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봉을 거쳐 병풍바위를 지나
동화사로 회귀한 팔공산의 또 다른 산행길
■ 언제 : 2013. 9. 28.(토)
■ 어디로 : 팔공산 염불봉
■ 산행 코스 : 동화사 매표소 - 0.2km - 동화사 관광안내 부스(부도암 가는 삼거리) - 0.6km - 부도암 - 1.5km - 염불암 - 0.9km - 염불봉 - 0.8km - 병풍바위 지나 긴급구조 위치번호 58번 지점 - 2.6km - 동화사 관광안내 부스 - 0.2km - 매표소
총 산행 거리 6.8km
산행 시간 대략 6시간 쯤
동화사 경내 한 바퀴 관람 시간 : 30여분 소요
흔적
팔공산의 가보지 않았던 가고 싶었던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작년 6월 16일 팔공산자락을 걷고 싶어 홀로 탑골 안내소를 기점으로 케이블카 승차장을 넘어 염불암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야생화도 찾아볼 겸 혹서에 뜨거운 땀방울을 아낌없이 쏟아 내기 위함이었다. 처음 방문했던 팔공산의 탑골 코스였지만, 조망이 너무 좋아 신선했던 느낌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오늘은 팔공산 전도를 펼쳐 놓고 동화사를 기점으로 염불암을 거쳐 염불붕에서 병풍바위를 돌아 동화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그려 보았다. 거리도 멀지 않고 3일 날 무박으로 설악산 산행을 하는 아내의 사전 적응 훈련으로도 적당할 것 같았다.
주차비 절약 차원에서 동화사 주변 무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동화사로 입장을 했다. 아내는 신도증이 있어 무료로 통과하고 나만 입장료 2,500원을 지불했다. 동화사 경내는 산행 후 관람하기로 하고 곧장 염불암 가는 길에 있는 부도암으로 갔다. 염불암은 지난 해 가보았지만, 가는 길에 비구니승의 기도 도량인 부도암이 있는 것은 이번 산행 길에 처음 알았다. 산행 중이었지만 오늘은 비교적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내친김에 부도암 경내를 여기저기 탐방하고 사진도 촬영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부도암은 요즘 공사를 하고 있어 인부들이 일하느라 다소 분주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도 비구니가 거처하는 암자라 그러한지 부도암은 일부 전각을 공사하고 있음에도 정갈하고 소담스러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으며, 여승의 담백하고 고결한 냄새로 젖어 있었다.
부도암 탐방 후 부도암에서 1.5km 지점에 있는 염불암으로 향했다. 계곡 건너 숲길 따라 가려다 혹시 엉뚱한 길로 가버릴까 우려되어 재미없고 밋밋한 콘크리트길을 따라 걸었다. 알고 보니 폭신폭신한 흙길을 따라 걸었어도 될 일을 왠지 모를 불안감에 딱딱하고 건조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팔공산은 우리 지역에 있는 산이고 웬만큼 다녀봤다고 자만하여 등로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 판단으로 길을 만들어 가다가 낭패를 당해 본 적이 더러 있기에 가급적 아내와 나는 주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염불암은 아내도 나도 다녀간 적이 있어 대충 보고 지나치려 했으나 기왕지사 발을 들여 놓았으니 한 번 더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다. 대웅전에서 아내가 공을 들이는 동안 나는 작년에 봤던 꽃이 그 자리에 있나 살펴보기도 하고 9월이 다 가고 있는 계절의 염불암 주변의 들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요즘 들꽃이래야 어디에서든지 쉽게 볼 수 있는 꿀풀과에 속하는 이삭 모양으로 핀 보랏빛 꽃향유와 질서 없이 넓은 자리만 차지하고 피어 있는 고마리, 노란꽃이 피어올라 시들어 가는 현호색과의 눈괴불주머니 그리고 여뀌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만 볼 뿐이다. 요즘 산행하면서 흔히 보는 들꽃 풍경이다.
동화사를 거쳐 부도암과 염불암을 탐방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오를 일만 남았다. 염불암에서 좌로 돌아가면 동봉으로 가는 길이다. 염불암에서 동봉은 1.5km에 불과하니 동봉을 가장 빠른 시간에 주파하고자 한다면 주차비 2,000원과 입장료 2,500원을 지불하고 동화사로 진입하여 염불암에 주차를 하고 가면 가장 빠른 시간에 동봉을 갈 수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는 각자 형편에 맞게 고려할 일이고 우리는 우측으로 돌아 예정대로 염불봉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우리가 파악한 염불봉 산행 경로는 팔공산 전도를 펼치고 그렸을 땐 그리 어려운 코스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막상 염불암에서 염불봉으로 올라가보니 길은 장난이 아니었다. 처음은 등로가 좋아 쉬 가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20분 정도 올라가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암릉과 밧줄 구간이 연이어 지며 배낭을 벗고 겨우 몸뚱아리만 빠져 나가야 하는 비좁은 암릉 구간도 있었다. 몇 일후면 아내가 설악산을 가야 하는데 오늘 된통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어째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오늘 산행한 길은 아마 팔공산의 수 많은 등로 중 가장 험난한 산행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쨌든 기어가고 매달리면서 염불봉에 올랐다. 막상 비지땀을 흘리며 힘들게 염불봉에 올라서니 어김없이 산은 고생한 댓가를 고생한 만큼 더 값있게 지불해 준다. 물론 팔공산 종주 경험이 2번이나 있는 나로서는 비로봉을 비롯한 동봉, 서봉 그 외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봉우리에 서서 팔공산이 주는 비경을 많이 맛보았지만 오늘 염불봉에 올라 조망하는 쾌감은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팔공산은 경로를 달리할 때 마다 제각각 다른 느낌과 멋을 부여하니 실로 산이 깊고 골이 깊음을 잘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염불봉에서 병풍바위를 지나 긴급구조 번호 74번을 지나 58번 지점에서 동화사로 회귀하면 된다. 암반을 기어 올라가는 난코스를 지났으니 이제 병풍바위로 가는 길은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길도 종주 능선길로 접어들기 까지는 장난이 아니다. 올라올 때 기어왔으면 내려갈 땐 거의 매달려 내려가는 직벽 구간도 있다. 그 참 팔공산을 웬만큼 다녔음에도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내가 이런 악조건 임에도 불평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나보다 더 잘 간다.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략 7km에 이르는 길지 않은 산행 길이었지만, 오늘은 유달리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험한 산길을 다녀온 요량하고는 크게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는다. 아마 특유의 늘보 산행 기법을 발휘해서 그런 모양이다. 내려온 후에는 아내가 다소 힘들어 했지만 나한테는 오르막 경사가 길고 오랜 시간을 보행해야 하는 산길보다 빠르게 갈래야 빠르게 갈 수 없는 이런 지형지물이 험한 곳이 힘이 덜 들고 피로감도 덜 느낀다. 참 희한한 체질이다.
이제 동화사로 회귀했으니 경내를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동화사는 워낙 명성이 자자한 절이라 전국에서 많은 신도들이 찾는다. 아침에도 인천의 어떤 절에서 108기도순례차 차량이 엄청나게 많이 왔더만 내려와서 보니 해거름 임에도 또 다른 지역의 많은 차량이 줄지어 들어온다. 동화사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나 보다. 30분 정도 동화사 경내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빛터널 지나 다리 아래 동전을 던지는 곳이 있다. 이태리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진 것처럼 여기에서도 동전을 던져 보았다. 조금 먼발치에서 동전을 던졌는데 단번에 골인을 한다. 뒤이어 아내도 던졌는데 단번에 골인이다. 이거 오늘 좋은 일 있으려나 보다 기대가 컸는데 집에 와서 살펴보니 좋은 일은 없었다.
염불봉 산행 사진기행
염불봉을 거쳐 가는 길은 여러군데 있지만 이번 방문길은 동화사를 기점으로 염불암-염불봉-병풍바위를 지나 긴급구조 번호 58번 지점에서 하산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참고로 동화사 입장료는 1인 2,000원 이고 동화사 내에 주차할 경우 주차비는 2,500원이다. 아내는 신도증이 있어 입장이 무료이니 나만 매표를 하고 주차는 매표소 앞 무료주차장에 다행히 1대 정도는 주차할 공간이 있어 거기에 주차를 했다. 동화사는 전국에 있는 신자들이 108순례 기도차 많이 방물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등산객 및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천 어느 절에서 108순례 온 신도들의 행렬이다. 이미 동화사에는 전국의 많은 신도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대략 200m 쯤 오면 관광안내 부스가 나온다. 왼쪽은 부도암과 염불암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동화사 경내로 들어간다. 여기는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직원이 있으며 이곳에서 팔공산 전도를 1장 얻어 가면 팔공산의 전모를 꿰뚫어 볼 수 있다.
관광안내 부스가 있는 곳에 친절하게 이정목이 서 있다.
관광안내 부스가 있는 곳에서 600m 쯤 오니 부도암이 나온다. 부도암이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다. 팔공산은 워낙 산이 깊고 골이 많아 암자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오늘 산행길에는 부도암을 만나는 기회를 가져본다.
산행을 하면서 크던 작던 사찰을 만나면 참으로 반갑기 그지 없다. 사찰은 불교에 국한된 내용을 암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때 그시절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금 부도암은 일부 전각을 공사하고 있다.
부도암은 비구니승의 도량이다. 한 눈에 봐도 명당에 자리한 부도암의 풍경은 공사 중임에도 정갈하고 소담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감이 깃든 곳이다.
산에 갈때 내조를 아끼지 않는 마나님. 늘 함께 동참해 주어 참으로 고맙죠. 다녀보니 부부가 단 둘이 다니는 것이 제일 편안하더구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어김없이 하산주를 한 두잔 주고 받다가 결국은 곤드레만드레 될 것은 뻔한 일. 마눌과 둘이 다니는 것이 제일이다.
부도암은 현재 공사 중이라 작업 인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부도암 탐방을 마치고 입구로 뒤돌아 나오면 오른쪽 계곡과 담장을 끼고 포장된 길이 나온다. 그 길을 계속 따라가면 염불암 가는 길이 나온다. 부도암에서 염불암까지 거리는 1.5km다.
물이 없는 계곡을 따라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지루하게 걷는다. 이런 길은 흙으로 다져 놓아도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임도로 충분할 것 같은데 요즘 웬만한 산길 임도는 포장을 해 버렸다. 아마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는 길이 패여 비상 시 차량 진입이 곤란하니 아예 포장을 해버렸나보다.
첫 삼거리가 나오면 이정목을 보고 염불암 방향으로 간다.
첫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곳이다. 부도암에서 올라와 염불암 방향으로 간다.
역시 첫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곳이다.
노랗게 핀 이고들빼기가 염불암으로 방향 제시를 한다.
현삼과에 해당하는 눈괴불주머니도 자주본다.
염불암이 가까워지니 돌무더기로 쌓은 공든탑이 줄지어 서 있다.
염불암 들어 가는 입구
염불암 어귀에 들어서니 대웅전 뒤로 우뚝 솟은 염불봉이 보인다. 오늘 우리가 밟아야 할 봉우리다.
염불봉에 다다르면 동봉가는길과 염불봉으로 가는 길이 있다. 동화사에서 차량 매표를 하면 염불암 주차장까지 올 수 있다. 동봉으로 가장 빠르게 가고 싶으면 염불암에서 출발하면 된다.
염불암에서도 눈괴불주머니를 만나고...
보라색 빛깔이 고운 꽃향유도 만난다.
염불암 텃밭에 쫙 깔린 고마리도 앙증맞게 피어있다.
대웅전 앞에는 보기드문 동화사 염불암 청석탑이 있다.
청석탑은 바닥돌만,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벼루를 만들던 흑색점판암으로 되어 있다.
염불암 마애불좌상 및 보살좌상.
간결한 선과 윤곽이 힘이 넘친다.
염불암 경내의 뜰에 피어 있는 오갈피나무
고색창연한 단청과 벽화의 모습이 더욱 고풍스러운 맛을 풍긴다.
염불암 우측으로 올라 본격적인 산행길에 올랐다.
오르막 길이 심해지나 그래도 현재까지는 길이 좋은 편이다.
'뿔쇠똥구리 수컷'인 모양이다.
서서히 가야할 염불봉과 병풍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염불봉 아래 바위 숲에는 먼저 온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띤다.
이 바위도 이름이 있을법한데 그냥 기둥바위라고 부를까?
병풍바위와 염불봉이 조망되는 지점에 오면 본격적으로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지금부터 밧줄을 타고 기어 올라가는 험악한 코스가 계속 전개된다.
팔공산 염불봉 코스를 오르면서 바위떡풀을 만난다. 지리산 한신계곡 보다는 덜 싱그럽지만 그래도 팔공산 습지가 아닌 건조한 암릉 군락에서 바위떡풀을 만나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꽃이 지고 씨가 맺혀 떨어진 바위채송화도 만난다.
통천문 모양의 암릉도 밧줄을 타고 올라간다.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암릉의 연속이다. 팔공산 여기저기 다양한 코스로 많이 다녀봤지만 오늘은 팔공산의 뚝심을 만나 제대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지리산에서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지리고들빼기를 원없이 봤고, 오늘 염불봉을 가면서는 까치고들빼기를 만난다.
또 밧줄 암릉이 나온다. 이제 없겠지 싶으면 암릉 구간이 나오고 또 나온다. 오늘 마눌 님 십겁한다.
미역취 맞지요. 이고들빼기가 요즘 한창인데...
배낭때문에 빠져 나갈 수가 없다. 할 수없이 배낭을 벗고 올라갔다만 로프를 잡고 바위 위를 올라 가는 것이 나을뻔 했다. 아내는 그리 시켰다.
여기는 아예 직벽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또 타고 올라가고... 그런데 난 이런 길이 힘이 덜 들고 재미있는 것은 왜 일까? 느리게 가니 그런 모양이다.
끝없이 암벽 밧줄 구간이 이어진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액자에 담을 풍경이 나오면 셔트를 누른다.
팔공산은 여러 형태의 지질 분포를 나타낸다. 육산이 주가 되는 코스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암릉이 주가 되는 구간도 있고,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구간도 많다.
염불봉을 오르는 길에서 귀한 바위떡풀을 만났지만 대부분 색상이 맑은 노랗게 핀 미역취를 자주 만난다.
밧줄로 암릉을 기어 올라 드디어 염불봉에 다다랐다. 염불봉에 오르니 천지가 발아래 있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노.
바위가 위태롭게 서 있지만 밀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동화사 시설지구와 멀리 칠곡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눈에 보이는 것 만큼 사진에는 안 나온다. 망원이 없는 똑딱이의 한계인가?
오른쪽 하단은 신림봉이라고 부르는 케이블카 정거장이다. 작년에는 탑골에서 저곳을 거쳐 염불암으로 내려 갔었는데...
염불봉의 거대한 암벽 사이에서
나도 기념으로 한 장 찍어본다.
멀리서 당겨보던 암봉을 가까이서 확실하게 들여다 본다.
염불봉 바로 아래 염불암이 있다. 염불암 주위는 벌써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네요.
염불암을 더 당겨본다.
염불봉에 있는 구절초와도 잠시 얘기를 나눈다. 갈 길이 먼데 계속 여기 염불봉에 머무르고 있다. 힘들게 올라온 이유도 있지만, 날씨도 맑고 조망이 너무 좋아 내려 가기가 싫다
염불봉 바위 뒤쪽으로 돌아가면 비로봉이 지척에 놓여있다.
비로봉 옆에는 공산성봉이 보인다. 성부장, 박부장과 함께 MTB로 저기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지.
척박한 암릉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 열매를 맺는 모습에 그저 가슴 한 구석이 숙연해 질 따름이다. 산은 혹독하리만큼 교과서적인 내용만 수용하는 것 같으나 의외로 넓은 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도 품고 간다. 산은 그런 곳이다.
염불봉에 발바닥 같이 생긴 바위가 있어 찍었더니 이름이 발바닥 바위란다. 내 발바닥처럼 생겼네.
동봉과 비로봉
아내는 염불봉 암봉 위까지 올라갔다. 난 무서봐서 안 올라갔다.
물개바위 같다.
염불봉의 비경에 취해 흔들리다가 30분 정도 시간을 죽이고 이제, 병풍바위로 간다. 앞에 보이는 저 암릉 무더기가 병풍바위다
멀리 동화사 경내도 위에서 다시 한 번 조망하고...
노적봉 아래 팔공CC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공들인 조경수 보다 자연이 만든 멋스러움이 훨씬 나은 이유를 말해 준다.
염불봉에서 주능선에 접어들기 전까지도 밧줄 암릉 구간이 더러 나오는 온전하지 않은 길이 많다. 이제 74번 지점까지 왔으니 한시름 놓을 수 있다. 동화사로 회귀하려면 이 지점에서 하산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58번 지점에서 동화사로 하산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으니 예정대로 발길을 돌린다.
북사면 쪽의 암릉에서 바위떡풀을 또 만난다. 여기는 그늘지고 다소 습한 기운이 있어 바위떡풀이 자랄만하다고 생각되는데 올라온 남쪽 기슭의 메마르고 건조한 바위에서 자란 바위떡풀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귀한 친구를 봤다고 보면 되겠다.
곧게 잘 뻗어 자란 미역취를 자주 만난다. 이 코스에서 보는 미역취는 어째 야단스럽게 피지 않고 단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드디어 병풍바위를 지나 동화사로 하산하는 지점 58번에 당도했다.
기암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푸른 기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내려가는 이 길도 또 심한 밧줄 구간이다. 오늘 참 제대로 걸렸다.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이동 경로만 파악하고 상세한 경로는 볼 생각도 않았더니 그럴때면 꼭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왼쪽부터 동봉, 염불봉, 병풍바위
어떤 산객이 뼈를 튼실하게 한다는 마가목이라 하여 그러려니 했더니 알아보니 '대패집나무'란다.
산정의 암릉에 자라는 소나무는 어떤 모양으로 자라도 일품이다.
저 바위는 마치 단군 신화에 나오는 웅녀가 굽어 살펴보는 것과도 같고 또한, 부처의 모습으로 앉아 팔공산을 오가는 산객의 안전을 보호하고 은덕을 베푸는 모습을 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오가며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정거장이다. 봉우리 이름은 신림봉이다.
또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오늘 아내가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보통 이 정도면 뭐라뭐라 했을건데 날 나두고 설악산 무박산행 간다고 쬐끔 미안한지 그래도 투정은 안부린다. 다행이다.
긴급구조 번호 78번 지점에서 진득하게 여기까지 내려오니 이제 길이 좋아진다. 숲이 우거져 조망은 없지만 고생 끝에 이런 길을 만나면 마치 날아갈 것 같은 여유로움이 생긴다. 산은 이렇게 은연 중에 어떤 방법으로든 그 댓가를 지불한다.
나는 깊은 산 중에 이렇게 낙엽이 덮인 흙길을 걷는 것이 장미꽃을 뿌려 놓은 꽃길을 걷는 것 보다 잘 포장된 페이브먼트를 걷는 것 보다 훨씬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다른 산에선 흔히 보는 조릿대가 무성한 길을 오늘 산행 길에선 처음 만난다. 흔히 볼 때는 몰랐는데 귀하게 보니 이도 반갑다.
등로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위용이 대단하다. 이런 소나무가 '루이지에나 재선충'으로 인해 얼마나 쓰러져 갔는가?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에게는 너무나 위협적이다. 보호를 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소나무가 없는 우리나라 산을 상상해 보라.^^^
거의 다 내려왔다. 이 길 오른쪽 아래는 염불암으로 가는 포장길이다. 포장길을 걷기 싫어 포장길과 마추치는 산길을 끝까지 따라 내려간다.
긴 산행을 마감하고 동화사로 회귀하여 경내 탐방을 한다.
늦은 시간임에도 동화사에는 역시 많은 관람객들로 붐빈다.
봉서루 앞에 있는 동화사 봉황알
동화사 대웅전
동화사 경내에 붉은서나물이 큰 나무처럼 높이 솟아 있다.
대웅전 뒷뜰에 핀 코스모스가 예쁘다.
통일대불로 가는 빛터널
동전 던지는 다리 위를 보니 이태리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 던진 기억이 난다. 이태리에 다시 오고 싶은 욕심에 동전을 두 번 던졌는데 여기에서는 좀 멀찌감치서 던졌는데 단번에 골인을 하고 뒤이어 아내도 던졌는데 한 번에 들어갔다. 뭐, 좋은 일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없다.
동화사 통일대불로 가는 길
가는 길에 피어 있는 꽃범의꼬리와 덤으로 찍힌 루드기니아(원추천인국)
금강계단
동화사 통일대불
매표소 가는길의 다리에 해질녘의 살랑거리고 있다. 처음에 들어올 때도 살랑거리며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나가는 길에도 수고했다며 잘 가라고 바람결에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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