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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산악동아리

볼거리가 풍성한 김해 무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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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의 설화를 간직한 태고의 산

김해 무척산,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 언제 : 2015. 4. 18.(토)

■ 어디로 : 무척산 신선봉(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 누구랑 : GB 산악동아리 회원 6명 참석

■ 높이 : 702.5m

■ 산행 코스 : 무척산 주차장(무척산 관광 안내소 있는 곳) - 석굴암 지나쳐 첫 갈림길 - 오른쪽 흔들바위 방향으로 - 삼쌍연리목 - 천지로 가는 갈림길에서 - 무척산 신선봉으로 - 다시 천지 방향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천지'로 감 - 천지폭포 - 모은암 - 무척산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 산행 지도<펌>

 

 

 

 

 

<> 김해시청 홈-김해문화관광 사이트

 

낙동강과 이어져 있어 그 강의 흐름을 내려다보는 것도 이 산에 오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데, 주위에 다른 산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어느 날 낙동강에서 갑자기 우뚝 솟아올랐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또한 산허리 부분에 괴상하게 생긴 암봉이 많은 등 산세가 험한 편이어서 힘들기는 하지만 산타는 재미는 다른 산들에 비해 더 큰 편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마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해 석굴암과 모은암을 거쳐 정상에 오른다. 마현 고개에서 동쪽으로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가다보면 석굴암에 닿는다. 석굴암은 작은 암자이긴 하나 전망이 뛰어나다. 샘터에서 북쪽으로 나가면 바위 사이로 길이 나있어 이 길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모은암이 나온다. 석굴암과 모은암을 잇는 표고 약 350m의 환상선 주변은 기암괴석이 늘어서 반기는 지대로, 그 모양을 감상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모은암 뒤쪽 고개를 넘어 오르면 커다란 분지에 천지못이 있고, 기도원을 지나 곧이어 정상에 닿게 된다.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구불구불 흘러가는 낙동강과 강 건너에 서 있는 만여산과 토곡산이 빨리 내려오라 손짓하는 것이 느껴진다. 하산할 때는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내려가다 철 전주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하사촌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동쪽길로 내려가면 백운암을 지나 용당 나루터에 이르게 된다.

 

[주차정보] 주차장 : 136(대형 7) 주차요금 : 무료

 

 

 

 

흔적

 

경남 김해 생림면과 상동면에 걸친 무척산(無隻山)은 신어산, 불모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에 속한다. 몇 년 전부터 진작 산행 코스로 선점해 두었던 곳이지만,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아 오늘에야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사실 문경 대야산을 갈까 살짝 고민했다만, 아직 산행에 단련되지 않은 젊은 처자들이 있어 아무래도 무척산이 부담이 덜 할 것 같았다. 산은 욕심으로 다닐 일이 아님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 여러모로 오늘 산행은 문경 대야산보다는 김해의 무척산이 우리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척산은 전국적으로 그리 크게 명성이 높은 산은 아니다. 주변에 산 꽤나 다닌 사람한테 무척산을 가봤느냐고 물어 보면 무척산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워낙 명산대찰이 수두룩한 나라라  지역에 산재한 웬만큼 좋은 산일지라도 모두 다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오늘 산행한 무척산도 역시 그런 산 중의 하나다.

 

그런데 오늘 탐방한 무척산은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볼거리가 많았다. 물론 산을 찾기 전에 무척산의 이모저모를 미리 섭렵하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일 줄은 미처 몰랐다. 육산과 기묘한 암봉이 적당히 배분되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으며, 김수로왕의 흔적이 베인 갖가지 설화와 가락국의 역사 또한 무척산을 찾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낙동강이 만든 퇴적 지형의 드넓은 김해평야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무척산은 의미 그대로 한 쌍이 될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말이 무척 잘 어울리는 산이다.

 

오늘은 숙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랜만에 동참을 하였다. 를 비롯하여 모두 다 그런 형편이다. 무탈하게 잘 갈 수 있으려나 우려되기도 했지만, 그건 항상 나만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늘 다니는 숙련된 나보다 막상 함께 다니다 보면 가끔 동참하는 이 친구들이 항상 나보다 더 낫다. 오늘은 믿었던 선아와 경이마저 쉬엄쉬엄 잘도 간다. 이제 누구와 가든 어떤 환경이든 그러려니 하고 나는 나만 믿고 내 위주로 산행을 한다. 그렇지 않고 남에게 맞추려고 한다면 진작 산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아내와 변함없이 성실하게 산을 찾는 이유는 이런 나만의 이기적인 산행 습관이 내포되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나를 산은 항상 넓은 아량으로 반겨준다. 과연 산이 품어 주는 속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고도 깊다.

 

생철리 무척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곧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주차장에는 무척산 안내소가 있었고, 현재 근무하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안내소 바로 위에는 석굴암이라는 암자가 있었고, 약사여래부처님이 중생의 아픈 곳을 치유하려는 듯 어지러운 사바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석굴암이라 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산행길이 급한 우리는 하산하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사진만 몇 장 찍은 채 바로 산행길에 접어들었다.

 

포장로를 따라 석굴암에서 몇 발자국 올라가니 첫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숲길로 가면 흔들바위 방향이고, 왼쪽 포장로를 따라가면 모은암으로 가는 길이다. 흔들바위 방향으로 가면 정상까지 1.8km, 모은암으로 가면 3km나 된다. km 수로 봤을 때는 아마 흔들바위 방향이 경사가 급하리라 예견이 되고, 모은암으로 가면 둘러가지만, 다소 수월한 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올라가 내려와 보면 알 일이지만, 상식적으로 해석하는 것만이 꼭 맞는 것만은 아님을 직접 다녀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모은암으로 가는 길은 모은암까지 이어진 포장된 도로가 경사도 급할 뿐만 아니라 거리도 멀어 정상까지 도달하기에는 더 많은 힘이 든다. 나는 이미 사전에 어디로 가는 것이 나은지 탐색을 해 두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일행을 흔들바위 방향으로 인도를 했던 것이다. 산을 갈 때는 항상 사전 탐색을 충분히 한 후 산을 오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산행도 다소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볼거리도 놓치지 않는다. 정상만 바라보고 가는 산행은 의미가 다소 퇴색됨을 명심해야 한다. 적어도 어떤 산을 다녀갔으면 그 산에 대해서 다녀간 흔적이 뇌리 속에 또는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발품 판 보람이 있지 않겠나? 내가 산에 다녀온 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모은암과 흔들바위로 가는 첫 갈림길에서 500m쯤 오니 무척산의 명품인 흔들바위가 나온다. 그 잘 타는 산행 솜씨에 풍경 찍으랴 들꽃사진 찍으랴 허둥지둥대다 보면 늘 일행들과 혼자 동떨어지게 된다. 역시나 흔들바위에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날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접촉 면적이 아주 좁은, 마치 무게 중심을 억지로 맞춰 세워둔 것 같은 흔들바위는 세찬 바람이 불면 곧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위험하니 가까이 접근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다. 그렇다고 쉬 떨어질리야 있겠나 싶어 준이가 객기를 부리며 힘차게 밀어 본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가며 해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때 준○이가 어느 지점을 딱 맞추어 밀더니 거대한 바위가 살짝 꿈틀거린다. 그 지점에서 안내판의 설명대로 엄지손가락으로 밀어봤는데 그래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아마, 무게 중심점을 찾아 밀면 손가락 하나로 움직일 수가 있다는 안내문의 내용이 맞는 것 같다. 이가 마지막으로 밀어 붙인 곳이 무게 중심점이었나 보다. 수학선생이다 보니 무게 중심을 다른 이보다 더 정확하게 잘 찾았나 보다.

 

흔들바위는 보는 지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망데크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다이아몬드 형태의 마름모 형상으로 보이고, 흔들바위를 바라보는 곳이라고 지정을 해 준 지점에서 보면 영락없이 코가 오똑한 어여쁜 여인의 얼굴 형상이 드러난다. 이와 같이 흔들바위가 있는 전망대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지만, 좋은 조망처이기도 하다. 생림면 농공공단을 비롯해 시야가 확 트인 조망권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뻥 뚫어 준다. 이 좋은 전경을 그냥 둘 수 없어 카메라 셔트를 연신 누른 후 아쉽지만, 정상을 향해 가던 발걸음을 이어간다.

 

흔들바위에서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노라니 선답자들의 기행에서 미리 봐 둔 삼쌍연리목이 나온다. 아마, 근육질의 서어나무로 보이는데 바위에 붙어 자란 모습이 마치 덩굴식물이 뻗어 자란 것처럼 보인다. 무척산의 삼쌍연리목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암벽에 붙어 자란 모습하며, 대개는 나무가 붙어 자란 연리목이거나 아니면 가지가 서로 맞붙어 자란 연리지가 대세이건만, 삼쌍연리목은 나무가 두 군데, 가지가 한 군데 서로 맞붙어 있다. 그래서 삼쌍연리목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늘 또 귀한 행운목을 만났다. 연리지나 연리목도 흔하지 않은데 세 군데나 붙어 있는 나무를 봤으니 이것만으로도 오늘 무척산을 다녀간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삼쌍연리목에서 20여분 올라오니 천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무척산은 불과 500m 남짓 거리에 있다. 우리 일정은 정상을 밟은 후 천지로 내려가 모은암에 들린 후 통천문으로 하산하는 계획으로 짜여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정상을 다녀온 후 다시 이 지점으로 내려와 천지로 내려가야 한다. 처음에는 정상에서 둘러 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침, 정상에 도달한 산우가 있어 아는 길도 물어 가자싶어 물었더니 아뿔싸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니었다. 숙이가 정상에서 이리로 가면 됩니까?’ 하고 묻기에 정상 능선에서 이어진 그 길을 따라 가면 된다고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상에서 산우를 만나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길고 긴 알바를 했어야 했다. 천지로 가는 길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오면서 인증샷을 눌렀던 그 지점으로 내려갔어야 했다. 아내랑 산을 다니면서 몇 번 경험해 보았지만, 산이란 길을 한 번 잘못 들면 전혀 시도 경계가 다른 영 엉뚱한 지역으로 내려갈 수도 있음을 경험을 해 보아 잘 안다. 그래서 길이 헷갈릴 때면 어김없이 주변 사람에게 물어 확실한 방향을 알고 가는 것이 산을 타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다. 그러니까 부끄러워 하거나 어설프게 확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쯤에서 밝힐 수 없는 나만 간직하고픈 속내가 있다. 지금까지 아내와 토요 주말 산행을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사태를 목격한 것이다. 입이 근질근질한 것이 멋지게 생긴 자태보다 더 어여쁘게 자랑하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숨기고 말을 아껴야겠다. 작금에 이르러 우리나라에는 들꽃에 환장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이던가? 모르긴 몰라도 자연에 의지하며 벗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들 중엔 나처럼 들꽃에 관심조차 없다가 산이 지루하고 힘들어 지면서 새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들꽃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이 들어가면서 그런 것은 당연한 이치이건만, 분명한 것은 좋아하는 만큼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맘이 공존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들꽃을 사랑할 자격이 있지 않겠나. 보라!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진작가가 울진 금강송을 찍기 위해 그 아까운 주변에 있는 소나무를 인부까지 동원해 싹둑 베어 버린 무지함을 우리는 듣고 보지 않았던가? 이 얼마나 한심한 작태의 말로인가? 적어도 그러지는 말았어야지. 그런 맥락에서 뭣이 있었던 가는 밝히지 않겠다. 다만, 무엇이 유명한지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니, 또 뭔지 알았다고 하더라도 제발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발로 짓밟고 짓이기는 몰상식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도 모두 이름이 있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생명들이다.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될 양심이라 본다.

 

정상에서 방향을 제대로 간파한 후 우리는 다시 천지로 가는 갈림길로 내려왔다. 천지로 내려가기 전에 모두 준비해 온 점심을 꺼내 맛있게 주린 배를 채웠다. 준비한 음식을 꺼내 놓으니 한 자리에서 모두 다 처리하기 어려울 만큼 일용할 양식이 풍족하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옆에 있는 긴 의자에 몸을 눕혀 늘어지게 한 숨 자고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잠시 휴식만 취한 채 천지를 찾아 내려가야만 했다.

 

우리나라 산정 호수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그 다음으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무척산 천지가 있다. 두 곳은 이미 알고 있듯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자연 발생적 호수지만, 무척산 천지는 인공으로 만든 호수다. 그 옛날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이 붕어한 후 국장을 치루기 위해 묏자리를 파는데 물이 자꾸 흘러 나와서 못처럼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신보란 사람이 나타나 '고을 가운데 높은 산에 못을 파면 이 능 자리의 물이 없어질 것이다.' 라고 해 그의 말대로 김해 고을에서 가장 높은 무척산 산마루에 못을 파니 과연 왕릉 자리의 수원이 막혀 무사히 국장을 치룰 수 있었다고 한다. 설화이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 인공 호수는 엄청난 인고의 세월과 역사를 품고 있으리라...

 

호수 옆에 있는 통천정에서 일행들이 쉬고 있을 동안 난,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호수를 끼고 있는 가옥은 몇 채 없었지만, 조그마한 마을은 온통 봄꽃으로 만개해 있었다. 아마, 기도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요양을 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 주변을 거닐어도 인적은 간 곳 없다. 다만,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어떤 부녀자 두 분이 무척산 교회 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요양하는 사람인가 했더니 교회로 들어오는 어귀에서 두 분이 나누는 말씀이 봐라, 작년에 심어 놓았던 수선화가 이리 예쁘게도 피었재라고 하신다. 노란수선화 옆에 노란수선화보다 더 많은 하얀수선화가 너무 이뻐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던 순간이라 두 분의 말씀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산정을 감싼 꽤 큰 규모의 호수로 인해 마을엔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는데 두 여인의 만남과 대화로 인해 빈 집 같아 보이는 마을에 온기가 있어 보여 좋았다.

 

산정 호숫가에 있는 무척산 기도원은 현재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Y자로 가지를 뻗은 교회 입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인상적인 교회는 구국항쟁을 위한 기도처로 사용된 곳이다. 옥중 성도 한상동목사 님 외 몇몇 목사님들이 일제에 항거한 유서 깊은 구국항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후 여러 성도들이 기도를 드리며 큰 은혜를 입자 이후 지속적으로 기도를 드리는 기도원으로 시작하다가 교회로 거듭나게 되었다. 산행하면서 명산대찰만 접하다가 산꼭대기 부근에 교회가 있음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병 들고 나약한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드리면 만병이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천지의 기운이 모든 병의 근원을 모두 앗아 갔으면 더 없이 좋겠다는 마음도 가져본다.

 

천지에서 십분 쯤 내려오니 천지폭포가 있었다. 물줄기가 그리 세차지는 않았지만, 천지에서 내려오는 물이니 천지폭포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폭포 가까이 가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의 세기가 만만찮아 시원한 물보라가 떨어진다. 시원한 폭포 바람을 쐬며 우리는 여유를 부리며 충분히 쉬었다 간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폭포를 벗어나 조금 내려가니 또 무척산의 유명한 소나무 연리지가 나온다. 이 연리지는 부부 소나무라 이름하며 인접한 두 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서로 맞물린 형태로 마치 연결봉을 꽂아 인위적으로 맞붙여 놓은 듯 그 모습이 신비롭기 짝이 없다. 무척산의 명물 하나가 더 탄생되는 순간이다.

 

무척산의 특이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본 것만도 해도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기묘한 바위틈 사이로 생긴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생긴 두 개의 통천문이 그렇고, 김수로왕이 모후의 은혜를 기리고자 세운 모은암이 그렇다. 모은암의 역사는 얼마나 긴긴 세월을 보냈는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암자가 과연 몇이나 있으려나? 모은암 바위 틈 사이를 지나면 동굴같이 생긴 곳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곳도 있다. 김해 모은암 석조 아미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 데 극락전 주변만 맴돌다 오면 볼 수가 없다. 한 걸음만 더 보태면 더 귀중한 사료를 만날 수 있다.

 

모은암을 뒤로하고 긴 산행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 방문한 무척산은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하고 탐색을 해 두었던 곳이지만, 막상 일행과 함께 두 발로 직접 다녀보니 인터넷을 통해 선답자들의 후기를 탐색하면서 느낀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가는 길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 크게 멀지 않아 좋았지만, 설령 좀 먼 거리라 하더라도 무척산을 찾으면 분명 찾은 것 이상의 큰 대가를 부여 받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오늘 산행하면서 얻은 대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행 내내 조망 좋은 곳이 많아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넉넉하고 평화로운 김해평야를 늘 업고 다녔다.

 

오늘 우리가 산행한 코스대로 무척산이 내어 준 보상을 나열하여 정리하면 대충은 이렇다. 첫째, 기묘한 흔들림의 흔들바위가 그랬고 둘째,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삼쌍연리목을 만날 수 있었으며 셋째,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에 이은 비록 인공으로 빚은 산정 호수지만, 산꼭대기에 호수가 있었다는 것하며 넷째, 천지 곁에 구국항쟁의 혼이 깃든 기도원이 있었다는 사실과 다섯째, 삼쌍연리목에 이은 부부 소나무라 일컫는 소나무 연리지에 넋을 잃었으며 여섯째, 모후를 위한 김수로왕의 효심이 깃든 모은암이 있었다는 사실 일곱째, 커다란 바위가 서로 맞물려 만들어진 남통천문과 북통천문이 있는 것 또한 그랬다. 그리고 오늘 밝히지 않은 무엇보다 갈망했던 것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을 원 없이 보고 왔다는 사실에 더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오늘 산행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 높고 크지 않은 산이지만, 볼거리는 더 없이 풍부한 산을 대라면 기꺼이 난, 무척산을 얘기할 것이다. 무척산은 김해에서 가장 높은 명산이라 하지만실상에 비해 전국적으로 명성이 그리 자자한 산은 아니다. 산에 등급이 뭔 필요가 있겠나만은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난 주체없이 급으로 분류하고 싶다.

 

무척산은 귀중하고 소중한 산이다. 귀중한 만큼 보호를 받아야 할 산이다. 국가에서 지자체에서 보호해야 될 일만 아니고 무척산을 찾는 사람이 무척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아끼고 보호하여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보존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하루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한 우리 일행들이 너무 고맙다. 여러분들은 가르치는 사람이니 앞으로도 늘 산과 함께하며 산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산과 같은 가르침을 주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볼거리가 풍성한 무척산, 사진과 함께 그 속을 들여다 볼까요.  

 

무척산 관광안내소. 주차장이 있는 곳이며 김해 생림면 생철리에 있다. 주차는 무료다.

 

주차장 바로 위에 석굴암이 있다. 석굴암이란 이름을 가진 이유가 있을텐데 산행이 급해 내려오면서 다시 들러 이유를 알고자 했으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마침 비가 내려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왔다.

 

출발하기 전에 인증샷 한 방 날리고... 

 

생림면을 담아 보기도 한다. 

 

포장된 길섶에 외로이 홀로 서 있기에 홀아비꽃대로 봤는데 수술이 긴 것으로 보아 '옥녀꽃대'가 맞는 것 같아 보인다.

 

석굴암에서 쬐금 올라오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포장로로 가면 모은암과 천지를 경유해 정상인 신선봉으로 가고 오른쪽 산길로 가면 흔들바위로 가는 길이다. 흔들바위로 가는 길은 정상까지 1.8km이고, 왼쪽 모은암으로 가면 거의 3km가 넘는 길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흔들바위 방향을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은암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으나 경사가 급해 가급적이면 걷는 것이 좋다.

 

 

남산제비꽃도 자주 만난다. 

 

이 친구는 철쭉인가???

 

각시붓꽃도 만났는데 아직 무척산엔 그리 흔치 않다. 등로 주변에서는 딱 이 애만 봤다. 

 

이름이??? 

 

첫 갈림길에서 500m쯤 올라가니 마름로 형상을 한 흔들바위가 나온다. 

 

흔들바위는 보는 지점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으로 보인다. 지금 사진을 찍은 방향에서 보면 이런 이쁜 아낙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쉬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담아본다. 

 

 

생림면 농공단지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네요.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배경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제 중심점을 찾은 것 같다. 손가락으로 밀어도 흔들거리는 것 같다. 

 

 

흔들바위 전망대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물결과 생림면에 펼쳐진 평야를 바라보면 넉넉하게 쉬어 간다.

그런데 이 흔들바위는 지지면적이 좁아 위험할 수 있단다.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는데 모르고 들어가 흔들어 댔다. 그러면 안됩니다요. 

 

그냥 산벚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석굴암 위 첫 삼거리에서 흔들바위를 경유해 올라가는 길은 모은암으로 가는 것 보다 짧기는 하지만 1.8km 정도를 내내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야 하니 그렇게 쉬운 길은 아니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매화말발도리가 한창이다.

 

생림면 생철리 농공공단 뒤로 파노라마 같은 산군이 펼쳐진다.

 

산너머 평야 뒤로 낙동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낮에는 박무가 서려 희뿌연 했지만 곳곳에 전망 좋은 장소가 많아 침침한 눈을 절로 부릅뜨게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드디어 보고 싶었던 삼쌍연리목을 만났다. 수종은 아마 근육질의 서어나무가 아닌가 싶다. 보통 같은 종의 두 나무가 붙은 연리목이거나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더라 봤지만, 세 곳이 붙어 있는 삼쌍 연리목은 처음 본다. 그만큼 귀한 나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치 덩굴식물처럼 바위에 붙어 자란다. 여러모로 희귀하기 짝이 없다.

 

보통 연리목이나 연리지라 하면 부부간의 깊은 사랑이나 연인들의 변함 없는 사랑을 의미하는 만큼 함께한 우리 젊은 청춘들도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남겨 본다.

 

나도 좋은 일 있을런가???

 

세 군데 어디가 붙었는지 아시겠지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는 가지가 자라 붙었네요.

 

고깔제비꽃이라 봐야겠죠. 색상이 참 이쁘게 나왔다.

 

또 쉬어 갈까요. 우리는 틈만 나면 쉰다. 숙이쌤은 답답하기 짝이 없을텐데 그래도 아무 내색없이 즐겁게 잘 협조해 준다.  

 

예쁜 정0쌤도 늘 행복하고 복 많이 받으시요.

 

신선한 총각과 애 둘 딸린 아줌씨. 아줌씬지 잘 모르것네.ㅎㅎ

 

정상 500m 아래 '천지'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 정상으로 갔다가 다시 여기로 내려와 '천지'로 가야 한다.

 

헬기장 표식이 있는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바로 천지로 가는 길이며 천지에서 통천문을 지나 모은암을 거쳐 원점회귀하면 된다.

 

무척산 산정에도 진달래가 한창 물이 오르고 있다.

 

여태 산행하면서 얼레지는 처음 만난다. 꽃말이 '바람난 처녀'라고 했던가? 치마를 훌떡 걷어 올리고 가볍게 춤을 추는 모습이 과연 바람끼가 가득찰만 하다. 어쨌든 곱디 곱다. 홀리기 십상이다.

 

나를 기다려 주었으니 나도 화답을 해야지~

 

진달래가 이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 앞에 있는 태극문양의 표석

 

무척산 정상 신선봉. 높지 않은 산이지만, 쉽지도 않은 산이다. 올라 가면서 보면 만댕이가 보여 다왔나 싶어 한 숨 돌리면 고개를 꺽어 다시 올라야 하고 이제는 다왔나 싶어 눈에 보이는 만댕이를 올라가면 또 꺽어 올라간다. 먼저 정상을 밟고 온 부부 산객이 이 산이 그렇다며 생각보다 무척 힘든 곳이라 하여 무척산이라 한다고 농을 한다. 우리도 그렇구나 하면서 맞장구 친다. 

 

정상 인증샷

 

 

 

남산제비꽃 군락을 만난다.

 

잘 생긴 친구를 찾아 따로 접견한다.

 

정상에서 천지 갈림길로 다시 내려와 통천정이 있는 천지에 왔다.  

 

무척산 '천지'는 백두산 천지와 이름은 같으나 여기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어쨌거나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다음으로 산꼭대기에 있는 호수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호수라고 보면 된다.

 

 

호수 주변에는 무척산 교회가 있고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집이 더러 있다. 사람사는 흔적은 엿보이나 마을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무척산 '천지'는 김수로왕이 붕어한 후 묏자리를 파는데 물이 계속 고여 이 자리에 못을 파면 왕릉으로 흐르는 물길이 막힌다 하여 김해에서 제일 높은 무척산 산정에 못을 파 호수를 만드니 왕을으로 흐르는 물길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무사히 국장을 치루었다는 설이 있는 못이다.

 

꽃과 나무를 가꾼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호수 주변을 한 바퀴 휘둘러 봐도 마을 사람들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꽤 오래 됐음직한 건물이 한 채 보인다. 무척산 교회다.

 

 

무처간 교회는 위 사진의 연혁으로 보아 꽤 유서 깊고 오래된 기도처다. 구국항쟁을 위한 기도처로 출발하여 지금은 교회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을로 가는 어귀에 노란꽃이 이쁜 수선화와 하얀 수선화가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하얀수선화가 워낙 이뻐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마을 분인 듯한 아녀자 2분이 지나가면서 말을 나눈다. '수선화가 이쁘재. 작년에 심었더니 올 해 이렇게 이쁘게 폈네.' 하시며 지나 간다. 기도하는 사람이나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의 기도처라고만 생각했더니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주차장 까지 대략 2km쯤 내려가야 한다.

 

 

 

 

 

 

 

 

 

양지꽃

 

이제 떠나기 전에 천지에서 모두 인증샷을 날린다.

 

 

 

내려가는 길에 쇠뜨기가 키를 높이 세우고 올망졸망 피어 있다.

 

 

줄딸기꽃도 담고~

 

매화말발도리도 자주 접견한다.

 

종모양으로 꽃이 피기 시작한 매화말발도리 

 

천지폭포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바람이 시원하다. 사진도 찍어 가며 한참을 쉬어 간다. 

 

 

 

소나무 윗부분의 가지가 서로 붙었다.  

 

그렇게 높고 크지 않은 무척산은 여러가지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웬만큼 큰 산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볼거리가 무진장 많다.

 

하산하는 길에 매화말발도리를 자주 본다. 

 

꼭두서니도 만나고~ 

 

줄딸기도 자주 접한다. 

 

진안 마이산에서 보던 벌집모양 구조의 타포니 지형과 비슷하다. 풍화로 인해 바위의 약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생긴 구멍으로 마이산에서 보던 타포니와는 규모가 약하다.    

 

곳곳에 기암이 우뚝 솟은 모습이 무척산의 다양한 산세를 잘 말해 준다. 

 

그림이 좋아 같은 장소에서 각도만 살짝 틀어가며 여러번 찍는다. 

 

 

오른쪽 하단에 기봉의 정수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나무의 모습이 이채로운 정경으로 다가온다. 

 

또 매화말발도리를 만난다. 

 

거대한 바위 대문 사이로 들어 간다.

 

남통천문이 나오고 

 

남통천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 갔더니 별다른 게 없어 돌아 나오면서 무엇이 있는지 기다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아 본다. 어두워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을 조리개로 조정하여 찍어 봤더니 그래도 쓸만하게 나왔다. 사진 기술이 쬐금 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