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8월의 마지막을 지리산 품에 맡겼다.
- 1부 백무동에서 세석까지
- 2부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 3부 장터목에서 천왕봉 그리고 백무동까지
■ 언제 : 2013. 8. 31.(토)
■ 어디로 : 지리산
■ 누구랑 : 아내
■ 산행코스 : 백무동-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
상세코스 : 백무동-1.9Km-첫나들이폭포-0.7Km-가내소폭포-0.4Km-오층폭포-3.5Km-세석대피소(세석갈림길)-0.7Km-촛대봉-1.9Km-연화봉-0.8Km-장터목대피소-0.6Km-제
석봉-1.1Km-천왕봉-1.7Km-장터목대피소-2.8Km-소지봉-0.4Km-참샘-0.8Km-하동바위-1.8Km-백무동
산행거리 : 19.1Km
주차장에서 세석과 장터목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지점까지
대략 왕복 2Km 추가하면 산행한 총 거리는 20Km쯤 됨
흔적-백무동에서 세석 가는 길
2011년 7월 26일,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다녀간 이후로 지리산은 잠시 잊고 다른 명산을 찾아 분주하게 다녔다. 그러다 2년 세월이 훌쩍 넘은 올 8월 16일, 박부장 내외와 서부장과 함께 노고단에서 뱀사골을 넘는 코스를 찾기도 했다. 가끔 드물게 찾았던 지리산이지만, 지리산은 언제 어디로 가나 너무 좋아 지리산을 다녀가고나면 자꾸 지리산만 찾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번 지리산 산행코스도 아내랑 둘이서 처음 찾았던 중산리 코스의 반대편인 백무동을 기점으로 세석으로 올라 촛대봉을 거쳐 장터목에서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탐방 궤적을 그리고 또 지리산을 찾았다.
백무동을 향해 새벽 4시에 출발하였더니 이른 새벽이라 88고속국도는 차량 이동이 거의 없어 고속국도는 내 사랑하는 애마의 전용이 되었다. 간간히 화물차가 앞을 가로막아 추월은 커녕 차선 변경마저 할 수 없을 때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88고속국도의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그러려니 한다. 새벽 잠을 설치며 찾은 지리산 백무동의 이름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백 명의 무당이 있던 곳이라 하여 百巫洞이라 부르기도 하고, 높은 지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마을이라 하여 白霧洞이라 하기도 하며, 백 명의 무인들이 머무른 곳이라 하여 百武洞이라고 하는 등 다양한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이름도 뜻도 다양한 지리산의 유명한 마을, 백무동에 당도하니 시간이 어느덧 새벽 7시가 되었다. 3시간이나 걸려 도착예정 시간보다 30분 이상 더 지체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이른 시간이나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보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만 바쁘고 몸은 정작 느긋하게 움직인다. 우리 부부만이 가진 슬로우 산행 스타일이 만든 묵은 습관이 아주 몸에 진득하게 배어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백무교를 건너 지리산의 깊고 넓은 품속으로 들어간다. 세석대피소까지 6.5km나 되니 상당히 골이 깊고 먼 거리다. 이정표를 보니 장터목까지는 5.8km인데 세석으로 가지 말고 장터목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세석으로 가는 한신계곡이 좋아 방향을 세석으로 정했다. 당초 계획에도 장터목으로 바로가면 천왕봉으로 갈 확률이 많아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세석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백무동에서 세석을 거쳐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까지 가면 지치고 힘겨워 천왕봉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지리산 산행의 목적은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자 함이 우선이었으니 한신계곡과 세석평전 그리고 촛대봉과 연화봉을 지나 장터목에서 참샘과 하동바위로 원점회귀하면 그 정도로 충분하고 넘친다.
한신계곡으로 가는 길은 어미의 치마 품처럼 참으로 넉넉하고 아늑했다. 전날 비가 많이 왔었는지 계곡을 흐르는 물은 수량이 풍부하여 조금만 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져도 폭포로 돌변하여 듣는 귀와 보는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계곡이 길어 지겨울만도 하지만, 올라가는 내내 더위를 씻어 주는 이러한 시원한 물 소리와 더불어 이끼가 덕지덕지 낀 바위에 붙어 함께 자라고 있는 바위떡풀과 참바위취가 가녀린 꽃을 피워 무거운 산객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 전방 1~2Km 지점까지는 줄곧 올라가는 길이기는 하나 주변 산천을 즐기며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할 수 있는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 산행길이다. 굳이 천왕봉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세석평전과 촛대봉, 연화봉과 장터목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이 코스도 권장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바위떡풀과 참바위취가 예쁘게 핀 분위기 있는 길도 다 끝났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 일상이 늘 편안할 수만은 없는가 보다. 세석대피소 1~2km 남겨 놓은 지점부터 고된 된비알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4km가 넘는 계곡을 올라 왔으니 말이 편했다는 거지 산길 오르막 4km가 어디 쉽기만 했겠는가? 풀린 다리로 마지막 깔딱고개를 오르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는 오늘 천왕봉을 배제하기로 했으니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 부부만의 특유한 산행 스타일대로 힘들면 쉬어가고 놀며 간다. 우리는 산에서 급하게 서두르는 법이 거의 없다. 마지막 남은 힘든 깔딱고개도 이런 식으로 대처하며 슬금슬금 움직이니 생각보다 크게 맥빠지고 지치지는 않았다.
헐떡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세석대피소에 당도하니 올라올 때는 많이 보이지 않던 산객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대피소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고기를 지글지글 구워 먹는 사람,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 주먹밥을 둘둘 말아 온 사람,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 등 끼여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복잡했지만 우리도 적당히 끼여 앉아 점심 요기나 하고 갈까 하다가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 촛대봉으로 가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점심 먹을 요량을 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2부 이야기로 넘김
지리산 그림 산행기 1부 : 백무동에서 세석까지
함양군 휴천면에 있는 오도령(오도재). 함양에서 지리산제1문을 지나 백무동으로 가는 길에 있다. 88고속국도를 따라 백무동 가는 길에 마치 속리산 말티재 같은 꼬부랑길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지리산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지리산제1문. 언젠가 충북대학교에서 부전공 연수 시 만난 함양사는 연수 동기생을 만나러 왔다가 잠시 머물다간 기억이 새롭다. 칠선계곡 어느 식당에서 석이버섯과 함께 삼계탕도 먹고 했는데...
드디어 백무동탐방안내지원센터가 있는 주차장에 당도했다.
초입에 있는 탐방지도를 보고 어디로 갈까 다시 되짚어 본다. 일단 여기서는 당초 계획대로 백무동-세석-장터목-백무동 코스로 가리라 다짐한다. 세석으로 갈 길을 정한 이유는 장터목으로 가면 천왕봉 욕심에 세석평전과 한신계곡의 비경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천왕봉을 배제시키기 위해 세석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자, 이제 드디어 먼길 달려온 피로감을 뒤로하고, 백무교를 지나 지리산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새벽 7시다.
탐방안내센터에서 조금만 올라오니 장터목과 세석으로 가는 갈림길이 처음으로 나온다. 여기서 장터목으로 갈까 잠시 갈등을 하다가 그냥 처음 결정한대로 세석으로 올라간다. 아무래도 장터목으로 가면 세석으로 가지 않고 천왕봉으로 갈 것만 같다. 천왕봉은 2년 전 7월에 다녀온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세석평전과 한신계곡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세석대피소까지는 6.5Km의 먼길이다.
현재까지는 백무동-세석-촛대봉-장터목-백무동으로 회귀하는 코스로 결정한 상태다.
40여 분 올라오니 첫나들이폭포가 나온다.
한신계곡을 오르는 코스는 크고 작은 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몇일 전 비가 많이 왔는지 계곡에는 수량이 풍부하고 물길은 세석대피소 1km 전방까지 계속 이어진다.
곳곳에 다리를 놓아 통행에 불편함이 없으며, 세석대피소 1km 전방까지는 물소리에 바람소리를 더해 길은 멀지만 크게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처음 만난 다리 위에서 아내의 인증샷 한 방 날리고...
백무동에서 오층폭포까지 오는데 3km 거리를 1시간 30분 걸렸다. 쉬어가며 놀아가며 가니 그럴 수 밖에... 오층폭포는 숲에 가려 사진에 담을 수가 없다. 가는 길에 나뭇잎 사이로 드문드문 오층폭포의 모습이 보일 분이다.
계곡을 꽉 채우고 흐르는 물은 유속도 빠르고 수량도 많다.
한신계곡에는 이런 친구들이 살고 있다.
물이 차고 시원한 기운마저 감돈다. 올해 유난히 더웠던 기운을 지리산 한신계곡에서 다 씻어낸다.
또 다리를 건넌다. 세석으로 가는 계곡에는 비교적 다리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저 물속에 발을 담그고 갔으면 좋으련만 아직 갈길이 요원하다.
물봉선과 뭐지...
수량이 많으니 조금만 높은 계곡에서 물이 떨어져도 그냥 폭포로 보인다. 아마 이곳은 가내소폭포인가 보다.
가내소폭포의 전설도 읽어 보시죠.
지난해 태풍 라덴에 의해 무너진 거대한 고목. 나무는 죽어서도 숲 생태를 위해 일을 한다는데...
여기는 소가 형성이 되어 꽤 깊게 보인다.
지금부터 송이풀이 자주 눈에 띈다. 송이풀은 오늘 지리산 산행하면서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다.
드문드문 물봉선 군락과 배초향도 함께 만나고...
방아잎이라고 하는 배초향도 더러 보인다.
물봉선은 아마 끝물일텐데 그래도 꽤나 싱싱한 친구를 만나본다.
건너야 하는 다리도 꽤 자주 나온다. 그만큼 골이 깊고 산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나.
눈에 띄는대로 놓치지 않고 주워 담는다.(배초향)
늘 단풍취 잎만 바라보다가 오늘에서야 지리산에서 꽃 핀 단풍취를 만난다.
계곡이 습하고 해를 보고 뒤로 돌아 앉았으니 관중과 같은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이끼가 내려앉은 바위 위에 바위떡풀이 꽃을 피우고 고귀한 자태를 보여준다.
바위떡풀에 꽃이 핀 모습도 오늘 처음 본다.
이 친구는 하늘말나리 씨방인지 헷갈리네요.
보통 나보다 훨씬 잘가던 아내가 오늘은 몹시 힘들어 한다. 물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데 쉬엄쉬엄 가면되지 경쟁하듯 빨리 갈 필요있나. 내친 김에 좀 쉬었다 가세나.
내려올 땐 이 길로 오지 않으니 시원한 물에 불이난 발이나 좀 식히고 가세나.
녹색의 고사리류 물결 속에 미역취가 노란꽃을 피우며 색감을 더 해 주고 있다.
이 친구는 참바위취라 불러주어도 될란지...
이 친구는 '바위떡풀'이렸다.
박쥐나물인가 아닌가 헷갈리고 있습니다.
또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거친 숨소리와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씻어낸다.
바위떡풀의 꽃이 참 예쁘고 귀티가 난다.
한신계곡에는 바위떡풀이 엄청나게 많다. 대부분 이끼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다.
요놈은 꽃 색깔이 다르지만 참바위취가 아닌가 모르겠네요. 바위떡풀은 아닌 것 같은데...
자, 지금까지는 계곡을 따라 지겹지 않게 잘 올라왔다. 지금부터 힘든 된비알을 한 고비 넘겨야 한다. 세석대피소까지 0.7km는 다들 단단히 각오하고 올라야 한다. 백무동에서 5.8km의 먼거리를 올라왔으니 기력이 쇠약해 졌다. 그런데다 마지막 깔딱고개를 0.7km나 올라야 하니 기진맥진 할 수 밖에 없다.
송이풀을 자주 만나나 온전하게 팔랑개비 모양을 하고 있는 애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바위 하나를 두고 나무들이 그냥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저 친구는 멋드러지게 자리를 잡아 균형미를 과시하고 있네요.
바위떡풀도 오늘 티를 낸다.
가는길이 멀고도 험하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니겠나. 곧 있으면 편한 길도 나오겠지.
거목이 되어 버린 구상나무.
그냥 쑥부쟁이라고 부를란다.
간신히 세석에 올라서니 대번 수리취부터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많이 있던지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처음에는 이름을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심지어 공원 관계자도 그 이름을 잘 불러주지 못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사진을 정리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이 친구가 바로 수리취란다.
이게 마타리가 맞나. 지리산 높은 세석에서 만나니 꼭 마타리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수리취 풍년이다. 풍년~~~
세석에서 촛대봉을 가는 길. 주변은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2km 정도되는 급경사와 너들길이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오는 가장 큰 난관이다. 그러나 하산할 때 장터목에서 바로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코스로 가보니 길이 너무 좋아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가려면 중산리도 아니고 백무동에서 세석 방향도 아닌 바로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웬걸 1시간 남짓 후 부터는 얼마나 너들길과 급한경사가 길게 이어지는지 장터목으로 오르지 않은 것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터목으로 올라가는 것이 세석으로 가서 천왕봉으로 가는 것 보다는 거리가 훨씬 짧으나 내려가면서 직접 경험해보니 장난이 아니다. 백무동을 기점으로 잡고 단순하게 천왕봉만까지만, 겨냥해서 간다면 장터목으로 올라야 하겠지만 우리간 간 코스대로 간다면 세석으로 길을 잡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내 주관적인 견해로는 그리 느낀다.
세석대피소. 대피소 안에는 벌써 많은 산객이 모여 이른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나라 특산물인 흰고려엉겅퀴인지 곤드레나물이라고 하는 정영엉겅퀴인지 헷갈린다. 오늘 이 친구도 지리산 세석에서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세석대피소를 잠깐 둘러보고 장터목으로 바로 발길을 돌린다. 여기가 해발 1557m다.
축늘어진 산오이풀도 올 여름엔 원도 한도 없이 많이 본다.
지리산 같은 큰 산은 입산통제 시간이 있으니 시간을 잘 알고 가야한다.
세석대피소가 시야에서 벗어난다.
장터목으로 3.4km를 가야한다. 능선길을 따라 가니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간다.
세석에는 구상나무가 많다.
세석평전. 구상나무 군락과 많은 야생화가 무리가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
세석에 있는 키맵을 보면서도 아직까지 천왕봉을 가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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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평전의 구상나무 군락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 이야기는 지리산 산행기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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