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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지리산 백무동-세석-장터목-천왕봉-백무동 산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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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8월의 마지막을 지리산 품에 맡겼다.

 

- 2부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세석대피소는 그 일대가 산정 고원을 이루는 평전이다. 늦은 여름이지만 아직 많은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고,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룬 채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세석평전의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기만 하다. 구름이 산정을 비켜가고 바람은 잔잔한 것이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지리산 산행하면서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오늘 산행 운은 꽤나 좋은 편이다.


안치환씨의 지리산 노랫가락에서나 듣던 세석평전, 그리도 가고 싶었는데, 노래로만 듣다가 오늘에서야 결국 올라오게 되었다.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 벼르고 벼르다 지리산 여기저기 좌충우돌하며 발을대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오게된다. 지리산은 무당이 많이 살고 있었다는 설이 무성한 골짜기가 있어 그런지 신묘한 마법이 있는 것 같다. 누구든 지리산에 발을 디디면 마치 도돌이표를 찍은양 자꾸 되풀이하여 지리산을 찾게된다. 우리도 그런 마력에 이끌렸는지 지난주에 이어 다시 먼 길을 마다않고 또 찾아 왔다.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촛대봉과 연화봉이 있다. 초행길이라 봉우리가 있으니 또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코스가 있지 않겠나 짐작하며 가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작은 오름길이 있기는 해도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니었다. 지리산 주능을 이어가는 길이라 가파른 길도 없고 평이한 능선길이 이어졌다. 세석평전을 걷는 길은 등로 주변에 온갖 야생화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축 늘어진 산오이풀은 물론이려니와 붓대롱 모양으로 아직 망우리가 펴지지 않은 과남풀을 비롯하여 보랏빛 진한 투구꽃 군락, 하얀 산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 오리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듯한 흰진범, 노랗게 핀 미역취와 하얀 참취꽃, 배고플 때 시어미 몰래 먹으려고 밥풀떼기 2개를 붙여 놓은 고개 숙인 꽃며느리밥풀 그리고 지리산에서만 자생한다는 노랗게 핀 꽃이 한창 물 오른 지리고들빼기를 보며 걷는 이 길은 힘들어도 결코 힘들지 않는 천상의 꽃길이다. 이런 길을 거닐며 지겨워 하고 힘들어 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산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그저 앞만 보고 산이 있어 무작정 오르기만 하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산을 오르는 목적이야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겠지만, 난 요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다가 아니라 힘든 산길을 오르며 눈에 보이는 사물을 바라보며 위로하고 받는 맛으로 다닌다. 무조건 걷는 것은 고루한 일이다. 높은 곳에 올랐으니 구름 속에 묻혀 보기도 하고 산정에 부는 차가운 바람도 맞아보고 계절에 맞춰 피는 야생화의 고운 얼굴과 인사도 나누며 걸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하면 제 아무리 높고 험한 산이라 하나 두려움보다 훨씬 정겹고 부드럽게 느껴질 것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 아니던가? 그러니 당연히 높은 만큼 힘이 드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런 지리산의 품속을 마치 어머니의 포근한 치마품처럼 따뜻함을 느끼며 가니 과연 지리산은 신령스러운 산은 산인가 보다.


이렇게 지리산 주능이 주는 즐거움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듯 세석에서 촛대봉과 연화봉을 지나 장터목에 이르렀다. 먼저 촛대봉에 도착해 천왕봉을 바라보니 오늘 가지 못할 아쉬움이 내재되어 그런지 자꾸만 보고 또 바라본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얄밉게도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촛대봉에서 쉬고 있던 어떤 산우는 촛대봉에서 천왕봉 사진을 찍을려고 30분 이상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난, 1분이면 대여섯장을 찍어 버리는데...

 

장터목은 2년 전 역시 아내와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찍고 하산길에 들린적이 있었다. 그때 지리산에는 많은 비가 내려 장터목에서 쉬어 가며 하산할 기회를 노리는데 비가 쉬 그칠 것 같지 않아 하산을 강행하다가 애를 먹은 곳이다. 오늘 세석을 돌아오며 장터목에 다시 발을 딛으니 그때의 감흥이 새롭게 밀려온다.


장터목에서 잠시 쉬는둥마는둥 하면서 오늘 우리는 결국 무리수를 둔다. 천왕봉을 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뿌리치다가 결국 동조를 하고 천왕봉을 가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천왕봉을 갈려면 조금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애초부터 가지 않으려고 계획을 했었기에 볼 것 다보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쉬엄쉬엄 다녔는데 천왕봉을 이제사 가자니 같잖지도 않다. 못마땅한 내색을 풀풀 풍기며, 가다가 못가면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장터목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천왕봉으로 간다. 아무래도 오늘 무리를 하는 것 같다.

 

산행기 3부에 계속

 

 

 

 

산그리메 위로 층층이 떠있는 구름을 넋놓고 바라 보고 있다. 무엇이 나를 여기에 있게하고 이 길을 걷게 만드는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어줍잖은 산객의 발길 또한 그렇게 떠돌고 있다.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능선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꽃향기를 마시며 그렇게 쉬엄쉬엄 가면 된다.

 

세석평전은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평전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온갖 야생화가 즐비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산정에 있는 송이풀은 한신계곡을 따라오며 보던 송이풀과는 색감이 사뭇 다르다. 아래쪽에서는 잎과 꽃이 연두빛과 분홍빛을 띠고 있던데 위로 오니 거무튀튀한 것이 색깔이 짙다.

 

세석대피소가 멀어지니 대피소가 자리잡고 있는 주변환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래됨직한 구상나무 아래서

 

평전에 가득찬 구상나무와 푸르디푸른 맑은 하늘이 참으로 평화롭다.

 

세석에서 촛대봉으로 가는 길은 지리산 종주 주능선길로 이어지며 주변은 온갖 야생화가 자라는 천상의 화원이다.

 

멀어지는 세석이 뭐가 아쉬운지 자꾸만 뒤돌아 보며 찍고 또 찍는다.

 

짙은 송이풀을 자주 만난다.

 

하늘이 맑고 푸르러 그냥 갈 수 없다.

 

지리산 주능을 걸으며 조밥나물도 오늘 처음 만난다.

 

마지막으로 세석을 뒤돌아 보며...

 

용담과의 과남풀인지 용담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일단 과남풀로 동정을 해본다.

 

세석평전의 습지에 사는 식물 분포현황

 

지리산 산오이풀은 나름대로 산길 등로를 걷는 산우들과 매우 친근한 벗이 되어 준다.

 

진보랏빛의 투구꽃도 자주 눈에 띠고 군락도 더러 보인다. 

 

촛대봉. 여기가 해발1,703m

 

촛대봉과 대피소는 요즘 공사를 하느라 공사 재료믈 많이 쌓아 놓았다.

 

저기, 왼쪽에 홀로 앉아 있는 이는 천왕봉을 거쳐온 사람인데 촛대봉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을려고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며 현재 30분간 대기 중이다. 참 대단한 정열이다. 

 

주변 경관을 배경으로

 

눈만 돌리면 보이는 그곳이 바로 장관이다.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잘 어우러져 있다.

 

촛대봉에서

 

저멀리 천왕봉이 아직 구름에 가려있다. 구름이 빨리 걷혀야 아까 촛대봉에 있던 사람이 얼른 찍고 내려갈텐데...

 

촛대봉에 앉은 까마귀 한 마리.

 

세석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면 촛대봉이다. 촛대봉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석평전

 

촛대봉에 까마귀가 더 모였다. 이런 것 까지 찍으며 다니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아하, 큰일났네 천왕봉엔 구름이 더 몰려 있네요. 그 사람 걱정되네.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는 과남풀이 자주 출현한다.

 

오리가 겁없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을 한 흰진범

 

노랗게 꽃 핀 미역취 군락도 만난다.

 

참취꽃과 미역취가 오리가 꽥꽥거리는 흰진범의 친구가 되어 하모니를 이루네요.

 

흰진범 군락

 

꽃며느리밥풀.

 

지리산의 푸른 창공과 야생화를 다 가져 가시오. 안된다고...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점잔하게

 

지리산 주능에서 보는 산그리메

 

지리산 특산물 지리고들빼기

 

 

어느새 천왕봉에 구름이 걷혀 있다.

 

지금은 고사목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제석봉에 가면 고사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송이풀. 

 

지리산 산그림자

 

 

저 봉우리를 넘어가야 장터목이 나온다.

 

천왕봉은 또 구름에 가리우고 가야할 길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투구꽃 군락도 자주 만나고.

 

구절초도 지천에 널려있다.

 

주능 등로는 전부 꽃밭이다.

 

장터목으로 넘어 가는 지리산 주능

 

구절초 천지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천상을 걷는 길이다.

 

갑자기 구름이 밀려와 금방 시야가 흐려진다.

 

여기도 고사목이 많다.

 

나무는 죽어서도 자연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데 고사목은 죽어서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작품도 만드네요.

 

 

 

 

 

 

멀리서 보이던 이 돌무더기를 넘어서니 연화봉이다.

 

연화봉

 

연화봉에서 산여뀌지 싶은데 처음으로 만난다.

 

 

촛대봉에서 연화봉만 지나면 곧 장터목이 나오는가 했는데 연화봉에서 장터목까지는 30분쯤 가야한다.

 

 

연화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

 

한신계곡을 오를  때는 좀 힘들어 하더니 갈수록 씩씩하게 잘 간다.

 

 

 

 

드디어 장터목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년 전 거의 이맘 때 천왕봉에서 비를 만나 장터목에서 비를 피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때는 참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해 몰려들어 그야말로 우중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더만, 오늘은 그래도 한산한 편이다.

 

 

아랫부분에 흰고려엉겅퀴가 보이고, 꿩의비름도 참 싱싱하다.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