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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깽깽이풀과의 황홀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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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과의 약속된 만남

이번에는 '안심하고 오세요.'



■ 언제 : 2017. 4. 8.(토)

■ 어디로 : 깽깽이풀 서식지로

■ 누구랑 : 홀로(고령 대가야축제 고교동기 모임 후 감)




흔적

 

금요일 퇴근 후 고령에서 고교동기생들과 모임을 갖고

토요일인 오늘, 비슬산 자락의 깽깽이풀 서식지를 찾아 갔다.

오전 한 나절 대가야 고분군을 한 바퀴 돌고, 박물관에 갔다가

대가야수목원에 들러 벚꽃과 어울리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 많이 늦어 버렸다.

 

부랴부랴 깽깽이풀 자생지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2시를 넘기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난주에 와서 깽깽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봤으니

오늘쯤은 틀림없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을 알면서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지난주 상태를 보아 오늘은 가기만 하면 100% 만개한 모습의 깽깽이를 본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날씨만 좋다면 더 할 나위 없다.

고맙게도 날씨는 엄청 따사롭고 바람 한 점 없다.

이 녀석을 만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서식지 부근의 작은 마을 좁은 골목에는 차량이 꽤 많이 주차되어 있다.

이 차들은 두 말할 것 없이 깽깽이를 보러온 차량으로 보면 된다.

들머리로 가는 저수지에도 대여섯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물론 이 차들도 깽깽이를 만나러 온 것일 게다.

서식지로 가며 혼자 생각한다.

으음~ 오늘 깽깽이가 꽤 수난을 당하겠구먼.’

 

예상한 것과 달리 서식지에는 꽃님들이 별로 없다.

몇 명인가 헤아려 보니 하나, 두울, 서이, 너이~ 나까지 합해 7명이다.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진중한 자세로 촬영에 여념이 없다.

누가 오고 가는지 안중에도 없다.

명당에 자리 잡은 녀석을 발견한 꽃님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찍고 또 찍는다.


주차된 차량 분위기로 봐선 깽깽이가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런데 다들 어디로 갔는지 꽃님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번 포항 모처에 청색 노루귀 담으러 갔을 땐 정말 가관이더만 오늘은 한산해서 좋다.

꽃말이 '안심하세요'라더니 꽃말대로 안심이 되어 다행이다.

 

늦게 와서 2시간 넘게 놀았는데

남들보다 내가 먼저 내려간다.

찍을 만큼 찍었기에 더 있기도 그랬고,

이 부근은 이 애들 말고 제비꽃밖에 보이지 않아 더는 놀거리도 없다.

더 찍을 애들도 없고 시간도 많이 됐다.

더욱이 아침에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지라 배도 많이 고프다.

아랫배가 징징거리는 것이 어젯밤 과음으로 인해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지금 나는 배낭도 메지 않고 카메라만 달랑 1대 들고 있다.

 

어젯밤을 무사히 넘기지 못했는데다, 오늘 일정 또한 엄청나게 빡빡했다.

애들 수학여행이나 연맹활동 하면서 인솔했을 때보다 훨씬 빡셌다.

피로한 탓인지 자주 갔던 길을 내비게이션이 말하는 대로 가지 않고

한 타임 빠르거나 늦게 반응을 하며 엉뚱한 곳으로 갔다.

그러기를 몇 차례나 되풀이 했다.

정신이 혼미하고 온전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덕에 40분이면 충분한 길을 1시간 30분가량 돌고 돌았다.

차선을 위반해 CCTV에 찍힌 것 같기도 하다.

지나가고 나서 보니 확실하게 차선 진입을 잘못한 것이 맞다.

에이, 아무래도 벌금을 물어야 할 것 같다.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 저나 보고팠던 깽깽이풀은 원 없이 봤으니

이젠 이 친구와 좀 더 친숙한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그동안 산행하면서 꽃을 보고 오면 이름 정도 알아보는 것으로 족했는데

이 친구는 내용을 좀 더 깊숙히 들다봐야겠다.

그 만큼 공을 들여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간다.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의 다년생 숙근초이다.

꽃은 홍자색이거나 엷은 보랏빛을 띄고, 이 풀의 열매는 개미들이 옮긴다.

개미가 번식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무척 재밌고 흥미로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인즉슨

깽깽이풀 씨앗에는 달콤한 향인 엘라이오솜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어

개미들이 씨앗에 붙은 먹잇감을 얻기 위해 열심히 물어 나른다.

씨앗을 나르던 개미가 실수로 중간 중간에 그 씨앗을 숲에 떨어뜨리면

씨앗이 떨어진 그 자리에 깽깽이풀이 발아되어 종족을 번식한다.

개미가 숲에 떨어뜨린 씨앗의 거리는 사람이 한 발을 뛰는 보폭 정도이며

그 거리는 보통 30~50cm 정도가 된다.

깽깽이풀은 대략 한 걸음 간격으로 그렇게 무리를 이루며 자란다.

 

이 풀은 지구상에 딱 2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자생한다.

한 때는 한약재로 유용하거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하여

자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급기야 1977년에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요즘은 전국적으로 낙엽활엽수가 우거진 산비탈에서 자주 발견되어 해제되기는 했지만,

멸종 위기를 넘기자면 늘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

나를 위시한 꽃쟁이들이 두고두고 알현하자면 보다 양식 있는 행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깽깽이풀은 주로 배수가 잘 되는 부엽질이 많은 토양과

낙엽수림의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꽃받침이 없어 꽃이 연하고 약하며, 줄기 없이 뿌리에서 잎이 바로 나온다.

그래서 약한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질 정도로 연약하다.

꽃이 피자마자 불과 며칠 사이에 꽃이 지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산행을 하면서 우연히 만나기란 기대하기 어려우며,

꼭 보고 싶다면 자생지를 알고 시기적절하게 맞추어 가야 겨우 만날 수 있다.

나도 지난 주에 이어 두 번 연속 방문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일이 있어 한 주 더 늦추었다면 오늘처럼 이런 진귀한 장면은 볼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꽃님들 사이에서는 깽깽이풀을 만나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한다.

 

꽃밭에서란 노래가 한 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원곡자는 원로가수 정훈희다.

옛날 우리 시절 즐겨부르던 노래라 요즘은 다소 묻혔던 경향이 있었는데

가수 조관우가 방송에서 이 노래를 불러 다시 인기를 얻었다.

그 바람에 요즘 젊은 세대도 이 노래를 즐겨부른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임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노래에 나오는 꽃의 주인공이 바로 깽깽이풀이다.

 

깽깽이풀은 그 이름에서 다소 경박스러운 느낌과 해학적인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여인의 부끄러운 속살을 살짝 덮은 연한 보랏빛 속곳이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형용하기 어려운 은은한 아름다움을 가진 풀이 깽깽이풀이다.

왜 하필 이렇게 고상한 풀의 이름을 경박스러운 분위기의 깽깽이라 이름했을까?

의아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검색에 들어갔다.

역시 인터넷에는 깽깽이란 이름의 유래가 많이 유포되어 있다.

그 내용이 어디까지 정확한지 모르겠다만,

나름대로 신뢰가 가는 내용은 이렇다.

 

깽깽이란 전통악기인 해금의 별명이기도 하다.

깽깽이풀의 열매가 해금 줄의 탄력을 조절하는 주아를 닮았다고 해

깽깽이풀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풍물패를 주도하는 악기인 꽹과리를 어떤 지방에서는 깽깽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이 힘든 농사철에 은은하고 고상한 빛을 발산하며

한가롭게 살랑거린다고 하여 깽깽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바쁜 모내기철에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깽깽이 판에서 함께 놀자며 유혹하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강아지가 이 풀을 먹으면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린다며 붙여진 어설픈 유래도 있고,

마지막으로 이 꽃은 주로 한곳에 군락을 이루며 피고,

30~50cm 떨어진 거리에 다시 한 무더기씩 군락을 이루고 피는 모양이

마치 한 발로 깨금발(깽깽이)을 뛰는 곳마다 자란다는 의미로 해석해 깽깽이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떤 내용이 정설인지는 모르겠으나 근거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해학적으로 해석해 웃고 넘어가도 될 법하다.


보고팠던 깽깽이풀을 실컷보고 가는 길에 남평문씨 세거지에 들어간다.

남평문씨 세거지에 관한 글은 여행방에 남기고자 한다.





깽깽이풀 그 고혹적인 자태와의 만남



아래는 모두 깽깽이풀의 고아한 모습입니다. 색깔이 다소 파랗게 나온 사진은 보정 과정에서 더 짚어진 색이므로 실물과 차이가 조금있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복사꽃


각시붓꽃


댓잎현호색


현호색


댓잎현호색


큰개불알풀


현호색 군단


큰개불알풀?


배나무


꽃마리


꽃다지


광대나물과 냉이꽃


유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