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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깽깽이풀과 대구수목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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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과의 조급한 만남과

대구수목원의 봄



■ 언제 : 2017. 4. 2.(일요일)

■ 어디로 : 근교 깽깽이풀 서식지와 대구수목원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딸아이가 멀리 인천까지 연수를 간다.

1시 기차를 예매했기에 내 시간이 애매해졌다.

역까지 데려다주는 건 아내 몫으로 맡기고 나 혼자 길을 나서야 할 판이다.

혼자라면 먼저 경산부터 가 만주바람꽃을 보고,

그 다음에 깽깽이풀 자생지로 이동을 해도 되는데

아비의 꽃바람 욕심에 먼 길 교육가는 딸아이를 외면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내가 딸아이를 데려다 준다면 아내랑 함께 꽃을 보러 갈 수도 있다.

귀한 꽃을 영접하는데 혼자 보고 올 수는 없는 노릇

만주바람꽃을 포기하면 딸아이도 데려다 주고, 아내랑 함께 갈 수도 있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결국 1시가 넘어 깽깽이풀 서식지를 찾아 나섰다.

시간적으로 봐 늦은 감이 있지만,

목적지가 멀지 않아 한 가지만 보려 한다면 크게 늦은 것도 아니다. 


알고 보니 내 사는 근교에도 희귀식물을 비롯한 귀한 식물이 많다.

그것도 모르고 변산바람꽃을 비롯한 바람꽃 종류를 보기 위해 멀리 있는 경주와 포항까지 갔다.

올 2월에는 앉은부채를 보려고 혼자 충청도 미원까지 다녀오지 않았나.

오늘도 근교에 깽깽이풀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면,

이 녀석을 보기 위해 어디까지 갔을지 자못 의심스럽다.


정보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며 찾아간 곳은 대구수목원에서 멀지 않은 비슬산 자락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도로변 가까운 곳에 시작점인 저수지가 바로 보였다.

저수지 가까운 곳엔 이미 너댓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그 차량의 주인은 아마 깽깽이풀을 만나기 위해 온 꽃님들의 차량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우린 마을 한적한 어귀에 주차를 하고 슬렁슬렁 저수지로 갔다.

짐작한 대로 주차된 차량은 깽깽이풀을 만나기 위해 온 꽃님들의 차량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깽깽이풀 서식지로 가지 않고 저수지 가까운 곳에서 흔한 제비꽃을 찍고 있었다.

그 순간 아하! 여긴 아직 깽깽이 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는구나란 생각이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제비꽃을 찍고 있는 꽃님에게 '"깽깽이가 아직 피지 않았나 보군요.' 했더니

'일행이 올라갔는 데 이제 몽우리가 올라온 정도라네요.'

'가실 필요 없어요. 가도 볼 것도 없어요.'

다소 투박한 말투로 먼저온 사람 중 누군가가 내뱉는다.


또 김이 팍 샌다.

말씀하시는 품새로 보아 이제 언 땅을 비집고 촉만 겨우 드러낸 모양인데

어째 올해는 작년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검색한 바로는, 작년 오늘 날짜 같으면 활짝 폈는데 여긴 또 일주일 정도 더디게 핀다.

그러고 보니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경주에서도 그랬고, 경산에서도 그랬다.

경산은 근 2주나 늦었다.

올해는 봄이 일주일 이상 늦나 보다.

앞으로 또 가야할 곳이 많으니 서식 상황을 잘 참고해서 다녀야겠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우린 처음이니 서식지라도 확인하고 산행을 해야겠다 싶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미리 숙지하고 참고하기 위해 출력해온 코스대로 움직였다.

가는 길엔 군데군데 꽃님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꽃이 피지 않았다는 반갑잖은 비보만 전한다.

그럼에도 우린 아랑곳 하지 않고 느긋한 행보를 한다.

서식 지점이라도 정확하게 알고가야 겠다는 심산이다.


갈림길에 들어서니 또 먼저 출사나온 꽃님들이 보인다.

목적지를 재확인할 겸 서식지를 물으니 여기 저기라며 서식 지점을 일러준다.

나름대로 서식지를 여물게 파악하고 간지라 손가락으로 대충 일러 줘도 대번 어느 곳인지 알 것 같았다.

길을 알려준 이는 산으로 바로 직행했고, 우리는 일삼아 둘러갔다.

거기가 거기라 생각하고 산을 먼저 한 바퀴 돌 심산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길이 이상야릇하다.

분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을 하는 인근 주민인 듯한 분들께 물어봐도 잘 모른다.

심지어 이 지역 토박이라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도 안내판이 있는 지점을 모른다.

야생화에 관심이 없으니 본인이 평생 살고 있는 고장에

그것도 소시적부터 이 산을 다녔다는 초로의 노인이

그 유명한 깽깽이풀 서식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계신다.

깽깽이풀을 보기 위해 오늘도 멀리 부산에서 한 달음에 달려온 부부들도 있더만... 

역시 관심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정확한 서식 지점을 찾지도 못했는데,

찾아본들 아직 꽃도 피지 않았다고 하니 아내는 그냥 산이나 가잔다.

그도 일리가 있어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산이래야 높지 않으니 잠시 올라가면 된다만,

간 김에 능선을 휘둘러 임도를 따라 내려올 참이었다.


능선을 따라 곧장 가자니 아무래도 서식지의 미답 상태가 찝찝했다.

아내도 공감을 했는지 정상에서 서식지 지점으로 내려가 정확한 지점을 찾고 가잔다.


준비한 자료나 출사나온 꽃님들 얘기에 의하면 분명히 우리가 간 이 부근이 맞는데

도대체 서식 지점을 알리는 안내판은 보일 기미가 없다.

마침 다행스럽게도 처음 나온 갈림길에서 서식 지점을 가르쳐 준 사람을 다시 만났다.

알고 보니 등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속으로 더 들어가야 했다.

그분을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가까이 두고 헤맬 뻔 했다.


찾아 헤매던 안내판을 보니 왜 그리 반갑던지

아내가 먼저 보고 마치 이산가족 상봉 한 듯 '여기 있다'며 소리를 지른다.


가까이 있었건만 찾지 못하고 헤메고 다녔다.

그리고 거기엔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깽깽이풀이 있었다.

오면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로는

이제 겨우 땅을 비집고 촉이 올라온 상태라 여겼는데

직접 보니 꽤 많이 성숙한 상태였다.

사람들 말만 듣고 그냥 갔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


꽃 사냥을 나온 이후 처음으로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

남들이 그리할 땐 '별 웃기는 사람도 다 있구만.'하며 웃기도 했는데

이제 내가 자연스럽게 그런 자세가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쪼그려 앉더니 급기야 깔판도 없이 엎드리기까지 한 것이다.

그 참, 사람 일이란 한 치 앞을 모를 일이다.

꽃을 찍기 위해 내가 엎드리다니, 그것도 깔판도 없이...


기대했던 깽깽이풀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라 꽃망울을 머금은 상태였지만,

일주일만 있으면 꽃잎이 활짝 펼쳐질 것 같아 보였다.

빽빽하게 움집해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부락의 소집단을 연상케 했다.


가족 단위로 부락을 형성한 군락은 꽤 안전지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 둥치 뒤에 숨어서 자라거나, 낙엽을 덮고 자신을 감춘 채 올라온 애들도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서식지를 발견한 희열감만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 녀석들이 모두 갓 태어난 강아지 새끼처럼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눈을 뜰 것이다.

일주일후면 확실하게 눈을 부릎 뜬 경이로운 모습을 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주일 후에 또 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어떻게 된 게 늘 시기를 일주일 앞당겨 간다.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어 갈 곳이 한두 군데 아니건만,

늘 시기를 잘못 맞춰 갔던 곳을 또 가는 불상사가 자꾸 생긴다.


어쩌겠나. 답답한 사람이 샘을 파야지.

다음 주에 또 가보자.

아니지. 다음 주엔 안 된다.

다음 주면 7일(금요일)날 고등학교 동기들과 1박 2일 동안 고령대가야축제를 가기로 했잖아?

어쩌지. 한 주일 더 늦추면 연약한 깽깽이가 다 질텐데.


다음 주면 고령대가야축제에 참석했다가

간 김에 다음 날 황매산으로 갈 계획인데 어떻게 하지?

황매산으로 가야 하나? 오늘 길에 깽깽이숲으로 달려가야 하나?

참 갈 곳도 많고, 쓸데없는 갈등도 많다.

어쩌지, 에이 모르겠다.

그건 그 때 가서 형편에 맞게 행동하자.






깽깽이풀이 있는 산, 그 속으로 들어가다.


 

들머리 저수지


가는 길에 들다본 큰개불알풀(큰봄까치꽃) 서식지


저수지 우측으로 서식지를 찾아 올라갑니다.


오늘 이 산에서 가장 많이 본 게 이런 제비꽃입니다.


깽깽이풀 서식지를 찾지 못해 일단 가벼운 산행부터 하고 봅니다.


10~20분만 가면 능선에 닿습니다.


자작나무가 잘 자라고 있더군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갑니다.


정상이래야 가벼운 정도죠.


표식을 올려 놓았으니 서식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요.


잠시 쉬어 간다.


깽깽이풀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혹시 이 녀석들인가 싶어 담아봤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아니었다.


드디어 안내판을 만났습니다. 이걸 찾지 못해서리 쯧쯧쯧...


저수지로 다시 내려와 저수지 풍경에 젖어봅니다.


광대나물이 지천이군요.














아쉬움에 오는 길에 있는 대구수목원의 봄을 찾았다.



대구수목원이 봄빛에 무르익었다.

깽깽이풀을 보러 간 곳의 깽깽이는 아직 채 눈을 뜨지 않았고,

보이는 건 양지꽃이랑 제비꽃이 주류를 이루었다.

무덤가에 솜방망이가 다문다문 있기도 했지만, 그 정도가 다였다.

아쉬움이 남아 오는 길에 대구수목원을 찾았다.

봄빛이 완연했다.


수목원의 봄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물론 원예용이 주종이지만, 그래도 이 봄에 맞춰 있을 건 다 있고, 피어날 애들은 다 피었다.

시부저기 들렀다가 생전에 본 적 없던 애들까지 보는 행운을 얻었다.


깽깽이풀과의 만남을 염원해서 그런지

뜻하지 않게 수목원에서 나래를 활짝 펼친 녀석을 만났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쁨은 배가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간절하게 보고파 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아

수목원의 깽깽이가 우리를 자기 곁으로 이끌었다란 생각을 해 본다. 


아쉬움이 남아 오는 주말에 자생지를 한 번 더 갈까 하는데

주말엔 고등학교 동기들과 고령대가야축제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 가지 못 할 공산이 크다.

만약 가지 못하면 수목원에서 활짝 핀 깽깽이풀을 본 것으로 만족을 해야 된다.


수목원에 핀 봄꽃은 다양하기 그지 없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내 눈에 보이는 수목원의 실상은

봄이 이미 왔다 가버린 느낌을 줄 정도로 한여름만큼이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수목원에 핀 꽃에서 빠른 여름까지 본 것이다.


물가에 핀 노란 수선화가 방긋하며 미소를 머금는가 하면,

그 무리 속에 생전 처음 보는 은방울꽃 같은 모습을 한 애도 보인다.

은방울꽃이라기엔 모양도 약간 다르고 꽃이 피어날 시기도 아니기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름표가 없어 정체를 알 수 없다.

집에 와 알고 보니 이름이 '은방울수선화"란다.

그렇군. 은방울은 은방울이구먼.


수목원의 봄은 총천연색이다.

하얗고 노랗고 빨갛고 무지개 색깔이 다 있다.

보고파 했던 깽깽이풀을 위시해 할미꽃, 튤립, 돌단풍, 머위, 산민들레

가는잎조팝나무, 복수초 열매, 자주광대나물, 작약, 종지나물, 히어리

백목련, 별목련, 작약, 솜나물, 삼지닥나무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풀과 나무가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더 많은 종이 있지만, 다 담을 수 있는 재간이 없다.

시간 날 때마다 무시로 드나들며 이름을 익히고 꽃향기에 취함이 최선이다.

지금부터 늦가을까지 수목원의 식물은 앞다투어 제 모습을 뽐낼 것이다.

부지런히 방문하여 이름 하나 더 건지고, 꽃향기에 취하노라면

그보다 더 멋진 삶이 어디 있으랴.


수목원이 가까이 있다면 그 지역 주민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번이라도 더 갈 수 있으니

멀리 있는 사람보다 복이 더 많다.


꽃향기 진하게 배인 중년의 신사

진정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대구수목원의 봄맞이 풍경


어린 딸아이와 아빠의 정겨운 모습 


안 되겠는지 아이에게 도움을 주네요.


물가의 수선화가 봄의 정취를 한 껏 부추깁니다.


은방울꽃을 닮았다 했더니 '은방울수선화'라고 하네요.


할미꽃도 보이고...


빠알간 튤립도 보입니다.


모양은 많이 흐트러졌지만 청색 노루귀도 있었네요. 흰색 노루귀도 있었지만, 모양이 너무 흐트러져 올리지 않았답니다.


자생지산에서 활짝 핀 모습을 못 본 깽깽이풀을 수목원에서 원없이 봅니다.


백목련도 활짝 폈고 처음 본 별목련도 있었습니다. 




홍매도 익을 대로 익었습니다.


이 녀석은 현호색 같기도 하고 자주괴불주머니 같기도 하고???


가는잎조팝나무도 하얀꽃을 이쁘게 달았습니다. 


깽깽이풀의 품격있는 모습


정갈한 부인의 귀티나는 모습이랄까요. 


원없이 봅니다.


돌단풍도 한 껏 물이 올랐습니다.


다른 돌단풍과 색감이 많이 다르네요. 분홍빛이 섞여 있어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제대로 돌에 핀 돌단풍입니다.



머위도 꽃이 폈고


목련 같아 보이지 않는 별목련

별목련이 자목련처럼 자주색도 있었습니다.


미치광이풀을 여기서 보다니... 팔공산 치산계곡에서 늘 보던 녀석인데 요즈음 잘 보이지 않더라구요. 몰상식한 사람이 다 캐 버렸는지 갈 때마다 봤는 데 요즘은 사라져 버렸더군요.



산민들레라 해야 하나? 온 천지에 핀 것이 서양민들레라 토종은 보기 힘들죠.



복수초가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도 처음봅니다.


고급 한지 재료로 사용한다는 삼지닥나무. 요즘 방영하고 있는 '신사임당'에서 한지를 많이 만들던데 그 재료인지...


솜나물도 자릴 잡았네요.


수선화가 군락을 이룬 모습도 장관입니다.

한 녀석이 삐졌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네요.


자주광대나물


작약도 막 자라고 있습니다.


미국제비꽃이라고 하는 종지나물


할미꽃을 수목원에서 보다니...


히어리는 수목원에서만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