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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갑오년 갓바위 두 번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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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두 번째 방문한 갓바위

 

 

■ 언제 : 2014. 1. 26.(일)

■ 어디로 : 팔공산 갓바위

■ 누구랑 : 아내따라

 

 


흔적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가 힘차게 비상하던 새해 첫 날! 팔공산 갓바위엔 부처님을 배알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틈바구니 속엔 우리부부도 함께 속해 있었다. 오늘, 신년 들어 두 번째 방문하는 팔공산 갓바위는 그 때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많은 인파로 북적대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도처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사시사철 많은 참배객으로 사람의 발길이 뜸할 날이 없다. 어디 마땅히 기댈 때가 없는 중생은 갓바위 부처님께 기댈 수가 있어 좋으련만, 정작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갓바위 부처님께서는 과로에 몸살을 앓지 않을까 되려 걱정된다.


오늘은 아내가 다른데 가지 말고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고 딸내미의 장래와 가족의 안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싶어 갓바위 부처님을 배알하고 싶어 한다. 마땅히 갈 곳도 없던 나는 아내를 조력할 겸 갓바위를 오를 목적으로 기꺼이 핸들을 잡았다. 갓바위는 갈 때마다 많은 분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지만, 오늘 역시 부처님 앞에 엎드려 기도드리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도 신년에 비하면 자리가 넉넉하여 아내가 쉽게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행스러웠다. 아내가 정성들여 기도할 때 난 늘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고개를 한 번 조아리고 예를 표한 후 그 다음부터는 볼거리를 찾아 카메라 셔트를 누르며 행동하는 것이 다반사다. 내 무성의한 행동으로 아내의 기도가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살짝 밀려오면서도 늘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아내나 부처님 전에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 앞으로는 더욱 진실 된 마음으로 부처님께 엎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내 덕에 갓바위를 솔찮게 따라 다녔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힘이 든다. 산을 오른다는 것이 이제 나이가 있어 그런지 열심히 다닌다고 젊은이들처럼 체력이 쑥쑥 늘어나고 산을 잘 타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어쨌든 그래도 올해 5월 5일이면 아내랑 주말 산행을 만 4년 꼬박 다닌 셈이 나오는데 그 정도면 결코 적게 다닌 것은 아니리라. 그런데도 나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처음보다 산을 더 잘 타는 것도 아니고, 체력이 더 많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오늘도 갓바위를 올라가면서 허덕거리는 것으로 보아 언제나 내 산 타는 솜씨는 한결같고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산이 좋은 것은 진정 산을 좋아하는 마음 정도는 터득했기에 힘이 들어도 산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 큰 변동 없이 작용하고 있나보다.


작년 11월, 아내와 난 속칭 영남알프스라 칭하는 많은 산군 중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운문산을 마지막으로 산행하면서 이런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운문산 산행이 더 이상 산행을 못 할 만큼 힘들거나 어려운 산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힘이 든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제 가급적 된비알이 심한 길이나 산행 시간이 길게 소요되는 곳은 배제하고 앞으로는 각 지자체가 지역 특색을 살려 조성한 올레길이나 둘레길, 자락길, 소리길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비교적 여유 있게 산천경계를 즐기며 다니자고 한 적이 있었다. 산은 계속 다니고 싶고 힘은 부치니 그렇게라도 하고 싶어 노선을 살짝 비껴가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또한 마음같이 쉽게 되지 않았다. 어떤 산이든 편하고 내 맘같이 만만한 곳이 있는 것만은 아니니 운문산 산행 다녀오고 난 이후에도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쉽게 편한 산길만 찾게 되지는 않았다. 막상 겨울이 다가오니 겨울 산의 진경인 설화와 상고대가 보고 싶어 지리산을 찾기도 하고 강원도 선자령과 민둥산을 누비고 다기기도 했다. 아마, 산이 그러한가보다. 산의 매력을 느낀 사람이라면 말없이 가만히 있기만 한 산을 나비와 벌이 꽃을 찾아 절로 날아다니듯 사람이 산을 애써 찾아 그렇게 날아다니고 싶나보다. 산은 그렇게 말없이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마력을 발산한다. 그게 산인가 보다.


오늘 아내는 갓바위 약사여래부처님을 가볍게 배알하고 일전에 한 번 들어가 초를 피우며 공을 들인 적이 있던 유리광전에 들어가 108배를 하였다. 아내가 유리광전에서 108배를 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갓바위 풍경을 두리두리 살피고 시간을 보내면서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30분 이상 지났을 무렵 아내가 나왔다. 오늘 아내가 드린 기도의 중심은 딸내미의 장래와 가족의 건강 그리고 행복한 가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아내의 말이 오늘 기도를 드리는데 앞이 환하게 밝아 오더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아주 흡족해 한다. 어둡고 컴컴하게 보인다는 것보다야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난,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감에 흐뭇함을 느낀다.


유리광전에서 나온 아내랑 약사암으로 내려와 점심 공양을 하고 용덕사와 용주암 가는 길로 갔다. 우리가 갓바위 가는 코스는 늘 한결같다. 주차장에서 관음사와 관암사를 거쳐 힘든 계단길을 올라 선본사 공양간에서 공양을 하거나 아니면 약사암에 들러 점심 공양을 하고 용덕사와 용주암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우리가 늘 애용하는 갓바위 가는 그림이다.


오늘은 약사암에서 관암사와 관음사로 내려와 늘 가던 포장길을 따라 가지 않고 산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보통은 관암사나 관음사에서 포장길 큰 길을 따라 밋밋하게 내려갔는데 산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바로 갓바위 가는 어귀까지 당도한다. 포장길보다 훨씬 수월하고 내려오는 길이 재밌다. 앞으로 이 길을 주로 애용해야겠다.

 

 

 

 

 

 

 

갓바위 가는 길에 있는 관음불교대학 관음사

 

 

 

 

 

 

여기는 갓바위 가는 길에 있는 관암사

 

 

 

 

 

 

 

 

갓바위 아래 커피 파는 곳

 

 

 

 

 

 

 

갓바위에서 바라본 용덕사와 용주암

 

 

 

 

 

 

갓바위에서 내려다본 약사암

 

 

 

 

 

 

 

 

 

 

 

 

 

 

 

약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