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끄트머리, 태백산 봄꽃향기에 매료되어
혼을 빼앗기다. 과연 태백이로고!!!
■ 언제 : 2017. 4. 29.(토)
■ 어디로 : 태백산
■ 누구랑 : 아내랑
■ 경로 : 유일사로 가 보고픈 꽃을 만나고 다시 내려와 차량으로 당골로 이동하여 문수봉 방향으로 이동
대략 30,000보 정도 걸음
흔적
지금 태백에 가면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아랫동네서 볼 수 없는 애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시기가 그러하니 길이 멀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만약 오늘 가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태백산은 2012년 1월 12일,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웃도는 차가운 겨울날
문득, 눈꽃 산행을 하고픈 생각에 아내랑 느닷없이 의기투합한 후 겁 없이 길을 나선 적이 있다.
그 날은 배낭에 들어 있던 물 두 통이 꽁꽁 얼어붙던 살을 에이는 듯 매서운 날이었다.
산행 초보라 멋도 모르고 다니던 5년 전 이야기다.
돌이켜 생각하니 어떻게 갔는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당골을 기점으로 문수봉과 부쇠봉을 지나 천제단을 오르는 꽤 긴 산행을 했다.
하지만 태백의 설산이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힘들어도 힘든 줄 몰랐던 때다.
매서운 날씨에 망경사 처마 끝, 한 자락 빛이 들어오는 곳을 찾아 웅크리고 앉아 끼니를 때우며,
영하 20도 한파에도 얼지 않는 해발 1,470m 망경사 ‘용정(龍井)’에서 샘솟는 샘물을
아내와 한 모금 나누어 마시며 뼛속 깊이 밀려오는 차가운 기운을 몸소 체험했었다.
강원도 동쪽은 태백산뿐만 아니라 민둥산과 함백산
더 멀리 계방산까지 주로 겨울 설산을 즐긴 편이다.
그런데 햇살 좋은 오늘 같이 따사로운 봄날!
태백산을 찾은 이유는 뭔가?
한계령풀과 모데미풀!
오로지 이 두 친구를 만나기 위한 일념이랄 수 있다.
하지만, 태백은 이 두 친구 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더 많은 풀과 나무를 보여 줄것이다.
여기는 다른 곳이 아닌 태백산 아니던가?
길이 멀어 그렇지 태백에 오면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날 것이다.
이번 태백산 방문은 유일사를 기점으로 하였다.
당골로는 가봤으니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싶기도 했고,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계령풀과 모데미풀 때문이라고 진작 얘기했다.
물론 당골로 가나 유일사로 가나 천제단을 넘어가면 다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서식 위치를 잘 아는 꽃님들의 이야기고,
야생화 서식 지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우리는 결코 쉬운 탐방길이 아니다.
이리 저리 검색한 내용으로 봐 한계령풀부터 먼저 보자면 유일사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혹시 모데미풀을 보지 못하면 다음 주쯤 모데미풀이 깃대종인 소백산으로 달려가면 되니
우선은 한계령풀을 보는 것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여유로운 산행길이었다.
신작로 같은 임도를 따라가노라면 다소 지겨울 수 있을 법한데
이건 뭐 길이 좋고 나쁜 게 문제가 아니라
시작부터 길섶에 늘어진 게 야생화라 지겨울 틈이 없다.
그것도 남쪽 지방에선 보려야 볼 수도 없는 무리들이 등산로 초입부터 늘어섰다.
과연 만춘의 태백화향은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랗게 만개한 피나물이 보이는가 하면 홀아비바람꽃도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다.
우리 지역에서 홀아비바람꽃을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
이 기막힌 풍경에 시작부터 숨이 콱 막힌다.
괭이눈이 종류별로 눈에 띄고, 산괴불주머니와 현호색도 지천이더만,
이 녀석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보는 녀석들이라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태백에 와 야생화를 바라보는 눈이 갑자기 사치스러워졌다.
처음 만난 갈림길에서 사길령 방향으로 가려다가 오르막이 긴 것 같아
우린 계속 유일사 쉼터까지 임도를 따라 올랐다.
한계령풀을 보러 가는 꽃님들은 사길령 방향으로 가더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쉬운 임도를 택했다.
어차피 유일사 쉼터에서 사길령 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가 목적한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 어디로 가든 그것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태백의 봄은 강원도 땅이라 그런지 늦긴 많이 늦다.
조금 더 위로 가니 산등성에 아직 노루귀가 한창이다.
빛을 받아 줄기와 잎에 서린 잔털이 세세하게도 담긴다.
아직 건강 상태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얼레지도 지천이다.
갈퀴현호색과 함께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올해는 얼레지 보는 시기를 놓쳐 못 보고 가나 했는데
태백의 느린 봄이 아랫녘에서 못 봤던 애들을 다 보여준다.
오는 길이 멀어 운전하기 힘들었지만, 역시 오고 나니 온 보람을 느낀다.
이 맛에 불원천리하며 다녀가는 것 아니겠나.
유일사 쉼터로 가는 길에 딱총나무가 보인다.
당연히 딱총이겠거니 했는데 가지가 부러져 땅에 떨어져 있는 팻말에
‘지렁쿠나무’라 적혀 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긴가민가했는데,
집에 와 검색을 해 보니 ‘지렁쿠나무’가 맞다.
지렁쿠나무를 보며 또 한 번 느낀다.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함부로 재는 척해선 안 됨을...
자연의 섭리가 오묘하고 복잡다단한들
인간 세상과 견주랴.
자연은 어지럽고 복잡한들 순리에 순응하니
순리로 접하면 자연은 쉬 이해할 수 있다.
허나 인간사는 그게 다가 아니다.
순리와 진실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유일사 쉼터에서 아내가 먼저 유일사로 내려가 버렸다.
꽃을 찍고 나무를 찍고 눈에 띄는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으니
당연히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늦장을 부리는 사이에 아내는 벌써 유일사 무량수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문안 인사를 드린 후 석축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다.
유일사 탐방도 할 겸 나도 내려갔다.
쉼터에서 북편 사길령으로 내려가 다시 쉼터로 와 태백산 천제단으로 가면 되는데
유일사로 내려가 버려 한계령풀 서식지로 가자면 어디로 가야할지 혼돈이 왔다.
길을 모르면 다시 올라가 사길령 방향으로 가면 되지만,
내려 왔던 길 애써 올라가는 것은 흥미가 반감된다.
아무래도 유일사에서 가는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스님께 길을 여쭈었다.
한계령풀 서식지와 천제단으로 이어지는 길이 없는가를 물으니
상세하고 자상하게 길을 일러주신다.
예감대로 왔던 길을 올라가지 않고 뒤돌아 가는 길이 있었다.
다행히 한계령풀 서식지도 바로 그 지점이다.
드디어 오늘 태백에 온 그 첫 번째 주인공을 찾았다.
한계령풀! 정말 나에겐 요원한 풀이기만 했다.
과연 한계령을 넘지 않고 볼 수 있을지
요즘 북부 지방 여기저기 심심찮게 서식한다고 하지만,
어디에 있든 남쪽 지방 사람들은 만나기 쉽지 않다.
태백은 나의 그 원을 들어주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황홀했다.'란 표현밖에 안 나온다.
노란 꽃망울을 머금고 있거나 꽃망울이 확 터진 한계령풀 군락은 환상 그 자체로 다가왔다.
이 순간 여기 서면 그 어떤 미사여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 최상이다.
발 빠른 진사들이 눈을 감싸 안고 노랗게 꽃피운 한계령풀 사진을 올린 것을 볼 때
나도 정말 저런 모습을 한 번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비록 봄이 완연한 4월의 끄트머리에서 봤지만,
이건 뭐 한두 송이가 아니라 절정에 달한 한계령풀이 고즈넉한 산길을 뒤덮다시피 한 광경을 보다니
그동안 염원했던 소망을 일시에 해소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랗게 핀 한계령풀 군락에는 갈퀴현호색과 얼레지 그리고 만개한 꿩의바람꽃,
특히 꿩의바람꽃은 내 고장 가까운 경산에서
또 보현산에서 입을 꼭 다문 녀석들만 본 지라
덤으로 본 것 치고는 너무나 수려했다.
그것도 한두 송이가 아니라 개체 수도 많았다.
그런 녀석들이 모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 맞이하니 어찌 아니 좋을 수 있으랴.
더욱이 꿩의바람꽃은 이제 시기적으로 보아 전국 어디서나 한 물 갔으려니 했는데
막상 여길 오니 그게 아니었다.
지역에 따라 이렇게 생물 서식 환경이 다르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길은 백두대간길이다.
햇살 좋은 대간길에 바람이 살랑살랑거린다.
살랑대는 바람결에 홀리듯 치마를 걷어붙이고 날갯짓하는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얼레지의 유혹은 실로 감당키 어려울 지경이다.
그것도 선술 파는 주막집 여인이 싸구려 동동구리무를 바르고 길가는 남정네를 현혹하는 것이 아닌,
고고하고 도도하게 발레를 하는 여인이 고혹적인 자태를 한 채 살랑거리고 있으니
마눌을 옆에 끼고 있는 나도 그 유혹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넘어가고 말았다.
어찌나 유혹이 심하던지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다.
내가 그러할진대 얼레지의 치맛바람에 홀아비바람꽃은
과연 그 유혹을 어떻게 떨쳐낼지 자못 궁금하다.
노랗게 핀 한계령풀과 꽃받침을 있는 대로 활짝 펼치고
한껏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부채질하는 꿩의바람꽃
보랏빛 종다리가 노래하며 바람을 잡는 현호색 밭에서
홀아비바람꽃은 과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내 상식으로는 감당이 안 될 거 같다.
그래서인지 이 밭에는 홀아비가 많지 않다.
있기는 하지만 듬성듬성 있다.
아마 짝을 맞추어 홀애비 신분을 벗어났거나
지 풀에 감당하지 못하고 자멸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곳 서식 분위기로 봐선 그러고도 남는다.
그나저나 이제 여길 떠나야 하는데 당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사진 촬영도 할 만큼 했고, 이제 그 놈이 그 놈이건만,
얼레지의 치맛바람에 홀린 건지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바쁜데,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시간을 여기서 너무 많이 빼앗긴다.
이것은 오롯이 얼레지의 저 고혹적인 유혹 때문이다.
참고 있던 아내가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던지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아내의 성화 한 마디에 얼레지 한 번 보고 한 걸음 뛰고
또 한 마디하면 이번엔 한계령풀 한 번 보고 한 걸음 뗀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기약 없는 걸음이다.
대간길 한계령풀 군락지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다.
아니 오는 길 내내 태백화향에 취해 발걸음이 멈추곤 했다.
그렇게 늦장을 부린 결과 지금부터 문제가 야기된다.
다시 유일사 쉼터로 가 주목 군락지를 본 후 천제단을 가야하고
망경사를 지나 반재로 해서 당골로 내려 가야한다.
당골계곡이 나오면 문수봉 가는 계곡으로 빠져 모데미풀을 만나야 한다.
처음 계획은 그리하고 왔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간으로 봐선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그러기엔 역부족이다.
아무래도 천제단을 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어차피 모데미풀을 보자면 당골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되니
이젠 정상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모데미풀을 보느냐 못 보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능선에 늘어선 주목도 보고 싶고 천제단도 가고 싶었지만,
내가 워낙 꾸물거리는 바람에 상황이 어려워져 버렸다.
할 수없이 차량을 이용해 당골주차장으로 왔다.
한계령풀 서식지는 스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여물게 파악했는지라 그래도 쉽게 찾았는데,
모데미풀 서식지는 어디에 있는지 대충 짐작만 하고 왔다.
모데미풀 서식지를 찾자면 좀 애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지레 짐작을 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 최고 규모인 야생화 동호회 ‘모야모’ 회원들의 탐사 일정이
오늘 태백에 잡혀 있는 날이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동호회 회원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모데미풀 서식지로 이동했다.
내가 대충 짐작한 바로는 당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당골주차장에서 꽤나 올라갔다.
짐작컨대 무려 2km 이상이나 올라가야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유일사 쉼터에서 한계령풀을 만나고
천제단을 거쳐 오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뻔 했다.
만약 그리했다면 천년 주목도 보고 정상에 도달하기도 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되어 버렸다.
당골에서 모데미풀 서식지까지는 실상은 크게 먼 거리가 아니다.
만약 소백산을 간다면 주목군락지가 있는 모데미풀 서식지까지 무려 5km 정도를 올라야 한다.
힘들고 멀게 느껴진 것은 이미 우린 유일사 주차장에서 한계령풀 서식지까지 다녀온 후라 지쳐 있었던 것이다.
모데미풀을 만나기 위해 소백산으로 또 갈 수는 없기에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로지 그런 일념으로 끙끙대며 갔다.
힘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더 없이 좋았다.
힘 들어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산 만댕이를 경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생물 분포 환경 때문이었다.
부게꽃나무란 이름이 눈에 띄게 많았으나 친근하지 않은 꽃이었고 갈 길이 바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녀와서 보니 꽃이 촛대승마처럼 자라는 단풍나무과에 속했는데
타 지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이었다.
관심을 둘 걸 그랬다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골을 오르면서 만만찮은 수확을 얻었다.
유일사로 가며 만나지 못했던 애기괭이밥과 동의나물을 만났다.
애기괭이밥은 군데군데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었으며, 꽃잎도 활짝 벌어져 있었다.
유순한 듯 청초한 느낌이 순진무구한 우리학교 아이들의 눈빛을 닮았다.
물가에 무리지어 활짝 핀 노오란 동의나물 꽃은 그야말로 해질녘의 등불처럼 밝게 빛났다.
그런데 이 나물은 특히 주의를 요 하는 유독성 식물이다.
이 나물을 잎만 보고 곰취인 줄 알고 먹다가 탈이 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자고로 산행하는 사람은 무지하고 섣부른 행동이 사람 잡는 줄 알아야 하며 조심할 줄 알아야 한다.
모데미풀을 빨리 만나야 하는데 가는 길에 자꾸 발목을 잡힌다.
회리바람꽃이 군락으로 있는가 하면 나도바람꽃과 들바람꽃
그리고 남(방)바람꽃 같아 보이는 애까지 보인다.
역시 여기도 얼레지가 자주 보이고 홀아비바람꽃도 만난다.
그러니까 태백은 바람꽃 고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꽃쟁이 치고 여길 어찌 아니올 수 있으랴.
유려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가다가 만나는 녀석이 있으면 이뻐해 주면서 그렇게 쉬는 듯 가는 듯 했다.
그러노라니 어느 듯 모데미풀이 있는 곳까지 당도한 것 같다.
그런데 모데미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눈에 띄지를 않는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겨우 물가에 집단으로 있는 모데미풀 한 무더기를 만난 게 다다.
더 보려면 더 올라가야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좀 더 올라가야 마땅했지만, 나 보다 앞질러 올라가던 아내가 더 이상 안 보인다며,
시간도 없으니 그만 내려가잔다.
이 사람 참, 뭣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자니 그게 뭔 말이고.
조금 더 올라가자니 이제 막무가내로 내려가잔다.
그러고 보니 시간도 꽤 많이 됐다.
많거나 적거나 한 무더기를 보긴 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결국 아내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참아가며 함께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자꾸 내 고집만 부릴 수는 없는 노릇...
오늘 일정은 이만 접고 그만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하면서 아껴 두었던 풍경 위주로 촬영을 하고
등한 시 했던 꽃들을 두루 섭렵하며 내려왔다.
그렇게 오늘 하루 종일 꽃사냥을 나와 찍은 사진을 보니 무려 489장이 찍혔다.
쓸만한 사진이 몇 장 될지 모르겠으나 눈에 띄는 족족 담기는 엄청나게 담았다.
밥을 사오지 않고 약간의 떡을 가져와 배를 곯지 않을 정도로 다닌지라
하루 여정을 마치고 당골로 내려오니 배가 출출했다.
주차장 주변에 있는 식당에 가
난 황태해장국을 시키고 아내는 산나물 비빔밥을 시켰다.
주문한 음식이 밥상머리에 오기 전, 오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먼 길 와 힘은 들었지만, 정말 잘 왔다는 생각
보고 싶은 바람꽃 무리와 모데미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한계령풀을 원 없이 볼 수 있어
너무나 황홀한 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도착하기 전 하루를 회고하는 10여분이 정말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달달한 생각이 연이어 드는데 해장국이 도착했다.
해장국마저 시원하고, 산나물 비빔밥은 고소했다.
서로 번갈아 나누어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노라니
갑자기 포만감에 행복이 넘친다.
오늘 태백의 하루는 우리부부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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