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고갯마루 선자령 눈길 트레킹
■ 언제 : 2014. 1. 19.(일)
■ 어디로 : 선자령(1,157m)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와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를 잇는 고개
■ 누구랑 : 아내가 소속된 불교 산악회와 함께
■ 날씨 : 청명
■ 산행 경로 및 산행 거리
대관령 휴게소 - 1.2km - 국사성황당 - 1.3km - 새봉전망대 - 2.5km - 선자령 - 3.2km - 샘터 - 2.6km - 대관령 휴게소 - 1.0km - 차량 주차지
총 11.8km
■ 산행지도
[개요]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은 한반도 백두대간 주능선에 우뚝솟아 올라 대관산 또는 보현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 평창군 주변의 산을 살펴보면 노인봉. 발왕산. 가리왕산. 옥녀봉. 오대산. 계방산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유명 명산이 즐비하다.
이곳 선자령은 전문 산악인이 즐겨찾는 그런 산행지는 아니다. 그러나 겨울산행의 백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거칠 것 없는 광활한 능선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보기 힘든 억새초원의 세상 그러나 뭐라해도 선자령 최고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설화와 강풍이다.
부드러운 능선에 강풍에 피어난 설화는 이곳 선자령이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게 강풍의 매서움과 설화의 조화가 잊지 못할 구간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선자령은 산행이라기보다 간단한 트레킹으로 겨울산행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가족 연인끼리 다녀올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흔적
백두대간 명소 중의 그 으뜸, 선자령!
워낙 길이 멀어 언제 갈 수 있을지 그저 요원하기만 했는데, 요행히 아내가 다니는 불교산악회에서 1월 첫 산행지로 선자령을 간단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기에 일찍이 신청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던 터다. 지리와 덕유 그리고 태백과 한라의 눈꽃까지는 봤으니 이제 강원도의 선자령 눈꽃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자랑하는 웬만한 곳은 대략 다녀봤다고 여겨도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지 선자령 산행은 정말 기대치가 높았다.
아내가 다니는 절 산악회는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나는 신자가 아니라 참석하기 모호한 부분도 있지만, 성격상 포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경향이 있으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신자가 아니라도 그분을 통해 함께 참석하면 기존 산악 회원인 불자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참으로 살갑게 대해준다. 나는 이번에 참석하면 4번째 참석하는지라 웬만한 분들은 이제 날 알아보고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반갑게 대한다. 아내가 있다 하나 처음 한두 번 참석했을 때는 좀은 낯설었는데, 이제는 몇 번 참석했다고 그리 서먹하지는 않다.
아내가 관여하고 있는 절 산악회는 앞서 피력했듯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참가비용이 저렴하고 실비만 받는다. 일반 사설 산악회보다 비용이 20~30% 정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아침을 제공하고, 간식거리 및 음료와 과일까지 제공한다. 참가비로는 형편이 맞지 않는 운영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차량이 2~3대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산행 시 대부분 한 대 정도만 운영하는 것 같은데, 그 인원으로는 대략 주먹구구식 계산으로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 소개할 때 말씀이 있었지만, 더러 찬조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어 운영이 가능했으리라.
그뿐만이 아니다. 산행에 동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이른 새벽에 목적지를 향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어김없이 들리는 목탁소리와 함께 아침 예불이 시작된다. 예불문과 천수경, 반야심경을 읊조리는 것을 듣자니, 내용이 길어 웬만하면 테이프를 틀어 놓고 할만도 한데 꼭 육성으로 읊으면서 함께 따라 한다. 뭔 내용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지겹기도 하련만, 지겹기는커녕 뜻도 모른 채 눈을 감고 분위기를 함께 음미하고 있다.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온아함이 전해지는 것이 마치 불자가 다 된 듯하다. 막연하나마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서 아직 방황하고 있는 나는 그래도 아직은 종교나 신의 범주에서 약간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결국은 신이 내미는 구원의 손길을 따라야 할 텐데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선자령은 백두대간을 잇는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곳으로 주로 동쪽은 급경사를 나타내고, 서쪽은 완경사를 이루는 동고서저의 경계를 나타내는 지점이다. 지형학적으로는 대관령면 중에서도 고위평탄면에 속하는 산악지 중에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저평지가 분포된 곳이기도 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고개지만, 이런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대관령 하면 먼저 목가적인 풍경의 양떼 목장과 은빛 설원을 동반한 풍차가 돌아가는 동화 같은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으로 볼 수 있으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인위적으로 최대한 발산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진다.
선자령은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지만, 산행이라 하기엔 길이 너무 단조롭고 수월하다. 해서 선자령 가는 길은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물론 여러 경로가 있지만, 대체로 양떼 목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대관령 국사성황당’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곳을 들머리로 잡는다. 우리 산악회 일행은 ‘대관령 국사성황당’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지점을 들머리로 출발했다. 성황당 표지석이 있는 곳에 서면 선자령으로 가는 산길과 포장길로 가는 갈림길이 바로 나온다. 우리는 다소 지루하지만 국사성황당이 있는 포장길로 갔다.
국사성황당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선자령 트레킹이 시작된다. 트레킹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그 유명한 대관령 고개의 상고대나 눈꽃은 기대하지 않았다. 올겨울은 전년보다 적설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리고 근래에 눈이 온 적이 없으니 기대치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자령에 가고 싶은 마음에 일찍이 예약했을 때나 기대치가 높았지 지금은 그리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번 지리산 눈꽃산행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지리산은 남쪽이지만, 산이 높고 기온이 낮아 이미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버티고 있어 설원을 구경할 수 있는 정도였고, 선자령은 북쪽 지방 높은 고원지대인지라 역시 낮은 기온과 찬바람으로 인하여 녹지 않고 적설 되어 있는 설원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 원행 길은 아쉽지만, 그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국사봉 들머리 표지석에서 1.2km 정도를 걸으면 국사성황당이 나온다. 국사성황당까지는 포장길로 이어지는 다소 지루한 길이다. 지루함 끝에 당도한 성황당은 규모가 크지 않고 소담스러웠으며 누군가 성황당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이다. 성황당에서 ‘반정’을 가리키는 이정목 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눈 속에 묻힌 그리 많지 않은 조릿대가 고개를 뻘쭘하게 내민 채 오가는 산객을 살포시 반긴다.
눈 내린 지가 꽤 된지라 앞서 언급했듯 상고대나 눈꽃은 느낌대로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바람의 언덕이라고 일컫는 대관령 고개의 선자령이 아닌가? 이름값을 하느라 그래도 등로는 아직 녹지 않은 눈길로 이어진다.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산객이 찾아왔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들끓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마치 군화와 다름없는 무거운 등산화에 사정없이 짓이겨진 눈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밟을 눈이 많이 남아있다. 과연 선자령은 선자령인가 보다.
들머리부터 선자령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은 그리 험하거나 어렵지 않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5.0km쯤 되는 거리지만, 시종일관 평탄한 길이 이어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오를 수 있다. 물론 오름길도 더러 나타나긴 하지만, 길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가면 곧 평탄한 길로 다시 이어지곤 한다. 지금까지 내가 산에 다니면서 가장 내 스타일에 맞는 산을 찾은 기분이다.
선자령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고위평탄면에 자리한 저평지가 널리 분포되어 있다. 마치 초지 조성을 위해 일부러 산을 깎아 지형을 고른 듯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막상 올라와서 펼쳐진 모습을 보노라면 언젠가 다녀갔던 스위스의 몽블랑을 오르면서 내려다본 알프스의 초원 같은 분위기가 연상된다. 그리고 선자령의 생태환경 특성상 여기는 봄이 오고 여름이 익어가는 계절이면 온갖 야생화 무리가 산객의 발걸음을 붙들어 매고도 남을 것 같다. 선자령 정상아래 넓은 평원에 표시된 안내판에는 복수초, 동의나물, 얼레지, 현호색 같은 야생화가 분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풍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림사업의 하나로 심어 놓은 잣나무 군락과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자일리톨 성분이 듬뿍 함유된 자작나무 군락 그리고 구상나무가 즐비하다. 과연 산림자원의 보고이자 백두대간 생태계의 요충지라 일컬을만하다.
대관령과 선자령은 흔히 TV를 비롯한 각종 매스컴 또는 인터넷의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워낙 많이 소개된 지라 이미 알만 한 사람은 그 유명세를 진작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많이 보고 듣고 했지만, 막상 두 발로 걸어 올라와 직접 대자연을 대하니 그림으로 보던 것과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이문불여목견(耳聞不如目見)이라 하지 않았던가? 귀로 듣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더니 직접 발품을 팔면서 눈앞에 펼쳐진 멋들어진 광경을 보는 그림은 유명 화가의 멋진 수채화 한 폭을 바라보는 것과는 실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풍요로운 만족감을 선사한다. 대자연은 땀을 흘린 만큼 그 대가를 지불하는 모양이다.
선자령은 선녀들이 계곡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하고 놀다가 하늘로 올라간 데서 그 이름을 얻었다는 곳이다.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 명칭의 유래에서 이미 천혜의 비경이 다 드러나지 않는가? 아울러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선자령 고원에 설치된 풍차가 멀리서 볼 때는 마치 어릴 적 바람개비 날리던 놀잇거리로 정감 있게 다가오더니 가까이에서 보니 산마루를 지키고 서 있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대한 거인국의 형상을 하면서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세 개의 날개가 한 조가 되어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뱉어내며 바람결에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70m의 기둥에 매달려 있는 50m의 긴 날개 그림자가 그 많은 산객의 육신을 휘감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53기가 개미같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산객을 거대한 바람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꿈쩍하는 사람이 없다. 거대한 기계 바람의 위협이 자연의 일부로 치부되는 순간이다.
선자령은 내 사는 곳에서는 길이 너무 멀다. 주로 아내와 편의상 자가운전을 이용하는 우리가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너무 먼 길이다. 유류비도 만만찮고 장시간 운전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이제 나이가 한 살 더 들어서인지 장거리 운전은 눈이 침침하고 피로해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나이와 신체에 적합한 만만한 곳을 찾아다녀야겠다. 이번 선자령 산행은 아내가 속한 절 산악회 덕을 톡톡히 봤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더러 이용했으면 좋을 것 같고, 끝으로 아내가 속한 성도산악회에 감사를 표하며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설원 그리고 바람의 언덕 선자령! 사진 기행
스마트폰 파노라마 사진
관광버스로 4시간여만에 선자령 주차장에 도착. 차량이 너무 많아 주차장에 진입도 하지 못한 채 이 지점에서 하차
주차장에서 대관령국사성황당 표지석이 있는 지점으로 이동. 여기가 들머리
표지석에서 첫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선자령으로 가는 팻말이 있는 우측으로 가지 않고 우리는 국사성황당으로 가는 포장길로 간다. 물론 들머리를 이곳으로 하지 않고 양떼 목장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도 된다.
자, 다 함께 설원과 바람을 맞으러 떠나볼까요.
국사성황당이 있는 지점의 안내판. 여기서 반정이 표시되어 있는 작은 푯말을 따라 간다.
저기 보이는 작은 성황당이 들머리에 표시되어 있던 '대관령국사성황당'인가 보다.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모두 여기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들머리에서 국사성황당까지는 약 1.2km 거리는 포장길로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안내판이 있고 반정이라 적혀있는 표식 방향으로 간다.
성황당이 있는 곳에서 산길로 접어드니 아직 녹지 않은 눈 위로 조릿대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성황당에서 15분쯤 올라오면 선자령으로 가는 팻말이 나온다. 팻말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현 위치에서 전망대로 가야하는데 우리는 그냥 가는 길로 내쳐 가버렸다. 아쉽다. 먼길도 아닌데 전망대를 놓쳐서~~~
여기서 무선표지소까지 0.1km밖에 되지 않는데 여기도 그냥 지나쳤다. 단체로 오니 마음대로 하지 못해 그게 좀 불편하다면 불편하다. 여기서 선자령까지 3.2km 남았으나 길은 대체로 완만하고 평이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쉬 오를 수 있다.
아이고야, 사람봐라. 인산인해다. 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평이로운 길에 사람이 이렇게 들끓으니 전혀 힘들 일이 없다. 나한테는 딱 맞춤복이다. 바람이 드세면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릴텐데 그나마 현재까지는 바람이 없는 청명한 날씨라 다행이다.
멀리서 보이던 풍차의 실체가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낸다. 선자령 풍차 53기가 강릉시 일원에 전기를 공급한다니 무척 다행스럽다. 지하자원이 전무한 우리 국토 환경을 비출어 볼 때 소비되지 않는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전기시설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선자령을 바람의 언덕이라 일컬으니 풍력발전은 적절한 선택이리라...
이놈도 물푸레나무인 것 같은데~~~ 둥치부터 실하다.
윗부분도 담아본다.
조금 높이 올라오니 아직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것이 역시 선자령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근래 눈이 내리지 않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연이어져 아예 상고대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지리산 바래봉 다녀온 경험으로 비추어 이 정도 눈밭은 펼쳐져 있으리라 예상을 했다. 그래도 선자령인데~~~
이 놈이 '돌배나무'란다. 이렇게 슬쩍 지나가면서 보다가 다음에 다른 곳에서 보면 기억이나 할란지 모르겠다.
산에 다니다보니 지자제나 아니면 그 산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웬만한 수목은 나무가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런 이름표를 붙여 주면 고맙겠다. 들풀이야 일일이 어떻게 이름표를 다붙일 수 있으랴마는 수목 정도는 이렇게 이름표를 붙여 놓으면 좋지 않을까요. 물론 성의있게 이름표를 붙여 놓은 산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적극 권장하고 싶다.
돌배나무
고위평탄면에 자리한 낮은 평지다. 선자령은 우뚝 솟은 고갯마루가 아니라 이렇게 대체로 완만한 구릉으로 덮여져 있다.
바람이 그리 차지도 않더만, 비닐로 간이 텐트를 쳐 놓고 그 안에 복잡하게 들어 앉아 맛난 점심을 먹고 있다. 지리산 바래봉 구상나무 군락이 즐비한 약수터 앞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던 날 저런 비닐을 덮어 쓰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땐 몹시도 부럽더니만, 여기는 그리 부러운 생각이 안 든다.
단체가 모여 식사를 넉넉히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선자령까지 1.8km 남았다.
역시 이 길도 눈으로 뒤덮으져 있으며 길은 평지나 다름없다.
수 많은 산객의 묵직한 등산화에 짓밟혔을텐데 그래도 아직 밟힐 눈이 많이 남아있다.
바람개비 같던 풍차의 전모가 점점 더 크게 나타난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하늘빛은 푸르고 바람은 잔잔하다. 하얀 눈이 펼쳐진 곳에 전기를 생산하는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조금 더 당겨본다.
바람이 잔잔하여 잎새가 다 떨어진 빈가지마저 크게 흔들림이 없고 그저 오가는 산객의 발걸음만 분주할 뿐이다. 그러나 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
이제 선자령 턱밑까지 왔나보다.
언제 이런 풍경을 다시 보겠나. 눈에 보이는 명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찍고 또 찍어도 내 실력으로는 이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밖에 건지지 못하겠다. 아쉽다.
풍차의 기둥은 70m쯤 되고 날개가 50m가 된다고 한다. 멀리서 볼 때는 팔랑개비와 같은 장난감 같아 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갑자기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에 들어선 느낌이다.
참 얼마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인가? 그냥 여기서 마냥 머물고 싶다.
저뒤로 보이는 고개만댕이가 선자령 정상이고 여기는 선자령 아래 저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보통 여기쯤이면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 어려울텐데 오늘은 불교산악회를 따라와 그런지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모양이다. 그래도 이틀쯤 늦게 왔더라면 왔다간 다음날 눈이 많이 내린다고 했으니 설원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드넓은 평원에 온천지 백설같은 하얀 눈이 뒤덮여 있다고 상상을 해보라. 흰백설백천지백(白白雪白天地白)이 아니겠는가? 다시 오기 어려운 길인만큼 바람이 거세도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선자령의 환상적인 비경을 맛보고 와야하는데~~~
선자령은 길이 멀어도 아래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들쑤신다. 오늘도 대구에서만도 KT산악회, 경일관광을 비롯해 대구 넘버 관광차량이 많이 보였고 전라도 나주, 울산 등 도처에서 온 산우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강릉쪽인가 보다.
선자령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보니 가히 절경이다. 높은 산 고위면에 이런 평탄한 지형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니 이 역시 가관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너무 많아 선자령 표지석 전모를 담을 재간이 없다. 여기가 선자령이란 말이지. 그러고보니 대관령 양 떼 목장까지는 애들 체험학습 인솔을 한 적이 있었던 곳이네. 그러면 두번 째 방문이란 말인데 인솔차 왔을 때는 양 떼 목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정도에 불과했고, 오늘은 선자령을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선자령과는 어느 정도 친숙해진 것 같다.
백두대간 선자령과 사람들
지대로 잘 표현도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그림이 너무 좋아 마구잡이로 셔터를 눌러댄다.
선자령 표지석 뒷면에 새겨진 표지석 설치 배경 설명
표지석 뒷태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 비스듬하지만, 그냥 찍어버렸다.
정상에서 매봉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좌회하여 샘터와 대관령휴게소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은 북사면이라 그런지 눈이 거의 녹지 않았고, 산우들의 발걸음으로 인한 깊은 눈길이 패여져 있다.
이정목을 보고 대관령 방향으로 가면 된다.
참 나원, 이 높은 산 중에 대로가 나타난다. 차량 2대가 교차주행해도 충분한 길이다.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그냥 역광으로 찍어봤다.
저기 한일목장으로 가는 삼거리 지점에서 우리 둘만이 어묵탕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일행은 사진 찍느라 모두 놓쳐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사진 찍느라 놓친 줄 알고 부랴부랴 서둘렀더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계속 앞서 나갔던 모양이다. 그런데다가 일행들은 선자령 아래 저평원이 펼쳐진 곳에서 모두 점심을 먹고왔다고 하니 서둘렀던 우리가 너무 많이 앞서 나간 꼴이다.
바람이 없어 모두 눈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해도 추위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저기 세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대충 허기를 면했다. 우리가 대열을 이탈한 죄로 제일 늦은 줄 알고 식사를 허겁지겁 대충 먹고 말았다. 알고보니 우리가 가장 빨랐는데~~~
점심 식사를 한 곳에서 대관령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관령휴게소까지는 5km.
일행이 기다릴까 염려되어 점심 식사한 곳에서부터 사진도 찍지 못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한참을 내달리다보니 선자령의 유명한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얼핏 보기에는 은사시나무와 비슷하나 자작나무는 껍질이 수평으로 벗겨져 쉬 구분이 된다. 아래 사진은 모두 자작나무다.
부지런히 내려왔는데도 아직 대관령휴게소까지 2.6km나 남았다. 30m 옆에 있는 샘터도 생략하고...
2.6km 남았는데 아직 2.6km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 돌아보면서 이정목 설정이 좀 더 상세하게 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고...
대관령마을휴게소 방향으로 간다.
위, 아래 같은 지점에 있는 이정목인데 국사성황사 방향으로 가면 우리가 처음 산길로 접어 들었던 곳이다. 성황사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여기서는 대관령휴게소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이 좋다.
대관령마을휴게소 방향으로 간다.
KT 송신탑
짧은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은빛설원에 속새가 군락을 이룬 채 빳빳하게 서있다.
강원도 점봉산 곰배령 가는 초입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인데 여기서 또 보다니 감회가 새롭다.
부랴부랴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집합 시간이 4시까지이니 아직 그리 늦지는 않았다. 일행이 어묵을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을텐데 어디에 주차를 해 놓았는지 당체 보이지를 않는다.
어묵을 끓여 놓고 있을 일행을 찾아 주차장에서 한정없이 내려가다보니 도로변에도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여기는 아마 인공조림을 한 모양이다.
드디어 우리를 반겨주는 일행이 있는 곳을 찾았다. 주차장에서 조금 내려오면 된다고 해서 내려왔다가 도무지 보일 기색이 없길래 다시 하산했던 곳으로 다시 올라가 전화 통화를 한 후에 다시 한참을 내려와 만났다. 너무 많이 내려왔다. 아마 어묵 끓일 장소를 찾다보니 많이 내려왔는가본데 그래도 너무 많이 내려와 있다. 어쨌거나 대열을 이탈해 우리가 가장 늦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가 가장 먼저 내려왔고, 이런 우리를 일행 중 따근한 어묵을 끓이고 기다리고 있는 또랑조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다. 해질녘 추위에 동동거리며 내려왔다가 부산에서 직공수한 어묵과 함께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든든하다. 산행도 하지 못하고 대기하면서 어묵을 끓인다고 고생하신 분들 대단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회장님을 비롯 임원진 그리고 여러 불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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