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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치산계곡-동산계곡-오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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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찾은 팔공산 좌충우돌 산행기

팔공산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다 얻은 뜻밖의 행운, 원효대사 구도의 길 '오도암'을 가다.   

 

 

■ 언제 : 2014. 7. 27.(일)

■ 어디로 : 팔공산 치산계곡, 동산계곡, 오도암

■ 누구랑 : 혼자

■ 경로 : 수도사 - 공산폭포 - 신령재 '가-07'지점 - 수도사

           수도사 - 동산계곡 - 공군부대 - 오도암

 

  

 

흔적

 

방학한 다음 날 건강검진 받고 목요일은 구부장이랑 함께하는 모임하고, 토요일 서울 집안잔치 다녀오고 나니 벌써 나흘이 지났다. , 시간 빠르게 지나간다. 이러다 방학 다 보내겠다 싶어 어제 서울 다녀오느라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 팔공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어 간단히 아내가 챙겨 주는 요깃거리를 배낭에 주섬주섬 집어넣고 폭서로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길을 내달려 치산계곡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산행이 주목적이 아니라 야생화 촬영을 위하여 나선 길이라 늘 가던 치산계곡의 빨간 현수교에서 도마재 중간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 빨간 현수교에서 계곡길을 따라 동봉과 진불암 가는 능선이 연결되는 지점의 아랫부분까지 가기로 했다. 일단 치산계곡은 여기까지 목표로 한 채 꽃 사진을 찍고 다시 동산계곡 끝까지 올라가 다른 종류의 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치산계곡은 야생화와 관련하여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빨간 현수교에서 도마재 -08’지점까지 가다가 더러 가던 길인데도 오늘따라 갈수록 우거진 덩굴 숲으로 인해 길도 헷갈리고 야생화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빨간 현수교로 내려와 동봉 가는 계곡길로 가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동산계곡으로 바로 이동했다. 오늘 치산계곡은 방학이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행락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상시에는 무상으로 통과하던 길도 여름 휴가철엔 통행료 2,000원을 받는다. 평소에는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워낙 많은 행락객이 모인지라 통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모양이다. 계곡 깊숙한 곳까지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이 곳곳에 들어 앉아 있다. 지난번 수태골 갔을 때도 팔공산의 여름이 온전할 것 같지 않더니 치산계곡의 여름은 더더욱 몸살을 앓고 있다. 어쩌겠나? 더위가 이다지도 몸서리치는데 닭장 같이 열 받은 콘크리트 더미 속에 어찌 들어 앉아 있으라고만 하겠나. 어찌 되었든 여름엔 산중 깊은 계곡 속이 최고다. 온 김에 나도 더위를 피해 빽빽하게 자리 잡은 피서객들 틈바구니 속을 비집고 들어가 평소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빨간 현수교 너른 바위 그늘 아래서 오이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잠시 무거운 발걸음을 내려놓았다.

 

치산계곡에 들어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동산계곡으로 차를 몰고 갔다. 동산계곡은 어떻게 된 노릇인지 치산계곡보다 사람이 더 많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 한쪽엔 주차된 차량으로 차량 이동조차 힘든 지경이다. 이래서 행락객이 붐비는 피서철엔 좀체 가지 않는데 오늘은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붐빌 곳을 우려하고 갔는데 역시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찻길 운행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돌아서기도 그렇고 해서 핸들을 찬찬히 돌리면서 길 끝까지 올라갔다. 군부대 앞까지 이어지는 포장된 길은 길기도 길었다. 차가 막혀 빨리 달릴 수 없어 길이 더 길고 먼 것 같았다. 오르막길이 내내 이어지는 길을 차도 힘들어 하는데 어떻게 저 길을 한 때 MTB로 올라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부장 내외랑 박부장이랑 MTB로 올라갔던 그 때를 생각하니 어떻게 갔는지 문득 소름이 돋는다.

 

팔공산 동봉과 비로봉에 서서 늘 바라만 보던 청운대가 있는 군부대 주변을 오늘 드디어 올랐다. 발로 걸어 오른 것이 아니라 차량을 이용해 왔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지금 현재 이 자리에 서 있다. 이제는 팔공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녀 팔공산에 대해 조금 안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늘 이쪽 동향을 자세하게 몰라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언젠가 이쪽으로 꼭 다시 한 번 다녀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왔던 간에 오늘 MTB 타고 오른 그때를 제외하고 팔공산을 조금 더 이해한 이후로 다시 오른 길이다. 넓은 고원지대에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아쉽긴 했지만 부대 앞 작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그늘도 없는 땡볕에 서서 주변을 충분히 조망한 후 잠시 앉아 숨을 고른다.

 

역시 예감은 좋았다. 치산계곡에서 불충분했던 야생화 탐사의 욕구가 여기서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다. 목마름에 젖은 갈증이 다소 가시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갑자기 눈이 반짝 반짝 거린다. 우산 살대 모양으로 흰 꽃이 활짝 펼쳐진 어수리도 보이고 아랫동네에서 칙칙하게 보이던 노루오줌의 때깔이 여기서는 무척이나 곱디곱다. 흐릿하고 연한 분홍빛이 진분홍의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산조풀 같은 것도 떼로 모여 바람에 하늘거리고 동자꽃과 패랭이, 술패랭이, 마타리, 원추리, 여로, 솔나물, 딱지꽃과 같은 많은 무리들도 만났다. 오전에 치산계곡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다. 여기까지 오기를 잘했다. 여기 오면 뭔가 손쉽게 많은 것을 보고 가리라 예감했는데 역시 예감이 빗나가지 않았다. 차를 이용해 산정부까지 왔으니 힘든 것도 없다. 처음으로 가장 쉽게 많은 친구를 만난 날이다.

 

올라오면서 군부대 못 미쳐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더니 맞은 편 쪽으로 원효대사 구도의 길오도암으로 가는 팻말이 보였다. 산정에 서서 야생화를 탐사하고 내려가는 길에 오도암을 들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라 시간이 여의치 않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오도암을 배제하고 갈 수 없어 당연한 마음으로 오도암을 찾는다. 팔공산을 그렇게 돌아다녔어도 아직 오도암은 가까이 접근해 보지도 못했다. 그런 오도암 가는 길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어찌 무시하고 그냥 갈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이 다소 늦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도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팻말에는 오도암까지 1.5km를 나타내니 길도 그리 멀지 않다. 후딱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도의 길로 따라 들어간다.

 

오도암 가는 길섶엔 길쭉한 금강송이 가로수 마냥 우뚝 서 있다. 솔향을 맡으며 가는 것도 좋은데 길 또한 오솔길이라 더 없이 좋다. 저 아래 계곡엔 피서 인파로 아수라장인데 여긴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원효대사께서 그래서 이 길을 찾으셨구나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오도암 가는 초입에서 500~600m 쯤은 그랬다. 그러나 5~600m 쯤 지나고 나니 슬슬 오르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도암까지 긴비탈로 이어진다. 좀은 지쳐 있었던지라 된비알이 이어지는 8~900m를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든다. 그래도 어찌되었던 간에 오도암 가는 길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부러 찾아와야 할 곳인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낑낑거리며 올라가면서 초입에서 느꼈던 원효대사의 구도의 길이란 느낌을 새롭게 받아들인다. 아하! 오도암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길이구나? 그래서 구도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걷고 또 걷는다.

 

오도암 가는 길은 야생화를 목적으로 한 길이 아니다. 오로지 팔공산에서 가보지 않았던 깊은 산속의 조용한 암자를 탐방하고자 간 길이다. , 늘 산행을 주목적으로 하면서 등산로에 보이는 꽃이 있으면 꽃을 보고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산을 다닌다. 그러니까 야생화 탐사는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얻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만은 산행이 주가 아닌 부가 되고 야생화 탐사가 우선이었다. 치산계곡으로 올라간 길은 산행도 아니고 그저 밋밋해서 산을 찾아 들어간 느낌이 미약했는데 오도암으로 가는 구도의 길을 걸으며 다소 아쉬웠던 산행의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잠깐 오도암의 내력에 대해 부연하면 오도암은 팔공산 최고의 명당으로 비로봉의 청운대 절벽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불도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오도(悟道)를 한 곳이라 하여 오도암(悟道庵)이라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오도(悟道)란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라 하니 오도암으로 가는 길은 원효대사께서 깨달은 구도의 길을 따라 들어가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셈이다. 1963년 폐사 이래 유허(遺墟)만 남아 있고 빼어난 상호(相好)의 불상과 고탱화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절 뒤편의 청운대에는 원효대사가 득도한 원효굴과 젊은 시절 김유신 장군이 기거하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마셨다는 장군수가 있다. 그러니까 언젠가 청운대너머 원효굴과 김유신 장군이 마셨다는 장군수가 있다는 암자를 가본 적이 있다. 오도암 뒤에 있는 청운대너머 반대편에 그 절이 있다. 절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데 그 절에서 질 좋은 향을 사서 큰집과 장조카한테 준 적이 있다. 그 절이 바로 청운대너머 있는 바로 그 절이다.

 

오늘 하루 팔공산 여기저기를 바쁘게 쏘다녔다. 어쨌거나 치산계곡도 다시 들어가 봤고 치산계곡에서 보고자 했던 야생화 탐사가 성이 안차 동산계곡까지 갔다. 동산계곡에서 늘 동봉과 비로봉에서 바라만 보던 청운대의 모습을 오늘은 바로 턱밑에서 바라보는 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공군부대 앞에서 역시 동봉 방향에서 누리지 못했던 조망을 관망하기도 했다. 오늘 여정의 백미는 무엇보다 오도암을 찾은 것에 우선 있다. 오도암은 전혀 예측 불허였는데 동산계곡에서 공군부대로 가는 길에 원효대사 구도의 길로 가는 푯말을 본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다소 시간이 늦었음에도 한달음에 다녀왔다. 비록 좌충우돌한 느낌이 든 팔공산 탐방길이었지만 그래도 오늘 팔공산 방문은 오도암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보람 있는 하루였다.

 

 

 

 

사진으로 보는 팔공산 치산계곡-동산계곡-오도암 탐방기

 

 

치산계곡 첫 번째 만나는 다리 아래로 보이는 계곡에 피서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더위을 피하고 있다. 물론 저 아래로 갈수록 더 많은 인파로 득실거리고 있다.

 

다리 위로도 사람들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늘 텅 빈 계곡만 찍다가 어린애들이 노닐고 있는 계곡을 들여다 보니 보는 기분도 좋다.

 

노랑원추리가 공산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시원스레 뻗어나 있다.

 

오늘은 공산폭포 아래도 위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엔 피서객이 워낙 많이 모이는지라 아마 눈 감아 주는 모양이다.

 

 

오늘은 폭포 위 빨간현수교 아래까지 나도 들어갔다. 거기서 산초나무도 보고 산초나무에 꽃이 핀 모습도 본다. 

 

바로 산초나무 꽃이다.

 

땅나리도 주아을 맺은 채 시원스럽게 쭉 뻗은 채 곧게 자라고 있다.

 

 

빨간 현수교 아래 폭포 윗부분이다. 오늘은 나도 왼쪽 그늘진 바위에서 자리를 잡고 잠시 부르튼 발을 붙들어 본다.

 

계곡의 물가 바로 옆에 자라니 아무래도 '궁궁이' 일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

 

요기서도 잠시 쉬어 가고...

 

아래에서 보던 노루오줌보다 색깔이 더 곱다.

 

빨간 현수교 아래서 누리장나무의 꽃 핀 모습도 본다.

 

산초나무의 꽃도 보고~~~

 

개옻나무의 꽃 핀 모습도 본다.

 

누리장나무. 여기까지 오늘 치산계곡에서 본 것이고 다음 사진부터는 동산계곡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여기서부터는 동산계곡

 

공군부대 앞. 어수리인 것 같다.

 

바람에 살랑대는 강아지풀 같아 보이는 저 애들은 바람재 지기님이 가르쳐 주신 산조풀인 것 같은데 

 

여기는 군부대라 사진 촬영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인 모양이다.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대고 있으니 초병들이 나와 제지를 한다. 

 

그래서 부대명을 덮었다.

 

노루오줌의 색깔은 높은 곳으로 갈수록 좋다.

 

역시 산조풀인가요. 

 

공군부대 안. 늘 동봉에서 바라보던 둥근 형상을 오늘은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다.

 미역줄나무는 꽃도 이쁜데 꽃이 지고 열매가 맺은 모습은 더 예쁘다.

이 친구는 어수리가 맞는 것 같다. 

역시 산조풀일 것이고... 

내려가는 길에 술패랭이도 만나고 

헬기장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 패랭이 친구 두 명을 만난다. 술패랭이와 패랭이... 

 

벌써 노랗게 마타리도 익어 간다. 

딱지꽃도 처음 만난다. 

 ?

 내려오다가 헬기장이 있는 조망 좋은 곳에 차를 세워 뭐 없나 두리두리 살펴보고 조망을 즐긴다.

솔나물도 노랗게 잘 익어 있다. 

오늘 팔공산에서 가장 많이 본 친구가 노루오줌이다. 

동자꽃이 벌써 피고 지고 있으니 앞으로 이산 저산 다니면서 가을이 끝날 때까지 동자꽃을 흔하게 보겠구만... 

요넘은 어수리도 아닌 것이 뭐지. 구릿대? 

노루오줌의 색깔이 오늘 본 것 중 으뜸이다. 

 홑왕원추리 같은데 주로 원예용으로 많이 가꾸는 넘인디~~~ 알쏭달쏭

 

패랭이꽃 

등골나물은 올 여름에도 벌써 흔하게 봤다. 

오늘 최고의 선물. 오도암 가는 길. 4시가 넘었지만 구도의 길을 따라 원효대사 님의 체취를 느끼며 들어간다. 

처음에는 이런 길이 나와 그저 좋기만 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의 솔향을 맡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간다.

올라 가는 길에 지겨워 하지 말라고 좋은 글귀를 많이 달아 놓았다. 만해 한용운의 '인연설'을 걸어 놓았다. 

 

구도의 길로 들어가는 나무다리... 

이제부터 서서히 비탈길로 접어든다. 

 

척박한 비좁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나 높이 자랄 수 있다니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정자가 보이고 비탈길은 계속 이어진다. 

힘이 들어 찬찬히 읽어보지도 못하하고 사진만 뚝딱 찍고 지나간다. 

흙길이라 비가 오면 질퍽해서인지 부직포를 깔아 놓았다.  

 화장실이 나오는데 앞쪽엔 문이 없다. 팔공산 정기를 들이마시며 볼 일을 내뿜으면 되는갑다. 그참 나름 분위기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