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겨울 민둥산은 오직 산정에 부는 바람과 설원 그리고 겨울 억새만 하늘거리고 있었다.
■ 언제 : 2014. 1. 27.(월)
■ 어디로 : 민둥산으로
■ 누구랑 : 아내
■ 날씨 : 화창
■ 산행 경로(왕복) : 증산초교 - 갈림길 - 완경사로 가는 길 - 쉼터 매점(영업 ×) - 정상
■ 산행 거리 및 소요 시간 : 왕복 6.4km, 대략 4시간(지체 시간 모두 포함)
■ 내비게이션 주소 :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무릉리 412-5), 혹은 증산초등학교
민둥산 개요
민둥산(1,118.8m) 등산로 초입은 소나무 관목과 잡목이 무성하여 “이게 무슨 민둥산이야” 하기 쉽지만 7부능선을 넘으면, 정상에는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완만한 구릉지대로 억새만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입니다.
10월 중순이면 정상 부근 20여만 평의 평원은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억새천국으로, 억새밭에 들어서면 사람 키보다 큰 억새에 파묻혀서 한줄기 등산로 외에는 주변 경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산악인들로부터 전국 제일이란 말을 듣기도 합니다.
전망도 뛰어나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며, 완만한 곡선을 그린 능선이 이어진 억새동산은 마치 거대한 목장과 같은 느낌을 주고,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 산행에도 알맞습니다.
흔적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KBS1 TV에서 ‘영상앨범 산’을 방영한다. 산 프로그램을 거의 빠짐없이 시청하는 아내가 이번에는 태백산이 나온다며 빨리 보라고 재촉을 한다. 요즘 우리 부부는 TV ‘영상앨범 산’을 즐겨본다. 왜냐하면 TV에서 방영하는 웬만한 산은 우리가 함께 걸었던 곳이기에 우리가 걸었던 곳을 영상으로 접하면, 그때 우리가 오르던 산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마치 화면 속의 주인공과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새로운 감회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순백의 태백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2012년 1월, -20℃가 넘는 혹한의 태백산을 넘나들던 기억에 새삼스레 몸서리를 치며, 배낭속에 들어 있던 물이 꽁꽁 얼어 붙었던 그때를 생각나게 한다.
아침에 방영된 태백산은 오늘 이후로 눈꽃축제가 마감됨을 알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눈꽃과 상고대가 순백의 설원과 함께 아름다운 겨울산의 진면목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태백산이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태백 일원에 있는 함백산이나 민둥산 역시 태백산과 큰 차이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올 겨울은 예년과 달리 겨울 눈꽃으로 유명한 산을 자주 찾아 다녔건만, 의외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리산 바래봉을 시작으로 강원도의 선자령과 우리나라의 백경 중 3경에 속한다는 겨울 덕유산까지 헤집고 다녔지만, 겨울이 시작할 무렵 내 고장 팔공산에서 본 상고대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다소 아쉽던 차에 마치 수정처럼 매달려 있는 들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이 방영되는 모습을 보고 올해 마지막 원거리 산행을 감행하기로 작정을 했다. TV에 방영된 상황으로 보아 태백산은 눈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지만, 한 번 다녀갔던 적이 있던 산이라 조금 망설여지고, 함백산도 몇 번 간 적이 있기에 이참에 아직 가보지 않았던 민둥산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원행에 가을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을 제철도 아닌 계절에 찾으면서 한 곳만 달랑 다녀오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들어 당일 산행이라 여력이 미치지 않겠지만, 민둥산과 함백산을 가까운 코스로 정해 함께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둥산은 접근하기 가장 쉬운‘발구덕 마을’에서 올라가고 함백산은 일전에 갔던 만항재에서 시작하면 빠듯하겠지만, 하루에 두 곳을 못 갈 것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당일 코스로 민둥산을 갔다가 함백산을 가자면 서둘러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민둥산 정상에 가장 빠르게 접근하는 코스는 ‘발구덕’이란 마을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낫다. 왕복 1시간이면 가능한 가장 빠른 길이다. 민둥산 제1코스인 ‘증산초교’에서 출발하면 왕복 3~4시간 걸린다. 당일 일정으로 함백산까지 가자면 ‘발구덕’ 마을로 가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민둥산을 빠르게 접견하고 함백산을 갈 욕심에 한 치의 의심 없이 증산초교를 지나 발구덕 마을로 갔다. 그러나 막상 발구덕 마을로 이동하니 마을 어귀에서 진입하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로 이어져 눈이 있어도 차량운행에 지장이 없었으나 500m 쯤 더 가니 눈이 너무 많이 덮여 있어 더 이상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굳이 아내와 함께한 산행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어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자니 지금 시간이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민둥산을 발구덕 마을에서 올라갈 수 없으니 오늘 함백산 산행을 겸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봐야한다.
결국 발구덕 마을에서 임도로 조금 올라가다가 눈길로 인하여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도로변으로 되돌아 왔다. 도로변에 설치된 민둥산 안내판을 세세하게 살펴보니 민둥산만 목적으로 한다면 증산초교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 여러가지 정황상 가장 나을 것 같았다. 애초에 무리하게 감행했던 함백산과 민둥산을 함께 보고자 했던 계획을 접는 순간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눈꽃이 보장되는 태백산을 겨냥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살짝든다. 희비의 쌍곡선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아쉬움을 접고 빠르게 판단을 한다. 아쉬움에 젖어 전전긍긍하노라면 덕보다 실이 많음을 지금까지 산행 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뇌리 속을 맴도는 다른 코스는 지우개로 싹 지워버리고 미련없이 민둥산만이라도 충실하게 둘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백산과 함백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민둥산 산행 제1코스인 증산초교로 되돌아 갔다. 증산초교 앞 주차장엔 차량이 달랑 한 대 주차되어 있더니 그나마 젊은 여교직원인 듯한 2명이 학교에서 나와 차를 몰고 가버린다. 넓은 주차장엔 우리 차만 홀로 남았다. 기점인 증산초교 앞 주차장의 주차 상황이 이러하니 오늘 민둥산은 우리 부부가 독차지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증산초교 맞은편에 천불사란 소담스런 암자가 있고 도로변에는 ‘민둥산 억새마을’ 이라고 새겨진 구조물이 있다. 바로 증산초교 앞 민둥산 제1코스의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증산초교에서 민둥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완경사와 급경사의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완경사로 가는 길은 정상까지 3.2km이고 급경사로 가는 길은 2.6km에 해당되는 길이다. 산행 초입에서 10여 분 올라오면 급경사와 완경사로 가는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이 나오자 우리는 급경사로 가는 길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서슴없이 완경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차피 민둥산만 가기로 했으니 지금 시간으로도 급할 것이 없다. 오늘 민둥산 산행은 민둥산의 겨울 속으로 들어가 민둥산의 벌거벗은 모습을 최대한 즐기는 것만이 최선이다. 비록 가는 길은 약간 더 멀지만 길이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힘들게 산행을 하지 않아서 좋고, 전봇대처럼 빽빽하게 자란 낙엽송 사이로 긴 오솔길을 느긋하게 걷는 길이라 더욱 좋다.
완경사로 가는 길은 비교적 등로가 평이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키 큰 낙엽송 사이에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금강송이 나도 질세라 같은 키 높이로 자라 소나무의 제왕다운 모습을 보이며 가는 길을 더욱 즐겁게 한다. 하지만, 길게 쭉 뻗어 잘 생긴 금강송을 보노라니 숭례문 부실복원 문제가 생각나 마음 한 구석이 아리기도 하다.
가을 억새로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민둥산 억새밭을 가을도 아닌 한 겨울에 찾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 부부는 전국 명산을 주로 사람 발길이 뜸한 한적한 시기에 맞추어 다녔는데 올해는 신년 벽두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서 그런지 계속 산객과 행락객이 붐비는 산만 본의 아니게 다녔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다니다보니 어찌 그렇게 되었다. 지리산 바래봉은 조금 덜했지만, 선자령과 덕유산이 그랬다. 명산 산행이라도 우리 부부가 다닐 때는 고즈넉할 정도로 한산한 적이 많았는데 올해는 유달리 많은 인파와 함께 어울리게 된다. 아마 겨울 산으로 워낙 유명한 곳을 찾아 다녀 그런가보다.
그러나 올해 산행한 곳 중 오늘 민둥산 산행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실로 한적하기 그지없다.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 영업을 하지 않고 가게를 접은 쉼터 매점에서 비박을 하기 위해 홀로 민둥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젊은 친구 한 사람 만난 것 외에는 만난 적이 없다. 만난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며 비박을 할 요량인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아 물어봤더니 역시 비박 산행을 목적으로 홀로 움직이는 젊은이다. 대단하다. 밑에는 바람도 없고 햇빛마저 따사로우나 산정에는 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던데 참으로 젊음이 부럽고 대단하다. 조심하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래도 나이든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오늘 민둥산을 오르면서 올해 들어 오랜만에 아내와 단 둘이 호젓한 산행을 즐긴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산행을 하면서 주고받는 우리 부부가 나누는 이야기 소리, 위로 올라 갈수록 드세지는 바람소리, 바람에 겨울 억새가 흔들리는 으악새 소리,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새소리, 등로에 쌓여 있는 녹지 않은 하얀 눈이 등산화에 짓이겨져 뽀드득 뽀드득이 아닌 ‘뽁~ 뽁~’하면서 나는 소리가 오늘 민둥산이 내는 소리의 전부다. 뽀드득 거리지 않고 '뽁~ 뽁~' 하며 내는 소리를 귀기울여 유심히 관찰해 보니 아마 내린 눈이 차가운 날씨에 적당히 엉겨 붙어 시차를 두지 않고 표면의 일부가 바로 등산화에 짓이겨져 나는 소리인 것 같다.
정선군 남면 민둥산 지역은 억새밭으로 전국에서 첫 손가락 꼽을 만큼 유명세가 대단하지만, 일반적으로 석회암 지대에서 잘 나타나는 지형인 돌리네(구덩이)가 발달한 카르스트 지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돌리네는 석회암 성분의 탄산칼슘이 용해되어 나타나는 침하현상으로 주변의 ‘발구덕’ 마을이란 이름도 8개의 돌리네가 있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영월 탄광지역과 제천의 시멘트 그리고 단양 지역의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 많이 분포되어 있음은 민둥산의 카르스트 지형인 돌리네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산을 다녀도 그저 오르내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관심있게 즐기다보면 이렇게 여러 가지 산지식을 많이 얻는다.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부담 없이 섭렵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우리 산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 그리고 숲을 보고 지형의 특성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면 산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정상에 다다르니 1,119m 높이에 제법 큰 ‘민둥산’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시커멓게 서있다. 정상 아래는 돌리네를 포함한 카르스트 지형의 광활한 구릉이 빛바랜 억새 물결로 뒤덮여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함백산의 주목 군락지 너머 KT 기지국이 보이고 태백의 풍차가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태백과 함백에 섰을 때는 민둥산 일대가 보였겠지만, 민둥산에 서서 보니 태백과 함백의 설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방팔방에 드리워진 마루금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다. 완경사 코스로 올라와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강원도 영월 일대의 산마루를 보고 있다. 아내는 겨울 산이 너무 휑하고 메말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겨울 산이 좋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 비록 잿빛이지만, 벌거벗은 나무 사이로 흰 눈이 채워져 있는 먼 산을 바라보노라면 웬만한 속앓이는 산정에 부는 바람결에 모두 날려보낼 수 있다. 이러한 광경은 산이 나에게만 주는 전매특허가 아닐 것이며 헐벗은 겨울산의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누구나 그리 느낄 것이다.
요 근래 다닌 산의 정상 풍경은 사람이 너무 많아 빈 정상석 한 번 찍기 어렵더니 오늘 민둥산은 우리 부부가 독차지하는 영광을 누린다. 보는 이가 없으니 사진을 찍을 때 어색함도 없다. 인물 사진도 자유로운 연출 분위기에서 편하게 찍고, 배경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며 찍어댄다. 이런 분위기라면 민둥산 정상에 부는 바람마저 똑딱이에 찍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북적대는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두를 가진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된 기분이다.
민둥산이 우리 부부에게 내어준 정상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다보니 문득 정상에 서있는 이정목에 눈길이 간다. 화암약수로 가는 길, 삼내약수로 가는 길, 발구덕으로 가는 길, 그리고 우리가 왔던 증산초교 완경사와 급경사로 가는 길이 있다. 어떤 길로 가든지 모든 길의 꼭짓점은 정상이다. 그러나 어떤 산이라도 그 산의 정상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기 마련이다. 본인 형편에 맞게 탐색하여 오르면 될 일이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은 정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산의 정상만을 고집하는 산꾼은 결코 아니다. 운동 삼아 산에 다니다보니 그저 산이 좋아졌고 산에 가니 볼거리가 많아 흥미가 점점 더 부여되었고 지금까지 소홀했던 자연과 친숙해졌을 뿐이다. 저 들풀 이름은 뭘까? 저 나무 이름은 뭐지? 이 산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하면서 다니다보면 어느 틈에 정상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정상에 서면 산마루가 넘실대며 파도 타는 모습은 오른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랄 수 있다. 이렇게 살다가 내가 곧 무위자연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행복함이 스르륵 밀려든다.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 본 파노라마 풍경
민둥산 사진 기행
민둥산 정상석 해발 1,119m. 오늘 하늘 아래 민둥산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흐느낌만이 있었을 뿐이다,
증산초교. 증산초교에서 산행하실 자가운전자는 초교 앞 주차장에 주차하면 됨. 가을 억새 기간 에는 붐비는 차량으로 인해 곤란하겠지만, 평소에는 무난하리라 여겨짐.
증산초교 앞 길 건너 민둥산 가는 들머리
산행하기 전에 들머리에 있는 등산로 안내판을 다시 확인하고 출발
들머리에 있는 천불사란 작은 암자 뒷편의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자, 지금부터 출발합니다.
무슨 덩굴식물인지 마치 뱀이 온몸을 둘둘 감고 있는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겨울이 깊은 시기인지라 꽃은 없고 요 놈은 처음 보는 거라 이름을 알고 싶어 찍었다.
들머리에서 15분 쯤 올라오니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급경사로 직진은 완경사로 가는 길이다.
위 처음 나오는 갈림길에서 급경사는 2.2km, 완경사는 2.8km 떨어져 있다. 우리는 0.6km 더 멀지만, 쉬운길 완경사로 간다.
민둥산역이 있는 마을이고 길따라 계속가면 사북과 태백으로 간다.
무늬로 봐서는 물푸레나무 같은데 줄기에 뭉툭한 가시 같은 것이 툭 튀어 나와 있어 이름을 잘 모르겠다.
민둥산은 낙엽송 군락이 즐비하고 그 사이로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슬그머니 발걸음을 옯기면 된다.
민둥산은 온 천지가 낙엽송으로 뒤덮여 있다.
하늘을 찌를 듯 기세등등한 낙엽송 군락
기세등등한 낙엽송 군락 사이에 소나무의 제왕이라고 일컫는 우리 금강송을 더러 만난다. 금강송 역시 낙엽송 만큼 쭉 뻗은 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1시간 쯤 올라오니 쉼터 매점이 나오는데 겨울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쉼처 매점이 있는 곳에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 나오는데 어디로 연결이 되는지 가보지 않아 알 수가 없다.
역시 쉼터 매점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했는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 지점에서 나무 계단이 있는 정상길로 접어드는 젊은 산객 1명을 만난다. 오늘 민둥산에서 만난 유일한 산객이다.
선자령과 덕유산에서 자보 보던 자작나무인 것 같은데...
이 친구는 덕유산에서 보던 물박달나무네요.
낙엽송이 판을 치고 있는 지역에 우리 소나무도 자유분방한 형태로 잘 자라고 있다.
높은 산에서 보는 우리 소나무는 언제봐도 늠름하다.
물푸레나무의 멋진 자태
저기 안부에 도달하면 왼쪽 방향으로 정상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세찬 비바람과 거센 눈보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있다. 앞으로도 천년만년 지탱하면서 오가는 산객을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
흰 눈을 거름삼아 거센 바람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억새밭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다보며 멀리 보이는 산마루 물결을 물끄러미 안경너머로 내다본다.
아내가 손을 들고있는 저 위가 급경사와 완경사 지역을 올라와 합류하는 지점으로 왼쪽으로 가면 정상이 멀지 않다.
올라오는 길은 완경사 지역에서 오늘 길이고 오른쪽 방향이 급경사에서 올라오는 길
눈길이 미끄러워 하산할 때도 우리는 왔던 길인 완경사 지역으로 간다.
완경사와 급경사 지역에서 올라와 합류한 안부에서 일단 한 숨을 고르면서 주변 조망을 즐긴다.
저어기 가까운 곳에 정상이 보인다. 하늘이 맑고 청명하나 이 지점에 올라서니 올라올 때와는 달리 바람이 거세다. 쓰고 있던 모자를 내려 귀를 덮는다.
하이원리조트의 슬로프가 산정에 있는 도로처럼 길이 선명하게 나있다.
정상에 오르기 전부터 모두 조망이 좋은 곳이라 먼저 눈에 띄는대로 산마루를 그어 본다.
안부에 올라서기 전부터 억새 물결이 춤을 춘다.
여기가 민둥산 정상아래 억새밭이다. 옛날에 화전을 일구기 위해 불을 질러 잡목을 모두 불태웠다던데...
정상 못미쳐 전망대. 산정 부근에 다다르면 사방이 확 트였다.
작년 겨울이 다갈 무렵 갔던 함백산과 만항재도 바라본다.
민둥산 정상이다. 아무도 없다. 녹다가 만 눈과 다소 거센 바람을 친구삼아 외롭게 홀로 민둥산 파수병처럼 버티고 섰는 정상석.
먼저 올라온 아내는 망원경을 보면서 이 일대의 산을 살펴보고 있다.
민둥산 정상석 그 참 잘 생겼다.
정상 풍경
아무도 없는 민둥산의 하늘 아래 우리부부만 섰다. 반기는 건 청명한 하늘과 바람, 억새가 흐느끼는 소리만이 우리를 반긴다.
아무도 없으니 사진찍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본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 서면 웬지 어색한지 보는 사람이 없어도 별반 차이가 안난다. 때로는 사진기 앞에서 폼 잡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네. 기껏 찍어봐야 두 팔 벌리고, 주먹 불끈 쥐고 고작 그게 다다.
왼쪽 능선은 발구덕 마을로 가는 길이다. 민둥산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라고 보면된다.
정상에서 화암약수와 삼내약수로 가는 길이다.
아무도 없는 빈 정상에 유일하게 아내가 정상석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준다.
정상석 뒷태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아무런 글도 표식도 하지 않은 그대로가 차라리 더 낫다.
정상석 뒷편 발구덕 마을로 가는 능선길
현재 크게 세워져 있는 정상석 이전에 세워져 있던 표식이었나보다.
증산초교에서 발구덕 마을로 가는 길. 우리는 발구덕 마을까지 갔다가 임도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증산초교로 다시 되돌아 왔따.
정상에는 주변 조망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3대 설치되어 있다.
우리끼리 정상 조망을 충분히 즐기고 이제 왔던 길로 하산을 한다.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눈쌓인 능선길을 따라 계속 가면 급경사로 연결되는 증산초교 방향이다. 중간 지점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우리가 올라왔던 완경사로 가는 길이다.
하이원리조트의 스키장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을 억새가 한창일 때 전국의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으는 억새밭 풍경을 가슴 속에 다시 한 번 품고 하산 길을 재촉한다.
억새밭 사이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자라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수리취
낙엽송 군락의 중심에는 우리의 금강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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