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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두문동재 - 대덕산 - 검룡소 구간 야생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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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동재 - 검룡소 구간!

야생화 산행의 진가를 보여주다. 



■ 언제 : 2017. 7. 27.(목)

■ 어디로 : 두문동재(싸리재) - 금대봉 - 검룡소 구간, 어제와는 반대길

■ 누구랑 : 아내랑

■ 탐방 경로 : 두문동재 - 금대봉 - 분주령 - 대덕산 - 검룡소 

■ 총 산행 거리 : 10.8km




흔적

 

이튿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지가 않다.

 

어젯밤 잠을 설쳤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평소에 잠을 설치는 아내이기에 어젯밤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해소시켜주고자,

무던히 애를 썼다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아내와 난 밤잠을 설친다.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이것도 나이 먹어가는 과정인지 종잡을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 둘 다 상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숙소에서 나와 식당 골목으로 가 아내는 올갱이 해장국,

난 돼지국밥을 한 그릇 뚝딱했다.

아내는 올갱이 해장국이 맛있단다.

다행이다. 밖에 나오면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 늘 뭘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결국은 내 입맛에 맞추어 먹는데, 오늘 해장국은 맛이 괜찮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올갱이국을 좋아한다.

식당에 가 올갱이국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걸 선택한다.

아마 자랄 때부터 처가 식구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강가에서 잡아온 올갱이 속을 까고, 삶아 먹던 추억이 서려 있어 그런 모양이다.

결혼하고 방학 때 처가에 가면 아버님이 운전하는 경운기를 타고

온 식구가 강으로 갔다.

아버님은 그물을 던지고 나는 그물에 걸린 고기를 주워 담고,

아내랑 어머님은 올갱이를 주워 담았다.

그렇게 잡아온 한 자루 가득한 올갱이를 까고 삶아 먹던,

그런 추억이 몸에 배여 있어 식당에만 가면 올갱이국을 찾나보다.

아마, 그럴 것이라 여긴다.

 

아침 식사를 하고 계획대로 산행을 할까하는데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블랙박스에 녹음된 영상을 좀 보내달란다.

어젯밤에도 상황이 궁금해 블랙박스를 들다보려다

양쪽 보험회사에서 다 다녀갔고, 얘기도 나름대로 잘 풀린 것 같아 칩을 빼 오지 않았다.

숙소도 컴퓨터가 설치된 방은 만원을 더 받기에

우린 컴퓨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굳이 만원이나 더 주고 방을 구할 이유가 없어

컴퓨터가 없는 방을 얻었다.

이렇게 사고가 날 줄 알았더라면 만원 더 주고 컴퓨터가 설치된 방을 구할 걸 그랬다.

 

갑자기 PC방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시하고 그냥 산이나 가자며 가노라니 아내가 저기 지구대가 있다며

저기 가서 부탁을 하잔다.

아침부터 뭔 좋은 일이라고 그 카노.’, ‘마 그냥 가자.’

괜히 바쁜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그러고 나서 가만 생각하니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경찰이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싶어 경찰한테 말이나 해보자 싶었다.

사북에 있는 모 지구대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상관인 듯한 분이 부하 직원에게 이분들 도와드리라며 친절을 베풀어 주신다.

젊은 여경은 블랙박스에서 뺀 칩을 가지고 어젯밤 상황이 녹화된 내용을 부지런히 찾았다.

옆에 있던 다른 경찰 한 분은 냉커피를 만들어 아내와 나한테 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찰! 참말로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제 사고 상황을 아무리 뒤져도

사고와 직접 관련된 결정적인 영상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 참! 희한한 일이다.

밤새 주차해 놓은 상황도 일부 녹화되어 있고,

어제 두문동재로 이동하며 다닌 영상도 녹화되어 있는데

그 시간대에 필요한 영상은 간 곳이 없다.

괜히 젊은 여경과 지구대에 계신 경찰한테 미안하기만 했다.

하는 수없이 보험회사에 전화해 관련 영상이 없다는 말을 한 후 지구대를 나왔다.

에이, 어차피 지구대 출입을 할 것 같았으면 어제 사고 후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어제 그 양반은 상태로 보아 음주를 한 것 같았는데

그러니까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보험에 모두 일임하는 것처럼 해 놓고

하루해가 지나니 말을 바꾸고 상황을 우리한테 모두 불리하게 진행을 시켰다.

괜히 객지에 와 숙박을 하면서 경찰까지 불렀다가

정말 그 양반이 음주라도 했다면 얼마나 곤경에 처하겠나 싶기도 하고,

아울러 객지 잠 자는 우리는 편하게 잠이나 잘 수 있겠나 싶은

시답잖은 인정을 썼다가 된통 당한 꼴이다.

에이, 어젯밤 좋게 먹었던 마음에 갑자기 토가 난다.

 

기분 좋은 출발이 되어야 하는데 산에 가는 기분이 영 찝찝하다.

여기까지 와서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기분은 안 나고~

아내랑 눈빛 서로 한 번 교환하고

가자, 산에 가서 기분 풀고 가자.’

단번에 더러운 기분을 털어냈다.

그런데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이 찝찝한 기분은 뭐고~

 

다시 어제 갔던 그 두문동재로~

 

오늘은 두문동재에서 은대봉 방향이 아닌 금대봉 방향으로 간다.

금대봉은 두문동재를 기준으로 북쪽 대덕산 방향에 있고,

은대봉은 남쪽 함백산 방향에 있다.

금대봉과 은대봉은 신라 선덕왕 시절 자장율사가 함백산에서 고한으로 가는 산기슭에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과 함께

비탑인 금탑과 은탑을 세운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전해 온다.

 

금대봉 탐방 구간은 탐방예약제 구간이라 인터넷을 이용하여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하루 탐방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대구에서 출발하기 전에 사전 예약 신청을 마쳤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도 3일 후부터 신청이 가능해

가장 빠르게 접수할 수 있는 날짜가 28일이었다.

28일이라면 우리가 계획한 23일 여정의 마지막 날이라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는 연세 지긋하신 어제 뵈었던 그 분이 근무하고 계셨다.

물론 그 분도 우리 부부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은대봉으로 간다고 여길 온 김에 28일자 예약이 되어 있는지 확인을 하니

우리 것은 제 날짜에 잘 접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분 하시는 말씀이 꼭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무슨 뜻인가 하니 지역 경제에 일조하고자 태백지역의 어떤 식당이든 숙박업소든

사용하고 난 영수증을 가지고 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 간이영수증은 안 되고 전자로 출력한 영수증이라야 된다고 했다.

또 반드시 태백지역 업소에 한한다고 하셨다.

가까이 있는 사북에서 사용한 영수증은 허용이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았기에 어제 저녁 태백에서 저녁을 먹고,

영수증을 발급받아 놓은 것이 있던 터라

예약은 내일 되어 있었지만, 오늘도 탐방이 가능했던 것이다.

어제 예기치 않았던 사고로 인해 다소 기분이 가라앉았던 나는

당초 오늘 정선 하늘길을 걷고자 했던 계획을 변경하여

두문동재에서 검룡소로 가는 이 구간을 오늘 탐방하고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금대봉으로 들어서는 순간 더럽던 기분은 일시에 사라졌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금대봉까지는 1.2km에 불과하다.

그것도 무려 해발 1,418m가 여유작작인 산책길이다.

우리나라에 1,400고지가 넘는 산이 과연 몇 개나 있던가?

금대봉이 분명 우리나라에서는 고산준령임이 확실한데 이 높은 봉우리를 거저먹는다.

이 지역 일대의 산들은 그런 산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강원도 태백과 정선에 있는 산을 많이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이 동네다.

산 좋겠다. 물 좋겠다. 각종 야생화가 백화난만(百花爛漫)한 곳이 이곳이니

말해 무엇 하리오.

 

이 동네는 누구보다 나한테 최적격인 곳이다.

여길 가도 저길 가 봐도 여기만한 곳이 없다.

날마다 와서 거닐고 싶다.

어젯밤 불쾌한 일만 없었다면 금상첨화이거늘

그 참, 사람 기분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과연 소문이 무섭다. 소문이 괜히 야단스럽지 않다는 건 직접 가보면 안다.

금대봉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어젯밤 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작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초입에서 받은 순간적인 느낌으로는 5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를

나는 7시간 이상 걸리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반야봉 가는 길이 그렇게 좋더니만

여기는 거기보다 길도 더 쉬운 게 지리산 못지않다.

여름 한 중간이면 어딜 가나 특별한 희귀종을 만나기 어려운 법이다.

지역에 따라 어쩌다가 귀한 꽃 한 두 개체 만나면 그나마 행운인 그런 계절이다.

어딜 가나 흔한 꽃들이 여기서도 보고 저기서도 보는 그런 철인 것이다.

귀한 꽃들은 봄이 들어설 무렵 지역별로 특산종을 만날 수 있다.

그 녀석을 보려면 거기가 어딘지 어디에 있던지 그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흔히 보는 동자꽃이 길섶에 도열해 있고, 그와 동무하고 있는 마타리

꿩의다리, 솔나물, 말나리가 한창이다.

이 녀석들은 어딜 가나 흔히 보지만, 그래도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다.

동네 야트막한 산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금대봉까지는 뭐 이렇다 할 귀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길은 온전한 꽃길이었고 발걸음 가벼운

살아있는 목숨이 천상을 오가는 관문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금대봉에 이르니 구릿대와 개구릿대 같은 거대 식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이름 붙이기 난해한 산형과 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대봉에서 분주령 가는 길 역시 천상화원 따로 없다.

 

금대봉에 있는 이정목을 보고 대덕산 방향으로 간다.

그 길은 금대봉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이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0.7km쯤 오면

금대봉 가는 길과 금대봉탐방지원센터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약간 더 가깝고 편한 길로 가자면 왼쪽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굳이 그리 갈 필요가 없다.

멀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금대봉 방향 표식을 보고 기왕이면 금대봉을 거쳐 가는 것이 좋다.

자장율사가 금탑을 세운 곳이 여기 금대봉인지도 모른다.(그냥 혼자 해 본 소리~)

 

금대봉에서 금대봉탐방지원센터까지 0.3km는 내리막길이다.

갑자기 우리부부를 급하게 내린다.

속으로 얼마나 땡겨 올리려고 이렇게 내리나 싶다.

그런데 실은 알고 나면 그게 아니다.

대덕산보다 대덕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금대봉이 실은 108m나 더 높다.

그러니 앞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들 짜다라 겁먹을 일 없다.

 

금대봉탐방지원센터에 오니 출입을 확인하는 개찰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전자 카드로 된 출입증을 이용하여 이곳을 통과하는 산객의 숫자를 파악하여

안전을 점검하는 동시에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모양이다.

탐방예약제 구간이고 자연생태환경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출입자를 제한하니

여길 찾는 산객들은 사전 정보를 잘 입수하여 괜한 걸음하지 않기를 바란다.

 

금대봉탐방지원센터에 근무하시는 분께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살갑게 인사를 건네니

역시 두문동재처럼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 나보다 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저기 연둣빛 커다란 산형과 식물 저거 구릿대죠.’ 했더니

그런가 봅니다.’ ‘갈색 짙은 애들은 개구릿대라고 하더군요.’라고 하신다.

나도 그리 짐작했다. 하지만 이 애들은 이맘때면 늘 봐도 헷갈린다.

이 녀석들 과에서 제일 쉬운 게 어수리다.

어수리는 확실하게 꽃잎이 부메랑처럼 갈라지는 것에서 차이가 나니까

다른 애들보다는 손쉽게 구분이 간다.

나머지는 늘 볼 때마다 이름 한 번 제대로 불러주기 어렵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시커머죽죽한 애들이 몇 그루 섰다.

이 녀석들은 초본이면서 목본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대체로 줄기가 굵고 키도 크다.

저건 뭐예요.’라고 또 물었다.

저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혹시 이거 아닐까요?’ 라며 도감을 들고 나오신다.

잎을 보니 맞는 것 같은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 날 보더니 저기가면 큰제비고깔이 있다며 정확한 지점을 가르쳐 주신다.

얼마나 고맙던지 인사를 하고 또 했다.

 

그분이 가르쳐 주신 곳으로 이번엔 아내가 정확하게 안내를 했다.

늘 꽃을 찍으며 뒤따라가느라 항상 아내가 앞서가니

먼저 앞서 간 아내가 발견을 하고 그 앞에 서있는 것이다.

맞다. 방금 금대봉분소에서 그 분이 보여준

도감에서 봤던 큰제비고깔이 고깔 모양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한테는 처음 보는 귀물이다.

아무데나 있는 녀석도 아니다.

오늘 이 녀석 하나 본 것으로 희귀종 하나 봤으면 했던 고갈된 마음이 풀렸다.

이젠 느긋하게 그저 산행만 즐기면 된다.

 

강원도 고산에 오니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두메고들빼기가 흔하고 두메담배풀, 왕담배풀이라 부르는 여우오줌도 샜고 샜다.

산길에 물양지꽃이 흔하고 며느리밥풀류도 그 흔한 꽃며느리밥풀은 안 보이고

우리 지방에는 보이지 않던 새며느리밥풀 일색이다.

박쥐나물, 속단, 멸가치 같은 애들도 남쪽지방에서는 쉬 보기 어렵다.

말나리와 하늘말나리는 눈만 돌리면 눈에 띈다.

이러니 꽃쟁이들 입에서 금대봉과 대덕산이 어찌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나?

 

일월비비추는 지리산에서도 그렇게 많더니만 여기는 더 많다.

풀숲에는 온통 일월비비추 투성이다.

지리산에서 애들을 봤을 땐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더니만,

여기는 눈에 보이는 족족 꽃망울이 터지고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꽃 색깔이 흰 놈이 보인다.

내가 그동안 산에 다니며 흰일월비비추를 본 적이 있던가?

금대봉탐방지원센터에 계신 분께 흰일월비비추를 봤다고 하니

그건 여기서 흔하다고 했다.

그래서 금대봉탐방지원센터까지 오며 딱 한 송이 봤다고 하니

여기는 많다고 되뇐다.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탐방센터에서 계속 가던 길 가노라니

그 분 말씀처럼 흰일월비비추의 개체가 자꾸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어떤 곳은 일월비비추보다 흰 게 더 많아 보인다.

오늘 여기와 이 길을 걸으며 또 다른 특이한 경험을 한다.

흰일월비비추가 이렇게 많은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다.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밖에도 너무 많은 종자를 봐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다.

이제부턴 좀 특별한 녀석들만 다루어야겠다.

이러다가 오늘도 또 날 새는 줄 모르겠다.

 

분주령에서 대덕산 가는 길은

 

분주령에 당도해서 부부 한 팀을 만났다.

지금까지 산행 중에 만난 사람은 이분들이 처음이다.

광주 분들인데 어젯밤 충주에서 자고 여길 오셨단다.

이 분들은 검룡소에서 분주령으로 올라 대덕산을 거쳐 원점회귀를 했다.

차를 가져 왔으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 길의 매력은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거쳐 대덕산과 검룡소로 이어지는 길이다.

차량 회수 문제로 야기되는 걱정은 차후에 생각할 노릇이다.

 

분주령에서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 비로소 오르막 산행으로 이어진다.

그 중간에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그건 어려운 길이 아니었다.

분주령에서 대덕산 정상까지는 1.5km 구간이다.

1.5km 구간 모두 오르막인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걸은 것 중에선

단연 오르막이 길고 다소 힘든 구간이라 봐야 한다.

 

하지만 이 길 역시 꽃길이다.

급할 것 없는 우리는 그저 세월아 네월아 산바람에 꽃바람을 타고 논다.

그러다 보면 남들보다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되지만,

지겹지 않고 즐겁게 산을 탄다.

아내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산을 타는데 나만큼 어정거리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노래를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산을 제일 잘 타는 무리에 속할 수도 있다.

산에 가면 즐거우면 될 일이지 경쟁하듯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기 형편에 맞게 다니는 자가 진정 산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제 나도 산을 잘 못 탄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나 같은 스타일이 산을 가장 잘 타는 사람이란 긍정적 사고로 전환을 해야겠다.

이젠 다분히 그럴 필요성이 있다.

 

비로소 대덕산에 올라

어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모두 날려버렸다.

 

대덕산 정상도 1,310m에 해당하는 높은 산이다.

두문동재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말 그대로 고산준령을 넘고 넘어 오는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이 전혀 힘들지 않고 재밌다.

남녘에서 보기 어려운 강원도 지방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많아

야생화에 심취한 나 같은 입장에선 비단 힘들어도 힘들다 말할 수가 없다.

 

마침내 오늘의 야생화 산행 포인트인 대덕산에 올랐다.

대덕산은 꽤 넓은 고산 평원이다.

정상에 서니 녹음방초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 부부를 활짝 반긴다.

바람이 센 곳이라 그런지 커다란 나무도 없다.

가리는 게 없어 시야가 확 트이니

매봉산 바람의 언덕과 고랭지 배추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함백산 방송국 송신탑도 보이고 비단봉과 태백산

그리고 하이원리조트의 슬로프와 마운틴탑까지 환하다.

강원도를 가로 막은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산그리메를 그린다.

그 위로 파란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는 장면이다.

 

정상에 이르니 중년의 남자 넷이 우리 뒤로 나타났다.

산행 길에 두 번째 만나는 산객이다.

휴대폰을 건네며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찍어주었더니

우리 부부도 찍어 준다기에 카메라를 건넸다.

부부가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네 남자가 이구동성으로 우릴 부추긴다.

 

보기 좋은가우리는 모르겠다.

7년이란 세월을 늘 그렇게 붙어 다니며 산에 다녔으니 이젠 공식이 되어 버렸다.

7년 전 처음 주말부부산행을 결의했을 때 우린 그렇게 다짐을 했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으로 가자고.’

그 부부간의 결의를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이행하고 있다.

어찌 되었던 좋게 보아주니 덩달아 기분은 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어젯밤 불쾌했던 기분이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대덕산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우리는 대덕산이 주는 조망을 충분히 관망한 후 본격적인 꽃 사진 찍기에 몰입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꽃이 핀 곰취도 찍고

마타리가 아닌 돌무더기에서 잘 자라는 처음 보는 돌마타리도 찍었다.

각시취와 자주꽃방망이도 봤다.

여로와 푸른여로도 많이 봤으며

전혀 예기치 않았던 솔나리도 여기서 봤다.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솔나리까지 보게 되다니~~~

 

대덕산에서 검룡소로

 

대덕산을 내려가면서 또 많은 꽃을 본다.

오늘 하루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꽃을 본다.

완전 꽃향기에 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공산에서 내가 자주 찾는 딱지꽃을 여기서 보니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던 잔대도 무리를 지어 있고,

좀꿩의다리가 엄청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좀꿩의다리는 꿩의다리 종류 중에 가장 못난 녀석이라 그리 볼 품은 없다.

그러나 크게 자라 엄청난 꽃술을 달고 있는 녀석을 보니 그 또한 가관이다.

 

이제 검룡소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대덕산에서 검룡소분소까지는 2.8km에 달한다.

그리고 검룡소분소에서 세심교를 지나 검룡소까지는 0.6km를 창죽령쪽으로 더 가야한다.

왕복 1.2km나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하지만 길이 평탄하니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여기까지 와서 검룡소를 뺀다면, 그것은 오늘 산행이 아무리 좋았다고 하나

오늘 산행은 절반의 의미만 갖게 된다.

여기까지 힘들었다고 검룡소를 생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버스도 없어 택시를 타야하는 마당에 시간이 허락되면

볼 것 다 보고, 누릴 건 다 누려야 한다.

그게 우리 부부의 나름대로 산을 찾는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오늘 처음이다.

연맹 활동을 하면서 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작 가지는 못했다.

조그마한 웅덩이에서 물이 콸콸 쏟아졌다.

저 쪼맨한 소에서 하루 2,000t의 물을 쏟아낸단다.

가뭄에도 물마를 날이 없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검룡소에 대해서 더 많은 내용을 피력하고 싶지만,

이번 강원도 태백 탐방길은 이만 끝을 맺을란다.

글 쓰는 것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이틀 동안 찍은 사진이 무려 천장이나 된다.

그러니 쓸 만한 사진이 있을 턱은 없고 갔다 오고나면 뒷감당만 더 어렵다.

 

아내는 하룻밤 더 유하고 내일 예정대로 정선 하늘길을 걷고

다시 태백으로 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용연동굴을 가고 싶어 했지만,

난 그러기 싫었다.

숙박업소에서 하룻밤 더 자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어젯밤 불쾌했던 기분이 더 이상 날 태백에 묶어두지를 못했다.

잠도 설치고 연이틀 산행도 했기에

아내는 내가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이 우려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운전은 괜찮다며 내려와 버렸다.

예정대로 3일을 버티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틀간은 천상화원을 오가는 멋진 야생화 탐방 시간이 되었다.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좋은 것만 기억할란다.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은 것만 가져가자고 했다.

평생 추억에 남을 멋진 이틀간의 추억만을 담았다.