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남산,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이번에 결국 다녀갔네요.
■ 언제 : 2017. 7. 1.(토)
■ 어디로 : 청도 남산
산행 코스 : 신둔사 - 전망대 1, 2, 3 - 헬기장 - 남산 - 삼면봉 - 신둔사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청도의 진산인 남산은 내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너 해 전에 책상머리에 앉아 청도 남산을 머리 속에 그렸다가 지우고선,
이번엔 정말 가야겠다 싶어 다시 코스 정리를 했다.
내 마음 속에 담은 남산은 편하고 만만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여겼기에
실상은 오히려 외면당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국적으로 연이어 장마 소식이 들린다.
장마가 오면 보통 비로 인한 피해 걱정에 시름이 가득한 법이거늘
가뭄이 너무 오래 지속된 탓에 전 국민이 장마든 게릴라성 폭우든
속이 시원할 정도로 한바탕 쏟아 붓길 원하는 판이다.
내 고장에도 오늘 늦은 오후부터 시작해 일요일인 내일까지
비가 올 확률이 많다는 소식이다.
예보로 보아 오늘 산에 가지 않으면 내일은 집에서 빈둥거릴 확률이 많다.
오늘보다 내일이 비가 올 확률이 더 많다고 하니 오늘 무조건 산에 가야한다.
아니면 일주일을 굶어야 한다.
이상하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
무심코 가다보니 청도로 빠져야 하는 걸 밀양까지 가버렸다.
내비게이션은 분명 10여 km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40여 km를 더 가야 한다고 내비 아가씨가 기계음을 토해낸다.
'날씨가 더워 그러나 내비가 오작동을 다 하는군.’
그러려니 하고 내비의 말을 적당히 무시한 채 가노라니
청도가 아닌 밀양 IC가 나온다.
'그럼 그렇지 이상하더라.'
10km밖에 남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40km 넘게 남았다고 했을 때
그때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깨닫고 나니 목적지는 훨씬 멀어지고 있었다.
그 머리 남산을 크게 돌아보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비교적 만만하게 여겼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차선색으로 생각했던
가장 짧은 코스를 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변경된 코스는 신둔사가 기점이 되었다.
이 코스는 산행 경로가 짧으니 슬슬 느긋하게 다니며
꽃이나 야무지게 탐사하면 될 것 같다.
밀양 IC로 돌아나와 청도 남산 기슭의 신둔사로 갔더니
신둔사 경내 차량 주차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물론 주차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찰측에서 붙여 놓은 안내 문구를 보아하니
온 종일 주차해 놓고 산 속을 맘 편히 헤집고 다닐 게재가 아닌 것 같다.
‘여기는 등산로가 아니라는~’ 현수막이 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들머리를 찾는 것이 속 편할 것 같았다.
하산할 때 보니 신둔사로 내려오는 좋은 길이 있더만,
사찰측의 안내 문구만 보고 신둔사 주차장을 이용하면 안 되겠구나 싶어
차를 돌려 다른 들머리를 찾아 헤매었다.
신둔사를 기점으로 삼지 않으면 들머리를 어디서 찾지...
'분명히 이 부근에 길이 있기는 있을 텐데'
길을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올라오면서 본 등산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가보잔다.
그러고 보니 올라올 때 기도원 맞은편 간이화장실이 있는 곳에
등산 안내판이 서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알고 보니 거기가 신둔사 말고 또 다른 산행 시작점이었다.
들머리를 찾느라 잠시 헤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신둔사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여기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나았다.
만약 신둔사에 주차하고 삼면봉으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하산했다면,
안내판이 있는 이곳으로 하산했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차량 회수를 위해 신둔사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럴바에야 지금 우리가 들어가는 길이 낫다.
기도원 부근 간이화장실 앞에 주차하고 거시 서 있는 등산안내판과
출력해온 산행지도를 비교한 후 계곡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길이 뚜렷했고 나뭇가지에 친절하게 표지기까지 붙어 있어
그 길을 따라가면 별 무리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갈수록 길이 이상했다.
분명히 표지기는 달려 있는데 사람 다닌 흔적은 없고,
우거진 숲길을 가자니 그마저 쉽지 않다.
나뭇잎을 너무 많이 스치기에 괜히 요즘 성행하는 살인 진드기에 대한 우려감마저 들었다.
그런 우려감을 내려놓고 숲을 헤치며 갔는데
웬걸 길은 다시 신둔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오늘 뭔가 일진이 이상야릇하다.
올 때도 청도 IC를 지나 밀양까지 가더니
신둔사에 와서도 들머리를 찾느라 헤매고 있다.
다시 등산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갔던 곳을 다시 들어가서 봐도 계곡을 거슬러 가야 할지
가로질러 가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그때 아내가 계곡 건너 표지기가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가보자고 한다.
계곡 건너편은 숲이 우거져 길도 보이지 않고 표지기만 달랑 하나 매달려 있다.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곡을 건너 그쪽으로 가니 세상에 거기가 바로 들머리였다.
비로소 들머리를 찾고나니 몇 날 며칠 인터넷으로 청도 남산을 이 잡듯 뒤적거린 나보다
밝은 눈으로 표지기를 찾은 아내가 훨씬 암팡지게 느껴졌다.
이 지점은 초행인 사람은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쯤이면 뭔가 표식이 있어야 할 텐데 청도 남산을 찾는 산객을 위한 배려가 좀 아쉽다.
길머리를 잡고 나니 길은 또렷했다.
다만 정상을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다보니 2km쯤 되는 거리가 된비알의 연속이다.
전망 바위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망도 트임도 없는 숲속을 쉼 없이 올라야 한다.
거리에 비해 만만치 않은 오름이다.
힘들게 가는 만큼 꽃으로나마 보상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7월 초하루에 청도 남산을 왔으니
야생화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없다.
가까운 영천의 보현산처럼 야생화 보고라 소문난 곳도 아니고,
혹시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청도 남산에 요즘 뭐가 피는지 들여다봐도
딱히 눈에 띄는 애들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꽃보다 산행을 우선했고,
산행하면서 눈에 띄는 꽃이 있으면 보여주는 만큼만 보고 오리란 생각을 했다.
들머리에서 아내와 내가 가는 길은 장군샘을 거쳐 가는 길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날씨는 맑았다 흐렸다 했지만,
시계가 불안정한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조짐을 보인다.
장군샘으로 가는 오름길은 가뭄에도 숲이 우거졌고,
우거진 삼림으로 인해 조망이 전무했다.
숲이 우거져 빛이 차단되어 그늘이 만들어져 그렇지 올라가는 길은 별로 재미없는 길이다.
꽃이라도 없었다면 꽤나 지루할 뻔 했다.
시작점에서 얼마가지 않아 치마를 두르지 않은 하늘나리가 보인다.
생각지도 않았기에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역시 그게 다였고 예상한 대로 하늘나리 외에 더 이상 눈길 가는 애들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안부에 도달하기 위해 달팽이처럼 꾸물꾸물 올라갔다.
바위 전망대에 이르니 산꿩의다리와 자주꿩의다리가 보인다.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못 보고 지나치면 다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량이 적다.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가는 사람한테는 눈에 띄지도 않겠다.
다만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고 꿩의다리라류라도 보여주며 위로를 하는 것 같다.
바위전망대 세 곳이 연이어 나타난다.
전망대에 이르자 비로소 조망이 트이고 남산13곡을 품은
우리가 거슬러 온 남산골 초입이 멀리 보인다.
제법 큰 저수지로 보이는 화양지와 공설운동장도 훤히 내다보인다.
시계가 좋지 않아 다소 식상한 기분이 들긴 했다만,
숲으로 덮여 있던 곳을 지나 조망이 훤하게 트이니
그나마 올라올 때 힘들었던 기분이 일시에 사라진다.
더군다나 여기서부터 심심찮게 야생화가 보이니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높은 곳임에도 산수국과 큰까치수염이 지천이다.
이 녀석들은 이맘때면 어느 산을 가더라도 지겹도록 보고 또 보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해마다 보고 때가 되면 한 번도 거르는 법 없이 보고 또 봐도
단 한 번도 질린 적아 없다.
흔하면 볼 품 없고 질린 만도 하거니와 이상하게도 이 녀석들은
보고 또 봐도 밉상이 아니다.
큰까치수염과 산수국 밭을 헤치고 가노라니 또 숨이 차오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숨을 고르는데 바로 코앞에 옥잠난초로 보이는 애가
딱 하나 피어 있는 게 아닌가?
쉬지 않고 갔더라면 눈에 띄지도 않을 곳에 있었다.
우연히 녀석이 있는 곳에서 쉬다보니 눈에 띈 것이다.
그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집에 와 자주 애용하는 사이트에 묻고 검색을 하니 옥잠난초라 보았던 것은
나나벌이난초였던 모양이다. 두 녀석은 너무 흡사해 좀체 구분하기 어렵다.
헬기장에 올라섰다.
여기서부턴 뭔가 내용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헉헉거리고 올라오면서 간간이 봤던 애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높은 곳에 올라서면 뭔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뭐~ 그렇다고 딱히 더 귀 티 나는 애를 본 건 아니지만,
사진기가 더욱 바빠진 것만은 사실이다.
헬기장 둘레는 노루오줌이 에워 샀다.
흔히 보던 노루오줌보다 키가 작고 꽃도 작아 처음에는 노루오줌이 아닌 걸로 봤다.
눈여겨보니 노루오줌이 맞았다.
능선으로 가는 길은 미역줄나무가 대세를 이루었고,
일부분은 이미 꽃이 져 색깔마저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는 편하겠지.
정상까지 평이한 능선을 걷다가 삼면봉에서 신둔사로
하산하는 길은 내리막이라 한 시름 놓는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엔 털중나리가 한창이다.
털중나리 역시 중나리와 혼동이 심하나 꽃이 향한 방향과
피는 시기 그리고 줄기에 털이 있는 정도를 파악하고, 털중나리로 결론을 맺는다.
이 녀석은 나리 계통 중에 사진발이 비교적 잘 받는편이다.
남산이라 표기된 정상석 앞에 섰다.
여기까지 결코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산은 그리 쉽게 길을 내주진 않았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만큼 기분은 더 좋았다.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분다.
거친 호흡을 씻어내리는 상큼한 바람이다.
노루발이 군락으로 모인 곳이 제법 많다.
꽃이 활짝 펴진 않았지만, 긴 가뭄 끝에 내린 비 때문인지 잎이 윤기가 나고 싱싱했다.
땀에 찌든 육신이 갑자기 상큼해진다.
높이 870m인 정상에서 852m인 삼면봉까지 가는 길은 가볍고 마음이 넉넉한 길이다.
이 시기는 어딜 가나 미역줄나무가 능선을 뒤덮고 있더만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길엔 미역줄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앞서 얘기했던 노루발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솔나물이 정상을 배경으로 멋들어지게 노란꽃술을 뿜어내며 멋을 내고 있다.
노루오줌이 군락을 이룬 모습과 사진발 잘 받는 털중나리가 한껏 제 모습에 취해있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피어난 생명력 강한 바위채송화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물레나물이 꽃을 활짝 피운 채 날 정면으로 바라본다.
나도 그들에게 미소를 가득 담고 바라본다.
산은 어떤 산이든 힘이 들게 마련이다.
산이 힘들면 산을 다시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산을 찾을 구실을 찾아야 한다.
내게 그 구실은 바로 산이 품은 꽃과 나무다.
꽃을 알고 나무에 관심을 갖고부터 주말마다 산을 찾을 기운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넉넉한 능선길이 끝났다.
짧지만 정상에서 삼면봉까지를 말한다.
탄력이 붙으면 삼면봉에서 한재고개 넘어 전망 좋은 암릉지대를 지나
신둔사로 회귀할까 했다.
하지만 아내가 암릉 울퉁불퉁한 그런 길은 별로 반기지 않는다.
삼면봉에서 바로 내려가잔다.
난, 한재고개를 지나 암릉지대를 걷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꾸물거린 건 오롯이 내 탓이니 아내의 요구를 거역하기 어렵다.
삼면봉에서 낙대폭포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목을 보고 내려갔다.
여기서는 신둔사 방향을 표기하는 게 맞는데 신둔사 방향은 간 곳 없고
신둔사 가는 방향은 낙대폭포 방향에 묻혀 있다.
삼면봉에서 신둔사로 가자면 낙대폭포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 구간은 밧줄도 있고 쇠밧줄을 걸쳐 놓은 구간도 있다.
크게 위험하거나 내려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쇠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곳은
짧지만 거의 직벽에 가까워 용을 좀 써야 한다.
밧줄을 처음 잡고 내려온 지점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꽃이 어디 없나 두리두리 살피고 있는 그때
느닷없이 깜짝 놀란 아내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뱀이다. 뱀~’, ‘거기 뱀 있어’
아내가 질겁하면서 뱀이 있다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도 난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되물었다.
‘뱀이 어딨는데?’
‘거기 있잖아 거기~’
나는 뱀이 내 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줄 알고 대수롭잖게 여겼다.
뱀이 바로 내 발 앞에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구 하느님 맙소사!!! 뱀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내 발 앞에 있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란 가슴은 갑자기 자라목처럼 오그려 붙고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커다란 살모사가 꽈리를 튼 채 제 몸을 돌돌 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은 공격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만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 정작 이 녀석은 아무런 기척이 없다.
뭔가 잡아먹고 배가 부른지, 비가 온 후라 몸을 말리러 빛 좋은 곳에 있는 건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달콤한 잠에 빠져 든 건 분명했다.
만약 내가 놀라서 들고 있는 스틱으로 잠자는 코털을 살짝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그 다음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으리라.
이 녀석은 살모사 중에서도 독이 강한 칠점사 같았으니까
일곱 발자국을 뛰기 전에 난 비명횡사 했을지도 모른다.
어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것이 몸서리가 난다.
시작부터 청도 IC를 지나 밀양까지 가지 않나
신둔사에서 들머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지 않나
시작이 좋지 않더니 결국 사고 한 번 칠 뻔했다.
쇠밧줄을 타고 내려올 땐 땀에 젖은 손 때문에 미끄러져
순간적으로 힘을 썼더니 왼쪽 종아리에 갑자기 쥐가 나
쇠밧줄을 잡고 매달려 있어야 했다.
악착같이 쇠밧줄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다쳐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이래저래 운수가 사납기도 하고 좋은 날이기도 하다.
원리 방면과 신둔사 가는 갈림길까지 왔다.
갈림길에서 신둔사로 내려가는 길은 삼림이 우거져 원시림을 방불케 했다.
아마 이 코스로는 산객의 발걸음이 뜸한가 보다.
길은 좋은데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어
길마저 잡풀로 무성하게 덮여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온 천지가 산수국과 큰까치수염 판이다.
산수국도 헛꽃이 흰 놈부터 연분홍에서 짙은 분홍까지 다양하다.
보랏빛 꽃술이 모여 군락을 이룬 산수국이 장관이다.
한두 개가 아닌 군락으로 피어 어두운 숲길이 환하다.
큰까치수염 역시 마찬가지다.
범꼬리 같이 휘늘어진 곡선미에 별처럼 초롱초롱 달라붙은 꽃을 보노라면
들다볼 수록 신기하고 예쁘기 그지없다.
산행 내내 산수국과 큰까치수염과 함께 했으면서
끝까지 지루해 하지 않고 친구하며 어울렸다.
사진기에 이 애들이 찍힌 숫자만 해도 두 녀석을 합쳐 족히 50장은 넘은 것 같다.
산행 끝머리에서 다양한 나리 종류를 만났다.
산행하면서 한 곳에서 이렇게 종류별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부터 말미에 이르기까지
지금 이 시기에 피는 나리 종류를 골고루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시작점에서 흔치 않은 하늘나리를 봤고
정상에서 털중나리를 집중적으로 봤으며
끝머리에서 하늘말나리와 말나리를 함께 봤다.
이 녀석들을 보고나니 오늘 하루 운수 사납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날머리인 천년고찰 신둔사에 도착했다.
아내가 대웅전으로 가 부처님을 배알할 동안 난, 경내를 탐방했다.
사찰엔 개가 두 마리 있었다.
아내가 경내로 갈 땐 짓지도 않더니
내가 경내로 들어서니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이 컹컹거리며 주변을 맴돈다.
한 마리 더 큰 흰 개는 여차하면 협공할 태세를 갖춘 듯
죽어라고 짖어대는 사나운 개 주변을 서성거린다.
이 녀석들 손님한테 다분히 고압적이고 위협적이다.
대웅전에서 아내가 공을 들이고 나오니 이 눔의 개가 여전히 아내한테는 짖지 않고,
날 보고만 짖어댄다. 마치 절에 다니는 아내를 알아보는 것 같다.
아내한테 절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아내가 나랑 함께하니 그제야 짖는 것을 멈춘다.
절에 거주하는 개라고 밥값을 하려는지 마치 뭘 알고 사람을 대하는 것 같다.
공양도 하지 않고 사진기만 들이대는 사람은 이 놈이 별로 탐탁찮게 여기는 모양이다.
공을 들이고 나오는 아내 옆에 있으니 봐주는 듯 짓지 않는다.
그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네.
아내랑 함께 행동하니 죽어라고 짖어대는 녀석이 엉덩이를 흔들며
다른 곳으로 뽈뽈거리고 간다.
아내랑 일행인 줄 눈치챘나보다.
녀석의 차별에 은근히 부아가 돋는다.
에이, 이참에 나도 절에 다닐까보다.
사진으로 보는 청도 남산의 칠월 초하루 얼굴
청도 남산은 신둔사를 기점으로 하면 빠르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약 2km쯤 되는 오르막이 쉽지만은 않다.
신둔사에 주차하고 가려고 했으나 신둔사에 주차하기가 곤란할 것 같았다. 신둔사에 긴 시간을 주차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으며, '여기는 등산로가 아닙니다.'라고 쓰여 있다. 찝찝한 느낌이 들어 신둔사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러다 보니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신둔사 못미쳐 기도원 있는 곳에 간이화장실이 있다. 거기에 이런 등산안내판이 있다. 여기를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차량은 화장실 앞에 곱게 주차하면 서너 대는 주차할 수 있을 것이다.
등산안내판 앞에 요런 이정표도 있다. 남산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이 길이 좀 요상스럽다. 숲을 헤치며 분명히 표지기가 붙은 길을 따라 갔는데 신둔사로 가는 포장길이 나온다.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계곡으로 들어갔는데 좀 전에 갔던 길은 아니고 딱히 이 길이다 싶은 길이 안 보인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거기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이곳으로 오길 반복하며 계곡 건너 아스라이 보이는 표지기를 찾는다. 그 길은 아내가 찾았다. 겨우 본 길을 찾은 것이다.
초입에 들어서니 하늘나리가 보인다. 조짐이 좋다. 오늘 남산에 와서 꽃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뭔가 시작이 좋은 것 같다. 여기는 장군샘이다. 정상 7부 능선쯤이다. 초입에서 봤던 하늘나리 외에 별로 본 게 없어 장군샘 사진이 바로 올라온다. 물론 숲에 가려 조망도 없다.
장군샘이다. 샘에 있는 물은 먹기가 그렇다. 곧장 올라간다.
우뚝 솟은 송림이 빛깔도 좋고 모양도 좋다.
첫 번째 바위 전망대가 나왔다. 먼저 올라온 아내는 여유를 부리며 쉬고 있다. 물론 내가 오면 어김 없이 일어서지만, 그때마다 내가 발을 묶는다. 나도 좀 쉬어가자며~
궂은 날씨로 시계가 많이 흐리다. 화양지가 보이고 교촌리 청도 시가지가 보인다.
멀리 청도공설운동장도 보인다.
두 번째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여긴 조록싸리가 지금 한창이다.
둥굴레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가냘프게 섰다.
헬기장이 곧 나올 모양이다.
헬기장에 도착.
헬기장 주변 풀밭에는 노루오줌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올라오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예상했던 바다. 아내는 우의를 챙겨 입었지만 나는 귀찮아서 우의도 입지 않았다. 털중나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오면서 가끔 봤지만 이 길엔 심심찮게 보인다.
이제 남산이 지척이다.
요런 길이 보이면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말씀~
정상이 조~오기 있네요.
정상이다. 870m
정상을 뒤로하고 암릉길로 나아간다.
청도 남산은 육산인 줄 알았더니 토와 암이 고루 섞여 있다. 한재고개를 지나 전망 좋은 암릉 길을 가면 더 좋을 뻔 했다.
이런 밧줄 구간도 나온다.
멀리 산기슭에 둘러싸인 천년고찰 신둔사가 보인다.
우리가 지나왔고 섰던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신둔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이 길은 숲이 우거지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아마 남산 산행코스로 인기가 별로 없나보다.
우거진 숲을 보라. 길은 나쁘지 않은데 산객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수국이 지천이다. 군락으로 내내 이어지니 그 또한 보기 좋다.
색감도 탁월하다. 싱싱하고 건강한 모습이다.
아내가 정원에 수석으로 두면 좋겠다고 하여 담아봤다.
개다래도 많이 보인다.
개다래가 기승을 부리며 숲을 에워샀다.
햐아~ 이 친구 참~~~
천년고찰 신둔사로 아내가 먼저 간다. 아내는 또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배알하겠지...
범종각
느티나무의 모양이 마치 애기코기리를 닮았다.
좀 더 확대해 봤더니 더욱 애기코끼리 닮았다.
곰딸기가 벌겋게 털복숭이로 자랐다.
옥잠난초라 봤는데 나바벌이난초랑 더 가까운 것 같다.
노루발은 정상에서 삼면봉으로 가는 능선에 깔렸다.
꽃이 좀 더 핀 모습을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운 장면이다.
노루발은 헬기장 주변에 많다.
군락으로 있어 보기 좋았다.
돌가시나무도 보고~
돌가시나무 꽃망울 머금은 모습이 싱싱하다.
올라오면서 본 물레나물
물참대가 벌써 열매를 맺었다. 늦은 봄과 여름의 초입까지 숨이 찬 산객을 많이도 위로해 주더만 벌써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는군.
미역줄나무도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초여름 높은 산 능선을 어김없이 잠식하고 있지만, 밉지 않은 녀석이다.
바위채송화가 멋진 전망 바위를 배경으로 자라고 있다. 군락으로 모여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올라오면서 산꿩의다리도 귀하게 만났다.
남산은 산수국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얼마나 이쁜가~
요런 산수국도 있고~
대부분 이렇게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많이 찍었으면서 찍고 또 찍는다.
정상에서 본 솔나물
저 뒤에 보이는 돌이 정상석이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담아봤다.
자주꿩의다리로 봐야겠지~
개갈퀴~ 이 녀석은 은근히 사진 담기가 어렵다.
큰까치수염도 지천이다. 올라갈 때도 내려 올 때도 여기는 큰까치수염과 산수국 나라다.
좁은 등로를 애들이 다 잠식하고 있을 정도다.
박각시가 날아 들었는데 잡기가 쉽지 않네요. 요게 최선~
털중나리도 많이 봤다.
이 친구는 하늘나리다.
이 친구도
이 친구는 하늘말나리고~
함박꽃이 벌써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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