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학자와 시인묵객이 극찬하고, 퇴계 이황을 연모한
기녀 두향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구담봉과 옥순봉 (1부)
■ 언제 : 2013. 8. 6.(화)
■ 어디로 : 구담봉과 옥순봉
- 구담봉 : 330m(충북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산32번지)
- 옥순봉 : 286m(충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 산9번지)
- 제비봉을 가고자 한다면 장회나루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계란재 방향으로 200m쯤 가면 제비봉 들머리가 나온다.
■ 산행 기점(들머리) : 계란재공원지킴터(장회나루휴게소에서 멀지 않다.)
■ 산행코스 : 계란재공원지킴터 - 1.4km(30분) - 옥순봉·구담봉 삼거리 - 0.6Km(30분) - 구담봉 - 0.6Km(30분) - 옥순봉·구담봉 삼거리 - 0.9Km(30분) - 옥순봉 - 0.9Km(30분) - 옥순봉·구담봉 삼거리 - 1.4km(30분) - 계란재공원지킴터
산행거리 : 5.8Km
산행시간 : 대략 3시간~3시간 30분이면 충분함. 우리는 시간 제약 없음
■ 전해지는 구담봉 이야기
단양 구담봉(丹陽 龜潭峰)」은 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이를 닮아 구담봉(龜潭峰)이라 한다고 전한다. 구담봉 장회나루 쪽으로는 퇴계 선생을 사모하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있으며,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이라 불리던 주지번이 이곳에 낙향하여 칡넝쿨을 구담봉의 양쪽 봉우리에 연결하여 타고 다녀 사람들이 그를 신선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등 이야기가 많은 명승지이다. 구담봉은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절벽이 제비봉과 금수산, 멀리는 월악산에 감싸여 있어 예로부터 이황, 이이, 김만중 등 수 많은 학자와 시인묵객이 그 절경을 극찬한 바 있으며, 지금도 충주호 수상관광의 최절경지로 꼽힌다.
<참조> Daum 문화유산
■ 전해지는 옥순봉 이야기
제천 옥순봉(堤川 玉荀峰)」은 비가 갠 후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죽순이 돋아나듯 우뚝우뚝 솟아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전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강 위로 솟아오른 봉우리가 매우 특이하고 아름답다. 옥순봉은 본래 제천(당시 청풍) 땅인데 이곳이 단양팔경에 속하게 된 것은 조선 명종 때 단양군수였던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 달라고 청풍부사에게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자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면서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인근의 구담봉과 함께 여러 시인묵객들의 시문이 다수 전하는 절경지이다.
<참조> Daum 문화유산
흔적
8월 1일 처가에 진을 치고 첫날 미수에 그쳤지만, 괴산 명산 칠보산을 다녀왔고, 하루건너 3일 날 역시 괴산이 자랑하는 아가봉과 옥녀봉을 다녀왔다. 4일 하루 쉬고 5일엔 문경 대야산을 다녀오려고 했더니 그날은 전국에 장맛비가 엄습한다고 예보를 한다. 처남댁도 이제 가야 하고 아들내미도 서울에 잠시 갔다가 7일 할머니 생신에 맞추어 대구에 내려온다고 하니 우리도 처가에 더 머물 이유가 없다. 날씨만 좋다면 어차피 온 김에 5일 날 문경 대야산을 갔더라면 좋았으련만, 비가 온다니 우리도 더 머물 수 없어 4일 날 대구로 내려왔다. 그런데 대구로 내려 오니 날씨는 찜통더위만 지속될 뿐 비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일과 5일은 쉬면서 그동안 칠보산, 아가봉과 옥녀봉을 다니면서 찍은 산행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우선 사진만 실어 두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노라니 더운 날 산행하면서 헐떡거리는 것 보다 어째 집이 더 덥다. 집이 더워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선풍기는 2단 날개짓을 하면서 온 종일 혼자 돌아가고 있다. 플라스틱 날개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내는 바람이라 시원하지도 않고 겨우 땀방울만 면하게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고 이래저래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결국 집을 나서고야 말았다. 더운 날씨를 핑계삼아 6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단양 구담봉과 제천의 옥순봉을 찾은 것이다. 내친 김에 시간이 허락하면 제비봉까지 섭렵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마음같이 잘 되지 않았다. 구담봉과 옥순봉의 비경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제비봉을 갈 여유를 남겨 놓지 못했다. 눈 앞에 있는 제비봉을 바라만 보고 돌아서자니 아쉬운 맘이 들어 비교적 부담없는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3코스까지 다녀왔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이래저래 꾸물거리다가 거의 6시 경에 구담봉 계란재공원지킴터를 겨냥하여 내달렸다. 아침 일찍 출발하니 휴가철임에도 고속도로가 한산하고 안개만이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근 2시간을 달려오니 장회나루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외에는 장회나루 휴게소에 아무도 없다. 다만, 주차장 들어오는 어귀에 개가 쓰러져 있는지 고라니가 죽어 있는지 아침부터 죽은 동물 시신 가까이 까마귀 떼만 우글거리고 있다. 이 모습을 보니 아내와 함께 구담봉의 직벽에 가까운 험한 구간을 클라이밍 해야 하는데 괜히 께름칙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께름칙한 마음도 한 순간이다. 장회나루 휴게소에서 장회나루 나루터로 가는 길목에만 서도 구담봉을 배경으로 청풍호반이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에 두 눈이 화들짝 놀란다. 그 순간 모든 기우와 더위는 한 방에 물러가고 없다.
장회나루 휴게소에서 계란재공원지킴터로 가는 길에 바로 제비봉으로 가는 들머리가 보인다. 아마 제비봉을 오르자면 장회나루 휴게소에 주차하고 가면 되는 모양이다. 시간이 되면 여기까지 온 김에 제비봉도 가볼까 하는 마음을 남겨두고 계란재로 향한다. 계란재는 장회나루 휴게소 지척에 있다. 계란재공원지킴터는 구담봉과 옥순봉 산행의 기점이면서 바로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들어가는 곳이 없다.
아침 8시 경에 계란재공원지킴터에 도착했는데 지킴터 주변은 휑한 것이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우리 밖에 없으니 좁은 주차구역이지만 가장 편한 곳을 골라 주차를 하고 탐방로 안내판의 도상거리를 짚어보니 왕복 5.8Km 거리에 시간은 3시간 남짓 걸린다. 지킴터에서 산행 준비를 하며 꾸물거리다가 20여 분을 지체한 후 구담봉을 향해 출발한다. 지킴터에서 구담봉까지는 약 2Km에 불과하다.
지킴터에서 생수와 음료수를 파는 움막까지는 20여 분 거리에 있고 그곳까지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숲길이다. 따가운 햇살을 모두 피할 수는 없는 길이지만, 시작하는 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살랑살랑 걸으면 된다. 그리고 음료수를 파는 움막에서 처음으로 오르막 계단을 십여 분 오르면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구담봉과 옥순봉을 모두 가고자 한다면(당연히 가야 하겠지만) 먼저 오른쪽 구담봉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담봉과 옥순봉 삼거리에 오면 구담봉은 0.6Km 남았고, 옥순봉은 0.9Km 남았다. 두 곳 모두 둘러보려면 구담봉을 먼저 가거나 옥순봉을 먼저 가더라도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서 구담봉이나 옥순봉을 가야 한다. 물론 선답자의 산행 흔적을 검색해 보니 비지정 등산로로 구담봉과 작은 구담봉을 지나 옥순봉으로 간 흔적도 있었지만, 그 길은 험하기도 하고 비지정 등로라 로프도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간이다. 우리는 굳이 그런 길을 택할 이유가 없어 구담봉을 갔다가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옥순봉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삼거리에서 구담봉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극치를 이루는 길이다. 청풍호반은 물론이거니와 인접해 있는 제비봉과 청풍호 건너 멀리 보이는 금수산과 가까이 있는 가은산, 둥지봉 그 외에 단양과 제천이 자랑하는 명산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삼거리에서 구담봉까지 비록 600m에 불과하지만, 이 길을 처음 가는 산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날 새기 십상이다. 그만큼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에 발걸음이 암릉에 자석같이 붙어 당체 떨어지질 않는다. 여기 저기 기웃리며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급급하다. 아쉬운 것은 정말 눈에 보이는 만큼도 비경을 담을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하다.
비경에 취해 걷다 보면 구담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난관이 나온다. 가파른 급경사 구간을 쇠줄 로프에 의지해 네발로 기어올라야 한다. 구담봉 가는 구간은 짧지만 아찔한 경험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으며, 위험 구간을 오르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구담봉에 서서 멀리 산맥이 줄을 이은 모습과 청풍호반을 가르며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유유히 떠가는 유람선을 보노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렇게 사치해도 되는지 오히려 현란할 정도로 혼돈된다.
구담봉에 서서 자연이 만들어 보여 준 파노라마를 아낌없이 관람한 후 힘들게 올라왔던 급경사 쇠줄 로프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청풍호의 잔잔한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의 뱃고동 소리를 따라 삼거리로 다시 돌아온다. 삼거리로 돌아오니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산우들의 모습이 더러 눈에 띈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그런지 이 좋은 산과 배경을 찾는 이가 오늘은 드문 편이다.
이제 삼거리로 되돌아왔으니 옥순봉으로 가야 한다. 삼거리에서 옥순봉까지는 0.9Km에 불과하고 구담봉 가는 코스보다는 길이 훨씬 수월하게 전개된다. 비지땀을 흘리며 옥순봉에 도착하여 바라보니 그 또한 비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옥순봉에서 바라보니 구담봉의 전모가 드러나고, 구담봉에서 바라보면 옥순봉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 산속에 들어서면 나무만 보이고 숲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멀리서 봐야 한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서로 바라보고 있어 아귀가 잘 맞는다. 옥순봉에서는 옥순대교를 배경으로 한 청풍호와 주변 배경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시인묵객의 시문이 다소 전해지는 옥순봉은 그야말로 비 갠 후 죽순이 돋아나듯 옥빛이 찬란한 명실공히 제천의 명물 자랑거리로 우뚝 솟아 있다.
엄청나게 더운 날씨임에도 워낙 비경이 좋아 더운 줄도 모르고 다녔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돌고 나니 뭐가 또 허전하다. 지금 제비봉을 가려고 하니 너무 무리하는 것 같고 내친김에 제천청풍호자드락길이라도 조금 걸어보고 가야겠다.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제천자드락길은 어떤 길인지 가 보자.
구담봉 & 옥순봉 사진 기행
08시경 장회나루휴게소 도착. 동물 사체가 휴게소 입구에 죽어 있어 아침부터 까마귀떼가 들끓고 있다. 사체 주변의 까마귀떼는 보기 흉해 주차장을 배경으로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까마귀를 찍어본다. 우리 외에는 다른 차량은 하나도 없다. 이른 시간도 아닌데 우리가 휴게소에 첫 발을 내딛었나 보다.
장회나루휴게소에서 보는 구담봉과 금수산 자락도 그야말로 천혜의 비경이다.
장회나루휴게소 아래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있다. 유람선을 타고자 하면 장회나루휴게소에서도 가능하다. 휴게소에서 계란재 방향으로 대략 200m 지점에 제천의 그 유명한 제비봉을 올라가는 들머리가 나온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다녀온 후 제비봉까지 섭렵하려고 했으나 더위에 지쳐 제비봉 산행은 포기하고 대신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3코스의 일부 구간을 다녀왔다.
장회나루휴게소에 있는 월악산국립공원안내도를 보며 구담봉을 위주로한 단양과 제천의 전체적인 윤곽을 살펴본다.
목적지인 계란재공원지킴터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회나루휴게소에서 구담봉과 금수산 자락을 배경으로 마치 수묵화 같은 청풍호반 속에 푹 빠져 든다. 비경에 젖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장회나루휴게소에서 계란재로 가다보면 곧 아래와 같은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에서 300m쯤 더 가면 우측편에 계란재공원지킴터가 나온다. 장회나루휴게소에서 차량으로 2~3분 거리에 있다.
계란재공원지킴터에 있는 제천과 단양 일대의 안내지도
계란재공원지킴터에 있는 탐방로 안내판. 산행 궤적을 그려보면 현위치-옥순봉과 구담봉 삼거리-구담봉-다시 옥순봉과 구담봉 삼거리로 회귀-옥순봉-삼거리로 다시 회귀-현위치로 돌아온다. 코스 검색을 해보니 어떤 이는 구담봉에서 작은 구담봉을 넘어 비지정 등산로로 환주하는 이도 있던데 그렇게 비지정 등로를 이용하여 환주한다면 위험 요소도 많고 위험한 구간에 로프도 매여 있지 않아 많은 위험이 수반된다. 그러니 다시 되돌아 나오는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계란재공원지킴터에 있는 옥순봉과 구담봉 그리고 적성면 일대의 암릉 지도
청풍호와 월악산이 함께 만든 청풍명월의 본향 제천.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중의 빼어난 옥순봉 그림. 옥순봉은 제천 10경 중 제8경에 속하는 명승지. 기녀 두향의 퇴계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란재공원지킴터. 지킴터에는 차량 주차공간이 취약하며 산객이 많을 경우에는 아마 차로에 주차해야 할 것 같다.
현재 계란재공원지킴터에는 우리밖에 없다.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안전 주차를 하고 차량 운행의 피로를 씻을 겸 충분히 쉬었다가 출발한다. 날씨가 더운지 산행을 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현재까지 구담봉과 옥순봉을 산행하는 사람은 우리가 유일하다.
자, 이제 구담봉과 옥순봉 가는 방향으로 출발한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걷는 길섶에는 닭의장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들머리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음료수를 파는 움막까지는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다. 아직 아침이기는 하나 따가운 햇살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팔과다리 허리가 쑤시고 아픈데,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는 효험이 있다는 무릇도 군데군데 피어 있다.
음료수와 동동주 그리고 생수를 파는 움막이 있는 여기까지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며, 움막에서 부터 흙길로 이어지는 구담봉과 옥순봉 삼거리로 가는 짧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삼거리까지는 약 10분 거리에 있다.
침목으로 만든 흙으로 된 계단길을 올라간다.
움막에서 10여 분 올라오니 옥순봉·구담봉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옥순봉으로 가는 길은 구담봉으로 가는 길보다 비교적 수월한 편이니 옥순봉보다는 구담봉으로 먼저 가는 것이 좋다.
삼거리는 계란재에서 1.4Km 지점에 있으며, 구담봉까지는 0.6Km 남았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면 0.6Km 보다 훨씬 거리가 먼 것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삼거리에서 구담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이 이어지는 길이며, 곳곳마다 산수화를 방불케하는 비경이 펼쳐진다. 발걸음이 절로 멈추어 지는 황홀한 길이다.
구담봉 0.4Km 남았다는 이정목이 나오지만 앞으로 가야할 가장 어려운 난코스가 남아있다.
청풍호의 푸른 물결과 저 너머 구름에 가린 금수산 마루금이 또렷한 선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장소 또 다른 톤으로 당겨서 찍어본다. 앞으로도 보이는 곳마다 뷰포인트지만, 가보지 않았으니 어떤 절경이 비추어질지 모를 일이라 우선 보이는대로 욕심을 내어 똑딱이 셔터를 푼수처럼 눌러댄다. 그림을 보여주는대로 찍을 재주는 없지만, 똑딱이는 찍기 편해서 좋다. 나한테 딱 어울리는 똑딱이~~~
본인 사진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시커멓게 찍힌 사진이라도 한 장 올려본다.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는데, 호숫가라 그런지 옅은 박무가 그림 같은 뒷 배경을 잘 안 보여준다. 선답자가 다녀온 구담봉을 검색하니 정말 그림같이 찍어 놓았더만, 난 그런 재주는 없다.
박무에 휩싸인 장회나루터 선착장. 강 건너 보이는 산이 제비봉이다.
기암괴봉과 푸른 상록수의 어울림이 기가 막힌다. 호반이 있고, 낮지만 산봉우리의 기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의 녹색 물결이 자아내는 그림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 못지 않다.
이런 배경에 어찌 시인묵객이 찾아들지 않을거며, 어찌 김홍도의 화첩에 진경산수화가 빠질 수가 있단 말인가. 가히 아내와 단 둘이 보기는 너무 아까운 그림이다.
구담봉에 가까워질수록 장회나루 선착장이 더 또렷하게 나타난다.
같은 장소에서 기암괴봉만 더 부각시켜 본다.
호반의 이슬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구담봉 능선길 소나무 잎은 유달리 녹색 잎에 윤기가 있고 반짝거린다.
구담봉으로 가는 길에 옥순대교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강을 건너는 그림 같은 다리와 반들반들 윤기 나는 잎을 가진 늘 푸른 소나무 그리고 그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라게한 반석이 된 암릉은 두고두고 그림쟁이나 사진쟁이들의 주 소재가 될 것 같다.
낮고 짧은 산세에 이런 그림을 제공하는 산이 과연 어디에 있더란 말인가? 참말로 기막힌 광경이다. 비록 그림과 사진을 찍는 솜씨는 미천하나 그래도 이 순간만큼 내 마음 속의 화첩은 김홍도의 진경산수 부럽지 않은 그림을 맘껏 채워 넣는다. 중간에 있는 봉우리는 구담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옥녀봉이다.
길게 늘어진 남한강의 물줄기와 장회나루터 선착장.
구담봉 가는 길에서 본 부처상을 하고 있는 바위 덩어리
옥순봉과 청풍호반의 잔잔한 물결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이 주변의 산세도 대부분이 암릉이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넘어야 할 구담봉이 까마득하게 볼록 솟아 있다. 마치 자신없으면 그냥 돌아가라는 듯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구담봉 바로 아래 쉼터. 여기서 일단 물도 마시고 잠시 쉬면서 심기일전한 채 재충전을 한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한 체력 보강~~~
겁없이 먼저 올라간 아내가 더듬거리면서 올라가는 서방의 허둥대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잡았다.
겨울에 올라간 사람도 많던데 아무래도 겨울에는 이 코스는 배제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눈이 얼어 붙은 비탈진 길을 어찌 올라간다는 말인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더만. 참으로 겁없는 인간들이 많다.
비탈길을 오르기 전에 스틱은 접어서 배낭에 단단히 붙들어 매고 두 손을 이용하여 쇠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이 구간은 스틱을 잡고 가기에는 상당히 위험하다.
앞서 올라가는 아내의 모습을 담는다. 서로서로 사진을 담는다.난 똑딱이로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구담봉을 올라가면서 넘어온 봉우리를 담아본다.
또 다시 옥순봉과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이제 막바지다. 멀리서 보면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나 싶은데 막상 쇠줄로프를 잡고 올라타면 못 갈 것도 없다.
드디어 구담봉에 섰다. 여기가 뭐란 말인가? 난, 정상석을 쫓아가는 산꾼이 되기보다는 정상을 향해 가는 발걸음을 존중하는 산객이 되자고 늘 되새김질 한다. 정상을 밟고 산을 오르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산에 들어가는(입산) 어떤 산이든지 그 산이 주는 풍요로움과 느긋함을 즐기고자 할 뿐이다.
지금까지 구담봉을 가는 산객은 단 한 명뿐이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우리보다 늦게 나타나 앞서 가더니 구담봉 비탈진 오르막 마지막 고비를 올라갈즈음 그 친구는 벌써 내려오고 있다. 좋아 보이는 카메라 한 대 가지고 올라가더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기분좋게 내려가고 있다.
구담봉 표지석 뒷통수
구담봉에 힘들게 올라왔으니 그냥 내려갈 수 있나. 돈도 안드는데 카메라 셔터를 눈에 보이는대로 찍어댄다.
인간사 허둥댈 것 없오이다. 그렇게 좋은 것만 보고 무거운 짐은 바람결에 훌훌 털어버리고 한 세상 이리 살아갑시다. 세상만사 뭐 별 것 있겠오. 저기 호반에 흐르는 물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무거운 짐도 함께 흘려 보내고 있으니 살면서 찌든 때와 티끌을 모두 저 물결 따라 떠나 보내시오. 혹여 남아있는 티끌이 있거들랑 당신이 서 있는 암릉위로 부는 바람결에 날려 보내시오. 부족하지만 난, 당신이 언제나 믿고 서있을 수 있게 단단한 바람의 반석이 되겠오. 우리 한 세상 그리그리 넉넉하게 세상을 품고 삽시다.
구담봉에서 바라본 장회나루터
아무도 없는 구담봉 아래 호반에 갑자기 유람선이 한 척 보이더니 가이드가 설명을 하는지 마이크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린다. 유람선을 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가이드가 요모조모 설명하는 안내는 듣고 싶은데 마이크 음만 들리지 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다.
우리가 올라갔던 구담봉 비탈길을 반대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 가면서 본 모습이다. 저기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가는길에 부처손과에 속한 상록 여러해살이풀인 구실사리도 담아본다.
구담봉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구담봉과 작은구담봉. 구담봉 옆에 있는 봉우리를 어떤 블로그에서 작은구담봉이라 칭해 놓아 나도 그리 이름하여 본다.
장회나루 선착장으로 유람선 한 대가 정박하려고 한다.
위험한 길을 힘들게 올라가서 그러한지 자꾸만 구담봉을 뒤돌아 본다. 여기서 보니 저기를 어찌 올라갔는지 아찔하지만 겨울이 아닌 요즘은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된다.
오른쪽 구담봉 왼쪽 작은구담봉. 비지정등산로을 이용해 옥순봉으로 간 사람들은 저기 작은구담봉을 넘어 간 것 같다.
장회나루 선착장으로 또 다른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지나온 봉우리인지 넘어야 할 봉우리이지 헷갈린다.
암릉길의 연속이라 그런지 여름이 깊어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야생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올 여름 흔히 봤던 꽃며느리밥풀이라도 한 장 담아보자. 여기서는 이 친구도 귀하다.
옥순봉·구담봉 삼거리로 돌아와 옥순봉으로 가는 길이다. 반갑지 않게 계속 내리막길을 열어 준다.
출입금지 구역이 있는 이 지점에 숲이 우거져 야생화 볼 것이 있나 살펴봤더니 내 눈엔 안보인다.
황토로 다져진 길도 나오고 하는 옥순봉 가는 길은 큰 힘 들지 않고 갈 수 있는 무던한 길이다.
옥순봉 암릉길 오르막을 오르면서 강건너 풍경을 가까이서 잡아본다.
같은 장소에서 조금 더 오른쪽 방향도 잡아보고...
옥순봉 가는 길에서는 여러 산우들을 만난다. 옥순봉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이 이 버섯을 보더니 닭다리 버섯이네 라고 하면서 간다.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닭다리 버섯이 맞는지 검색을 해 보니 흰가시광대버섯이라고 하는 닭다리버섯이 맞는 것 같다. 괴산 아가봉과 옥녀봉 그리고 칠보산 산행을 하면서도 받는데 이름을 몰랐는데 오늘 우연히 그 이름을 알았다.
옥순봉은 돌멩이가 아니라 나무 기둥에 표시를 해 두었다. 옥순봉 표식을 보니 산행 초입에 있던 기녀 두향이 퇴계 선생을 흠모한 사연이 있던 표지판 내용이 새삼스럽게 가슴 속에 떠오른다. 얼마나 사모의 연정이 깊었는지... 퇴계 선생이 안동으로 낙향하자 기녀 두향은 난과 매화를 가꾸면서 정갈한 삶을 살다가 1570년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자 강선대 옆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하고 죽었다고 한다. 한 여인의 기구한 연정이 가슴 깊이 아리어 온다.
옥순봉에서 바라본 구담봉. 옥순봉에서 구담봉을 볼 수 있듯이 구담봉에서도 옥순봉의 전모를 볼 수 있다. 기녀 두향이 마치 구담봉이 옥순봉 바라보듯 옥순봉이 구담봉 바라보듯 이렇게 퇴계 선생을 바라만 보다가 생을 마감했다는 말인가. 애석한 일이다. 낙향할 때 안동으로 데리고 가시지~~~
옥순봉 아래 바위 암릉길. 저곳에 가면 옥순대교를 배경으로 한 멋드러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옥순봉 바위 암릉은 붉게 물들어 있는 곳이 많다. 아마 암릉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나 본데 이런 곳은 번개 맞을 확률이 많다. 비 오는 날 천둥벼락이 칠 때는 이곳을 찾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옥순봉에서 구담봉 쪽을 바라보면서
옥순봉에서 바라본 진경산수
옥순봉 아래 암릉길에 들어서면 옥순대교를 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잡아낼 수 있다.
GB산악동아리 회원들과 금수산을 갈 때 저기 옥순대교를 지나갔지요.
참으로 황홀한 그림이다.
옥순봉 아래 암릉길에 들어서 그늘 밑을 찾아 이른 점심을 먹는다. 아내는 점심 먹을만한 장소를 찾고 있네요.
옥순봉 아래 암릉 바윗길에서 보면 강 건너 암릉군단을 가장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참으로 한가하고 여유로운 풍광이다. 금수산 갈 때 옥순대교를 지나도 이런 경치는 알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오늘 원도 한도 없이 소원풀이 다 한다.
유람선 한 대가 가더니 또 다른 유람선이 대교 밑으로 들어간다. 때때로 뱃고동 소리를 울리면서 고요한 적막을 달래며 간다.
옥순봉에서 다시 여기까지 되돌아오는 길은 내리막길이고 여기서부터 삼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삼거리에서 옥순봉으로 내려 가는 내리막길이다. 내려 왔으니 되돌아 갈 때는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이것이 싫어서 내려갈 때 싫었는데~~~ 산은 늘 그렇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음을 절로 깨닫게 한다.
두 눈을 씻고 봐도 그럴만한 야생화를 볼 수 없어 이젠 무릇도 보이는대로 찍는다.
올라오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옆으로 누워 있는 등골나무도 찍는다.
이렇게 옥녀봉과 구담봉을 탐방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있다. 구담봉 산행을 서둘러 끝내고 제비봉을 갈까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폭염이 기승을 부려 제비봉 산행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욕심을 낼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으니 여기까지 기름때며 걸음한 것이 아까우니 어디라도 잠시 더 다녀와야겠다. 어디가 좋을까 궁리하다가 제천청풍호자드락길을 다녀오면 가장 적당할 것 같아 자드락길을 찾아 나섰다. 자드락길은 다음 편 2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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