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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보현산의 봄은 무엇을 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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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까운 곳으로 가

나도바람꽃이나 만나야겠다.



■ 언제 : 2017. 4. 23.(토)

■ 어디로 : 영천 보현산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태백산을 가야 했는데 결국 가질 못했다.

애들 현장체험학습 목적으로 부산을 다녀온 후 가진 저녁 모임이 문제였다.

퇴직하신 이*숙교장, 8월 정년을 앞둔 곽교장

올해 교장교감 자격 지명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임교감과 이 장학사

그리고 올해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재간둥이이자 귀염둥이인 황부장.

 

황부장은 모임의 꽃이다. 그러고 보니 황부장이 막내인 셈이군.

멤버가 이러하니 하룻밤이 무사할 턱이 없다.

그대여 부어라. 나는 마시리~~~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오늘 아침 태백행은 애당초 물 건너 간 거나 다름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부자리에서 뭉그적거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9시가 넘었다.

대책 없이 하룻밤을 즐겁게 지냈으니 고스란히 그 대가를 지불받은 셈이다.

태백을 가자면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기상 시간이 늦었으니 태백을 간다는 것은 애당초 물 건너간 셈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드러누워 있을 수만 없는 노릇.

한 주를 건너뛰면 다음 주까지 일주일을 쉬어야 하니 어디든 다녀와야 한다.

이럴 땐 근교산이 최고다. 요즘 같은 봄날이면 근교산이랄지라도  갈만한 곳이 꽤 많다.

 내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만만한 팔공산도 있고 달성군 현풍면의 비슬산도 있다.

다부동에 유학산도 있고 그 외 근교의 다른 곳도 갈 곳 많다.

하지만 오늘은 태백을 가기로 했다가 가지 못했으니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야생화 탐방지를 찾아야한다.

적어도 별이 쏟아지는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 정도는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현산은 행여 태백을 가지 못할 경우 차선책으로 점지해 둔 곳이다.

그래서 요즈음 어떤 꽃이 피고 있는지 미리 사전 탐색까지 해 두었다.

오늘 보현산 출사의 주인공은 나도바람꽃이다.

이리저리 검색해 봤지만, 나도바람꽃이 아직 활짝 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저버리지 않았다.

나도바람꽃이 피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현산이 아니던가?

날 그냥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보현산! 그 명성만 믿고 갔다.

 

꼬불꼬불 꼬부랑길을 올라 천문대 주차장에 당도했다.

주차장엔 이미 꽃사냥을 나온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내와 난 먼저 천수누림길부터 갔다.

그 길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포를 들고 부지런히 사냥감을 찾아다녔다.

우린 조금 가다가 돌아 나왔다.

나도바람꽃부터 먼저 만나고 다시 그 길로 가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샅샅이 사냥감을 훑어 볼 참이다.

 

나도바람꽃이 피었겠나하는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세상에나! 보현산 한 쪽 기슭은 완전 나도바람꽃 군락이다.

그것도 활짝 핀 채로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체 수가 너무 많아 밟힐까 싶어 조심스럽게 걸어야 할 정도였다.

한 무리의 출사 팀이 다녀가고 또 한 무리가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붐비지 않아 촬영하는 분위기마저 좋았다.

 

나도바람꽃은 오늘 처음 만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바람꽃을 꽤 보고 다닌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그리고 나도바람꽃까지

무려 5종이나 보았다.

그동안 산에 다니며 우연히 조우하는 애들만 볼 때는 눈에 뵈지 않더니

서식지를 알고 가서 그런지 목적한 바를 쉽게 달성한다.

 

나도바람꽃 군락지에서 무려 2시간 이상을 놀았다.

날씨가 좋아 얇은 옷을 입고 온 아내는 막상 산에 오니 춥다며 차에서 쉬기로 하고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며 인물 좋은 꽃을 찾아다녔다.

개체 수가 워낙 많아 인물 좋은 모델이 도처에 널려있다.

웬만한 애는 그냥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무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모델이 수두룩하다.

나도바람꽃만 대상으로 무려 수백 장을 찍었다.

 

나도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다.

주로 높은 산에 서식하며, 습기가 많고 그늘진 숲 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4월에서 6월 사이에 피며, 줄기 끝의 잎처럼 생긴 포엽 위에

산형꽃차례로 달리고, 흰색 또는 분홍색을 약하게 머금고 있는 흰색이기도 하다.

 

지금 보현산 나도바람꽃은 활짝 핀 애들부터 아직 꽃망울을 맺고 있는 애들까지

한창 물때가 올라있다.

조만간 계속 피고 지고를 되풀이 할 것이다.

조그마한 꽃이 우산 살대를 따라 펼쳐진 것처럼 피어

올망졸망하니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이 맛에 산을 다니는 것 아니겠나.

 

여기는 이 친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란꽃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된 흰괭이눈과

새순이 쑤욱 올라온 싱그러운 박새가 한 인물 더 하고 있다.

성숙한 박새를 보다가 이제 막 싹을 내밀고 고개를 내민 박새를 보니

그 또한 싱그럽기 짝이 없다.

뭐라고 해야 할까?

움트는 생명의 신비와 건장함을 박새의 새순을 보며 느낀다고나 할까?

난 박새의 새순에서 그 기를 받아 챙긴다.

 

나도바람꽃과 헤어지자니 발걸음이 쉬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이 아이랑 놀 수만은 없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먼저 갔다가 돌아온 천수누림길로 다시 이동 했다.

천수누림길은 데크로 이어져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며 가는 길 주변은 온 천지가 야생화 밭이다.

이렇게 편하고 쉽게 이동하면서 야생화를 접할 수 있는 곳도 잘 없을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닌지라 노랑제비꽃과 개별꽃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제 철엔 이 길만 다녀도 웬만한 산에서 보는 귀한 야생화는 다 본다.

이 길은 세 번째이기에 야생화 서식 환경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숲 속에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이다.

마치 노랑나비가 춤을 추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제 다른 걸 좀 보았으면 하는데 가는 길 내내 이 녀석들이 숲 속을 장악하고 있다.

굳이 다른 애가 있다면 현호색과 제비꽃, 개별꽃 무리 정도다.

 

비가 올 듯 말 듯 하더니 갑자기 번개와 천둥이 심하게 내리친다.

우산은 하나 챙겨왔지만, 아내가 저 멀리 산등성을 바라보며 햇살이 말갛단다.

날씨가 겁만 주는 것 같아 저러다 말겠거니 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아내가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 하얀 잎에 노란 무늬가 있는 노랑무늬붓꽃 한 송이가 딱 보인다.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갑다.

노랑무늬붓꽃을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 반갑다.

작년에 소백산 천동계곡에서 빛바랜 녀석을 본 이후로 처음 본다.

나름 귀하게 만난 친구다.

 

몇 걸음 더 가지 않아 쥐오줌풀이 보인다.

아직은 이른 계절인데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은 맞는데 잎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쥐오줌풀은 많이 봐 왔기에 낯이 익은데 이 녀석은 뭔가 좀 특별나게 보여 순간적으로 헷갈렸다.

잎이 좀 거칠고 투박하며 커 보였기 때문이다.

넓은잎쥐오줌풀이거나 좀쥐오줌풀인가 봤더니 그도 아니다.

그냥 쥐오줌풀인 모양이다.

 

말짱한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계속 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씨가 꾸무리해졌다.

곧 한바탕 퍼부을 기세다.

아무래도 비를 맞지 않으려면 팔각정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가야할 것 같다.

특별한 애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괜히 비 맞을 필요까지 있겠나 싶다.

 

다행히 팔각정에 당도하자마자 비가 내렸다.

내친김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놈의 비가 예상한 것처럼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다.

비가 그치면 이 주변을 더 훑어볼 요량인데 좀처럼 그칠 기미가 없다.

오늘 본 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데 애만 탄다.

 

20분 정도 기다렸나.

예정에 없던 비라 야속했지만, 곱게 물러갈 것 같지 않아 그만 내려가기로 했다.

다행히 우산 하나는 챙겨왔기에

우산 하나에 둘이 몸을 맡기고 슬슬 걸어 내려왔다.

오른쪽 어깻죽지가 비에 다 젖는다.

아내는 왼쪽이 젖는단다.

나는 아내 쪽으로 더 많이 치우치게 드는데 아내는 자꾸 내 쪽으로 더 치우친단다.

우산 하나가 우리 둘을 감당 못 한다.

 

아쉽지만, 그만 하산을 해야겠다.

아나콘다 같은 꼬부랑길을 다시 내려가는 데 이 놈의 비가 그치고 있다.

이런, 제기랄~ 계속 내릴 것이지~ 그치기는 왜 그치노~

 

내려가는 길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 쓰인 전망대가 나온다.

올라갈 때 차를 세우고 보고 가려다 내려올 때 보기 위해 아껴둔 곳이다.

보현산에 세 번이나 왔지만, 이곳에 있는 전망대는 들린 적이 없다.

비도 그쳤겠다.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는 그야말로 명당 중에 명당이었다.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따라 올라온 아나콘다 같은 길이 훤히 다 보인다.

구부러진 길을 보자면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날에 보면 실감이 더 날 것 같았다.

지금은 길가의 숲에 잎이 무성해져 길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꼬불꼬불한 흔적은 뚜렷이 남아 있다.

 

전망대 뒤쪽으로 가 별다른 게 없나 싶어 유심히 살피다 생각지도 않은 할미꽃을 발견했다.

방금 비가 내려 그런지 다소 처량한 모습으로 입을 닫고 있었다.

할미꽃은 세 송이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조우했지만, 왠지 외로워 보인다.

 

2016312일 홀로 팔공산 치산계곡에 갔다가 영천 보현산을 들린 적이 있다.

하필이면 그때 천문대 주차장으로 가는 임도가 공사 중이라 길을 막고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간 길이 아까워 산책삼아 다녀온 곳이 있었다.

그냥 가기에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기에 아내랑 함께 그 길을 걸었다.

짧은 길이었지만, 잠시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산을 다녀 오고나면 늘 저녁 시간과 마주친다.

집에 가면 아내가 저녁을 차려야 하니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종종 밖에서 저녁끼니를 때우고 가는 편이다.

우리가 주로 가는 식당은 돼지국밥집이거나 국수집이 주류를 이룬다.

돼지국밥은 내 입맛에 맞춘 것이고, 국수는 아내 입맛에 맞춘 것이다.


국수집은 2,900원인데 가격도 싸지만, 맛도 좋다.

맛이래야 MSG 향미가 주된 맛이지만, 어쨌든 우린 맛있게 먹고 간다.

오늘도 아내는 국수를 먹고 싶어 해 어김없이 2,900원짜리 국수집을 찾았다.

유독 MSG를 싫어하는 아내이건만, 어찌된 심판인지 이 집 국수는 그렇게 좋아한다.

 화학조미료 냄새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전문가를 앞세우고, 주린 배를 잔뜩 채웠다.



보현산 봄나들이



저 아나콘다 같은 꼬부랑길을 따라 오르면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이 나온다. 이 그림은 위쪽 전망대에서 촬영한 그림이다.


박새의 새순과 어우러진 나도바람꽃 군락지다.


나도바람꽃이 지천이다. 이렇게 많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박새의 새순이 얼마나 신선하던지 자칫 나물로 무쳐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길 지겨이더만요. 하지만 박새는 먹으면 큰 일 납니다. 박새 잎은 유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절대 식용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새순은 싱그럽기만 하다.


박새와 어우러진 나도바람꽃. 나도바람꽃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나 봅니다. 박새와 한 판 겨루기를 하고 있네요.


한 무리의 진사들이 다녀간 후 삼삼오오 짝을 지은 탐사객이 있는 정도다.


밟을까 싶어 걸음을 떼기가 겁 난다. 조심 조심 다녔어도 꽤 밟고 다녔을 것 같다.


여긴 모델이 아주 상품이다. 솜씨가 일천하여 이런 좋은 모델을 이렇게 밖에 못 담다니 많이 아쉽다.



이 얼마나 진기한 광경인가!!!


흰괭이눈인지 산괭이눈인지 괭이눈도 많이 보인다.



이제 보현산에 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천수누림길을 따라 팔각정으로 가 주변을 좀 더 살피고, 시루봉으로 해서 내려와야겠다.


노랑제비꽃 투성이다.


보현산 야생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을이 끝날 때까지 엄청날 것이다.


지금은 노랑제비꽃 일색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 일대는 꿩의다리와 냉초, 범꼬리 등이 잠식할 것이다.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결국 비를 내린다. 팔각정에서 비를 피하다 쉬 그칠 것 같지 않아 오늘 일정의 막을 내리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멋진 전망대가 있어 들렸더니 내리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 했다.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아나콘다와 같은 저 길이 훤히 다 보인다.


이 사진만 보면 어디쯤에서 찍은 그림인지 대번 알 것지요.


애마 모닝. 내 차보다 요즘은 모닝을 더 자주 몰고 다닌다.


멋진 전망대가 있는 이곳에 팔각정이 있다. 여기서 할미꽃을 봤지요.





더 내려 오다가 잠깐 내려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간다. 


개나리가 유난히 이뻐 보인다.



산책길에서...


임도 중앙에 토끼가 버티고 있더니 차량이 다가가자 겨우 요만큼 움직인다. 산토끼는 아닌 것 같고 가출한 토끼일 가능성이 많다.


잠시 눈치를 보더니


친구인지 부부인지 만나러 내려간다.


둘이다. 함께 짝을 지어 날 피하는데 멀리 가지는 않는다. 살이 찌고 거동이 날쌔지 않아 산짐승의 먹이가 되기 십상일 것 같은데 무사했으면 좋겠다.


아래는 보현산에서 만난 나도바람꽃 모음이다. 오늘 보현산에 온 이유다.

















이 친구들도 꽤 이름이 어렵다. 일단 흰괭이눈으로 본다.








개별꽃



꿩의바람꽃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싱그러운 박새가 많이 보였다. 산마늘과 혼돈하여 식용하면 큰일납니다.



꿩의바람꽃


박새와 현호색

현호색



노랑제비꽃


피나물?

피나물


노랑제비꽃


피나물



쥐오줌풀


각시붓꽃


노랑무늬붓꽃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