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따라 나선 갓바위 산행길
■ 언제 : 2013. 8. 25.(일)
■ 어디로 : 팔공산 갓바위
■ 코스 : 팔공산 주차장 - 관봉(갓바위) - 갓바위 아래서 점심 공양 후 - 선본재 - 갓바위유스호스텔로 회귀
흔적
오랜만에 아내를 따라 팔공산 갓바위를 갔다.
아내가 가고 싶어 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일요일이고 전국적으로 일기가 불순하여 먼 길을 나서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던 토요일인 어제, 날씨가 좋았다면 지리산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다녀올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비가 많이 내려 갈 수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덕분에 토요일은 그냥 방에 콕 박혀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하며 편히 쉬었다.
팔공산 갓바위 시설지구에서 오르는 등로는 그동안 돌계단 및 안전시설을 정비하느라 출입이 한동안 제한되었다. 약 1개월 전부터 개방된 모양인데 안전을 위한 보호시설과 쉼터 조성 및 등로에 있는 돌계단을 정비하자면, 아마 많은 경비와 노동력이 투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올해 같이 무더운 여름날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비지땀을 쏟아냈겠나. 한 걸음 한 걸음 고마움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갓바위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들이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은 늘 어디엔가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 한다. 그 대상이 조상이기도 하고, 자연이기도 하고, 특정한 사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에 기대고 의지하며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과오를 빌고 주변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오늘도 무더운 날씨지만, 많은 불자들이 갓바위 약사여래불을 향해 공덕을 빌며 절을 하기도 하고 염불을 되뇌이기도 한다. 아내도 힘든 길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108배를 하는데, 난 여전히 성의 없이 약사여래불을 향해 고개만 한번 조아리고 보이는 만큼 담지도 못하는 솜씨로 갓바위 부처님을 비롯한 주변 조망을 똑딱이에 옮겨 담기에 급급하다.
언제이던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한번 들어가 보았던 유리광전을 오늘은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유리광전은 갓바위 약사여래불에 비해 불자들이 거의 없어 의외로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공을 들이고 있는 불자들은 시원한 곳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아내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는 개 당 5,000원 하는 연꽃 초를 부처님전에 올렸다. 아내는 절에 가면 비교적 공양을 잘 하는 편이다.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가득 담아 올리는 편이다. 나는 늘 그런 아내의 모습이 싫지 않고 적지만 공양드리는 돈이 아깝지도 않다.
점심 공양을 하기 위해 깊은 계단 길을 내려갔다. 계단이 끝나기 전부터 점심 공양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늘어 서 있다. 약사암으로 내려가서 점심 공양을 하고 갈까 하다가 오늘은 선본재로 이동하여 갓바위유스호스텔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러자니 길게 늘어선 점심 공양줄에 꼬리를 물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차례가 돌아오겠나 싶었지만, 선본재로 가서 유스호스텔로 하산하자면 여기서 한 그릇 하고 갈 수밖에 없다. 긴 기다림 끝에 비빔밥으로 배를 채운 후 아래로 조금만 더 내려가니 선본재로 올라가는 동봉가는 정상 등산로가 나온다. 언젠가 아내가 이 길을 다녀온 적이 있다기에 따라 나섰더니 정말로 얼마가지 않아 바로 선본재가 나온다. 짧은 거리지만 오늘 처음 가본 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며 보라색 물봉선과 흰진범 군락도 만나고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달리 색이 짙은 꽃며느리밥풀 군락도 자주 만난다. 꽃이 짙으니 밥풀떼기 두 개도 유달리 희고 자세하게 보인다. 아마 시어머니의 서러움에 며느리의 애환이 더욱 깊었나보다.
선본재에 당도하니 지난해 3월 겨울눈이 채 녹지 않았을 무렵 아내와 북지장사에서 인봉등산로를 거쳐 노적봉을 지나 선본재에서 북지장사로 내려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아하,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을 괜히 갓바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서 동봉으로 가는 팔공산 종주코스로 갈뻔 했구나. 아내 덕에 오늘 몰랐던 코스를 하나 더 알았다.
우리는 선본재에서 오늘 하산하고자 했던 갓바위유스호스텔로 내려갔다. 이곳으로 몇 번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이 길은 갓바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갓바위를 올라 약사암으로 돌아 내려가거나 바로 내려가지 않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돌아 내려가는 코스로 아주 적절하다. 돌아서 내려가는 이 길은 시종일관 발걸음이 포근하고 넉넉한 길이다. 바람이 시원하니 솔송 그늘 아래 하염없이 쉬어 가야겠다.
초입의 맥문동 군락. 예쁘게 피었던데 사진이 좀 그렇네요.
해바라기가 작열하는 태양과 맞서 마치 겨루기라도 하는냥 꽂꽂하게 서 있다.
여름이 다 지나가는 계절에 이게 뭔 꽃이더라...
대웅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찍으니 구도가 잘 잡힌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인가.
올해 이 무더위에 돌계단 단장하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오르내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삼성각 방향을 바라보고 찍어도 본다.
삼성각
산비둘기가 산객이 주는 먹이를 기다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늘도 이 무더운 날씨에 예불 드리느라 여념이 없다. 모두 부처님의 가피를 듬뿍 받으시기 바랍니다.
갓바위에서 내려다본 용덕사.
갓바위에서 내려다본 약사암. 오늘도 저기로 내려가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갓바위유스호스텔로 하산하기 위해 갓바위 공양간을 이용하였다.
모두모두 부처님의 은덕을 입어 소원성취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비교적 여유로워 갓바위 약사여래부처님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본다.
언제나 근엄하시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돌보아 주신다.
유리광전. 오늘은 유리광전을 찬찬히 둘러본다. 갓바위보다 비교적 한가롭다.
곳곳에 불자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자연괴석인 이 바위를 유리광전이 품고 있다.
소원성취하시게나...
갓바위 관봉에서
점심 공양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풍경. 좌측하단부의 계단 위에 서 있는데 차례가 언제 돌아올려나. 까마득하다.
산비둘기 네마리가 마치 사천왕처럼 누가 새치기하나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의외로 줄이 빨리 줄어들어 점심공양 한 끼 후다닥 해치우고 나오니 대기하고 있는 줄은 더욱 길게 늘어져 있다.
공양간 아래 돌계단을 조금 내려오니 동봉을 가르키는 선본재 방향이 나온다. 이쪽으로 가니 선본재가 나오고 선본재에서 갓바위유스호스텔 방향으로 하산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길로 내려왔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 흰진범을 여기에서 우연히 만난다. 오리궁댕이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좀 더 크게... 뒤에는 물봉선
꽃며느리밥풀 군락이 눈에 많이 띈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색이 더 짙다.
선본재에 도착. 여기서 갓바위유스호스텔로 하산한다. 작년 3월에는 북지장사로 내려 갔었는데...
하산길에 거쳐온 갓바위 약사여래불이 계신 관봉을 바라보며
유스호스텔로 내려오면 이와같은 이정목이 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유스호스텔로 내려와서 맥문동 군락을 보고 다시 찍었더니 처음보다는 색상이 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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