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 성부장네 텃밭에서 보낸 하루
■ 언제 : 2014. 7. 5.(토)
■ 어디로 : 갓바위 갔다가 성부장네 텃밭에서
■ 누구랑 : 우리랑 성부장네 부부랑
흔적
팔공산 종주를 할까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성부장네랑 오붓하게 팔공산 일부 지역을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종주 계획이 어긋났으니 팔공산 어느 곳이라도 다녀오자면 아내가 지난주부터 가고자 했던 갓바위를 가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아 겸사겸사해서 갓바위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성부장 내외랑 함께 했다. 성부장도 팔공산이야 심심찮게 다닌 사람이라 구석구석 지리를 잘 알고 있지만, 의외로 갓바위는 많이 가보지 않았는지 좀은 낯선 것 같다. 오랜만에 산행한 것 같아 보이는데도 성부장 내자인 정부장은 힘든 기색없이 잘도 올라간다. 물론 성부장이야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컨디션을 조절하며 쉼 없이 뚜벅뚜벅 가는 스타일이라 무리 없이 무던하게 간다. 그렇게 성부장네는 무던하게 잘 올라가는데 의외로 오늘따라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한다. 요즘 컨디션 난조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갓바위만 가면 힘들어도 힘들지 않게 쉽게 가는 사람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행보가 영 신통치 않다. 급기야 내가 뒤에서 밀고 올라갈 정도였으니 어디 몸이 안 좋은 것은 아닌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보통 때 같으면 내가 갓바위 부처님 앞에 당도하면 먼저 올라간 아내는 백팔배를 끝내고 있을 정도인데 오늘은 아무래도 그때 같지 않아 마음이 쓰인다.
오늘 갓바위 하늘은 맑고 푸르기 그지없다. 영천 신령에서 올라오는 길과 갓바위 아래 약사암과 용덕사 그리고 용주암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 아래 갓바위 풍경은 항상 날씨와는 아랑곳 없이 공을 들이는 사람들로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슨 소원을 비는지 약사여래부처님께서 모든 소원을 다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마눌님 소원도 빼 먹지 마시고~~~
갓바위에서 아내가 공을 드리고 난 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공양간을 찾았다. 선본사 공양간으로 내려가 점심 공양을 하고 다시 대웅전으로 올라와 약사암으로 내려갔다. 갓바위에서 하산하는 길은 올라 왔던 길로 내려가는 것보다 약사암으로 돌아 내려가는 것이 좋다. 내려가는 길도 좋거니와 약사암과 용덕사와 용주암을 볼 수 있기도 하니까 훨씬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올라오면서 관음사와 관암사를 거치고 내려오면서 약사암, 용덕사, 용주암을 볼 수 있으니 초행인 사람은 일삼아 이 길을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성부장네가 용주암을 가보지 않은 것 같아 용주암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자연스럽게 부부가 짝이 바뀐 채 둘이는 산기슭의 흙길로 둘이는 가던 길을 따라 바윗길을 내려갔다.
갓바위 시설지구로 내려오니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흘러간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뭔 소린가 했더니 실버로 구성된 빛·소리 예술단원들이 봉사활동 차원에서 섹스폰을 연주하고 있다. 나오는 노랫가락마다 모르는 노래가 없으니 신명이 절로 난다. 그렇지 않아도 어깨춤이 들썩거리는데 동행한 세 사람은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고 저만큼 먼저 내려가 있는 나를 다시 올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모양을 보아하니 식당에 죽치고 앉아 막걸리 한 사발 할 심산인 것 같아 얼른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섹스폰 연주하는 바로 옆 명당자리에 무거운 궁둥이를 눌러 앉힌다. 골바람 따라 음악이 흐르는 곳에 촌두부랑 파전을 시켜 놓고 막걸리 한 잔 들이켜니 그 맛 한 번 기가 막힌다.
갓바위 산행을 하고 식당에 앉아 막걸리 몇 잔 기울이는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뭔가 먹다만 느낌이 든 우리는 성부장네 텃밭으로 그대로 직행한다. 삼결살이랑 막걸리를 듬뿍 사서 갔다. 채소야 텃밭에 가면 없는 것 빼고 다 있으니 그냥 그 정도 준비만 하고 가면 된다. 성부장네 텃밭에 당도하니 청정채소가 주인 손길을 기다린 채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텃밭은 성부장과 박부장 두 친구가 어울려 만든 곳이다. 성부장은 촌에서 자랐고 지금도 부모님이 큰 농사를 짓고 있어 수시로 드나들며 부모님을 돕고 있는지라 지금 당장 농부가 되어도 될 만큼 농사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친구다. 함께 어울려 텃밭을 가꾸는 박부장은 또한 어떤 친구인가? 박부장은 동해 바닷가 출신이긴 하나 농사와는 인연을 맺고 산 친구가 아니라 농작물 재배와 관리에 대한 지식은 성부장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허나 이 친구는 필요한 생활도구나 기계를 만지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다. 둘 다 마치 맥가이버 같이 다재다능한 재주를 갖고 있는 후배들이다. 재주 많은 두 사람이 만났으니 짝이 맞아도 잘 맞다. 이런 두 친구가 힘을 합쳐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지만, 실로 아기자기하고 알뜰함이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다. 수도 시설에 전기시설까지 겸비해 숙박을 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았다. 이런 자리에 오늘 박부장이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박부장은 운동부 아이들 시합이 있어 먼 길 출장가고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을 사방팔방 열어 놓고 텃밭 보금자리에 앉으니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 바깥은 아직 찌는 듯 무더운데도 보금자리 안은 시원하니 아직 여기가 시골은 시골인 모양이다. 청정채소를 먹을 만큼 뜯어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굽고 막걸리잔을 나눈다. 아껴 먹는다고 쉬엄쉬엄 먹는데도 막걸리 5병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더 사올 걸 그랬나. 결국 준비한 막걸리가 동이 나는 바람에 텃밭 보금자리에 남아 있던 시바스를 꺼내 마저 다 마셔 버린다. 막걸리에 시바스까지 마시며 이런 저런 시답잖은 얘기부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어 간다. 이 시간까지 아낙 둘이는 지겨울만도 한데 그래도 웃으며 재미있게 잘 버텨준다. 남정네 두 명은 누적된 술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 지는 듯 하면서도 아직까지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고 말짱하게 버티고 있다. 어둠이 내려 앉은 텃밭엔 이렇게 우리 두 부부만이 조용한 시골의 밤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이런 우리를 마치 시샘하듯 개구리가 떼거리로 몰려와 고래고래 악을 쓴다. 어찌 들으면 함께 어울리자는 청원 같고, 어찌 들으면 지들 영역에 들어와 훼방을 놓는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나는 개구리가 울부짖는 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감히 들을 수 없는 소리다.
술이 알딸딸해서 그런지 느닷없이 개구리 울음소리와 어울려 장단을 맞춘다. 세탁기나 청소기를 돌리려 해도 해가 지면 마음대로 돌리기 어려운 아파트 생활에 갑갑하던 터에 이런 분위기는 더 없이 좋은 호재다. 듣는 이라고는 아무도 없고 민폐를 끼칠만한 곳도 주변에 없다. 단지, 목 놓아 울부짖는 저 놈의 개구리들이 뭐라 할지 모르겠다만, 함께 놀아주면 저들도 좋지 나쁠 것 뭐 있겠나. 조용조용하게 얘기만 나누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개구리 울음 소리에 뒤질세라 목청 높여 경쟁하듯 맞서본다. 가슴 속이 후련하고 탁 트인다. '아하, 이 맛이구나.' 요즘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의 술집마저 담배 한 대 피워댈 수 없으니 여기만한 곳이 과연 어디 있으리. 이 친구들 멋진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나에게는 최고의 휴식처고 최상의 주막이다.
집에 오니 새벽 3시가 다 되었다. 오전에 나와 새벽별 보고 들어간다. 실로 오랜만에 늦은 밤에 귀가를 한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했으니 잔소리 들을 이유 없고 늦은 변명도 자질구레하게 늘어놓을 이유가 없어 좋다. 오늘 이래 저래 놀기는 잘 놀았다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놀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새벽이라 날짜가 바뀌었지만, 다음날 하루는 자고 또 자고 푸~욱 잠만 잤다.
언제 봐도 그 모습 그대로다. 우짜든지 소원 빌러 오는 사람 소원성취 시켜 주시길~
관암사. 갓바위 오를 때 늘 찍는 모습이다. 관암사는 늘 이런 모습으로 변함이 없고 이곳을 걷는 사람은 날마다 다르다. 그러나 관암사를 거쳐 갓바위를 오르는 마음은 다 다른 것 같으나 어쩌면 모두 한 마음인 줄도 모른다.
관암사 범종각도 이번엔 한 번 눌러본다.
관암사에서 갓바위로 올라가는 지점에 염주알처럼 알알이 맺힌 나무를 본다. 뭔 나무인지 알고 싶어 사진을 찍어 문의해 보니 피나무인지 찰피나무인지 아직 헷갈린다.
큰뱀무는 노란꽃을 한창 예쁘게 피우고 있다.
갓바위 부처님 직전에 참나리가 곧 화려한 꽃을 피우려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부처님, 이 분들 소원 모두 다 들어주이소~~~^^^ 우리 집사람도 이 중에 있을건데~~~
관봉에서 내려다 본 용주암
관봉에서 내려다 본 약사암
바위채송화
선본사 대웅전
강활, 궁궁이, ?당귀 불확실
약사암
용주암 가는 길에 바라본 갓바위
용주암 수국
용주암 포대화상
하늘말나리. 사진이 션찮다.
산수국
올 여름들어 산에서 처음 만난 하늘말나리
상가밀집지구에 원추리와 비비추가 활짝 피어있네요.
원추리와 무늬비비추
하산하니 빛,소리 공연예술단 단원들이 섹소폰 연주를 하는데 우리 모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연주에 맞춰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고 있다. 나원 참~~~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이 연주를 꽤 잘 하신다. 덕분에 막걸리도 맛 있었습니다.
성부장네 텃밭
갓바위 잘 다녀오고 성부장네 텃밭으로 갔다. 돼지고기와 막걸리 잔뜩 들고 본격적으로 마시러 텃밭 움막으로 들어 간다. 이 친구 텃밭 관리를 참 잘한다. 요즘 텃밭 가꾸며 지내느라고 여념이 없다. 시끌벅적한 식당에 모여 앉아 한 잔 들이키는 것 보다야 나도 두 번째지만 훨씬 낫다. 무공해로 가꾼 각종 몸에 좋다는 채소는 다 있다.
구기자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이 놈은 아마 '적근대'라고 했지~~~
호박도 하나 둘 영글어 가고... 그 중 한 놈은 삼결살과 함께 날아가고~~~
방울토마토는 수두루빽빽하게 달렸다.
저걸 언제 다 따먹노~~~
가지는 가져갈 것 다섯개 챙기고 몇 개는 고기랑 함께 구워 먹고...
우엉
깻잎이 자줏빛으로 물든 것 처럼 보이는 차즈기.
이 친구들 바쁜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기야 솜씨로는 팔방미남들이니 뭣인들 못하겠나...
요기 들어 앉아 술 먹기 희안하다. 마당엔 무공해 채소가 수두룩하고 시커먼 움막안에도 있을 것 다 있다. 고급 술집보다 훨씬 좋다. 술집에 비교하면 이 친구들 화낼려나~~~
안주꺼리 떨어지면 나와서 한 알씩 톡 따먹고~~~
가지도 구워 먹고...
성서방댁은 또 뭘 줄려고 바구니 들고 따러 간다.
성서방은 손님 맞이할려고 방부터 깨끗하게 쓸고 있다.
당신은 뭘 그렇게 열심히 따시나요.
주변 풍경이다. 성부장과 박부장이랑 산에 보이는 저 길을 따라 MTB를 타고 여러번 다녔는데 이제 산악자전거는 창고에서 자고 있다.
먹다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갓바위 잘 갔다오고 너무 심했나??? 덕분에 시원한 곳에서 잘 먹고 잘 놀았오이다.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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