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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올해, 벌써 보현산 세 번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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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현산만 세 번째

보현산, 꿀 발라 놓았나 봐요.



■ 언제 : 2017. 6. 6.(화) 현충일

■ 어디로 : 영천 보현산

■ 누구랑 : 나랑



흔적

 

보현산, 정말 꿀이라도 발라 놓았나?

크게 가까운 곳이 아님에도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방문한다.

예전에도 몇 번 갔었지만, 올해 처음 갔을 땐 순전히 나도바람꽃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나도바람꽃 때문에 보현산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

이젠 딱히 갈 만한 곳이 없으면 팔공산을 찾듯 보현산을 찾는다.


두 번째 보현산 출사도 귀신에 홀린 듯 그렇게 끌려갔다.

이 주만에 또 갔었는데 그 때도 은방울꽃이랑 금강애기나리, 노랑무늬붓꽃 등

또 다른 다양한 개체를 보여 주어

역시 보현산은 천상화원이란 생각을 굳혀 준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반가운 예보가 있다.

도대체 비 구경 한 지가 언젠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강바닥이 마르고 저수지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다.

그러니 비가 온다는 소식이 어찌 반갑지 아니하겠나.

 

거실 밖을 바라보며 산에 가도 괜찮을지 날씨를 가늠해 본다.

어째 예보와는 달리 금방 비가 올 것 같지가 않다.

감으로 봐 비가 온들 오후 늦게라야 올 것 같다.

영천 지방의 일기예보를 보니 12시 이후에 비 소식을 전한다.

그렇다면 오늘 같은 날은 동네 가까운 산을 가야 마땅하지만,

이상하게도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또 보현산을 가고 싶다.

아내는 집에서 쉬고 싶어 해 혼자가야 하는데,

하필 이럴 때 굳이 혼자서 보현산을 가야만 할지 다소 망설여진다.

가면 백발백중 비를 맞고 말 텐데...

 

그래도 가 보자.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한 번 가 보자.

우의 챙기고 우산까지 준비한 후 떡집에서

2,500원짜리 떡 한 개 사서 챙기고 보현산으로 달렸다.

현충일이라 모처럼 휴일을 맞이했는데 그냥 집에 있기 그랬다.

보현산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 40분 거리다.

가다가 비나 맞지 않을지 걱정이다.

 

보현산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싶지만, 내 욕심만으로 비가 오지 않아 다행스럽다는 말을 하기 그렇다.

전 국민이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는 이때

꽃을 향한 탐심으로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면

대역죄인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마음은 진심으로 그랬다.

비가 와 그냥 돌아가도 좋으니 제발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으면 하고...


막상 보현산에 오니 욕심이 난다.

다행히 아직 비는 오지 않고 쉬 올 것 같지도 않기에

가지 않았던 다른 곳을 뒤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하지만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이 시기는 특별난 애가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접고, 가던 대로 갔다.

비 예보가 있으니 덮어 놓고 헤집고 다닐 일도 아니다.

오늘은 온종일 하늘만 바라보며 하늘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

 

날씨가 꾸무리하니 대낮임에도 숲속은 어둠이 짙게 깔렸다.

인적도 없고, 바람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지난 번 보다 숲은 더 우거져 있다.

괜히 뱀이나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욕심내지 않고 숲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길을 따라 순순히 들어갔다.

그런데 숲속에 들어서자마자 감자난초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딱 하나가 어두운 숲속을 나보란 듯 서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감자난초는 더 보이지 않는다.

더 보지 못 할 것 같은 예감에 혹시 사진이 잘못 됐을까 싶어 찍고 또 찍었다.

한 송이를 가지고 열댓 방은 찍었다.

한 장이라도 제대로 된 사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컴컴한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더 깊이 들어간다고 특별한 애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어두운 숲엔 하얗게 핀 눈개승마만 눈에 들어올 뿐

딱히 요거다 싶은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 왔을 때 봤던 그 많은 나도바람꽃이 한 시절 풍미하고

후년을 기약하기 위해 씨를 맺은 모습과

온 숲을 뒤덮고 있던 피나물의 노란 꽃마저 온데간데없다.

그 새 노란 꽃이 모두 다 지고 만 것이다.

계절에 맞춰 피고 지는 꽃은 하루가 무섭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멧돼지가 박새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더 머물자니 멧돼지도 으스스 하고

더 들어가자니 인적도 없고 스산하기만 해

발걸음은 절로 정상을 향한다.

 

숲에 들어설 때부터 좀네잎갈퀴가 많이 보였다.

다른 애들 찾느라 등한시 했더니

좀네잎갈퀴가 나도 꽃이니 좀 봐 주시오하는 것 같아

그래 너도 지금 한창 절정이군.’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으며, 생명 없는 꽃이 어디 있으랴.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은 평등한 법이거늘

널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며, 셔터를 눌렀다.

마음을 곱게 써 그런지 담기 쉽지 않은 갈퀴나물이 그래도 볼만하게 찍혔다.

 

정상을 넘어서니 결국 우려했던 비가 살살 내린다.

물론 염려하지 않았던 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먼 산 저 너머는 비구름에 쌓여 시커먼 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곧 한 바탕 비가 쏟아질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뿌리기 전에 발걸음을 빠르게 놀려야 하는데

정작 발걸음은 한가롭게 꽃을 찾아 간다.

 

정상에 있는 정향나무를 배경으로 요리조리 찍어가며 천문대를 벗어나니

천문대 길섶에 도열한 미국귀룽나무라고도 하는 세로티나벚나무가 하얀 솜방망이처럼 종종 달려있다.

갈 길 바쁜데 그 놈이랑 또 한참을 씨름한다.

바로 이전에 왔을 때 한창이던 구슬붕이가 아직 남아 있는지 찾아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새 자취를 감추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비는 더 세게 올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하다.

이젠 도리 없다.

못 견딜 정도로 쏟아지면 우의 입고 우산까지 쓸 요량하고 버티는 수밖에.

그리 작정하고 더 느리게 더 느긋하게

뭐가 없나 싶어 두리두리 살핀다.

 

시루봉을 지나 팔각정에 걸터앉으니 앉은 그 자리 아래 범꼬리가 보인다.

옳지. 그래 범꼬리는 폈어야지.’

범꼬리는 오늘 사냥감 중의 하나였다.

이번에는 꿩의다리를 봐야 하는데 보현산 꿩의다리는 다른 곳에 비해 단연 으뜸이지.

20127, 아내와 함께 처음 보현산에 왔을 때 본 꿩의다리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꿩의다리와 범꼬리랑 피는 시기가 비슷하니 범꼬리가 핀 것을 보고

오늘은 꿩의다리가 꽃 피운 모습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꿩의다리는 보랏빛 머금은 꽃망울만 달고 있었다.

곧 터뜨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긴 다리 끝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아직 시기가 좀 일렀다.

하지만 꿩의다리와 산꿩의다리는 팔공산에도 많으니 애달아 할 필요까지야 없다.

대신 다른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그로 만족하면 된다.

 

팔각정에서 천수누림길로 접어드니

참빗살나무에 꽃이 만개한 모습과, 말발도리에 꽃이 이쁘게 핀 모습도 본다.

은방울꽃은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만한 애들이 더러 있기도 했다.

범꼬리는 심심찮게 보이고 백당나무 꽃도 이쁘게 피었다.

올해는 백당나무에 핀 이쁜 꽃을 자주 보는 편이다.

 

데크로 가는 숲에 정갈하고 순결한 민백미꽃이 한창이다.

528일 그러니까 일주일 전이다.

그때 팔공산 가산에서 본 민백미꽃은 가뭄을 타

꽃이 피다 말랐던데 여긴 고고하고 도도하기까지 하다.

개체 수도 많다.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비가 걱정이면서 민백미꽃에 매료되어

하늘 걱정은 아랑 곳 없이 또 한참을 노닌다.

 

이제 가야겠다 싶어 주변을 건성건성 훑으며 주차장으로 가는데

데크를 받쳐 놓은 기둥 아래 안면 많은 꽃 두 송이가 살짝 보인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다. 아니 기대하지 않았다기보다

이 시기에 여기서 피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 녀석 이름은 다름 아닌 자란초였다.

그런데 사진기를 들이대자니 이 아이의 위치가 좀 애매모호하다.

위에서 담자니 로제트처럼 쫙 펴진 그림만 보이고

훌쩍 뛰어내려 찍자니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 좀 멋쩍다.

 

이 녀석은 보현산에 처음 왔을 때 꽃이 완전치 않은 상태로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리 귀한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어디서나 잘 보여 주지도 않는다.

우연히 한 개체만 봤기에 또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처음에는 위에서 로제트 모양으로 찍다가 성에 안 차

결국 살짝 내려가 전신을 담았다.

생각지도 않은 애를 봤으니 나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이 사진을 끝으로 오늘 하루 출사를 마감할까하다가

미련이 남아 처음 갔던 장소로 다시 갔다.

하지만 여기저기 뒤적여도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오늘 온 종일 딱 한 개체 만난 감자난초만 다시 만나

사진이 잘못 되었을까 봐 다시 찍어 온 게 그게 헛걸음이 되지 않았다.

처음 오자마자 보고 찍었을 때의 사진은 좀 퍼졌고

두 번째 다시 찍은 사진이 그래도 더 볼만 했다.

다시 가기를 잘 한 것 같다.

 

보현산을 누비고 다니는 내내 비는 크게 방해를 하지 않았다.

약하게 왔다 그치다 되풀이 했으며,

그런 상황은 집에 올 때까지 그랬다.

기다림에 지친 농심을 마치 약 올리듯 내린다.

 

꽃 탐사를 가지 못하더라도

집에만 콕 박혀 있더라도

비는 시원하게 해갈이 될 만큼 한 번쯤은 내려야 하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 정도면 하늘이 야속타고 타박을 해야 되지 않겠나?

 

그나저나 오늘 비가 오는 줄 알고 집에 콕 틀어박혀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

일기예보만 믿고 있다가

1년에 한 번 있는 현충일 그냥 공칠 뻔 했다.





산행 같지 않은 꽃탐사 위주였지만, 그래도 정상석은 기념으로~



정상에서 바라본 산너울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곧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판이다.


언제 저 건너 보이는 면봉산을 가봐야 할 텐데~


비는 올 것 같은데 안 오네...


힘들게 오진 않았지만, 정상을 떠날 땐 웬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마음에 또 한 컷~


세로티나벚나무(미국귀룽나무). 천문대에서 내려오는 길이 솜방망이처럼 아니 핫도그처럼 총상화서로 핀 애랑 한참 노닐다 간다.




길섶의 국수나무와도 쬐금 놀아주어야겠지.

국수나무



보현댐의 수위도 많이 줄어들었다.


팔각정에서 잠시 쉬다 간다. 엉덩이를 걸치고 앉자니 바로 아래 범꼬리가 보인다. 그렇제 범꼬리가 필 때가 되었지...

다음엔 저 건너 보이는 면봉산이다. 저길 가봐야겠다.


감자난초 딱 한 송이 만났다. 오늘 본 가장 귀한 친구다.


좀네잎갈퀴


은방울꽃


정향나무




범꼬리



참빗살나무



눈개승마



백당나무



자란초



은방울꽃


털고광나무



민백미꽃





말발도리


딱총나무


감자난초


나도바람꽃 씨방


좀네잎갈퀴


나도바람꽃 씨방


꿩의다리?


싸리나무?


미나리아재비


백당나무


애기수영

졸방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