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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수태골에서 동봉찍고 비로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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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동봉과 비로봉 산행

 

■ 언제 : 2013. 7. 30.(화)

■ 어디로 : 팔공산 동봉 & 비로봉

■ 누구랑 : 아내

■ 산행코스 및 거리

   수태골 주차장 - 3.5Km - 동봉 - 0.3Km - 마애석조여래좌상 - 0.4Km - 비로봉 - 3.6Km - 수태골 주차장

7.8Km

 

 

 

 

흔적

 

  온 나라가 장마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내 고장 대구는 연일 34℃를 웃도는 된더위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지리산이나 설악산 아니면 평소에 가기 어려운 어디 먼 산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날씨가 뒤죽박죽이라 섣불리 먼 길 나서기가 쉽지 않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장맛비 사정권에 들어 있고, 장마가 아닌 곳엔 느닷없이 뿌리는 게릴라성 폭우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 산에 간답시고 쉬 길을 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내 고장에 팔공산이 있어서 좋다. 가까운 곳에 명산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팔공산은 이제 웬만한 코스는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다시 팔공산을 가기 위해 여러 코스를 짚어보니 아직 발길 닿지 않은 곳이 너무나 많다. 내친김에 오늘 팔공산 산행은 가지 않은 길로 가고 싶었지만, 아무리 팔공산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대책 없이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늘 산에 갈 땐 언제나 그 산에 대한 코스 정보와 사전 탐색을 나름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길을 떠나는 습관이 있어 무방비로 가기란 마음이 쉬 내키지 않는다. 팔공산을 많이 다녀 봤어도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내랑 함께 수태골을 기점으로 동봉을 가기로 했다.

 

  폭서에 시달리는 수태골 동봉 산행은 어떨지 가보면 알 일이고, 여름이 무르익은 동봉 가는 길은 과연 어떤 야생화를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하다.

주차하고 수태골을 따라 슬금슬금 올라가는데 워낙 날씨가 더운지라 등 뒤로 땀방울이 비 오듯 해 가벼운 옷차림의 등산복은 금방 물에 젖은 새앙쥐 마냥 땀으로 비를 덮어쓴 꼴이 된다. 더구나 시원한 물가에 앉아 더위를 피해 피서를 즐기는 인파를 보니 산이고 야생화고 모두 접고 금방이라도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진다. 야생화도 오늘은 크게 반겨줄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기분이 드니 오늘은 그냥 여기서 접고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더위나 피할까 하는 마음이 계속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태골에 흐르는 시원한 물과 바람 그리고 더위를 피해 망중한을 즐기는 피서객의 유혹을 저지하며 묵묵하게 갈 길을 간다.

 

  암벽 훈련장을 지나 서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이렇다 할 여름 야생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까치수염과 좀깨잎나무, 가는장구채, 꽃며느리밥풀 정도만 눈에 띄었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갔지만, 뜻밖에 이 지점에서부터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던 야생화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옅은 주황색을 띤 동자꽃이 눈에 들어오더니 키가 자랄대로 자란 여로가 작은 꽃 문을 활짝 연 채 여기저기서 그 자태를 맘껏 자랑하고 있다. 동자꽃은 많이 봐왔지만 이처럼 꽃이 활짝 핀 여로를 본 것은 처음이다. 아랫동네에서는 산수국이 피지 않았더니만 위로 올라갈수록 산수국도 예쁜 보랏빛 색깔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연보랏빛을 한 긴산꼬리풀도 군락을 이룬 채 아래서부터 꽃을 피운 채 점차 위로 번지고 있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긴산꼬리풀 군락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꽃에 취해 한 걸음씩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동봉에 올랐다. 동봉에 올라 긴 숨을 내 쉬고 잠시 주변을 조망하니 팔공산 주능과 비로봉이 옅은 박무에 시야가 살짝 흐릿하다. 그러나 오히려 박무가 낀 동봉 산정은 그로 인해 오히려 땀에 젖은 두 눈을 시원하게 하며, 따가운 햇빛을 직사하지 않고 바라보게 되어 주변 풍광을 조망하는데 훨씬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꾸물거리다 늦게 올라온 서방을 기다리며 먼저 올라온 아내는 충분히 쉬었을 테고, 난 5분쯤 머무르다 곧 비로봉으로 향한다. 비로봉에는 뭔가 보여줄 것이 있으리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지만 예까지 와서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아내는 그냥 내려가자고 했지만, 동봉에서 불과 0.7Km 정도 거리에 있으니 그냥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은 팔공산의 최고봉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로봉이 보여주는 야생화에 마음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로봉엔 야생화에 관심이 없을 때부터 무언가를 본 기억이 뚜렷이 남아 있다.

 

  헬기장이 있는 마애석조여래좌상에서 비로봉 가는 길섶부터 가는장구채와 길쭉하게 뻗어 있는 꽃자루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분홍빛 좀깨잎나무가 더위에 지친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더니 급기야 비로봉 턱밑에서는 점봉산 곰배령에서 보던 궁궁인지 어수린지 지리강활인지 늘 혼돈되는 키가 뻘쭘한 놈을 맞대면한다. 마치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에서 텃세하는 것처럼 우뚝 솟아 내려 보고 있다. 오늘 산행의 대미는 이 친구가 장식한다.

 

  지루한 장마에 영남지역 일부만 폭염이 사나운 가운데 언제 여기도 비가 올지 모르니 무더운 날씨라도 산에 갈 수 있을 때 가야 한다. 땀 냄새에 찌들어 하산하면 알탕 하기 좋은 장소를 골라 땀으로 범벅이 된 육신을 씻고 가리라 생각하며 내려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우중충해지더니 곧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는 내려오는데 지금 올라가는 사람도 제법 있다. 우리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데 늦게 산을 찾은 사람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말릴 수도 없고 해서 우리는 주차장과 가장 근접한 계곡의 적당한 곳에 많은 피서객 틈바구니에 자리를 잡았다. 여차하면 빠른 속도로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오늘 고생한 두 발을 시원한 수태골의 흐르는 물속에 담근 채 피로를 씻으니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다. 가볍게 몸을 씻고 피로를 풀고 주차장에 당도하니 곧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을 기세를 하고 있다. 차에 타고 가려고 하니 그동안 참았던 소나기가 엄청나게 퍼붓는다. 요행히 우리는 소낙비를 피했지만, 수태골에 골골마다 자리 잡은 피서객의 안위가 먼저 걱정된다. 아무 일 없겠지...

 

 

 

 

 

팔공산 수태골 동봉의 골바람은 된더위를 식히고

산정에 핀 야생화는 오히려 된더위를 즐기더라.

 

 

 

꽃며느리밥물. 흔히 며느리밥풀꽃이라 한다죠. '며느리밑씻개'와 같이 고부간의 최악을 상징하는 꽃이름이며,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횡포가 얼마나 극심했나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무더운 날씨지만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골바람을 맞으며 쉬엄쉬엄 걸어가니 오히려 집에서 선풍기 틀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좋다. 길섶에 있는 좀깨잎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산정부에서는 완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던데 종자가 다른 애들인가...

 

아랫동네에서는 산수국이 아직 꽃을 터뜨리고 있지 않다. 산정부에는 활짝 피었던데 위에서 먼저 피는가...

 

팔공산 동봉은 자주 갔던 곳이라 산행 코스 위주의 설명은 배제하고 그동안 산행하면서 소홀히 했던 부분과 야생화 위주로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설명은 아래 안내판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네요.

 

 

수릉봉산계. 수릉은 조선조 헌종의 아버지 익종의 능을 의미하며 봉산계는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출입을 규제하는 일종의 경계 푯말이다.

 

암벽훈련장에 비치된 등산사고 예방요령. 산을 자주 다닐수록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를 기해야 되겠죠.

 

올라 갈 때는 암벽훈련장을 오르는 사람이 없더니 하산할 때 남녀 대학생으로 보이는 산악팀이 오르더만 잔뜩 찌푸린 날씨가 비를 내린다. 훈련하던 남녀대학생이 재빨리 철수를 서두르는 모습에 안도를 한다.

 

 

 

 

자주꿩의다리. 대둔산에서 계룡산에서 근래 자주 본다. 길섶을 지나면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자주꿩의다리를 몇 번 보지 못했다.

 

큰까치수염도 더러 눈에 띠나 여기까지는 예감했던 것 처럼 기대했던 야생화 무리를 보기 어려웠다. 어디 가나 늘 보던 애들만 만나니 날씨가 더 덥다.

 

아쉬운 마음에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름도 모르는 버섯도 반가운 마음으로 담아본다.

 

조그맣고 하얀 꽃을 피운 가는장구채도 반갑기만 하다.

 

동봉 0.8km 전방.

 

 

이 지점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팔던데 왜 없지. 한 잔하고 갈려고 했더니 막걸리 한 병 가지고 올 것을 잘못했네.

 

 

 

 

꽃며느리밥풀도 보이고 서서히 야생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름 모르는 버섯도 무작정 들이댄다.

 

 

'여로'가 눈에 띤다.

 

동봉 0.3Km 전방부터 야생화 무리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자꽃도 여기저기 무리지어 활짝 피어있다.

 

산수국은 위로 올라오니 활짝 피어 있다.

 

 

보통 800m 이상의 고산에 주로 핀다는 긴산꼬리풀도 만난다.

 

동봉가는 마지막 오름길 등로 주변에도 긴산꼬리풀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활짝 핀 '여로'는 처음 접해본다.

 

위로 올라갈수록 동자꽃의 색깔이 곱다. 꽃잎 하나 상하지 않고 곱게도 자라고 있다.

 

동봉

 

동봉에서 바라본 송신탑 기지국. 옅은 박무로 인해 가까운 듯 멀어져 있다.

 

저 오른쪽 둥근 군기지국은 성부장과 박부장 그리고 성부장 아내 정부장과 함께 MTB로 올랐던 길이네요.

 

동봉에 있는 이정표. 한티재에서 갓바위까지 15.6Km 능선을 종주하고 갓바위 주차장으로 2번이나 내려 왔으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저 비로봉을 가야 또 다른 종자를 볼 수 있으니 빨리 가야지...

 

당겨서 보니  지척일세. 실제로 동봉에서 비로봉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동봉을 내려와 비로봉 가는 길에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 한 켠에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볼이 통통한 석조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짚신나물

 

헬기장에서 비로봉 가는 길에 깨끗하게 몸단장을 한 원추리도 만난다.

 

우측 중간 지점에 진불암과 치산계곡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 저 길을 못찾아 헤메던 기억이 새롭다.

 

 

바위채송화의 색상은 그리 달갑지 않네요.

 

헬기장에서 동봉가는 길섶에도 가는장구채가 줄지어 늘어져 있다.

 

흔하게 만나는 등골나무를 여기서는 귀하게 본다.

 

석조마애여래좌상과 그 위로 동봉이 우뚝 솟아 있다.

 

산수국이 깊이 숨어 있지 않고 가는 길섶에 잡초 무더기 처럼 자라 있다.

 

긴산꼬리풀도 길섶 가까이 자라고.

 

분홍빛으로 물든 좀깨잎나무도 가는 길손을 반긴다.

 

점봉산 곰배령에서 봤던 이 친구가 궁궁이, 구릿대, 개구릿대, 어수리, 강활 이름이 어렵다.

 

 

 

비로봉 전망대에서 석조마애여래좌상과 동봉을 바라본다.

 

가을을 대표하는 마타리도 일찍이 만나본다.

 

 

비로봉이라는 표식은 없지만 팔공산에서 제일 높은 비로봉이다.

 

 

비로봉 구석에 물레나물이 피어 있네요. 올 해 처음 만나 봅니다.

 

긴산꼬리풀과 왕나비. 왕나비의 날개 색상이 참으로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