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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칠곡 금오동천에서 시작하는 금오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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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의 금오동천에서 금오산으로 가는 또 다른 길

 

■ 언제 : 2013. 8. 11.(일)

■ 어디로 : 칠곡 금오동천에서 가는 금오산

■ 누구랑 : 아내

 

 

흔적

 

무지무지하게 더운 날씨는 사람마저 잡아먹을 듯 기승을 부린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못이겨 아침부터 선풍기를 돌리는데 안타깝게도 날개에선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그렇다고 선풍기 대신 에어컨을 가동하기도 그렇고 해서 근교에 더위를 피해 갈만한 계곡이 좋은 산이 어디 없나 검색을 해보니 내 사는 곳에서 불과 30여 분 거리에 칠곡 금오동천에서 올라가는 금오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구미 방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올라가는 곳이 있다는 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계곡과 폭포가 좋아 더위를 피하기에 그만이라는 충동질에 앞뒤 돌아볼 것 없이 간단하게 점심을 챙긴 뒤 바로 아내랑 금오동천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렇게 급히 서둘러 찾게된  칠곡의 금오동천의 첫 느낌은 급실망 그 자체였다. 대구 근교의 유명산인 금오산에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 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짧은 계곡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계곡은 이미 순기능을 잃은 채 모여든 인파의 땟국물로 쩔어가고 있었다. 형편이 이러하니 계곡에서 피서를 즐길 마음은 애시당초 사라지고 비록 날씨는 뜨거운 용암 위를 걷는 것만큼이나 무덥지만 산행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략 10~20분 정도 올라가는데 아내의 상태가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날씨가 너무 더워 더위를 먹은 것인지 아니면 오늘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어쨌거나 그대로 산행을 고집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보이는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시원하게 발이라도 담그고 좀 쉬어가려 했더만 역시 예상대로 계곡속엔 숨쉴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3폭포 용시소 아래 적당한 곳에 두사람이 앉을 곳을 찾아 자리를 깔고 앉았다. 물이 맑지도 않고 발이 시릴 정도의 차가움도 없었으나 그냥 밋밋하게 돌아가기 아쉬워 잠시 발을 담그고 더위를 달랬다.

 

그렇게라도 땀을 식힌 후 금오산을 올라가는 입구의 대성식당을 지나 금오산 대원사를 찾았다. 북적거리는 인파에 묻힌 대원사도 행락철에는 꽤 몸살을 앓을 것 같다. 식당이 산재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수행을 하는 수도승은 떨쳐내야 할 잡념이 더 많을 것 같다. 대원사를 지나 금오식당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역시 목 좋은 곳엔 어김없이 식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식당 안팎에는 피서를 나와 먹고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칠곡의 금오동천 코스는 행락철에는 피해야 할 계곡 1순위로 자리매김 해야겠다. 오늘 처음 가서 보고 느낀 금오동천이지만 할 말이 많다. 느낀바를 그대로 나타내면

 

첫째, 행락철에는 계곡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러니 당연히 주차의 불편함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그만큼 차량도 많아 오가도 못하는 실정이 빚어진다.

둘째, 억지로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산행어귀부터 풍겨오는 고기 굽는 냄새가 산허리를 감싸고 고요함을 즐기고자 하는 산객의 기분을 잡친다.

셋째, 계곡의 깊은 곳까지 식당이 너무 많이 침투해 있다. 무분별한 식당의 난립으로 계곡이 많이 아파하고 있다.

넷째, 폭포도 소문만큼 규모가 크지 않고 그저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계곡에 흐르는 물은 맑고 차갑지 않으며 탁하다.

 

칠곡의 금오동천에서 시작하는 금오산 산행은 많은 사람이 들끓는 행락철을 피해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오늘은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산행도 끝까지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계곡에서 편히 쉬어 가지도 못했다. 그러나 근교에 있는 이런 유명한 산을 금오산 시설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오늘도 그냥 헛걸음 한 것만은 아니다. 피할 때 피해가야 하는 지혜만 있으면 금오산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한다.

 

 

 

 

 

 

 

공영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되었고, 차를 돌려 아예 멀찍한 곳에 안전하게 주차를 해 두었다. 선견지명이 있어 그런지 산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오다 보니 세상에 차량이 뒤엉켜 모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는 차를 쉽게 돌릴 수 있는 위치에 주차를 해두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공영주차장으로 다시 올라가면서 수수가 있어 정겨운 마음으로 담아본다. 그러고보니 요즈음은 수수가 속살 깊이 익어가는 계절인가보다. 충북 괴산의 옥녀봉을 돌아나오면서 꽤 규모가 큰 수수밭을 지나왔는데 여기서 또 몇 개 없지만 수수를 만난다.

 

배초향 흔히 방아라고도 한다. 어린순인 방애잎은 나물로 먹거나 향을 내는 데 쓰이며, 잎을 말린 것은 배초향이라 하여 한방에서 두통·구토·해열에 사용한다.

 

오른쪽은 이미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라 차를 돌릴겸 공영주차장으로 차를 밀고 들어가본다.

 

공영주차장은 보는바와 같이 이미 만차다.

 

차를 돌려 차량 행렬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에 겨우 주차를 한다. 아래 주차한 것이 집에 갈 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대원식당 우측 산길이 금오산 가는 들머리다.

 

등로 주변의 소나무 숲길이 그늘을 드리워 땡볕은 피할 수 있어 산길 가는 것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이 지점에서 급경사로 가는 길은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이 더운날 굳이 급경사 길을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급경사를 피해 주등산로로 이동한다.

 

아내가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이정표를 보니 금오동천 식당가가 있는 곳의 지명이 '지경리'인 모양이다.

 

산행하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간혹 올라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도 모두 계곡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아내때문에 산행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2,3폭로가 적힌 이정표를 따라 우리도 하는 수 없이 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을 따라 올라오니 3폭포라 일컫는 용시소가 나온다.

 

수량이 어느 정도 계곡을 채우고 있었고 규모가 작지만 폭포같은 곳도 있다. 이곳이 용시소다.

 

3폭포 위에서 계곡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싶어 올라가봤더니 여기서 막힌다. 이 사진은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의 물이 떨어지는 곳의 윗 부분이다.

 

졸망졸망 달려있는 때죽나무의 하얀꽃은 모두 지고 열매가 맺혀 있다. 

 

3폭포 주변의 바위벽에 붙어 자라는 바위솔

 

초입의 대성식당에서 올라오다가 여기 갈림길에서 우리는 폭포 방향으로 빠졌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다다.

 

오이풀 인가?

 

산행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성식당에서 금오식당이 있는 금오동천 방향으로 가본다. 여기는 식당이 유원지 수준이다.

 

대원사에서 수행하는 스님은 불심이 깊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첩첩산중에서 오로지 유일하게 자연의 소리를 벗삼아 수행하는 것보다 세속에 자리한 곳에서 눈에 보이는 유혹을 뿌리치며 수행하는 이곳이 오히려 불심을 깊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식당으로 산재한 곳에 위치하고 규모가 작은 대원사에 들어서며 그런 생각이 든다.

 

금오동천이라 계곡이 이쪽으로 연결된 계속 숲을 말하나보다. 폭포쪽이 아닌가?

 

그늘진 계곡이 평평한 곳엔 어김없이 평상이 놓여 있고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식당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관리도 잘해 놓았더만, 계곡을 어지럽게 해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금오동천 어귀를 한바퀴 휘돌아 보고 일찍이 집으로 가려고 나서는데 '아뿔싸' 가는 길이 엉망진창이다. 큰일났다. 차를 어떻게 돌려 나가야할지 앞이 캄캄하다. 좁은 길 양쪽 가장자리에 차량이 줄지어 서있는데 중간 틈새로 오고 가는 차량이 서로 막혀 오도가도 못한다. 이럴 경우에는 군관계자나 식당 관계자들이 미리 예상을 하고 차량 통행을 제어했어야 하는데 참 기가 막힌다. 우리는 과연 차를 돌려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행히 우리가 주차한 곳에서는 차량이 양방향으로 막혀있지는 않다. 주차할 때 적당히 예상하고 멀찌감치 주차를 하였더니 갈 때 편하게 되었다.

 

뜨거운 햇살의 도롯가에 핀 백일홍이 힘 있어 보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