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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지리산 백무동-세석-장터목-천왕봉-백무동 산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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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8월의 마지막을 지리산 품에 맡겼다.

 

- 3부 장터목에서 천왕봉 그리고 다시 백무동까지

 

 

 

 흔적 3부

 

 지리산 천왕봉, 장터목까지 와서 천왕봉을 마다하고 어찌 발걸음을 돌릴 수 있겠나. 마음은 뻔하다만, 오늘 산행 구간이 그리 만만치 않았고 힘들었기에 아예 시작부터 천왕봉의 미련을 버리기 위해 백무동-세석-장터목-백무동 코스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아니었나. 애초에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방향을 먼저 튼 이유도 장터목으로 가면 혹시 천왕봉으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길까봐 그 욕심을 버리기 위하여 세석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장터목까지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우린 계획대로 산행을 진행해 왔다. 그랬기에 장터목으로 오면서 비교적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촛대봉과 연화봉에 걸쳐있는 구름을 타고 노닐기도 하고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에 지리산 야생화의 향기를 실어 보내며 나름대로 유유자적한 산행을 했다.


그렇게 비교적 여유 있게 느릿 느릿 장터목까지 도착했는데 장터목에 도착하자 느닷없이 아내가 천왕봉을 올라가자고 한다. 나도 안되는 줄은 알지만, 내심 아까운 생각이 들어 잠시 셈을 놓아 보았다. 목전에 천왕봉을 두고 그냥 가자니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았던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3시 쯤 되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왕복 3.4km를 넉넉잡아 2시간 쯤 소요된다고 보면 장터목까지 다시 내려왔을 때는 거의 5시가 된다.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 5.8km 거리를 2시간 30분이나 3시간 쯤 잡는다면 빨라야 7시 늦으면 8시나 되어야 하산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우리 능력으론 천왕봉을 다녀오기에는 무리란 판단이 선다. 거기가다 야간 운전을 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88고속국도를 3시간이나 운전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천왕봉 욕심을 버리는 것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최선의 방법이라 여겨진다. 내가 계산한 바로는 몫이 그리 나온다.


그런데 서방님의 이러한 이성적인 판단과는 달리 대책 없이 되풀이되는 아내의 재촉에 판단력을 잃은 나는 그만 분별없이 천왕봉을 향해 화풀이 하듯 출발을 해버렸다. 아내의 사리분별 없는 제안에 화가 나서 출발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 가다보니 못 갈 일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꾸물거리지 않고 조금만 서둘러 간다면, 어쩌면 7시 쯤 백무동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여 몸놀림을 평상시와는 달리 조금 재빠르게 움직였다. 지금까지도 먼 길 왔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력이 남아 있다.


장터목에서 조금 올라가면 고사목 군락지인 제석봉이 나온다. 제석봉은 고사목 군락으로 유명한데, 고사목이 유독 여기에 많은 이유는 1950년대 도벌꾼이 도벌의 흔적을 제거하기 위하여 일부러 불을 질러 애궂은 초목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그 결과 제석봉 일대는 고사목의 잔해가 널리 널려있는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제석봉 고사목하면 나름대로 고사목이 주 배경이 된 경치가 뛰어나 진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리산의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적반하장이라 해야할지 음지가 양지가 되었다고 해야할지 아이러니컬한 부분이기도 하다. 진사들은 이런 비경을 놓칠리가 없겠지. 우리도 고사목을 배경으로 빼어난 경치를 담고자 갈길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사진기 셔터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눌러댄다. 여기 저기 눈에 띄는대로 셔터를 다 누르고 나니 갑자기 한심한 생각이 든다. 잘못을 위장하기 위해 우리의 고귀한 산천을 몽땅 불태운 곳에서 산 것도 아닌 죽은 나무를 상대로 뭐가 신이나서 이리 저리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는지 참말로 아이러니하다 아니할 수 없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도착하니 천왕봉에는 아직 많은 산우들로 북적댄다. 사람이 많으니 안심이 된다마는 그래도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구름이 가득한 천왕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몇 방 날리고 곧장 하산할 채비를 갖춘다. 어쨌거나 우리 부부는 지리산 천왕봉을 이로서 생애 2번 째 대면을 하고 간다. 이 순간 만큼은 누가 뭐라해도 마음만은 뿌듯하다. 정상을 등정했다는 성취욕보다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천왕봉에 올라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 부부는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지금 시간이 4시 30분이다. 지금부터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 1.7km,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 5.8km이니 7.5km를 내려가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니 어둠이 밀려오면 하산하는데 많은 애로가 발생한다. 다시 통천문을 지나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가는데 시간이 급한만큼 빠른 속도로 하산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올라오면서 놓친 야생화와 풍경을 카메라에 알뜰하게 또 옮겨 담는다. 그러자니 당연히 하산 속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우리는 기왕 늦은 김에 볼 것 다 보고 담을 것 다 담으면서 안전하게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늦을 것에 대비하여 조명이 밝은 MTB용 플래시를 가져왔으니 서두르는 것 보다는 천천히 안전하게 하산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특히 아내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갈 때 둔하니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천천히 안전하게 가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였다.


7시쯤까지는 그래도 플래시를 켜지 않고도 걸을 수 있었다. 지리산은 7시 정도 되면 어두움이 많이 밀려오리라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어둠은 생각보다 늦게 찾아왔다. 그렇더니 7시가 조금 지나니 이후부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둠이 쫘악 내려앉는데 갑자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준비한 플래시를 켜고 조심조심 내려오자니 웬 놈의 하산길이 그리도 길고 험한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장터목에서 1~2Km 정도는 길도 좋고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흙길 산책길도 자주 나와 길이 좋은가 보다 했었는데 그 후로는 계속 급한 내리막길에 돌길이라 하산하는데 매우 힘이 들었다.


소지봉으로 내려와 참샘에 도착하니 시간이 7시 40분을 가르친다. 벌써 주변은 칠흙 같은 어둠과 고요한 정적만이 지리산 자락에 내려앉아 있을 뿐이다. 다행히 참샘에 도착하니 젊은 남자 친구 2명과 지치고 힘들어 하는 여자 애 1명이 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둠만이 깔린 지리산에서 우리 부부만이 적막강산과 어울리며 내려오자니 무섭기도 했는데 사람을 만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아마 그 일행은 여자 친구가 발에 물집도 생기고 지쳐 있어 급하게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안전하게 내려오라는 당부를 하면서 참샘에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마시고 빈 물통에 참샘 물 한 통 채우고 우리는 또 서둘러 내려왔다. 급하게 내려 오다보니 참샘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지도 못했다.

 

참샘에서 20~30분 내려오니 하동바위가 나온다. 하동바위는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어봐도 어두움이 짙어 그 형체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하동바위에서 백무동까지는 1.8km 더 가야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웬 놈의 길이 이다지도 길고 험한지 중산리에서 천왕봉 가는 것보다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이 더 길고 험하다. 다음에 이 길을 찾으면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바로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 같다.


MTB 플래시에 의지해 길고 지루한 길을 벗어나니 드디어 백무동 야영장이 나온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 야영장에서 밀려오는 한 줄기 가느다란 불빛이 긴 어둠의 장막을 벗어나는 서곡을 알린다. 드디어 긴 여정의 발걸음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지금부터 고생은 간데없고 지리산이 가져다준 행복만이 여운으로 가득찬다. 오늘은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먼 길 걸은만큼 나름대로 지리산의 명소를 많이도 걸었다. 다소 무리한 아내의 제안이었지만, 그래도 아내 덕분에 안전하게 천왕봉까지 무사히 잘 다녀왔다. 무사히 다 내려오니 오히려 아내가 고마웠고 지리산에 다소 자신감이 부여된다. 다음에는 지리산의 또 다른 코스를 다녀오고 난 후 아내랑 종주를 해봐야겠다. 1박 2일이면 다소 여유있게 종주할 수 있으리라 가늠해 본다. 당일로 해볼까란 욕심도 난다.

 

 

 

 

 천왕봉! 드디어 생애 2번 째 아내와 함께 정상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사실인즉 오늘은천왕봉을 멀리하고 장터목에서 바로 하산 할려고 했는데 억지춘향으로 정상에 올랐다. 어쨌든 하산할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지리산 천왕봉의 감흥에 젖어 지친 몸뚱아리 정상석에 기대어 인증샷을 한 방 날려본다. 지리산의 정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장터목에 있는 이정표.  천왕봉까지 1.7km 남았다. 오늘 산행거리가 만만치 않아 당초 예정에는 천왕봉은 배제 했지만, 여기서 멈출려니 근 10km를 걸어온 걸음이 영 아쉽다. 아내가 강행하기를 자청하기도 하고 웬만하면 못 갈 일도 없을 것 같아 무리수를 두기로 했다. 가자, 함께있는데 두려울 것 뭐 있나. 까짓꺼 가보자^^^    

 

장터목 어귀에서 배초향 무리를 먼저 만나 인사를 나누고 힘차게 천왕봉으로 발돋움 한다. 

 

곧이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산부추도 만난다.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 올라가니 수리취가 군락을 이루고 죽어서도 그 멋을 다하는 고사목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 길로 돌바닥을 걸어야 한다. 흙길이면 좋으련만 지리산이 돌길 아닌데가 어디 있던가. 

 

지리산 특산물 중 하나인 흰고려엉겅퀴와 산오이풀의 어울린 모습이 보기 좋다.

 

제석봉 고사목 군락지. 도벌꾼의 만행으로 빚어진 고사목 군락이다. 

 

도벌꾼의 만행으로 묵은 나무가 불에 탔지만, 천년을 뿌리 내려 살아온 세월이 불에 탄 고사목을 쉬 넘어뜨리지는 못한다. 인간의 못된 만행에 맞서기라도하 듯 오히려 꽂꽂하게 죽어서도 그 위용을 잃지 않고 천왕봉을 오르는 산객을 반기며 오히려 발걸음을 묶어 둔다. 정녕 이것이 지리산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안개에 쌓인 제석봉 일대에는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인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있다.

 

제석봉 전망대 일대는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시야가 흐릿하다.

 

제석봉에서 천왕봉까지 1.1km 남았다. 사진 찍고 주변 조망을 살펴볼 겨를이 없는데도 마음만 급하고 발걸음은 천하태평이다.

 

장터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의외로 험하거나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2 전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내는 기억을 하더만... 아마 그 때는 천왕봉에서 많은 비를 만나 장터목으로 허겁지겁 내려오기 급급하여 기억을 잃어버렸나 보다.

 

구름에 가려 조망은 볼 것 없지만, 고사목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면 그 자체가 작품이 된다. 지리산은 찍사들에게 그만큼 후한 산이라고 보여진다.

 

끝물이라 노랑물봉선을 귀하게 만난다. 오늘 산행 중 딱 두 번 만난다. 그 중 이놈은 아직 튼실하다.

 

구름이 걷혔다가 금방 몰아치고 하니까 사진을 찍는 이는 재빨리 기회포착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야 뭐 대충 보이는대로 느낌이 가는대로 톡 눌러 찍으니 그리 부담이 없지만.

 

통천문까지 왔다. 이 길을 지나면 하늘로 통하는 길로 간다. 난 이 길을 지나 하늘로 가지 않고 천왕봉으로 가야것다^^^

 

사진에 찍힌 저 산우는 성삼재에서 무박으로 종주를 하는 팀의 일원 중 한 사람이다. 대단하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 부부도 1박2일 여정으로 지리산의 처음과 끝을 걸어봐야겠다.

 

하늘로 가시지 말고 천왕봉으로 가셔야죠.

 

 

기암에 붙어 있는 저 무수한 생명을 보라. 성한 틈이 없다. 억척스런 생명의 뿌리 내림이 우리 인간의 모진 생명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또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흐린다. 지리산은 맑은 날씨에도 하루 열두번 더 변하는 변덕스럼움을 보인다. 그런곳이 지리산이다.

 

구름에 가린 천왕봉이 지척에 있다.

 

천왕봉은 까이 올수록 짙은 구름에 더 깊숙이 감춰져 있다.

 

구름속에 묻힌 천왕봉엔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있다.

 

드디어 한국인의 기상 발원 천왕봉에 발을 내딛는다.

 

무박 종주를 하던 산우는 편히 쉬지도 못하고 갈 길이 급한지 바로 중산리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시간이 중산리보다 백무동이 훨씬 더 먼데 우리는 여유작작이고, 저 이는 급히 내려간다. 누가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냥 스타일대로 하는거지 뭐~~~

 

잘 생긴 정상석만을 모델로 한 장 찍고^^^

 

내년 여름에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한 번 걸어봐야겠다.

 

시간이 급하다. 지금 하산하면 분명 어두운 길을 내려가야 할텐데 마음이 조급해 진다. 구름이 많이 걷혔길래 천왕봉을 떠나면서 아쉬움에 다시 천왕봉 전경을 담아본다.

 

예쁜 붓대롱처럼 생긴 '과남풀'이 고개를 삐죽 내밀고 몽우리를 활짝 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앞서 보지 못한 과남풀을 자주 접한다.

 

투구꽃도 지천에 무리를 지어 피어 있다. 

 

천왕봉에서 내려오면서 올라올 때 등한시 했던 장면을 담아본다.

 

대충 올려놓은 둘무더기가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어찌 저리 잘 견디는지^^^ 지리산은 오가는 산우들의 정성이 담긴 공이 담긴 돌멩이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나 보다.

 

다시 제석봉 전망대까지 돌아왔다. 

 

보랏빛 고운색과 보랏빛으로 막 익어가는 투구꽃 그리고 노랗게 핀 미역취가 어울린 모습이 정겨워 그 모습을 담아본다. 

 

키 큰 눈빛승마도 눈에 들어온다. 

 

배초향 무리도 다시 들여다 보면서 힘든 발걸음을 재촉한다. 

 

장터목에서 대략 1~2km의  하산길은 보다싶이 지리산에서 밟기 힘든 조릿대 사이로 난 흙길을 밟으며 갈 수 있는 흙으로 덮인 평온한 길이 나온다. 그러나 이후부터 4km 정도는 돌길에 경사가 급한 길을 하염없이 내려가야 한다. 

 

아마, 이 지점부터인가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가는 평온하고 넉넉한 길은 끝이 난다. 이제부터인가 하염없이 길고 지루한 돌길 내리막길을 가야한다. 

 

커다란 바위 틈에 앙증맞게 피어있는 저 친구는 꿩의비름인 듯한데 역시 헷갈리네요. 

 

장터목에서 먼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이제 소지봉이란 팻말이 보인다. 여기도 해발 1,312m 이다. 아직 3km를 더 가야하는데... 지금까지는 어둠이 잘 참아주더만, 이제 지리산 백무동 가는 길에도 어둠이 내려 앉는다. 큰일이다. 발바닥에 진작 불이 났는데...

 

소지봉에서 참샘에 도착하니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지리산의 어둠이 오늘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꽤 버텨 주었는데 지금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 순식간에 어둠이 밀어 닥친다. 참샘에서 나오는 물을 한 바가지씩 마시고 바로 이동을 한다. 참샘에서 젊은 남자 친구 2명과 동년배로 보이는 여자 애 1명을 만난다. 고즈넉한 하산길에 우리 둘 밖에 없어 때때로 섬칫할 때도 있었는데 일단의 무리를 만나니 반갑고 힘이 난다. 그 친구들은 여자 애가 기력이 빠져 하산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오라고 당부한 후 우리가 먼저 하산을 서두른다.

 

급작스럽게 어둠이 짙어진 하산길을 서둘러 가기란 쉽지 않다. 기왕 늦은 길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 가는 것이 최상이다. MTV용 플래시를 들고 앞뒤로 찰싹 달라붙어 조심조심 내려간다. 어두운 밤 돌길을 밟고 내려가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드디어 어렴풋이 야영장의 불빛이 드러나고 큰길로 접어들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7시에서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도착할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도 무사히 원점으로 안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산에 다니다보니 이런 경우도 경험해 본다.

 

 

멋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 번쯤 객기를 부릴만도 하다. 적어도 오늘 산행한 코스 정도라면 그 정도 무리수는 둘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 다시 찾을란지 모르겠으나 우리 고장의 팔공산을 찾는 것 처럼 지리산의 명소를 다양하게 찾고 싶은 맘 간절하다. 그런 후 내년 여름에 해가 길 때 종주를 해봐야겠다.  오늘 코스를 돌면서 종주 욕심이 생긴다. 재미있을 것 같다.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