은 간데 없고 오직 계곡만이 계속 이어져 물길따라 계속 걷는다.

 

찾아 봐야지...

 

궁궁이, 어수리, 개당귀, 강활 뭔지 늘 헷갈리는 친구다. 우선 패스...

 

어지럽게 놓여진 너덜길도 더러 나온다.

 

하늘말나리 열매

 

투구꽃

 

앵두같이 빨간 열매를 맺고 있는 이 놈은 천남성이라는 독성이 강한 풀입니다. 이맘 때면 잎은 이렇게 하얗게 바래지거나 떨어지고 없고 열매만 빨갛게 익어 갑니다.

 

아니, 여로가 아직 꽃 핀 모양을 간직한 채 씨를 맺으며 우뚝 서 있네요.

 

투구꽃과 비슷하나 잎사귀가 크게 세잎으로 갈라지는 것으로 보아 세잎돌쩌귀가 아닌가 한다.(?)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는 산수국이 이 동네는 아직 모양이 제대로 살아 있는데 사진은 보이는 만큼 나오지 않았네요. 

 

수크령인지 뭔지 무리를 지어 하늘거리고 있다.

 

도마재(신령재). 수도사에서 2시간 30분 걸렸다. 공산폭포 들어가 놀고 꽃사진 찾아 찍으며 왔더니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마재까지 와서 동봉으로 향했으니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빨리 서둘렀어야 하는데 괜히 시간을 이리저리 많이 소비했다. 여기까지 올 때는 도마재에서 다시 되돌아 가리라 생각하고 여유있게 올라왔다.

 

그런데 도마재에서 동봉 2.7km 남았다는 이정목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 진다. 어떻게 하나?

 

도마재에서 수도사까지 다시 되돌아 가면 오늘은 많이 수월하다. 그런데 음침한 길로 되돌아 가기 싫어진다. 동봉으로 가서 수도사로 회귀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도마재에 비치된 팔공산 안내판 지도를 다시 살피며 내 걸음에 맞는 시간을 꼼꼼하게 체크해 본다. 수도사까지 5시에서 6시 사이에 하산을 완료하면 괜찮을 것 같다. 가능할 것 같다.

 

과감하게 동봉으로 go go go

 

이 길은 팔공산 종주 능선길이라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곳곳이 전망이 좋아 하늘빛만 쳐다보고 올라 오던 도마재 오던 길과는 영 딴판이다. 

 

팔공CC와 그 위에 얹혀 있는 노적봉

 

능선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런 길도 자주 나온다.

 

58번 지점. 지난 주에 아내랑 염불봉을 올라 병풍바위를 거쳐 동화사로 회귀하던 지점이다. 동화사로 내려가는 이 길도 장난이 아니었다. 암릉 로프 구간이 많은 위험한 길이다. 겨울철에는 피해야 할 곳 중의 하나다.

 

지난 주에 이어 계속 들여다 보는 공산성봉

 

 

74번 지점에서 염불암과 갓바위로 내려가도 된다. 이 길도 아마 수월찮을 것이다.

 

자, 나는 계속 동봉을 향해 간다. 가는 길에는 이런 곳도 자주 만난다.

 

팔공산 비로봉 청운대와 공산성봉. 숲에 가린 조망이 터지면 셔트는 자동 찍^^^

 

배경은 멋지건만 사진이 영 흐릿하네요.

 

계속해서 찍었지만 더 잘보이면 또 찍는다. 갈 길이 먼데 할 짓은 다한다.

 

찍었던 풍경 자꾸 찍는다.

 

지난 주 염불붕에서 종주 능선에 합류하자면 여기있는 마지막 암릉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한다. 지난 주에 잡고 내려왔던 밧줄과 암릉을 오늘 지나면서 보니 새삼스럽다. 

 

동봉이 머지 않았다. 이런 오르막도 오르고...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 가는 풍경.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만간 팔공산 천지가 붉게 물들겠지.

 

 

 

동봉을 오르는 마지막 계단이다.

 

동봉이다. 반갑다. 지금 시간이 3시 10분 다행이다. 수도사까지 해 떨어지기 전에 충분히 갈 수 있겠다 싶으니 그제사 허기가 지고 배가 고프다. 따뜻한 시래깃국에 밥말아 먹고 가려고 했으나 혼자서 별로 땡기지 않는다. 간단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달걀 2개와 오이 한 조각으로 대신했다. 

 

동봉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빈 표지석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이는 대로 담는다.

 

이제 비로봉의 안테나도 자주 보니 정겨운 광경으로 다가온다.

 

동봉을 떠나면서 다시 한 번 더 담아본다.

 

동봉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헬기장 풍경. 석조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이다. 저곳에 색 바래진 팘공산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있고 그 옆에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다. 그곳으로 가야한다.

 

안테나 시설이 있는 방향으로 가면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다. 

 

동봉에서 내려와 비로봉 가는 길에 석조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동봉과 비로봉을 오가는 산객도 이 길로 들어서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빨갛게 색깔이 익어가는 천남성이 보인다. 사약재료로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독성이 많다.

 

빨갛게 익어가는 천남성 옆에는 팔공산에서는 귀한 정영엉겅퀴(?)가 자리 잡고 있다.

 

마애석조여래입상이 있는 헬기장이다. 오른쪽 옆에는 팔공산지도 안내판이 있고 젊은 청년이 올라오는 저 길이 진불암과 수도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산하는 길에 씨를 맺고 있는 단풍취도 만난다.

 

수도사와 동봉으로 가는 삼거리 지점이다. 여기서 수도사 템플 방향으로 가지 않고 계곡길로 간다. 계곡길이 빠르다.

 

05-05 지점이다. 왼쪽 길이 계곡길이고 윗길은 동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박쥐나무인지 찾아봐야겠다.

 

오늘 산길 주변에서 눈괴불주머니는 흔하게 본다.

 

하산하는 길도 보는 바와 같이 그리 넉넉한 길은 아니다.

 

치산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수정같이 맑은 물빛은 곱기만 하다.

 

진불암 삼거리다. 여기까지 오면 마음이 놓인다.

 

진불암으로 올라 가는 길

 

진불암을 벗어나면 아치형의 참한 목교가 나온다.

 

드디어 빨간 현수교를 만난다. 다리 건너 편에서 오른쪽 방향이 처음 도마재로 올라갔던 길이다. 이 다리를 건너지 않았더만, 결국 돌아돌아 다리를 건너 처음 도마재로 갔던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 온다. 

 

이제 시간 여유가 있어 가보지 않았던 다리 밑으로 내려가 본다. 다리 밑 암반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산기슭에는 하얀 구절초 한 무더기가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다.

 

처음 올라갈 때는 좌측 하단부에 똑딱이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가며 삼발이에 걸치고 사진을 찍던 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물소리와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외로움만 물길 따라 흐른다.

 

수도사 주차장 어귀에 자리 잡고 피어 있는 물봉선을 끝으로 팔공산 도마재로 떠난 긴 여정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