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원만 가산산성 산행 & 박교감 퇴임 축하 모임
■ 언제 : 2015. 2. 25.(수)
■ 어디로 : 가산산성 및 꼬봉이
■ 누구랑 : 회원 20명
흔적
박교감이 퇴임을 하는데 왜 내가 더 바쁘고 술자리가 많은지 도대체 뭔 까닭인지 모르것다. 하기야 박교감이 있는 자리에 내가 있고, 내가 있는 자리에 박교감이 있으니 굳이 말해 뭣하겠나.
오늘 5시에 기존 산악동아리 회원이 모두 모이기로 하고 산행이 가능한 사람은 가벼운 트래킹 수준으로 산행을 할까 싶어 연락을 취하랬더니 산행은 나까지 합해 4명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1시에 4명이 모여 가산산성에 잠깐 다녀와 5시에 합류하기로 하고 수진이가 운전을 해 다녀왔다.
동문 정도까지 가서 가산의 복수초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오려고 했기에 물도 한 통 가져가지 않고 트래킹 정도의 복장만 갖춘 채 모두 빈 몸만 달랑 갔다. 다행히 수진이가 물 한 통을 손에 들고 왔지만, 그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 아침 끼니도 대충 때우고 점심마저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왔기에 힘든 산행길은 아니었지만, 모두 기진맥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간단히 채비하고 나선 길에 왕복 10여 km를 걸었으니 어쩌면 그도 그럴 만 했다. 모두 가산산성 복수초가 폈나하는 내 욕심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다보니 그리 되었다. 질퍽한 길을 따라 오느라 애쓴 봄례 처자한테 쬐금 미안타. 아침도 안 먹고 왔다던데.
아쉽게도 가산산성의 복수초는 아직 제 모습을 감추고 보여 주질 않았다. 가산산성의 복수초는 피는 시기가 대략 3월말 정도 되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른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이기에 웬만하면 이 시기에 성질 급한 놈 몇몇은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대와는 달리 성질 급해 먼저 피어난 복수초는 당체 보일 기미가 없다. 당초 계획은 동문까지 갔다가 복수초를 보지 못하면 돌아오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중문을 지나 가산바위 아래 복수초 군락지까지 가버렸다. 거기까지 갔으니 가산바위에 오르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리라.
가산바위에서 내려와 산성을 타고 가는데 길이 녹아 너무 질퍽질퍽해 걷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산성을 따라 남포루를 거쳐 진남문으로 빠르게 쭈욱 내려가려 했는데 길이 질퍽해 도저히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산성을 따라 조금 걷다가 중문으로 빠지는 왼쪽으로 나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면서 중간 중간 샛길로 빠져 나갔다. 그러다보니 복수초는 커녕 함께 한 이 친구들 애만 잔뜩 먹인 꼴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젊은 친구들이라 나보다 낫기는 하더라만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않아 허기가 많이 졌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의 5시가 다 되었다. 모임 시간이 5시였지만, 우선 이 친구들 허기를 채워야겠기에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따끈한 국물을 마시게 하고 주린 배부터 간단히 채워준 후 모임장소로 이동을 했다.
현직에서 34년을 지낸 박교감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는 산행을 하고 조금 늦게 합류한 우리 4명과 일찍 오고 그밖에 늦게 온 친구들과 합쳐 무려 20여명이나 모였다. 부득이하게 오늘 오지 못한 친구들과 합하면 대략 25명은 족한 인원이었다. 우리 회원들이 언제 이만큼 불었는지 회원 숫자에 우선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 우선 흡족한 마음이 더 앞섰다. 회원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강요한 적도 없었지만, 모두 지들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회원들이기에 모임의 의미는 더욱 순수했고 아름다웠다. 이미 다른 학교로 옮겨간 이들도 많은데 빠짐없이 참가해 주어 오늘 모인 자리가 더욱 빛이 났다.
소주, 맥주 아낌없이 시켜 너나할 것 없이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박교감의 퇴임을 진정으로 아낌없이 축하해 주었다. 박교감과 나를 제외하고 모두 젊음 일색인 모임에 그래도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젊은이들은 우리를 믿고 따른다. 아마, 박교감도 오늘 기분이 한층 좋았으리라 여겨진다. 박교감도 떠나고 나도 학교 이동이 있지만, 신실한 젊은이들로 임원진을 구성해 산악동아리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이양해 두었으니 앞으로도 모임이 계속 영속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우리 산악회는 원어민 교사로 제 몫을 다 하고 있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 젊은 멤버로 본교가 글로벌 특구학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크게 일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본교는 글로벌 특구학교로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구에서 규모가 제일 큰 학급 수를 구성하고 있어 원어민 교사도 세 명이나 배치되어 있다. 작년에 한 명 더 배정 받은 원어민 교사 1명은 산행하기가 버거운 체격을 가져 우리 멤버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얘기한 두 친구는 꽤 잘 어울리는 편이다.
두 친구 중 한 명은 미국 태생이나 교포 2세인 젊은 남성으로 ○○○이라 부르고, 한 친구는 호주가 국적인 만능 스포츠맨 ○○○라고 하는 여성이다. 특히 호주 친구인 이 여선생은 얼마나 정이 많고 정열이 넘치는지 무엇이든 시키면 주저함이 없다. 물론 미국 교포 2세인 남자 원어민 선생도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말이다. 이 친구들 둘은 이제 한 학기만 있으면 계약이 만료된다. 본국으로 귀국하기 전에, 있는 동안이나마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고 배우고 갔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영어교육에 전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전국 유·초·중·고를 비롯해 대학까지 가세하고 게다가 사교육까지 보탠다면 오로지 영어 교육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소모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차피 교육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원어민 교사를 모집했으면 이 친구들도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을 잘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친구들이 한국에 머무르며 보고 느낀 것을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가장 많이 홍보할 사람들이니 이 친구들이 각국을 대표하는 홍보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이 친구들이 한국을 제대로 알고 가야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호주에서 온 원어민 교사 ○○○는 오늘 늘 다니던 무에타이 도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늦게 합류를 했다. ○○○가 오더니 박교감과 나를 보고 어찌나 반가움에 몸서리를 치던지 오히려 내가 더 깜짝 놀랐다. 큰 키에 자그마한 나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비비는데 참으로 그 살가운 정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박교감도 퇴직을 하고 나도 이동을 하니 더 반갑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날 보고 ‘한국 아버지’라고 한다. 허 참, 이 친구 산에 몇 번 데리고 다녔더니 정이 들어도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기분은 참 좋다. 먼 나라 호주 아가씨가 날 보고 아버지 같이 푸근하다고 하니 술 한 잔하고 취기가 오른 알딸딸한 기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모두 젊은 여선생들이 대부분이라 1차에서 마감을 하고 생각 있는 사람만 몇 명 더 데리고 2차로 늘 가던 막걸리 집에 가려고 했더니 아쉬움이 많았던지 우루루 몰려온다. 오는 사람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모두 데리고 함께 2차를 갔다. 아직 아쉬운 정이 남았는지 호주 친구도 마켓용 자전거를 끌고 따라오려고 막무가내로 함께 나선다. 술이 좀 과한 것도 같아 주변에 있는 친구들한테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도록 조처를 하고 남겨 두고 갔다. 자전거도 자전거니와 술을 더 먹일 수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2차인 막걸리 집에 온 친구들이 7명이었던가? 안주거리가 신통찮은 주막집 같은 분위기인데 젊은 여자들이 몇 끼어 있으니 마땅히 시킬 안주가 없다. 박교감과 나는 이 집에 오면 그냥 대충 밑반찬에 막걸리 몇 병 먹고 가는 것이 다반사인데 젊은 여자들이 있으니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을 수밖에~ 할 수없이 주인장한테 바로 옆에 있는 고깃집에서 돼지고기와 두부를 보태 돼지찌개 두 냄비 끓이라고 부탁을 하고 막걸리로 아쉬운 시간을 달랬다. 오랜만에 몇 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황선생도 오고해서 막걸리에 정을 담아 얼큰한 돼지찌개와 함께 마시니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힌다.
이렇게 오늘 모임도 거나하게 지나갔다. 복수초를 보기 위해 가산산성에 산행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술로 시작해 술로 마감을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목이 쾌쾌한 것이 머리는 띵하고 몸은 어질어질하다. 지금 있는 학교의 교장쌤과 점심 약속이 있어 11시에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이글을 적는다. 이 글을 마감하는 찰나에 서총장이 막걸리 한 잔하자고 막무가내로 불러낸다. 아직 머리도 띵하여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적당한 핑계거리가 나서지 않는다. 그렇게 엉거주춤 하는 차에 서총장은 무조건 나오라고 재촉을 한다. 안 가기도 어렵고 마지막으로 이글을 덧붙이며 블로그에 내용을 싣고 또 나갈 채비를 한다. 내일도 모임이 있는데 죽을 맛이다. 그러면서 또 나간다. 아무래도 내가 지 정신이 아닌가 보다.
산악회 막내둥이.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했으나 젊은 체육인이라 그런지 역시 슬금슬금 잘도 간다.
서울이 고향인 처자라 오늘 모임을 위해 내려와 산행도 참석하고 축하 모임자리도 끝까지 지켜 주는 의리가 있네요.
내고장 가산은 역사적으로나 산림 생태학적인 학술적 연구 가치가 많은 곳이다. 이 바위에 새겨진 띠는 퇴적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어떤 변성 작용에 의해 생긴 것이라 여겨지는데 상세한 내용을 알아볼 가치가 있는 암석인 것 만은 분명다고 여겨진다.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지역으로 법적인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구역이다. 작년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은 지역을 발굴 조사하고 있다.
간단한 트래킹 정도로 얘기했더니 이 친구들 그냥 대충 트래킹 수준에 맞는 복장을 하고 왔다. 난, 혹시 성질 급한 복수초가 피어난 놈이 있는가 싶어 한 발 한 발 더 걸어 갔더니 결국 4명이 물 1통 들고 가산바위까지 갔다. 그랬으면서도 복수초는 겨우 흔적만 보고 노랗게 핀 복수초는 만나지 못했다. 가산의 복수초는 세계 최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으나 피는 시기는 꽤나 늦은 편이다.
일부 발굴조사 지역의 중심에 세력이 좋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아마 물푸레나무가 아닌가 싶다.
중문너머 가산바위 가는 길엔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 잎갈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오늘 저녁에 축하 모임이 있어 당초에는 여기 가산바위까지 올 생각이 없었는데 오다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지금이 16시 쯤 되었는데 어떤 아지매 혼자 와 있고 우리가 전부다. 지금 가산바위에는 바람이 다소 거칠게 몰아 붙인다. 일찍 내려 가는 줄 알고 준비없이 온 이 친구들은 점심을 거르고 온 모양이다. 배도 고플텐데 빨리 내려가야 겠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저기 보이는 산성을 따라 진남문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산성길이 너무 질퍽질퍽해 신발에 흙더미가 달라 붙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저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중문으로 빠져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갔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문화재 발굴조사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뭔가 발굴 문화재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세력이 좋고 잘 생긴 물푸레나무가 있어 찍어 봤다.
4명이 간단히 산행을 마치고 박교감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에 다들 모였다. 늦게 온 친구들까지 합치니 무려 20여명이나 된다. 우리 회원이 언제 숫자가 이만큼 불었지~
호주 출신 원어민교사도 무에타이 도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합류했다. 이 친구가 애살이 많고 정열이 넘치는 친구다. 오자마자 나를 꼭 끌어 안고 반가운 마음에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막 부빈다. 그리고는 교무실에 함께 있다가 없으니 너무 서운하다며 날 보고 코리아 파더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올 해 1학기만 하면 고국으로 돌아갈 건데 있는 동안 한국에서 많은 추억과 한국의 고유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이 친구가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건 주변에 있는 우리가 해야할 몫이다. 아무쪼록 좋은 추억만 많이 가지고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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