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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가산산성 산행(산도 가고 꽃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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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가산산성으로 떠난 들꽃 산행

 

 

 

■ 언제 : 2013. 10. 12.(토)

■ 어디로 : 가산산성

■ 누구랑 : 홀로

■ 산행 경로 : 가산산성 진남문 - 2.0km - 남포루 - 1.5km - 가산바위- 0.5km - 중문 - 0.9km - 동문 - 3.6km - 진남문

 총 산행 거리 : 8.5km

산행시간은 꽃 사진 찍으며 보낸 시간이 많아 의미가 없음

 

 


 

흔적


오늘은 딱히 가야겠다고 점찍어 놓은 곳도 없고 해서 가끔 들꽃을 보러 가던 가산산성 길을 걷기로 했다. 팔공산은 올해 들어 9번을 찾았지만, 주로 주말 산행을 이용하는 나는 근래 3주간을 연속해서 팔공산만 찾았다. 지난주에 도마재(신령재)를 거쳐 동봉을 오르면서 본 팔공산은 이제 서서히 단풍이 익어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오늘 산행하는 가산산성도 아마 아직은 단풍이 그리 물들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뉴스를 통해 듣는 설악산과 오대산 일대는 벌써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데, 우리 고장 단풍은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오늘은 팔공의 단풍보다는 산행을 겸한 이 가을이 주는 들꽃을 보리라는 생각에 가까운 가산을 찾았다. 물론 이 산 저 산 다녀봤지만, 가을이 주는 들꽃은 거의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개체를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다. 그저 습관처럼 토요일만 되면 배낭을 짊어지고 어디를 가든 산을 찾아 길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 떠난 길이다.


가산을 산행할 때면 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진남문에서 산성길을 쭉 따라올라 가산바위에 들린 후 중문과 동문을 거쳐 유유자적하게 진남문으로 회귀한다. 거리는 대략 8.5km이니 4시간이면 넉넉하게 산행을 즐기는 길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원래 느리긴 하지만, 그 산의 특성과 풍경 그리고 들꽃이 보이면 보이는대로 사진에 담고 하니 일반적인 산행 시간과 비교하기란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산을 오르고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산에 들어가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니 어떤 산이든 시간이 얼마만큼 소요되는 것인가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작년인가 오늘보다 조금 빠른 시기에 갔을 때는 진남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새색시가 연지곤지 찍은 모습을 한 앙증맞은 고마리와 보랏빛 물봉선이 군락을 이룬 채 날 반기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개울가 습지가 아예 없어져 그때 그 자리에 있던 고마리와 물봉선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산행 시작하기 전에 그 애들을 먼저 만나고 가려 했는데 어째 출발이 좋지 않은 것이 혹시 오늘은 별 볼일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상큼하지 않다.


가산산성은 진남문에서 산성을 따라 2km쯤 가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에 올라오는 적을 향해 큰 소리가 나는 포를 쏘아 적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하는 남포루가 나온다. 가산산성 산행은 진남문에서 남포루까지 1시간 가량이 힘들지만, 여기도 그다지 어려운 경로는 아니다. 남포루에 당도하면 지척에 가산바위까지 산성길로 계속 이어진 전망 좋은 턱이 나온다. 거기에 올라서면 나머지 다른 경로는 힘들거나 어려운 곳이 없으니 그냥 길이 내주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 따라가면 된다.


거듭 말하지만, 오늘은 가을이 온전하게 익지 않은 팔공산 기슭의 가산에 무엇을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다. 다만 이젠 습관처럼 젖어 있는 산행을 주목적으로 하고, 가는 길에 꽃이 있으면 보고 없으면 건강을 챙기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번 산행을 한 것으로 만족을 한다. 그런데 오늘 산행은 뜻밖으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그동안 팔공산에 숱하게 다녀도 보지 못했던 야생화를 이 가을에 가산이 보여 준 것이다. 산성 위로 부는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꽃물결과 보랏빛 향기와의 첫 만남은 가히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꽃바람을 타고 산성 위로 부는 바람에 등 떠밀려 가는 발길이 이토록 유쾌하고 상큼할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남포루에서 마지막 짧은 오름길에 다가서면 먼저 노랗게 올망졸망 모여 핀 산국이 인사를 건넨다. 반가운 마음에 힘을 얻어 마지막 고개에 올라서자니 성벽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난생처음 보는 풀이 눈에 띈다. 궁금해서 다른 풀을 밟지 않으려 애를 쓰며 가까이 접근하여 관찰하니 역시 처음 맞대면하는 녀석이라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자주 애용하는 카페에 문의하였더니 ‘구와꼬리풀’이라고 한다. 구와꼬리풀로 검색해 보니 ‘구와(국화)+꼬리+풀’이 모여 ‘구와꼬리풀’이라 한다. 오늘 또 하나 건졌다.


산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꽃향유가 마치 길가에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어 있듯 보랏빛 물결로 일렁거리고 있다. 색깔도 여느 꽃향유와 달리 어찌나 보랏빛이 맑고 싱싱한지 도대체 눈이 어지럽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다. 그 흔한 꽃향유를 보고 이리 취해 보기는 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투구꽃 무리의 덩이뿌리를 일컬어 칭하는 ‘초오’를 비롯해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빈자리 하나 없이 둥근 모양으로 꽉 찬 ‘산부추’, 비록 사진은 보잘것없이 찍혔지만 ‘까마중’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올여름 자주 봤던 ‘가는장구채’가 아직 피어 있음도 보았고, 뱀딸기가 지금도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그 외 역시 처음 봤던 자주색 ‘등골나물’이 가까이에서 서로 피고 짐을 볼 수 있었으며, 팔공산 도마재 고갯길을 넘어가면서 봤던 ‘정영엉겅퀴’, 빨갛게 익은 ‘오이풀’,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처음 보고 놀란 마음에 한없이 보고 또 봤던 ‘수리취’, 과남풀과 헷갈리는 '용담' 그리고 산성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까실쑥부쟁이’의 물결은 이 가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랄 수 있다. 가을의 초입에 산성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미움에 가득 찬 마음을 떨쳐 버리는 비움의 길이랄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종을 품고 있는 내 고장 가산산성의 식물자원은 남부지방에 어울리지 않는 온대중부의 대표적인 식생 상태를 이루고 있어 마치 강원권 등의 산지와 비슷한 식물 분포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아마, 가산은 그런 특별한 생태환경으로 인하여 많은 종이 서식하고 분포하는가 보다.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가산은 생태환경의 특별한 조건과 더불어 자연의 혜택을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이 받았을 것이다. 구름이 꽃씨를 담은 수레가 되고, 바람이 그 수레를 가산으로 끌고가 꽃비를 뿌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산성 주변이 온갖 꽃으로 무장된 길을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발상을 해본다. 오늘 나는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산행에서 꽃으로 무장된 이 산성길에서만 2시간 남짓 소비하였다. 그것은 바람에 날린 꽃잎이 침이 되어 내 발걸음을 마비시켜 시간을 소진시켰기 때문이리라. 얼마나 취했으면 그리 많은 시간을 여기에서 할애했을까? 산이 좋고 이 가을의 향기가 그리 붙들었겠지. 산은 이렇듯 사람을 품는다. 어찌 산을 마다할 수 있으랴. 

 

 

 

 

똑딱이 사진 기행

 

 

진남문에서 11시 경에 출발하여 처음으로 전망 좋은 장소에서 바라본 기성동 남원리의 황금 들판. 저 일대를 MTB로 누비고 다녔는데 이젠 잔차가 애물단지다. 

 

조용하던 남원리는 지금 별장이 많이 자리 잡았지요. 칠곡 시내에서 멀지 않아 지역적인 위치로는 그만인데 이젠 여기 땅 값도 장난이 아니다. MTB로 별장지대 곳곳을 탐색해 보았는데 이제 웬만한 곳에는 터 잡을 장소도 없다.

 

가산 등산로는 진남문에서 성곽을 따라 가는 길이 제일 난코스로 볼 수 있으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이 코스도 그리 험하지 않다. 

 

파계사 가는 길 우측으로 우뚝 솟은 도덕산. 오늘 꽃보러 쉽게 도덕사에 주차를 하고 도덕산을 갈까하다가 가산으로 갔더니 결과적으로 참 잘한 일이 되었다.

 

남포루 위 고개만댕이에 오르면 비로봉이 제일 가까이 보인다. 오늘은 가을 날씨가 맑고 화창해 비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올 해는 팔공산에 자주 간 편이다. 이제 저기 왼쪽에 보이는 공산성봉 쪽으로 가봐야겠다. 제2석굴암 지나 동산계곡에서 오르면 되는 길이다. MTB로 꾸역꾸역 올라가 보았지만 이제 걸어서 가봐야겠다.  

 

원래 붉은 앤지 이 친구는 벌써 잎이 사그라 들고 있다.

 

남포루. 진지를 구축하여 임진왜란, 병자호란 당시에 올라오는 적을 향해 포소리를 내어 적을 당황하게 했다는 곳이다.

 

진남문에서 남포루까지 2km. 여기까지 오면 오르막 구간도 거의 없고 편한 산길이다.

 

남포루에서 산성길 따라 가면 꽃밭 천지다. 까실쑥부쟁이(?)

 

산국고 감국이 늘 헷갈리는데 이 친구는 아무래도 산국이 아닐런지.

 

산국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 침략자 미국자리공 

 

'구와꼬리풀'이라고 처음 만난 친구다. 똑딱이라 멀리서 담기가 어려워 할 수 없이 가까이 접근을 한다. 조심조심 다른 풀 하나 밟지 않고 흙과 돌만 밟으며 접근했다.

구와(국화)+꼬리+풀=구와꼬리풀  

 

산부추. 요렇게 동그랗게 피어 있는 친구는 첨이네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산국.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산국이고, 꽃송이가 몇 송이씩만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감국같고, 가녀린 여인의 모습으로 보호 본능을 느끼는 것으로 봐서도 감국이다.

좀 더 확대해서 본 산국 

 

가는 길목에 있는 가는장구채. 행여 밣을까 조심해서 피해 간다. 

 

 

뱀딸기가 아직 열매를 맺고 있나. 기후 탓인가?

 

자줏빛이 강한 등골나물도 본다.  

 

꽃향유가 산성을 따라 가며 지천에 널려 있다. 색상도 곱고 꽃도 많이 달려 있다. 다른 곳에서 본 것보다 더 곱다. 

 

올 해는 산행을 하면서 산오이풀을 질리도록 많이 보았는데 의외로 오이풀을 만난 적은 거의 없다. 반갑다. 친구야~~~

 

정영엉겅퀴도 팔공산에서 여러번 만난다.

 

지리산 세석에서 처음 만나고 오늘 두 번째로 본다. 우리 고장 팔공산이 이렇게 다양한 개체를 확보하고 있다니 실로 반갑기 그지없다.

 

가산바위까지 간다. 가산바위까지 가기 싫으면 여기서 중문으로 빠져나가 동문으로 해서 진남문으로 가면 시간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산바위를 아니 갈 수가 있나. 

 

꽃이 있으니 나비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 꽃향기는 나비와 벌이 먼저 안다.

 

산성을 가로막고 섰는 가산바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남포루 위에서 산성을 따라 걷는 가산바위까지는 마치 인위적으로 조성한 꽃길처럼 많은 들꽃이 피어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꽃향유와 쑥부쟁이가 한창인데 구절초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어 많은 즐거움을 주었는데 지금은 그리 흔치 않다. 왜 그럴까?

 

가산바위. 먼저 온 산객은 벌써 자리를 잡고 따뜻한 햇볕 아래 자리를 깔고 맛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 찍는 무리, 탁 트인 조망을 바라 보는 사람, 먹고 있는 사람. 산을 찾는 사람이 산에서 보여 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쑥부쟁이. 쑥부쟁이는 많이 보이는데 구절초가 귀하다. 작년엔 쑥부쟁이 보다 구절초가 더 많이 보였는데... 

 

산국인지 감구인지 늘 헷갈리는 애들이 가산바위 아래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가산바위에서 바라본 기성동 일대 

 

 

가산바위에서 바라본 남포루에서 가산바위 쪽으로 걸어온 산성 길 

 

가산바위는 약 70평이 넘는 평평한 구조로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가기 좋다. 

 

가산바위 중앙부에 보면 구멍이 뻥 뚫린 곳이 있다. 이곳에 신라시대의 고승 '도선'이 지기를 누르기 위해 소와 말의 형상을 쇠로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가산바위 위의 풍경 

 

 

 

가산바위에서 내려와 중문을 향해서 가노라니 단풍취가 씨를 잔뜩 맺은 채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중문 가까이 언덕 위에는 억새가 무리를 지어 하늘거리고 있다. 

 

동문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여유로운 길이다. 웬만하면 동문을 경유해서 진남문으로 회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문

 

올라오면서 보지 못한 '용담'을 만난다. 여기에서 귀하게 만난다. 

 

들머리인 진남문으로 회귀했다. 하늘색이 참으로 푸르고 맑다. 천고의 계절인 가을이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