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산악회와 어울린 정동진 바다부채길과
추암 촛대바위
■ 언제 : 2017. 9. 10.(일)
■ 어디로 : 정동진 바다부채길과 추암 촛대바위
■ 누구랑 : 어울산악회에 세 부부 동참
흔적
정동진-심곡 바다부채길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길이 멀어 쉬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우연찮게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대구 북구 어울산악회가 정기 산행지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간다며 아내가 함께 가자고 권했기 때문이다.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갈지 기약이 없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좋은 기회를 우리만 갖기 아깝다.
내친 김에 박대감이랑 수화니네 부부한테 권하여 아예 세 부부가 함께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코스가 좋아 그런지 매월 정기 산행 시 차량 한 대 꽉 차지 않았다던 산행 인원이
이번에는 차량 두 대가 한 자리도 여유 없이 꽉 찼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싼 가격에 아침 식사도 주고 회식 자리까지 제공한다니 이건 뭐 그저 먹는거나 다름없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그동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군작전통제구역이었다.
2016년 10월 17일 임시 개장해서 2017년 2월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2017년 6월 1일에 정식 개장하고 유료화하였다.
군작전지역으로 통제되었던 곳을 무장해제하고,
심곡에서 정동진에 이르는 2.86km에 이르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민간에게 돌려준 것이다.
통제한 지 무려 7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길은 그런 곳이다. 그런 만큼 이 길은 길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성 동해안 최첨단 해안 초소에서 군 생활을 한 나로서는
이런 길이 있으면 누구 보다 먼저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함께 갔던 박대감 역시 나와 같은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한 사람이다.
오늘 아내와 아내의 친근한 벗이며 동생인 어울산악회 총무 덕에 호사를 한다.
바다부채길은 의외로 순순했다.
이 길은 해안단구를 따라가는 트래킹 수준의 길이다.
거리도 정동매표소에서 심곡매표소까지 2.86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변 이후 처음 개방된 곳인 만큼 그 신비로움은 극에 달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단구 곳곳에 자리 잡은 해국과 부추
철조망을 감고 늘어진 하얀 으아리는
흔히 산과 들을 다니며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같은 야생화를 보더라도 보는 곳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법이거늘
특히 이 지역에서 보는 해풍에 견디며 맞선 몇 안 되는 야생화는
그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86km를 걸으며 본 애라곤 해국, 부추, 으아리 뿐이었지만
그래도 이 녀석들 역시 사변 이후 처음으로 선을 뵈는 녀석들이 아니던가?
70여 년을 숨어 살다 비로소 민간에 선을 뵌 녀석들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바다부채길 철조망 너머 단애에 자리 잡고 핀 해국 한 뭉텅이는
그동안 묵은 갈증을 해소 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정동매표소에서 투구바위까지 1km, 25분 정도 걸린다.
투구바위에서 부채바위까지는 0.86km, 20분 정도
부채바위에서 심곡매표소까지는 1km, 25분 정도면 족하다.
도합 2.86km 거리를 1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다.
그것도 정동에서 심곡으로 가는 방향이면 내려가는 길이라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반대 방향인 심곡에서 정동으로 간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전망은 정동에서 내려오는 것 보다 심곡에서 가는 방향이 더 낫지만,
막판 정동으로 올라가는 길이 된 오름이라 다소 힘겨운 부분이 있다.
노약자와 어린아이를 동반할 경우에는 정동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심곡에서 출발한다면 막바지 정동매표소로 오르는 오름길 앞에서
갔던 길 되돌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힘들게 올라야 정곡매표소로 오르는 길이니 그 곳 분위기가 궁금하면
자차를 이용한 경우 달려가서 보면 될 일이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사변 이후 군 부대의 경계로만 사용되던
전인미답의 처녀지라는 매력을 안고 있다.
개방하기 전엔 이 지역에 근무하는 군인 말고 아무나 갈 수 없었다.
내가 고성에서 군 생활했던 곳은 이보다 더 한 곳이었다.
바로 민통선 안이었다.
군인 외에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 말고는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바다부채길은 내 군 생활 했던 것 보다 훨씬 아래쪽이었지만,
여기도 7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민간에 개방했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그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마음이 설렐 것이다.
누구라도 한 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맘 굴뚝같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바다부채길은 개장 몇 개월 만에 50만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벌써 몸살을 앓고 있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다른 지역의 해파랑길이나 바람소리길, 갈맷길과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해안단구 지형이라 말 할 수 있다.
이 구간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해안단구 탐방로로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로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을 걷노라면 천연기념물인 해안단구랑 내내 함께 걷는다.
해안가에 철썩거리는 파도와 함께 어울린 기기묘묘한 바위 또한 일품이다.
내륙 쪽의 해풍을 맞고 자란 풀과 나무가 기암괴석과 어울린 모습은
기이하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
곳곳에 자리 잡은 기묘한 바위에 서린 전설 또한 재밌다.
사람을 잡아먹던 육발호랑이와 그를 물리친 강감찬 장군의 전설이 얽힌 바위,
200여 년 전 이씨 노인의 꿈에 나타난 부채바위에 얽힌 여인의 전설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의자 모양을 한 바위 등
함께 한 박대감은 이 바위 저 바위를 가리키며 이름 짓기 바쁘다.
그렇게 웃고 사진 찍으며 가노라니 2.98km가 금방이다.
거리가 짧아 다소 싱겁게 끝난 것 같지만,
반백 년 넘는 세월을 묶어둔 곳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안단구와 함께 내내 걸으니 왜 그런 마음이 들지 아니하겠는가?
심곡항 출입구 가까운 곳에 심곡바다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면 넘실대는 검푸른 동해바다의 빼어난 경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정동과 심곡의 중간에 있는 부채바위에서 보는 멋과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길손을 맞아 주는 빨간 등대가 그림 같이 다가온다.
목적지인 심곡항이 목전에 있고 그 길엔 헌화로가 이어져 있다.
신라시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과
그의 빼어난 미색에 반해 그녀를 삼켜버린 물신
그녀를 돌려받기 위해 절벽의 철쭉꽃을 따다 바친 한 노인의 이야기
그러니까 헌화로는 삼국유사의 “해가”와 “헌화가”의 배경이 되는
동해의 전설을 품고 있는 알고 보면 더욱 재밌고 매력적인 길이다.
갈맷길, 해파랑길, 파도소리길
여러 길을 걸어봤지만, 오늘 걸은 이 길은 더 없이 소중한 길이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다만, 아내랑 조용히 다시 한 번 더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차제에 지자체에 바라는 것 한 가지 얘기하라면
이 길을 좀 더 연장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능하다면 고성까지 이어졌으면 더 더욱 좋겠다는 생각까지 더 해 본다.
?
우암 송시열이 둘러보고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추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가 있는 동해의 명소로 갔다.
여기 일출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자주 나오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소 중 그 으뜸인 곳이다.
처음에는 바다부채길만 가는 줄 알았기에
여길 가리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그런데 얼김에 여기까지 왔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로 꿩 먹고 알 먹었다.
촛대바위라 하면 누구나 그렇듯 애국가의 한 장면이 연상될 것이다.
요즘은 사라진 문화이긴 하지만, 그 옛날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전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하여 경례할 때
동해 바닷가에 상징처럼 펼쳐지는 그림이 바로 촛대바위 아니던가?
TV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장엄하게 떠오르는 일출의 모습을 무수히 보고 또 보지 않았던가?
우암 송시열 선생도 이곳을 둘러보고는 감히 발길을 떼지 못한 곳이라 했다.
명소 중의 명소 촛대바위, 꼭 한 번은 가야하지 않겠나?
촛대바위로 가는 길에 연식이 꽤 오래된 정자가 있다.
해암정(海巖亭)이란 정자다.
해암정(海巖亭)은 동해시 추암동에 있는 정자로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8작지붕 양식이다.
고려 공민왕 시절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향리에 내려가 생활할 때 건립한 것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풍월을 읊으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해암정 뒤로는 기기묘묘한 바위 형상이 바닷물에 뿌리를 내리고 섰으며,
해안 조그마한 동산 뒤로는 촛대바위가 매일 같이 장엄한 모습으로 태양을 안고 떠오른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아기자기한 모습이 더욱 정감 있게 다가온다.
기이한 것은 바위의 모습이 하나 같이 특색 있다는 것이고 모양 또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수석 전시장처럼 바닷가에 올망졸망 바위를 모아 둔 것처럼 모여 있다.
박대감은 여기서도 정동∙심곡바다부채길 갈 때처럼 바위에 이름 붙이기 바쁘다.
코끼리 바위, 구멍 바위, 오리 바위 등 붙여준 이름이 많은데 모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너무 많아 이름 붙이다 붙여 놓은 이름마저 잊으며
장난삼아 작명을 해댄다.
그렇게 서로 킥킥거리며 사진 찍고 하노라니 그 또한 재밌기도 하다.
추암 촛대바위 인근 넓은 주차장엔 관광버스 두 대만이 달랑 주차되어 있다.
우리가 타고 온 어울산악회 차량이다.
차량 한 대는 이번에 새 차를 뽑아 운행했기에
내친 김에 여기서 고사 지내기 위해 미리 모든 준비를 갖추고 온 모양이다.
고사 장소치고는 단연 으뜸이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명소에서 고사를 지냈으니
아마 이 차는 앞으로 백년 무사고에 운수도 대통하리라.
고사가 진행되는 찰나에 차량 두 대 사이로 번개 같이 회식자리가 갖추어졌다.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최 측에서 장만한 먹거리를 해치웠다.
우리 일행도 먼 거리를 가야하기에 잠이라도 붙일까 싶어 소주 몇 잔 나누었다.
적은 참가비로 먼 길 수송해 주고
아침 식사 제공부터 비록 노상이지만, 회식 자리까지 겸하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대구에선 너무 먼 길이라 당일 일정으로 자차로 다녀오기엔
너무 무리한 길이었지만,
어울산악회에 몸을 의탁한 채 다녀오니 이처럼 편할 수가 없다.
더욱이 추암 촛대바위까지 다녀왔으니 말해 무삼하리오.
운영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회장단을 비롯하여 준비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총무님 이하 임원진한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앞으로 어울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어울산악회 덕분에 구경 잘 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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